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42화 (742/846)

742화

<천룡인 서버>

우리 봄이.

"봄이야."

"지, 진짜 안 돼요. 안 되는 거예요!"

"너무 귀여워."

"꾸웩―!"

봄이는 ST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유튜버가 가진 특수성을 잘 이해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맞춰주는 기획사가 없었는데.'

말로는 다 해준다고 한다.

계약 전에는 원래 번지르르하게 말하는 것이 시장이고 사회다.

계약 후에는 입 싹 닫고 모른 척할 수 있다.

업계 관행상 기획사가 갑에 위치한다.

실제로 꽤 흔하다.

계약 한 번 잘못해서 몇 년째 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연예인들 말이다.

"나 어른인데. 진짜 어른인데!"

"어른 봄이도 귀여워."

"우씨!"

우리 봄이에게 그런 고생을 시킬 수는 없다.

귀엽고 앙증맞아서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이제 다들 이 매력을 알지.'

차기 국민 여동생으로 거론된다.

방송적으로 밀어준다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오빠는, 오빠는 언제쯤 돼야 절 어른 취급을 해주는 거예요."

"너무 귀여워서 그래."

"진짜, 진짜!"

두 팔 벌려 안자 품에 쏙 들어온다.

기본적으로 급식 시절과 큰 변화는 없다.

'이렇게 나이가 늦게 먹는 타입이.'

연예계에서는 더 유리할 수 있다.

실제로 섹시 컨셉의 연예인들은 대부분 단명한다.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티가 확 나기 때문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허락을 안 하겠지만.

"후우……, 후우……."

봄이로서는 불만일 수 있다.

콧구멍을 벌렁벌렁하며 불만을 표출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많이 컸다.

우리 봄이도 저 하늘의 새처럼 날아다닐 날이 올지 모른다.

"정말이지, 정말이지! 제 머리만 안 깨물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그것을 내가 두려워하는 걸 수도 있다.

인간.

코를 질질 흘리던 아이도 반드시 어른이 된다.

'그러게.'

부모님들의 마음.

봄이를 키우다 보니 공감이 간다.

언제까지고 여동생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봄이야, 맛있는 거 먹을까?"

"저 더 이상 그런 게 통하는 나이가 아니에요."

"뷔페인데?"

"갈게요!"

그렇게 여동생으로 살다 보니, 여동생 캐릭터가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른다.

데리고 노는 맛이 찰지다.

'봄이 보는 낙에 살지.'

하지만 나이가 나이.

옛날이었으면 정말 시집가고도 남았다.

외출을 할 때 준비 시간이 10분은 족히 더 걸린다.

위이잉~

예쁘게 차려입기 위해 방으로 갔다.

봄이를 기다리며 때마침 온 전화를 받는다.

"예, 전무님."

<어, 정환아! 선물 보냈더라? 잘 받았어~>

윤청호 전무.

STG 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한 건 그의 영향력까지 고려한 판단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건데.'

알게 모르게 도움을 받는다.

인맥이 있다 보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좋은 연예인이 소속돼야 기획사의 가치도 올라간다.

"언제나 부족해서 마음이 쓰입니다."

<그럼 나도 포트 엘런 같은 것 좀 주든가.>

"……."

인맥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 관계라는 게 이어지기도 힘들지만.

'소원해지는 것도 한순간이라.'

하물며 연예계.

이용 가치가 사라지는 순간 정계나 재계처럼 매몰차게 버려질지도 모른다.

거기까지는 아닐지는 몰라도 관리를 해둬서 나쁠 것은 없다.

이번에는 큰 도움을 받았고 말이다.

<근데 정말 괜찮은가?>

"네?"

<나도 술을 수집해서 알지만……, 자기 컬렉션 남한테 주는 건 좀 아깝잖아.>

"어떻게 전무님이 남이겠습니까."

<정환이 자넨 참.>

귀한 술.

그리고 스토리텔링.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생판 남한테 받으면 떨떠름하기 마련이다.

이걸 왜 줘?

남한테 공짜로 받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다.

보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다리를 이어주셨으니까.'

신뢰의 신용을 서주신 것이다.

그 기회를 포트 엘런의 위스키 한 병으로 잘 이용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그렇게 비싼 건 아닙니다."

<그래? 사라진 전설적인 증류소의 것이라며?>

"그렇긴 한데요."

비교적 가치가 낮은 것으로 말이다.

