726화
그것은 차분하고 고요했다.
<정말 이전 세트와 대조적인 양상인데, 결과적으로 보면 SKY T1이 원하는 흐름이라고 보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하는 거 보니 맞네
―동의준
―선동준
―핑크 타릭
SKY T1 대 BOX Tigers 롤드컵 4강 3세트.
별다른 교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샤악!
「사엘라 사 티리비!」
정확히는 그렇게 만들고 있다.
같은 0킬이라 하더라도 약팀대전과는 느낌이 다르다.
서로 치열하게 치고받는다.
어떻게든 상대의 빈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뚫리지 않은 것이다.
고수준의 수 싸움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이 시키 너무 건방진데 함 질러?>
<안 돼……. 안 맞으면 우리 위험해져.>
치열한 심리전.
단순한 스킬 교환만이 아니다.
상대 선수가 가지는 위압감까지 계산의 영역이다.
'라인전 세게 가는 편인데…….'
모든 플레이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애씨의 궁극기가 빠지면 상대는 더 적극적으로 딜교환을 할 것이다.
아예 점멸 W로 갱호응을 할지도 모른다.
머릿속에서 아른거리는 가능성이 행동을 망설이게 만든다.
「평화가 함께하시길.」
파앙!
그 이유.
오정환 때문이다.
울팍과는 라인전에서 느껴지는 압박감부터가 다르다.
가르마가 E를 쓰고 살짝 앞으로 나온다.
다발 사격으로 응수하자 미니언 뒤로 숨는다.
'엉덩이 너무 섹시하게 흔들잖아?'
뱅울팍을 상대로는 라인전을 항상 이겼다.
애미 듀오가 아니라도 자신감이 넘친다.
하지만 오정환은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라인전을 생각만큼 압박하지 못하고 있다.
<바텀 2억 마리 들어간다. 바텀 다이브 하실 분 구함!>
<띱!>
<띱!>
조급하다.
자신들의 승리 공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바텀 승리가 필수 불가결이다.
꿀꺽!
테이커 때문에 말이다.
프라이로서는 억울하다.
우리 미드는 왜 테이커가 아닌지.
'1팀 1테이커 할당제 안 하냐고!'
테이커 없는 팀 입장에서는 너무 서운하다.
게임이 1초 땡 할 때부터 도화선이 타들어가.
후반으로 가면 무조건 진다.
초반에 반드시 굴려야 한다.
그 프레셔 속에서 내린 결단.
「화염 작렬 드릴 연사!」
스맾의 람블이 텔레포트를 타고 온다.
바로 궁극기를 깔며 바텀 포탑을 불바다로 만든다.
가르마부터 점사를 박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빠르게 죽이고 뺄 생각이었는데.
「흔들리지 말아요!」
E를 키고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람블의 작살이 가는 허리를 맞히지 못하고 통과한다.
샤악!
쩌저정!
이어지는 스킬 또한.
다발 사격에 이어진 수정 화살이 또 허공을 가른다.
힐을 받은 가르마가 빠르다.
「가엔 나 키리비!」
그럼에도 딜을 욱여 넣어 보지만 회복된다.
람블에게 탈진을 걸고, 만트라 W를 써버린다.
딜이 상쇄되고 있다.
가르마가 생각보다 너무 죽지 않는다.
흥분한 람블이 한 발자국 더 들어가자.
샤라라락―!
피융!
기다렸다는 듯이 점멸.
2초가 딱 맞아 떨어지며 속박된다.
그 위로 이즈레알의 QR이 날아온다.
딸피가 된 람블은 점멸로 도망친다.
나미의 힐을 받으며 가까스로 살긴 살았지만.
<엉덩이 너무 섹시해!>
<인정.>
<아니, 인정이든 노인정이든…….>
엄청난 손해다.
가르마를 잡기라도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만트라 W 때문에 못 잡았다.
'이걸 못 죽여?'
실드 쿨도 슬슬 돌아왔을 것이다.
마른 침을 억지로 삼키며 후일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아악!>
<아아앜!!>
<가르마! 가르마! 이걸 사네요! 자체 슈퍼 세이브 오정환!>
―와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 정 환
―해설들 발밑에서 누가 고문하냐?
회심의 다이브가 실패했다.
그 여파는 단순히 기회를 한 번 잃어버린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화가 올 거라구요!」
두크의 뽀피.
