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화
시선.
카메라가 초점을 맞추듯, 사람의 시야에도 항상 기준이 있다.
좌아악―!
테이커의 빅토리가 레이저를 긋는다.
거리를 줄듯 말듯 유혹하는 무빙을 밟고 있다.
휘익!
그리고 그랩이 날아온다.
맞으면 대형 사고.
바론 대치 중인 상황인 만큼 스펠 하나로는 안 끝난다.
여기까지는 삼선 갤럭시도 인지하고 있다.
테이커의 견제는 당연하고, 풀리츠크랭크는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는데.
하아!
리심이 음파를 맞혔다.
고작 그 정도의 일.
만약 상대 리심의 아이디가 피넏이나 Mlxg였다면 다른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잼구!>
<어?! 와아!>
<연계 CC 들어가서 아무것도 못 했어요!>
―갓구!
―잼구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뮤다 삼각킥 뭔데?
―우리 잼구가 달라졌어요!
혹은 여유가 있었다면 대비했을 것이다.
잼구의 리심에게 할애할 신경이 없었다.
이~쿠우!
그 방심이 대참사로 이어진다.
아니, 명백한 리심의 슈퍼 플레이였다.
와드 방호에 이어진 점멸은 물 흐르듯 깔끔했다.
가르마가 배달이 되며.
─SKY 테이커 (빅토리)님이 SSG 그라운 (가르마)님을 처치했습니다!
바로 눈 녹듯이 녹아 사라진다.
삼선 갤럭시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서폿 가르마 아니거든요? 미드 가르마에요!>
<큰일 났습니다! 이러면 SKY T1은 바론 안 칠 이유가 없죠?>
대치 구도에서 가장 중요하다.
가르마는 팀의 유지력을 책임지는 역할이다.
시야까지 말이다.
상대가 바론을 치는지.
체크를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덜컥!
덜컥!
난감할 수밖에 없다.
가는 골목에는 케이클린의 덫들이 깔려있다.
빅토리의 중력장도 어지간히 거슬린다.
그걸 다 뚫고 들어가도.
<땡기여~!>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온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어? 울라프 궁 빠졌죠? 유체화까지 빠졌는데요?!>
<완전 큰일 났습니다! 삼선 갤럭시 쵸―비상! 완전 비상!>
―매라신 그랩!
―그랩 저게 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만이다
―매라 빙의 ㄷㄷ
풀리츠크랭크의 그랩이 울라프를 끈다.
바로 궁극기를 쓰며 탈출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손해다.
"바론 줘야 될 듯?"
<나 10초.>
<주고서 한타 못 보나?>
<아니, 놓아주면 안 되는데…….>
정글러가 걸레짝.
전장 이탈 상태가 된다.
수적으로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건 뭐 줘야지 별수 있나.'
리스크를 지기 싫어하는 앰빠따는 소극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미 궁&스펠이 빠진 상황이라 스틸각을 보기 힘들다.
─빨강 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그것은 옳은 결정이다.
단편적인 시각에서는 말이다.
사소한 판단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필연.
「사엘라 사 티리비!」
바론 버프를 먹은 상대가 몰려온다.
삼선 갤럭시는 가드를 올리고 완전한 수비 태세가 된다.
<나 라클용으로 궁 썼어. 쿨은 금방 돌아.>
"2차 천천히 주면서 억제기 포탑 앞에서 막자. 막을 각 나와."
그것이 가능하다.
바론을 내준 상황도 연습을 숱하게 했다.
――――――――――――――――――――――――+
「억제기 포탑」
포탑이 투사체가 아닌 광선을 발사합니다.
골치 아픈 수식: 매우 복잡한 수식이 들어가므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1.5배나 2배 정도 강해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
그리고 현재 포탑 구조.
수성을 하기에 훨씬 최적화되어있다.
바론 버프를 두르고 와도 수비만 잘하면 한 턴은 버틴다.
그것을 노리고 있었는데.
<땡기여~!>
―와
―저게 닿네 개불쌍
―이 맛에 풀츠 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정환신 그랩!
풀리츠크랭크가 너무 까다롭다.
손끝에 걸려버린 탑켄치가 그만 끌려버린다.
'내가 왜 풀리츠 따위한테…….'
바텀 유저들이 가장 혐오하는 챔피언이다.
서포터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나오는 순간 적 원딜은 2대1 할 각오를 해야 한다.
솔랭이었으면 작정하고 조졌겠지만.
휘익!
그럴 수가 없었다.
우실줄.
최대한 실수 없이 라인전을 넘기는 팀의 성향 때문이다.