포트 엘런은 분명 지금은 사라진 전설적인 증류소다.

'오피셜이 아닌 것들도 있어서.'

증류소가 망하면 위스키를 오크통째로 사재기하는 업자들이 생긴다.

말하자면 위스키 업계의 도매상이다.

그들이 판 것은 그렇게 맛이 뛰어나지 않았다.

포트 엘런 자체가 생각보다 좋은 증류소가 아니었던 것이다.

"제가 선물 드렸던 건 독립병입자가 판매한 것이라 희소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하기야……, 라가불린의 하이엔드보다 인상이 깊진 않았어.>

"망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거죠."

<……자네도 참 무섭구만.>

극소수만이 포텐셜을 뽑아내며 포트 엘런의 전설을 만들었다.

거품이 잔뜩 끼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누구 좋으라고.'

꼽을 준 사람에게 좋은 보틀을 선물할까?

대놓고 반박은 못 해도 선물 속에 뼈 정도는 남길 수 있다.

<내 보틀도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그리고 진짜 전설급 보틀은 저도 구하기가 힘들죠."

<그래도 구하면 연락이나 줘. 한번 구경이라도 해보게.>

"네, 당연하다 마다요."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역치가 높아진다.

귀한 술은 구하는 과정까지 전부 포함해서 희소성이 판별된다.

'아무리 귀해도 쉽게 손에 들어가면 귀하다는 느낌이 안 들지.'

기업들이 한정판, 품절 마케팅을 하는 이유일 것이다.

뻔하면서도 혹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심리.

마찬가지로 그때그때 상황을 보며, 스토리텔링을 엮어서 빚을 지우고 있다.

더 귀한 술도 사실은 많다.

"후후."

"왔어?"

"새로 산 코트예요. 엄청 예뻐요!"

"봄이는 뭘 입어도 예뻐."

통화를 끝내자 봄이가 걸어 나온다.

최근 패션에 맛들려서 이것저것 자신만의 옷을 사 모으고 있다.

'좋은 현상이지.'

명품과 패션은 전혀 다른 것이다.

씀씀이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시켰으니 엇나갈 일도 없다.

퀸카가 된 봄이.

날이 갈수록 더 귀여워진다.

간만에 봄이와의 데이트를 즐긴다.

* * *

뷔페.

─신이난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 봄튜브에서 극찬한 곳 아님?

"진짜 맛있어요 여기! 스테이크가 전문점 퀄리티인데 무한으로 계속 먹을 수 있어요~"

―봄이 신났어

―뽕 뽑을 생각이구나?

―사장님 식겁;;

―아 봄튜브 덕분에 장사 잘될 텐데 ㅋㅋ

우리 봄이의 추천을 받아서 왔다.

맛집에 대해서는 봄이가 완전히 청출어람을 해버렸다.

'꾸역꾸역 먹으러 다녔으니.'

나름대로 전문가가 된 것이다.

인당 3만 원대의 뷔페임에도, 셰프가 직접 고기를 구워주고 있다.

"여기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몰라요!"

"봄이가 죽는 거야?"

"아뇨, 저는 절대 안 죽어요."

"그럼 오빠가 죽어?"

"꾸웩!"

퀄리티도 받쳐준다고 한다.

봄이가 신이 나서 침을 질질 흘릴 만도 하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어.'

21세기다.

시골 인심 같은 건 20세기와 함께 종말을 맞이했다.

혜자 식당?

계산기를 미친 듯이 두들겨 보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오빠는 너무 삐뚤어진 거예요!"

"그런 거야?

"세상은 아름다운 거예요. 여기 셰프님들도 손님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힘내시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이가 맛있게 먹긴 하지 ㅋ

―너무 극과 극인데?

―알고 보니 어디 뭐 안 좋은 고기 쓰는 거면 ㄹㅈㄷ

우리 봄이의 머릿속처럼 세상은 꽃밭이 펼쳐져 있지 않다.

물론 맛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치이익……!

스테이크가 구워진다.

양 어깨살 구이로, 흔히 양 갈비로 불리는 부위다.

"오빠도 먹어 보면 제 말을 믿게 될 거예요."

"근데 뭐 담아?"

"아스파라거스 고기랑 먹으면 꿀맛이에요!"

사실 맛이라는 게 먹어봐야 알 수 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관찰해 보니.

'때깔도 좋아 보이고 육즙도 풍부하네.'

그냥 맛있게 생겼다.

