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3화
삼선 갤럭시 선수들의 휴게실.
"바텀 진짜 정신 안 차려?"
""…….""
피드백을 하고 있다.
결승전이고, 다전제인 만큼 선수들의 멘탈을 최우선으로 하고 싶지만.
'그렇게 누누이 말을 했는데.'
삼선 갤럭시의 감독 최우룡.
스타판 출신 감독답게 게임의 세세한 내용을 지적하진 못한다.
하지만 큰 맥만큼은 고집을 지키고 있다.
자신이 봤을 때 롤이나 스타나 결국 하나다.
"우리 실수만 줄이면 된다고 했잖아. 적 정글 안 보이면 뭐 하라고? 사리라고!"
""…….""
시행착오.
어떤 게임이든 초창기에는 실수가 많고, 초반에 게임이 끝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빵호 같은 애들 봐봐? 초반에 좀 말려도 장기전 가면 다 죽여버리잖아.'
최우룡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레전드급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한 가닥 했다.
1등의 임요환.
2등의 콩진호.
3등의 삼수룡.
그런 별명으로 불렸을 정도다.
"근데 상대가 대놓고 압박하는데 어떻게 응수를 안 해요."
"그러니까 말하잖아."
"네?"
"실수를 줄이라고."
""…….""
삼선 갤럭시의 원칙이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면 된다.
스타크래프트 시절에는 다 그렇게 했다.
'요즘 애들은 프로가 쉬운 줄 알아.'
얼핏 쌍팔년도 훈련법으로 보여도 효과는 확실하다.
모든 전략은 만들어진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그것이 유명해지고, 보편화가 되며 파훼법이 생길 뿐.
현재는 우실줄 전략이 알려져 있지 않다.
타 프로팀들도 적당히 압박한다.
1세트처럼 심하게 숨통을 죄어오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게 안 된다니까요?"
"이 새끼가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답을 해!"
그러한 선수의 입장.
최우룡 감독은 이해할 수 있을 턱이 없다.
'스타 시절이었으면 바로 귓방망이 날아갔어.'
정말로 그러했다.
감독과 코치의 말에 말대답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의 말이 옳냐?
게임이라고는 오락실 철권밖에 두드려보지 않은 인간들투성이였다.
그래도 한국 사회라는 게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겉표면상으로는 잠자코 따라야 한다.
"죄송합니다 감독님."
"음, 그래."
"재식이가 고생을 안 해봐서 그래요. 이번 롤드컵 끝나면 저희 시골에 데려가서 어른들 일 좀 같이 도와드릴 생각입니다."
"그런 것도 좋은 인생 경험이지."
그에 반해 자신.
프로게이머 출신이고, 게임을 알고 있다.
최우룡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
'용진이가 싹싹하긴 한데 가끔 섬뜩할 때가 있단 말이야…….'
팀의 서포터인 조용진은 말을 잘 듣는다.
불만이 많은 원딜러와는 완전히 딴판의 성격이다.
의견 조율이 빠르게 끝난다.
애당초 선택지랄 것도 없다.
평소처럼 알아서 잘 사리기로 말을 맞춘다.
엄청난 연습량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여기에 시간이 곱해지면 라인전 능력은 착실하게 늘어난다.
후루룩~!
그 최대 수혜자.
1세트에서 유일하게 실수라 할 만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
팀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는 혼나고 있는데 이 새끼.'
'혼자 몇 그릇을 처먹는 거야?'
'목구멍에 짜장이 넘어가나.'
'우리 시골에서는 배달이 안 되는데…….'
탑솔러인 쿠베는 팀의 에이스다.
감독에게 가장 예쁨을 받고 있으며, 세간에서의 평가도 지극히 높다.
현 시점에서 세체탑에 가장 가까운 남자.
이번 롤드컵에서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성준이처럼만 해! 이렇게 잘하니까 한인타운에서 배달도 시켜주는 거 아니야?"
"아 한인타운."
라이너가 정글을 키운다.
큰 정글러가 게임을 지탱한다.
삼선 갤럭시의 전형적인 승리 공식이다.
'이러고 운영이랑 한타만 잘하면 이기는 거 아니야?'
어떻게 보면 단순무식하다.
하지만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른 팀의 2배에 달하는 연습 시간을 쏟았다.
<삼선 갤럭시가 또 이랠리아를 밴 했어요?>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 판단 같습니다. 차이라를 가져오기 위함도 있고, 쿠베 선수의 챔피언 폭을 봤을 때…….>
―쿠베가 캐리해야지
―애 짜장면 좀 먹임?