<끌릴 때 바로 삼켜주면 안 되나?>
"내가 끌릴 수가 있어서;"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무난하게 풀린 풀리츠크랭크가 바론까지 먹고 들어오니 인형 뽑기 기계 속 인형이 된 기분이다.
─아군 포탑이 파괴되었습니다!
포지셔닝이 무너진다.
그랩을 피하다 보니 일어난 필연.
그 여파는 포탑에 대한 공략으로 이어진다.
미드에 고속도로가 개통된다.
<탑 억제기도 지키기 힘들어 보이죠?>
<그렇습니다. SKY T1의 공성이 너무 좋고, 사이드도 이제는 캐낸이 밀릴 시기가 왔어요.>
그렇게 하나가 무너지자 나머지도 와르르!
단추는 하나만 꿰어진 게 아니었다.
슈룽~!
나루가 캐낸을 가볍게 밀어낸다.
바론 버프는 물론, 1대1에서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냥 파밍 하자. 경험치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테라 버닝이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엎질러진 물.
'바텀 좀 팰 수 없었나?'
사실상 쐐기가 박혔다는 걸 모를 수가 없다.
앰빠따는 알고 있다.
게임이 연습처럼 안됐다.
플레이도 플레이지만 밴픽부터 많은 부분이 아쉬웠다.
아니, 평소와는 달랐다.
대회에서 나오는 플레이와 픽은 제한되어있기 마련이다.
휘익!
풀리츠크랭크.
이런 조커픽이 잘 나오지도 않고, 나와도 대부분 결과가 안 좋다.
현재 게임에서는 완전히 키카드가 되고 있다.
수비적인 플레이가 완전히 봉인되었다.
─적 팀이 바다의 드래곤을 처치했습니다!
이것은 줄 건 줘가 아니다.
정말 신용을 땡겨 쓰는 느낌으로,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면서 집안 살림을 거덜내고 있다.
'아니, 진짜 한타만 열리면 카이팅해서 다 죽여버릴 수 있는데.'
그러한 게임 이해도.
숟가락 라인인 룰라는 없다.
당장 지금의 상황이 답답해 미치겠다.
캐낸이 양념 좀 치고, 울라프가 앞에서 맞아주면 된다.
자신이 비집고 들어가서 마무리할 수 있다.
탕!
통! 통통통!
주구장창 파밍만 하는 것도 질린다.
아무리 잘 사려도 풀리츠한테 그랩 한 방 맞는 순간 간이고 쓸개고 다 내줄 텐데.
휘익!
룰라를 향해 그랩이 날아온다.
가볍게 무빙으로 피하고 나자 짜증이 치솟는다.
투캉!
치링~!
마침 살상연회도 적중한다
화가 난다.
맞고만은 못 살겠다.
풀리츠크랭크를 향해 룰라의 진이 요우무를 켜고 달려간다.
결승전 내내 짜증나게 굴었던 상대 서포터를 흠씬 패놓을 생각.
그 판단은 애당초 맞는 것이 아니었다.
<어어? 어어어어?!!>
<탑켄치가 삼켰어요. 일단 룰라는 살리긴 했는데…….>
―??
―큰 거 온다
―풀발 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탑켄치 눈물겨운 희생~
처맞는 것이었다.
풀리츠크랭크의 뒤에 있던 빅토리.
좌아악―!
콰지지직……!
ER을 지지자 체력이 순식간에 까매진다.
라일라이 탓에 슬로우까지 걸린다.
40%의 둔화.
자력으로는 도망칠 수 없다.
탑켄치가 허겁지겁 뛰어와 삼키긴 했지만.
─SKY 테이커 (빅토리)님이 SSG 코장 (탑켄치)님을 처치했습니다!
탑켄치 본인은 붙잡혀서 죽게 된다.
살아간 룰라의 진도 점멸이 빠졌다.
어처구니없는 실수.
한 번의 감정적인 판단이 게임의 희망을 앗아간다.
<>
―그는 방금 20만$를 날렸다
―Welcome SKY Rular
―통치자는 항상 똑같은 짓을 한다
―Taker POG
결승전의 마지막 기회를 말이다.
해외 해설진들도 눈이 동그랗게 떠질 만한 대형 사고였다.
안 그래도 불리한 상황.
변수를 창출할 만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빨강 팀이 바론 백작을 처치했습니다!
두 번째 바론까지 내주게 된다.
웬만한 변수로는 역전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데.
<땡기여~!>
오히려 더 변수가 터진다.
풀리츠크랭크의 점멸 그랩이 진용준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작렬한 것이다.
Tool! Tool! Tool! Tool! Tool!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환호.
끌려버린 룰라의 진은 그대로 오체분시 당한다.