저게 만약 맛이 없으면, 그 포장 기술을 특허해서 팔아도 된다.

문제는 사이드.

봄이가 이것저것 담고 있다.

찐 단호박과 감자 샐러드까지 영양소를 꽤 신경 썼다.

"스테이크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이렇게 값싼 사이드 디쉬를 담게 돼있어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거죠."

"……."

―노려보는데?

―아 입맛 떨어지는 소리 하지 말라고!

―봄이 입 댓발 나왔어 ㅋㅋ

―뷔페 절망편 ON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람들이 비싼 메뉴만 골라 먹지 못하도록 뷔페 측에서도 신경을 썼다.

"여기 만두도 엄청 맛있어요. 피도 얇은데 고기도 푸짐해요!"

"아마 재활용 고기일걸? 여기 스테이크 남은 거."

"……."

그리고 원가 절감법.

아무래도 뷔페는 그 특성상 음식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중 일부는 푸드뱅크에 기부를 하기도 하지만.

'얘네도 먹고 살아야지.'

다른 음식으로 만든다.

이는 유별난 일도 아니다.

동네 빵집만 가도 많이 한다.

여러 가지 튀긴 빵.

크루아상 샌드위치 등 버거류.

다 전날에 팔고 남은 빵으로 만든 것이다.

서걱! 서걱!

물론 위생에는 이상이 없다.

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기준 내에서 하는 것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

"맛있네. 고기도 품질이 좋고, 셰프님도 잘 구워주셨고. 이 만두에도 아마 들어가 있겠지?"

"진짜 너무 싫어요!"

―봄이 이 식당 만점 줬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

―3만원 가성비의 비밀……

―다른 의미로 유튭각을 뽑네

―밥맛 떨어지잖아 ㅁㅊ놈앜ㅋㅋㅋㅋㅋㅋ

접시를 들고 와 먹어보니 맛있다.

양고기 누린내 처리를 과하게 해 풍미를 해친 감은 있지만.

'뷔페니까 대중성을 많이 고려했겠지.'

양 다리살은 육즙이 뚝뚝 떨어지니 되었다.

퀄리티면에서 봄이가 대만족할 만도 하다.

"저 이제 초밥 받으러 갈 거예요."

"같이 가."

"따라오지 마요!"

ㅋㅋ

하지만 양에서는 한참 부족할 것이다.

오래 기다려서 겨우 고기 두덩이 받았다.

'다 상술이지.'

단순히 효율만 따지면 오픈 키친은 필요가 없다.

까놓고 스테이크가 특별한 조리 기술이 요구되나?

그냥 주방에서 대량으로 만들면 된다.

손님 입장에서도 그러는 편이 받아서 가져가기 편하다.

"여기 초밥도 불편하게시리 긴 젓가락 내놨잖아. 이게 다 조금 가져가라고 눈치 주는 거야."

"오빠는 왜 이렇게 삐뚤어진 거예요!"

"세상을 바로 보는 거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래야 음식을 조금이라도 덜 받아갈 테고, 싸구려 음식으로 배를 채울 테니까.

'그럴 수 있어.'

그 모든 것들이 쌓이고 쌓여 혜자를 만든다.

더 좋은 퀄리티의 식재료를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화가난봄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봄이 화가 잔뜩 났는데?

"맛있는 거 먹고 행복해하고 있어요."

"맛있는 거 먹고 있는데 자꾸 이상한 얘기 하는 거예요!"

―봄이 졸귘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은 그냥 봄이 놀리는 게 재밌는 거임

―한 대 때려!

―은근히 꿀팁인 게 웃기네……

이렇게 맛있는 식사가 가능하다.

초밥도 동네 초밥집 수준은 된다.

우리 봄이의 추천 맛집일 만도 하다.

'그래도 알고 당하는 편이 낫지.'

세상일이라는 게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연예계라는 복마전에서 활동하려면 영악해져야 한다.

똑똑하진 않아도 성실한 아이다.

조금씩 가르치다 보면 언젠가 묵찌빠를 승리할 날이 올 것이다.

"오빠 한동안 못 보는데."

"빨리 가버렸으면 좋겠어요!"

"오빠 상처받았어."

"후우……, 이번만이에요."

"아앙~"

아직은 요원할지도 모른다.

입을 벌리자 봄이가 자신의 접시에 든 초밥을 집어서 먹여준다.

'겨자가 좀 많네.'

생각보다 더 컸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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