―밴카드를 빼가는 서포터 ㄷㄷ
―칼챔 할 생각인가 보네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구도.
연습 상황과 최대한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밴픽을 이끌어간다.
규격화된 게임을 반복해 완성도를 높인다.
삼선 갤럭시는 장인 정신 같은 느낌의 팀이다.
「대재앙에 한발 앞서가는 거다!」
「날 막을 해독제는 없을걸?」
물론 장인은 비결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해설들도 밴픽 구도를 보고 대략적인 이유를 눈치챈다.
<테이커 나이즈를 왜 열어주나 했는데!>
<전통적인 나이즈의 하드 카운터입니다. 가시오페아의 스킬 구조도 그렇고, 솔로랭크 데이터도 유의미하게 앞서고 있거든요?>
밴픽에서 상성을 잡아준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부분이지만, 이 당시에는 잘 신경 쓰지 않았다.
운영에 치우쳐진 메타 때문이다.
라이너의 상성보다 전체적인 조합 완성도에 더 포커스를 뒀다.
"이러면 테이커 묶어둘 수 있지?"
"네……."
"네……, 가 아니라 네!"
최우룡은 LoL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LCK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락스 지는 거 봐. 테이커를 못 묶어두면 결국 져.'
15년의 e스포츠 짬밥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
큰 틀에서만큼은 게임을 제대로 본다.
탑: 벌어주기
정글: 운영
미드: 안티 캐리
원딜: 캐리
서폿: 보조
이는 강팀 간의 대결에서 특히 더 효율을 보고 있다.
SKY T1은 테이커 중심의 팀이다.
<어? 어어?! 테이커 유체화 빠졌어요?>
<뱀이 그냥 쵹쵹쵹! 때리는데 사람이 팔 휘두른다고 떨쳐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적어도 장성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 이등병이에요 나이즈!>
―쵹쵹쵹ㅋㅋㅋㅋㅋ
―클끼리 동물 비유 맛 들렸네
―그라운좌 폼 보소
―전기 고문 끔?
테이커만 묶어두면 게임을 이길 만하다.
삼선 갤럭시의 미드라이너 그라운은 그만한 기량이 되는 선수다.
'내가 롤드컵만 우승해봐……. 10억 시드로 월가 다 먹어줄 테니까.'
연습도 정말 악착같이 했다.
상대 선수인 테이커의 리플레이를 수십수백 번이나 돌려봤다.
분석이라기보다는 배움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따라 하면 자신도 잘해질 수 있겠지.
촤학!
촉!
그것이 대 SKY T1전에서 쏠쏠하게 작용한다.
테이커의 스킬 습관을 전부 아는 것이다.
챔피언 상성까지 앞선다.
'안티 캐리'라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래, 그렇게만 하면.'
1세트보다 느낌이 훨씬 좋다.
각 라인이 맡은 바 역할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라인전을 끝내고, 운영으로 굳히면 된다.
최우룡 감독의 생각은 결코 틀리다고 볼 수 없다.
―SKY 정환 (차이라)님이 SSG 룰라 (이즈레알)님을 처치했습니다!
선수들의 부담이 생각보다 컸을 뿐.
* * *
삼선 갤럭시.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변수를 안 만들어.'
관점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현재 LCK팀들이 대부분 그러하다.
왜 위험을 감수해야 돼?
운영 만능론과 안전제일주의가 판을 친다.
BOX Tigers 같은 호전적인 팀이 오히려 특이 케이스다.
초중반에 안정적으로만 가려고 한다.
"우리가 선 2렙 무조건 가능해."
<푸쉬 위주로 볼게.>
그것을 전제로 경기를 하는 팀.
삼선 갤럭시는 분명 강팀이지만, 기반은 사실 모래밭에 불과하다.
'그 점을 이용하면 끝나.'
이는 인베 단계부터 드러난다.
각 선수가 시야를 확보하는 위치와 와드를 박는 곳이 패턴화 되어있다.
그리고 절대 공격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당하지 않는 것과 받아치는 대안 두 가지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생기는 허점.
바텀에 미리 숨어있었다.
첫 웨이브가 도착하자마자 친다.
후웅!
차이라의 Q로 미니언을 훑는다.
선 2레벨을 빠르게 찍기 위함이기도 하거니와.
'패시브.'
일정 시간마다 주위에 씨앗이 심어진다.
