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2화
올스타전.
최초 개최는 결코 '이벤트전'이 아니었다.
데일리e스포츠― 「우승 지역에는 '롤드컵' 시드권 추가! 로드 오브 레전드 올스타 2013 일정 발표」
무려 롤드컵 시드권이 걸려있었다.
한국이 우승했고, 이는 시즌3 롤드컵 우승으로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그 여파가 남아있다.
2014년부터는 딱히 걸린 것이 없었지만, 각 지역의 팬덤들이 엄청난 압박을 준다.
"다들 알겠지만 우리 한 명은 좀 재밌는 거 해줘야 되거든? 혹시 하고 싶은 사람 있어?"
차후에는 프로 선수의 참여를 줄이고, 인플루언서를 섞어서 이벤트전의 성격을 분명히 한다.
2017년까지는 대단히 빡셌다.
그중에서도 한국팀은 특히 까다롭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훌륭한 선수들을 보유했다는 데 이견이 갈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
실력은 실력대로 보여주고, 재미는 재미대로 잡으라는 소리다.
한상범 감독님의 말대로 누구 한 명은 즐겜픽을 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당연하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탑 알지? 한 번 죽으면 계속 죽는 거."
"아, 원딜은 할 게 없어."
"헤헤."
빡겜을 하면, 올스타전에서 빡겜 한다고 욕먹는다.
즐겜을 하면, 팬들이 기껏 보내줬는데 장난한다고 욕먹는다.
즐겜픽을 하는 역할은 어깨가 무겁다.
만에 하나 경기를 지게 되는 순간, 조금 욕먹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스맾도, 프라이도 저마다의 사정을 대며 거절의 의사를 내비친다.
코돈빈만이 해맑게 웃고 있다.
"내가 할까~?"
테이커가 하는 것이 가장 낫다.
챔피언 폭도 넓거니와, 똥을 싸도 그 팬덤이 이 악물고 실드를 쳐줄 것이다.
팀이 힘들어져서 문제다.
LoL은, 대회 게임은 미드가 특히 중요하다.
다른 라인이 싸면 커버가 되지만, 미드가 싸면 전 라인에 영향력이 흩뿌려진다.
'상대도 호락호락하지가 않은데.'
그 지역에서 가장 에이스급이 온다.
첫 번째 상대 지역은 LMS.
한국팀을 상대로 유독 강하다고 평가를 받는 지역이다.
첫 경기이기도 한 만큼 부담이 된다.
하지만 모름지기 위기라는 것은 기회의 다른 얼굴이다.
"제가 하겠습니다."
"정환이 너가?"
"이렐!"
"아 맞다. 정환이 이상한 거 잘하지?"
"……."
실제로 매일라이프.
2013년의 올스타전은 MSI 이상으로 각 지역 간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거기서 활약을 해버리니까.'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서포터계의 슈퍼 스타가 된 것이다.
같은 행보를 노려본다.
* * *
올스타전.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국제전이다.
와아아아아아아~~!!
MSI, 롤드컵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전 세계의 프로팀들이 모이는 자리다.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 센터가 1만 3천 명의 관객들로 미어터진다.
<이벤트전인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와주셨어요?>
<지금 롤드컵 2차전 하는 느낌 저만 드나요?>
―ㄹㅇㅋㅋ
―와 완전 중국 홈스테이지네
―짱깨들 정신 승리하려고 모여든 것 봐 ㅋㅋㅋㅋㅋㅋㅋ―내년 롤드컵 개최지 중국임
LMS의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LMS는 대만·홍콩·마카오가 묶인 지역으로, 적어도 중국인들의 관점에서는 중국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편파 응원이 예상된다.
실력 또한 얕잡아 볼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게 LMS 소속의 프로팀들은.
<한국팀을 상대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LMS이기 때문에 우리 LCK 선수들도 방심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 첫 단추를 끊은 게 클끼리 해설 아니에요?>
<동의합니다.>
―문박도사만 밴했어도
―깨알 같은 동의준 ㅋㅋ
―시즌2 롤드컵 준우승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편한 피지컬로 우승할 수 있었는데
한국팀들과 인연이 많다.
클끼리 해설도 TPA에 롤드컵 우승을 내준 아픈 과거가 있다.
이후로 Flash Wolves가 역사를 승계했다.
BOX Tiger와 SKY T1 등 걸출한 한국팀들을 이겼다.
와아아아아아아~~!!
하나라고 생각하는 중국인들.
열띤 함성으로 홈스테이지 분위기를 연출한다.
양팀의 밴픽이 시작된다.
"LCK……."
"오늘 반드시 이겨야 돼."
"우리는 이것까지 지면 답이 없다."
분위기는 진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즐겜픽인데?
재밌는 픽을 하다 졌다고 정신 승리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LMS는 사정이 좋지 못하다.
5대 메이저 지역으로 이름을 올리고는 있지만, 규모가 워낙 영세하여 후원사가 적다.
리그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는다.
LMS의 선수들로서는 올스타전에서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지브 선수가 티몽을 꺼냈는데요?>
<보여주나요? 이벤트전인 올스타전에서라면 가능성이 있는데! 예……, 노틸로 선회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어차피 안 할 거 다 알아~
―예능감 없네 ㅉㅉ
―상대 스맾이다……
상대가 LCK.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지역이다.
올스타전에 나온 선수들도 실로 걸출하다.
이긴다면 LCK 킬러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LMS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다.
그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라인전 세고, 갱호응 좋은 걸로 좀 해줘."
"알았어."
"초반에 속도 좀 내겠다는 이야기지?"
TPA의 우승은 얼밤의 방심이 절반 이상이었다.