서포터임에도 눈에 띄는 캐리력을 선보인다.
4년 전 이 시기에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 * *
롤드컵 시즌.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 팩트) 다크가 프로 데뷔했을 시 벌어졌을 일. jpg
─? 다크는 걍 종목이 다른 레전드라고 생각하면 됨
─? 다크 솔로랭크 1위 달성ㅋㅋㅋㅋㅋㅋ
─? 다크: 그 미드는 구로의 발끝에도 오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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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회 기간이라고 대회 화제만 오르는 건 아니다.
최근 한 스트리머가 유독 주목을 받고 있다.
─다크는 걍 종목이 다른 레전드라고 생각하면 됨
솔랭 = 개인 올림픽
대회 = 팀 리그
다크는 압도적인 솔로랭크 기록 보유자로서 의미가 있는 거임 ㅇㅋ?
└개추 ㅋㅋ
└급식추 ㅋㅋ
└요즘 다크 폼 개쩔지 않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롤드컵 기간 동안 최정상급 프로들 다 휴면 강등 당하는데 뭔 개인 올림픽이야 패럴림픽 빈집털이지 이 댓글은 게시물 작성자가 삭제하였습니다.
다크.
솔로랭크 유명 아마추어 유저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인지도가 더 알려졌다.
화룡점정을 찍은 건 중국에 가면서부터다.
중국 솔로랭크라는 미지의 세계에서 1위를 찍은 것이다.
한국 유저들 입장에서는 신기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중국을 평정하고, 무슨 상금도 받았다고 한다.
─팩트) 다크가 프로 데뷔했을 시 벌어졌을 일. jpg
테이커: ^무^
다크: 롤드컵 우승 2회, LCK 우승 5회, MSI 우승 1회
테독들은 항상 감사하며 살아라
└다크가 슼이었으면 ㄹㅇ 테이커보다 위상 높았을 듯? 프로 아닌 지금도 이 정도인데 └언제나 다크는 테이커 위에 있었음
└우선 멸망전부터 우승하고 아가리 열자
└길거리 농구팀이 NBA 프로 선수랑 비비거나 넘는다고 하던 사람들 같네
그리고 솔로랭크 1위.
이제 막 LoL에 유입된 유저들 입장에서는 대단해 보인다.
기존 유명인에 대한 반감도 있다.
신비주의를 바탕으로 인지도를 쌓으려고 했는데.
'오정환만 아니었어도.'
멸망전 4강따리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하게 박혔다.
자신이 차지할 자리를 오정환이 꿰차고 있다.
최근에는 SKY T1까지 들어갔다.
방송 홍보용인 줄 알았더니 대회에서 활약 중이다.
「LoL) 다크. 솔로랭크 1위 달성. 줄 세우는 중」_ ?12, 525명 시청
자신도 뒤처질 수 없다.
다크가 최근 솔로랭크를 엄청나게 열심히 돌리고 있는 이유다.
"솔로랭크 1위인 내가 봤을 때 우승은 EDG지. 4강은 구로가 테이커 바를 거야. 구로는 테이커처럼 돌발행동 안 하잖아. 오정환? 잘해봤자 결국 도구고 승패에 영향 없어~"
―ㄹㅇㅋㅋ
―솔로랭크 1위가 하는 말이면 ㅇㅈ이지
―형 믿고 EDG 우승에 토토 100만원 박았어!
―도구빨로 은퇴 번복하는 거 겁나 추함ㅋㅋㅋㅋㅋ
프로들이 제대로 활동을 하지 않는 롤드컵 기간에 말이다.
잘하는 선수들은 다 미국에 갔다.
다른 선수들도 독기가 빠졌다.
한 해를 혹독히 달리고 기진맥진한 상태.
빈집털이에 최적화되어 있다.
〔LoL 한국 서버 래더 랭킹〕
1. 다크
2. Cuzz
3. Clid
4. Skewed
5. 쪼렙이다말로하자
.
.
.
솔로랭크 1위를 달성했다.
부캐도 챌린저 티어에 입성했으며, 2위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솔로랭크 1위와 2위.
무려 한 사람이 해낸 업적이다.
줄 세워 놓으면 임팩트가 대단할 것이다.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자신 있게 내놓은 롤드컵 전망도 맞아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토토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어이, 김다크 씨! 도구 차이 존나 나잖아 해명해!
"……."
―아 도구는 누가 해도 잘하는 거라며 ㅋㅋ
―오정환은 피지컬로 찍어 누르던데?
―내 토토 어쩔 거야 진짜!
―다시는 도구를 무시하지 마라
오정환이 롤드컵을 우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