학창 시절이 떠오를 만큼 처맞고 있었다.
담당 일찐이 출장을 간 덕분에 행복한 파밍을 하고 있다.
「파괴하세요.」
「방출하세요.」
미드는 미드대로 패고 있다.
같은 메이지픽임에도 20개가 나는 CS 차이가 상황을 대변해준다.
킬 하나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이 이미 답답해지고 있음을 모를 수가 없다.
'…….'
고질라는 있는 힘을 다했다.
라인전을 압박해 구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실패했다.
라인전이 완전히 잠가졌다.
필살기로 부른 스맾의 로밍도 무위로 돌아가며.
―적이 첫 번째 포탑을 파괴했습니다!
턴만 소모하게 되었다.
적 미드&정글이 내려온다.
바텀 1차 포탑을 강제로 헌납한다.
<바텀 이기고 있었는데 X불탱!>
<탑도 이기고 있었는데!>
<미드는?>
<…….>
현재 메타에서 가장 중요하다.
SKY T1을 이길 수 있는 열쇠와도 같았다.
그것을 역으로 내준 것이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팀원들 모두 모르지 않는다.
「파괴하세요.」
「방출하세요.」
테이커의 모리아나.
아주 무럭무럭 성장했다
만들어 먹은 듯한 CS가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다.
호롱! 콰드득!
대치를 하다 난데없이 써버린다.
그 가벼운 움직임에 짓이겨지듯 터진다.
―퍼스트 블러드!
적에게 당했습니다!
서포터이기 때문이다.
고질라로서는 할 말이 매우 많다.
'좀 키우지 말라니까…….'
잘 성장한 메이지의 누킹.
유틸 서포터는 그 한 방을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심리적 허점을 너무 잘 찌른다.
대치 상황에서는 마음이 느슨해진다.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추가 손해로 연결되고 만다.
그 의미는 BOX Tigers 입장에서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이거 어떡하지?>
<받아먹는 구도 형성되면 선턴 못 잡는데.>
<조합도 쟤네가 더 좋아.>
사이드 운영이 좋은 조합이 아니다.
딜러들도 전부 뚜벅이.
성장 기대치도 상대적으로 밀린다.
운영도, 한타도 좋지 않다.
시야까지 점점 잠식당한다.
BOX Tigers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아, 미드 1차 포탑 깨지면…….>
―대 상 혁
―스킬 다 피하누ㅋㅋㅋㅋㅋㅋ
―숨 쉬듯이 죽여
―와 무빙 미쳤네 진짜 ㅋㅋ
게임은 분명 고요하다.
앞선 1, 2세트와 다른 미지근한 느낌이 애간장을 타게 만든다.
동시에 역동적이며 진취적인 플레이가 시청자들의 이목을 빼앗는다.
SKY T1이 시동이 건다.
* * *
LoL이라는 게임.
상위권으로 갈수록 심리전이 매우 치열하다.
'대회에서는 특히.'
절실하게 실감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게 게임이 너무 여유가 있다.
<나 데캡 300원 남았어.>
"늑대 따끈따끈하게 뎁혀 놓을게."
아군 미드가 테이커이기 때문이다.
게임을 천천히 가도 이긴다.
'물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해야 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이 반드시냐, 선택이냐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후자의 상황.
크롸라라라―!
그에 반해 상대는 배수진을 깔았다.
이번 드래곤 타이밍에 목숨을 걸 작정이다.
<쟤네 무조건 싸울 생각인가 본데?>
<이거 미드 2차 밀 수 있겠다! 밀면서 탑으로 빠지자.>
그러한 의도.
명백히 보인 시점에서 허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인원 배분이 깔끔하지 못하다.
용을 내주고 더 큰 걸 챙긴다.
'이런 건 줄 건 줘가 아니야.'
합리적인 판단이다.
작정하고 돌진해오는 성난 황소와 힘 대결을 해주는 것은 미련하다.
―적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적의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드 2차와 탑 1차.
물 흐르듯이 움직이며 글로벌 골드와 운영적 이득을 챙겨나간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이 굳는다.
여유가 있는 입장에서는 이런 선택을 할 수가 있다.
'뭐, 어떡해. 우리 미드만 테이커인데.'
그리고 배앵.
라인전은 다소 손색이 있지만, 라인전 이후로는 완벽에 가까운 원딜러다.
