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49화 (749/846)

749화

7일 새벽.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진짜 찍네 진짜 수고했음 ㄷㄷ

"감사합니다. 여기 수준이 낮아서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수준이 낮아서 ㅋㅋ

―짱깨들 들으면 발작하겠지?

―진짜 거의 다 이김

―아직 마스터라 그러나

올스타전을 이틀 남겨두고 마스터 300점을 달성한다.

오늘 올리기로 했던 목표치다.

'뭐, 여기까지만 달성하면.'

나머지는 크게 변수가 없다.

중국 최고의 서버, 천룡인 서버가 가지는 특수한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게임 수준이 그마 레벨에서 멈춘다.

트롤과 어뷰징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둔 부작용이다.

심지어 프로게이머의 숫자도 적다.

챌린저 큐가 어려운 건 프로가 많기 때문인데, 그 프로가 다 한국 서버에 가있다.

나도 한때 중국 서버에 관심을 둔 적이 있었다.

천룡인 서버라는 네이밍은 로망이 생길 만도 하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간단했다.

중국인들도 수준이 낮다고 한국 서버 하는 마당에, 중국 서버를 우러러보는 건 웃긴 일이다.

―리오레아재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할 수 있갔어?

"당연하죠 회장님. 오늘 300점까지 찍었으니 내일부터 천천히 1등 찍으면 돼요."

―천천히?

―이걸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해석하네

―800점이 남았는데 ㄷㄷ

―정환이가 잡기술 은근히 잘 앎ㅋ

앞으로 남은 시간은 5일.

내일모레부터 올스타전이 시작되기 때문에 솔로랭크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그걸 감안해도.'

널널하다.

게임 수준이 고만고만한 이상, 여기서부터는 단순한 판수 싸움으로 랭킹이 귀결된다.

다크처럼 500판씩 때려 박는 것이다.

4달마다 초기화가 되기 때문에 판수빨로 1등을 찍기 쉬운 구조다.

며칠밖에 안 남은 나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승률을 올리면 되는 간단한 일.

〔직원〕

「형」

「늦은 시간에 죄송한데」

「빨리 확인을 하셔야 될 것 같아서 연락해요」

―?

내일 계획을 대충 세워두고 자려는 찰나에 카톡이 온다.

나와 봄이의 스케줄을 도와주는 직원이다.

'늦은 밤에 고생이 많네.'

유튜브 편집 등으로 이미 직원이 다수 있다.

더 많은 편이 세금 관련 혜택이 많다.

봄이는 몰라는 나는 대부분 스스로 처리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연락할 일이 없는데.

? Kmail

―안녕하세요. 후야TV에서 스트리밍 협찬 제안드립니다 ―도유TV는 당신의 위대한 도전을 후원합니다 ―당신은 대국에서 활동할 의향이 있습니까? 이를 지원한다 ―단언컨대 비리비리는 최고의 중국 플랫폼이다

중국에서도 꽤나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서툰 번역체로 쓰인 메일 제목들이 눈에 띈다.

해당 사이트들도 다 알고 있는 곳이다.

장난일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크 때와 마찬가지로.'

마케팅화 하고 싶은 걸로 생각된다.

중국 스트리밍 시장의 구조를 생각하면 그럴 만하다.

e스포츠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처럼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스타전이라는 대형 화제.

한국인의 중국 서버 정복이라는 자극적인 이슈까지 끼얹어졌다.

〔직원〕

「자세한 건 슼런트 쪽에 문의를 해야 하겠지만, 웬만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계약 종료 발표를 미루는 건 저희가 도의적인 측면에서 맞춰준 거고」

「슼런트도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가 아니라서」

방송적으로 크게 이용해봄 직하다.

현재 나의 신분을 고려한다면 제한되는 측면은 있기는 해도.

'은퇴를 할 거니까.'

아무래도 올스타전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화목한 걸 바란다.

민심을 고려해서 발표하진 않았겠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쳐졌다.

형식적으로는 SKY T1 신분.