1레벨이 약하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찰싹!
찰싹!
일어난 꽃들이 라인 푸쉬를 돕는다.
배앵의 진도 Q를 찍고 라인 푸쉬에 초점을 둔다.
「사엘라 사 티리비!」
상대도 맞춰가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이렇게 돼버린 시점에서 어쩔 수가 없다.
'니들이 준 턴이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한 번 굴러 가버린 스노우볼은 멈추지 않는다.
LoL에 완벽한 전략은 없다.
패턴화된 게임에는 반드시 구멍이 있기 마련이다.
<내 CS 다 뺏어 먹네. 저 식물 진짜.>
"……."
사소한 부작용은 따른다.
무작정 라인 푸쉬만 하다 보니 원딜러 입장에서 막타 챙기기가 힘들다.
'그만큼 내가 강해지면 되지.'
선 2레벨을 달성한다.
바로 W스킬을 찍으며 상대 앞에 꽃을 일으켜 세운다.
후웅!
찰싹!
눈치 빠르게 스킬을 피했지만 상관없다.
현재 차이라가 1티어 서포터로 군림하는 이유가 있다.
----------------------------+
? 차이라
꽃은 지능이 없다: 꽃이 더 이상 챔피언을 우선 공격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적 유닛부터 공격하도록 변경됩니다.
+----------------------------
꽃의 인공지능이 매우 좋다.
꽃을 지워야 파밍이 가능한데, 챔피언만 골라서 때려버린다.
찰싹!
콰릉!
그 과정에서 입는 데미지가 상당하다.
천둥군주까지 터지며 이즈레알의 체력이 1/3이나 깎인다.
'이게 맞으면 기분이 더러워.'
한때 '천둥 오브 레전드'라는 은어를 만들었던 특성이다.
3회 공격을 하면 추가 피해를 가한다.
차이라는 그 최대 수혜자.
선 푸쉬 구도만 만들면 특유의 견제력을 120% 발휘할 수 있다.
후웅!
찰싹!
무자비할 정도로 말이다.
유일한 약점인 1레벨 타이밍을 무난하게 넘겼다.
딜교환 이득이 계속 쌓여간다.
바텀 라인 균형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점멸 4타 대기해줘."
<이즈?>
포탑에 박혀있는 이즈레알.
잡을 만한 각이 충분히 나온다.
CS를 먹기 위해 살짝 접근했을 때.
화르륵……!
「눼에에엣!!」
앞점멸로 평타를 던지며 점화를 건다.
배앵도 빠르게 점멸 4타로 호응한다.
데미지가 살짝 부족하다.
이즈가 허접지겁 쓴 힐과 가르마의 실드에 의해 상쇄된다.
투캉!
이어진 살상연회.
그것도 몸을 비틀어 피한다.
최상급의 원딜러답게 무빙이 훌륭하지만.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타겟팅으로 물어뜯는 꽃은 어쩔 수가 없다.
천둥군주가 타지며 이즈레알이 죽는다.
'진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세지.'
말이 1티어지.
견제형 서포터가 대회 주류픽으로 나오는 시점에서 말 다했다.
라인 주도권을 잡게 되면 혼자서 1 대 2도 한다.
원딜러와 호흡이 맞자 킬각까지 잡힌다.
<아 이것도 내가 못 먹네.>
"……."
내가 킬을 먹은 만큼 더 잘하면 된다.
견제형 서포터는 말리면 무색무취지만, 흥했을 때는 미드가 하나 추가되는 느낌이다.
'이대로 6레벨만 찍으면.'
갱이 와도 2 대 3역관광이 가능하다.
이번 세트도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이 거의 굳어졌다.
챠자장!
파바방!
미드 라인.
불리한 상성임에도 어찌저찌 잘 버티고 있다.
균열이 살짝 간 상태에서 더 벌어지지 않는다.
'어떻게든 한다니까?'
16시즌의 테이커 기량은 물이 오른 수준이 아니다.
그야말로 전대미문.
이대로만 가면 미드&원딜 캐리 구도가 나온다.
아군 입장에서 못하기도 힘들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 더블 킬!
그 힘든 걸 해내는 사람이 두 명 있다.
울팍은 내가 봉인했지만 나머지 한 명이 남아있다.
<아니, 아…….>
<그걸 들어가면 어떡해!>
탑 라인에서 사고가 터진다.
도화선을 당긴 사람은 다름이 아니었다.
'내가 당하니 ㅈ같네.'
잼구가 다소 재밌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