「평화가 함께하시길.」
실드를 걸어준다.
그 즉시 앞비전을 박으며 애씨를 향해 폭딜을 쏟아붓는다.
쩌저정!
그냥 대놓고.
면상에 수정 화살이 박히지만 무시한다.
무시할 수 있다.
미카엘의 그릇을 뽑아두었다.
CC기를 바로 풀어주자 딜을 이어나간다.
파삭!
샤락―!
지금까지 당한 걸 되갚아주겠다는 듯이 말이다.
마나소드가 완성된 이즈레알.
「해일이당!」
애씨는 버티지 못하고 점멸을 쓴다.
나미의 궁극기도 홀라당 빠져버린다.
<애씨 노플!>
<오~!>
"체력도 왕창 빠졌어. 나미가 힐 넣기 전에 시야 다 먹을 수 있겠다."
이즈레알 특유의 플레이 메이킹.
평소보다 훨씬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선 세트에서 털린 걸 신경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멘탈이 살짝 금이 가있다.
'이런 걸 쌰바쌰바 하는 것도.'
서포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하다.
SKY T1에서 개인 기량이 유독 낮았던 울팍.
하지만 생활적인 면에서는 모범을 보였다.
배앵의 경우 그렇지 않았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멘탈 쓰레기에 연습 태도도 불량했다.
여자친구랑 툭하면 놀러 나가기 일쑤.
여자친구를 언제든 만들 수 있는 울팍의 충고로 마음을 바로잡은 건 유명한 일화다.
크롸라라라―!
그만큼 프로 선수에게 마인드는 필수적이다.
이렇듯 큰 무대에서는 특히 더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천천히. 천천히! 들어가지 말고 끌어들이면서 싸우자.>
<오래 싸우면 이겨!>
한타를 감정적으로 하지 않는 것.
여자친구를 언제든 만들지 않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파삭!
파삭!
앞 라인을 끼고 포킹을 한다.
대치 구도의 이득을 쌓아나가며 용을 친다.
상대는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판사판.
한타로 비벼보려는 생각이다.
쩌저정!
「해일이당!」
애씨의 궁극기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나미의 파도는 시선 교란에 지나지 않다.
「슈퍼 갤럭시 브레이커!」
「라쓰리안 온비!」
진짜는 람블 궁.
팀원들 전부 의식하고 있다.
최상위권 팀의 한타력이 우연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만트라 E로 흡수하면서.'
받아칠 스킬이 존재한다.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말이다.
서포팅하는 챔피언은 반드시 해내야 하는 숙제다.
좌아악―!
콰지지직……!
진짜는 딜러들의 신경전.
빅토리의 ER이 전장을 수놓는다.
울라프와 뽀피의 체력이 착실하게 깎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끼고 있다.
테이커의 모리아나는 수동적인 포지셔닝을 잡고 팀을 보조한다.
「형씨마시아!」
그러다 잼구가 등을 돌렸을 때.
흠씬 얻어맞은 울라프가 아군 방향으로 도주한다.
잼구다운 재미있는 플레이다.
상대팀의 의식이 쏠려있다.
잼구를 마무리하고 싶다.
그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호롱! 콰드득!
그 한순간이 승부를 결정 짓는다.
몰려오던 적들이 모리아나의 궁에 안타까울 정도로 쓸려 나간다.
―아군이 적을 처치했습니다!
더블 킬!
딸피가 된 빅토리가 화들짝 놀라 점멸로 도망간다.
점멸이 없는 애씨는 그대로 찌부러져 죽는다.
나미도 함께 삼켜진다.
대참사.
한타의 승패가 결정 나버린 순간이다.
파삭!
파삭!
적수가 사라진 이즈레알은 완전 프리딜.
앞비전, 앞점멸로 수거에 나선다.
위기감이랄 것도 없다.
'이렇게 적당히 하면.'
테이커가 알아서 이겨준다.
운영으로 차이를 벌리고, 한타로 종지부를 찍는다.
―트리플 킬!
마지막 적 저치!
SKY T1의 팀 색깔에 가장 어울리는 원딜러.
몰입해버린 배앵이 어느새 수거를 끝냈다.
'좀 아쉽긴 한데.'
아무래도 0 대 2.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안전하게 스코어를 따라잡는 것이 옳다.
<정비하고 사이드 관리.>
테이커도 같은 생각이다.
대역전극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