대형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괜찮을 것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문제다.

* * *

상하이의 밤.

<♪♬♪∼♪∼♬♪♬∼♬♪∼♩♪∼♩♬♪∼>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 전역 대부분은 깜깜한 어둠으로 뒤덮여있지만, 소수의 대도시는 24시간 밝은 낮처럼 환하게 빛난다.

끼익!

그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난다.

거리에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가 평범한 느낌으로 주차되어 있다.

그리고 그 안쪽은.

"이쪽 테이블입니다."

"드레스 선물 감사합니다 선생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공연자.

밸리댄스를 추었던 한 여성이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춤을 본 한 관람객이 200만 원에 달하는 드레스를 선물해준 것이다.

"어디에서 왔어?"

"태국입니다."

"그래? 일단 옆에 앉아. 내가 아주 공연을 인상 깊게 봐서 말이야."

"네~ 선생님."

여자는 태국 사람.

서툰 중국어로 애교를 떤다.

선물을 준 당사자인 40대 남성은 속으로 작은 한숨을 쉰다.

'태국이라, 태국도 나쁘진 않은데.'

상하이 신천지의 난홍루.

이곳에서는 고객이 공연자에게 선물을 할 수 있다.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천만 원 이상 단위도 가능하다.

남자가 쏜 드레스는 200만 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곳의 화폐 단위로는 많지도 작지도 않은 액수다.

"오늘 밤 시간이 비나?"

"그렇습니다."

"내일 낮에도 일정 비어 놔줘. 내가 갈 곳이 있어서 말이야."

"알겠습니다!"

태국의 여자를 데리고 놀기에 적당하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성매매가 불법이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도 엄청나게 무겁다.

재판 없이 최장 2년 동안 구속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형까지도 갈 수도 있어 가볍게 생각해도 될 사안이 아니다.

부자들 입장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아무리 꽌시 등을 통해 막는다고 해도, 공산당 아래에서는 언제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

'비주얼은 나름 괜찮으니까 입만 다물고 있으면 데리고 다닐 맛은 나겠지.'

이런 클럽이 성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표면상으로는 공연장.

무대 위에서는 밸리댄스, 서커스, 소규모 콘서트 등이 펼쳐진다.

그 전원이 예쁜 묘령의 여자다.

공연은 사실 뒷전이고, 마음에 드는 여자를 셀렉트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다.

《저 친구의 공연이 마음에 들어서 선물했을 뿐이다.》

법의 칼날을 피해 나갈 구멍이 생긴다.

여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몸을 파는 게 아니라는 자위가 가능하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

다음 공연이 시작된다.

테이블에 앉은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한국!"

"한국 여자야!"

"조선족인 건 아니겠지?"

이러한 공연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는 물론 러시아 같은 구 소련권의 서양녀도 인기가 있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있는 건 한국.

중국 문화계는 한국에 종속되어 있다.

대부분의 콘텐츠가 한국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상이 생긴다.

한국 여자들은 중국 여자들보다 훨씬 세련되고, 예쁘고, 선진국에서 왔다며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그런 여자를 돈을 주고 산다.

자신이 훨씬 잘난 사람이다.

부자들의 허영심과 성적 욕망을 채워주는 장소.

"정환과 같은 나라 사람 아니야?"

"그런 것 같네요."

남자 한국인도 한 명 있었다.

* * *

아주 가끔 가다 있다.

"내가 저 여자를 불러줄까?"

"어떻게요?"

"어떻게긴 꽃가마 하나 선물하면 부리나케 달려오겠지~"

중국 유흥업계.

그중에서도 VVIP만 받는 클럽이다.

정말 어쩌다 보니 동석하게 되었다.

'왕쓰총이라.'

중국 유명 게임단 IG의 구단주다.

황금로켓이 걸렸다고 하는 판다TV도 이 사람 소유다.

"괜찮습니다."

"어째서?"

"한국인이라고 다 반갑게 인사하는 사이인 건 아니죠."

"하하! 그렇겠지. 나도 내 취향은 아니니 이번에는 포기할까."

그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유흥 쪽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구조다.

'대놓고 돈다발을 주긴 좀 뭣하니까.'

여성 댄서의 공연.

여기저기서 꽃과 깃털 같은 게 흩날린다.

파프리카TV의 별풍선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황금로켓처럼 더 큰 화폐 단위도 있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물건도 공연자에게 선물한다.

"기왕 중국에 왔는데 심심하게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니야?"

"그렇죠."

"괜찮은 여자를 선물해주고 싶은데……."

"사장님 마음은 감사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를 목적으로 왔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고 전해주세요."

별창녀의 오프라인 시스템이다.

아니, 별창녀가 이 온라인 시스템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오는 여자는 그래도 완전히 무근본은 아니다.

나름대로 연예계 물을 조금씩은 먹은 애들.

부자들도 단순한 창녀와는 놀기 싫다.

급이 맞는 만남을 원하고, 이러한 클럽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어느 쪽이든.'

썩어 문드러진 판인 것은 틀림없다.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나로서는 지양하는 바이다.

하지만 중국 부자의 심기를 거슬려서 좋을 것은 없다.

통역에게 이야기를 전해 들은 완쓰총의 표정이 굳는다.

체면이 상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관이다.

맞춰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의 술이 그렇게 맛있다고 들었는데 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마오타이!"

"아!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국어는 스피킹은 안되지만, 리스닝은 어느 정도 되는 편이다.

대충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아듣는다.

'약간 애니 보는 느낌으로.'

왕쓰총이 술병을 가리키며 쏼라쏼라 한다.

중국의 상류층 중에 술에 관심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술을 마시는 건 싫지만, 부자 접대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꽌시가 얽힌 일에는 장난질을 못 친다.

꿀꺽!

마오타이주.

장향이라 불리는 꼬릿한 냄새가 특징이다.

쉐리의 꿉꿉함과도 통하는 바가 있어서 나도 좋아한다.

지금 마시는 건 상당히 오래 숙성이 된 모양이다.

꼬릿한 느낌보다는 구수하고 진한 감칠맛이 여운을 만든다.

리액션용 표정을 한 번 지어준다.

"따봉!"

"하하하! 이 술이 꽤 맛있는 술이지. 내 집에는 훨씬 더 맛있는 마오타이가 산처럼 있고! 경기 목적이 아닐 때 와서 같이 즐겨 보자고."

굳었던 표정이 풀어진다.

중국의 국뽕과 애주가로서의 자존심을 동시에 자극해주었다.

'이건 못 참지.'

이 자리에 오게 된 이유.

목적은 단순한 미팅이었다.

하필 왕쓰총 본인이 직접 나왔을 뿐이다.

e스포츠의 열렬한 팬이다.

한국 연예계에도 관심이 많아서 티아라 등 유명 걸그룹과 스캔들까지 났을 정도다.

"판다TV 계약건도 있지만, 나는 그냥 정환이를 순수하게 보고 싶었어."

"그렇습니까?"

"그래! TV에서도 많이 봤고, 경기도 정말 인상이 깊었거든. 어떻게 서포터로 캐리를 할 수 있지?"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두 가지 분야에 다리를 걸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사실 중국에서 계약을 한다는 게.'

굉장히 지양해야 하는 일이다.

얘네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해도, 금전적으로 아다리가 안 맞으면 멋대로 파기한다.

중국이 워낙 넓고, 법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보니 당하는 쪽만 손해다.

하지만 꽌시(인맥)가 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 방송을요?"

"그래! 정말 1위를 찍는다면 200만 위안을 주겠어. 어때?"

왕쓰총이 운영하는 플랫폼.

판다TV에 방송을 송출하고 싶다.

그리고 1위를 달성할 시 3억 2천만 상당의 상금을 주겠다.

'용돈 좀 벌어가는 것도 좋겠지.'

다크의 성공 신화를 나도 한번 겪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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