문박도사를 밴하지 않았고, 상대팀에 대한 분석도 게을리했다.
하지만 Flash Wolves.
한 번의 기세로 끝나지 않았다.
승리의 이유가 있었고, 그 장점을 활용할 줄 안다.
'한국 정글러들은 갱킹이 소극적이니까.'
중심이 되는 건 카사.
정글러인 그는 영리한 동선으로 성공률 높은 갱킹을 찌른다.
항상 아쉬운 건 라이너들의 체급이다.
라인전이 너무 밀리니 갱각 자체가 안 나온다.
<약간의 부연 설명을 덧붙이자면, 최근 탑은 파괴전차 특성을 위시한 탱커 챔피언들이 주목받는 추세입니다.>
―(ㅈ밀 제외)
―갓괴전차는 ㅇㅈ이지
―탱커가 한타에서 죽지를 않음ㅋㅋㅋㅋㅋㅋㅋ
―반반 가려고 하네
LCK팀이 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운영 중심인 한국팀들은 라인전을 적당히 압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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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전차」
적 챔피언에게 강력한 군중 제어기를 적중시키면 4초 동안 10~180+근처의 적 챔피언 1인당 최대 체력의 5%만큼 보호막 획득 (재사용 대기시간 45~30초) +----------------------------
최근 메타는 더 그러하다.
탱커 챔피언들이 득세하면서 라인전을 버티는 것이 수월해졌다.
'갱호응은 더 좋아졌고.'
바텀도 근접 서포터가 떠오르고 있다.
자신이 갱킹을 가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는데.
와아아아아아~~!!
관중석이 달아오른다.
기본적으로 LMS를 응원하지만, 일부 선수에 한해서는 별개다.
<테이커가 보여주려는 것 같죠?>
<요즘 탑 애코가 너프 먹으면서 보상 패치로 미드 애코가 부상하고 있거든요!>
테이커.
롤판에서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중국에도 열성적인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팬들을 위해 재미있는 챔피언을 픽했다.
대회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애코를 상향 기념으로 꺼낸 듯 보인다.
"이러면 수월하겠는걸?"
"애코는 라인전이 약해."
"미드는 반반을 목표로 하겠어."
카사로서는 바라지 마지 않는 상황이다.
라인전 걱정을 덜고, 정글러 중심의 게임을 할 수 있다.
'소드아트가 칼만 잘 맞혀주면.'
애씨&레오네.
바텀을 위주로 파기 편하다.
갱호응은 물론 다이브도 손쉬운 조합이다.
운영 중심인 LCK팀을 박살 내기에 안성맞춤이다.
CC기 투성이라 애코를 고른 테이커도 힘을 못 쓸 것이다.
「우리 같이…… 홀려볼까요?」
설계가 첫 단추부터 꼬여버린다.
* * *
예능픽.
크게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골목식당이랑 무한도전.'
둘 다 재밌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는 것이다.
골목식당은 은근히 실용적인 측면이 있다.
요리팁은 물론, 빌런들의 마인드도 참고가 된다.
파라락!
물론 쭈쭈나의 마인드도 참고가 될 때가 있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톱니바퀴가 되돌아온다.
"우리가 선2레벨인데 죽여 놓자."
<애코 신뢰하지 않는 편이야.>
"……."
애코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얼핏 예능픽.
원딜 입장에서 쓸모가 없어 보일 수 있어도.
'굉장히 좋아.'
1레벨 Q의 깡뎀이 100(+0.9AP)이기 때문에 푸쉬에 큰 도움이 된다.
근접 서포터 중에서는 선 2레벨 타이밍이 빠르다.
파락!
그 의미는 굉장히 크다.
톱니바퀴를 던진다.
맞는 것이 확정된 동시에 날아간다.
피융!
톡!
톡!
모든 포커싱이 나에게 쏠린다.
이즈레알이 앞비전으로 편안하게 프리딜을 넣을 각이 나온다.
"계속 밀면서 압박 넣자."
<죽여, 죽여! 난 말로 안 해.>
그리고 나는 손쉽게 빠져 나온다.
애코의 패시브.
3타를 터트릴 시 이동 속도가 대폭 상승한다.
'보통 근접 서포터들이 앞에서 깔짝깔짝 대는데.'
애코는 근접 서포터의 카운터다.
Q를 먼저 맞혀 놓고 날아가면 딜교환을 질 수가 없다.
「이리 오실까!」
3레벨부터는 더더욱.
레오네를 향해 날아간다.
이번에는 지지 않겠다는 듯 맞받아치지만.
'스턴.'
조건부 스턴기가 펼쳐진다.
애코에게 보호막을 씌워주며, 그 안에 있는 적들은 기절시킨다.
피융!
톡!
톡!
그 범위가 넓다.
애씨는 뒷무빙을 칠 수밖에 없다.
이미 돌출이 되어버린 레오네는 낙동강 오리알.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그리고 점사.
애코의 평타는 상대의 체력이 낮을수록 세게 박힌다.
2대1 다구리에 최적화되어 있다.
'좋다니까?'
1대1 상황에서는 잘 크지 않은 이상 애매하다.
혼자 30%까지 체력을 깎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텀.
아군 원딜러의 보조를 받아서 레오네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슈벌탱! 그걸 처먹네. 캐리는 형이 하는 거지?>
"……."
상황에 따라서는 서포터가 킬을 먹어야 할 때가 있다.
숟가락이 먹은 것보다 초반에 효율이 좋다.
찰칵!
캐리형 서포터는 더욱 그러하다.
진입각이 잘 나와서 이니시를 걸 때 리스크가 줄어든다.
'애코는 특히 더 그렇고.'
패시브에 의지한 어그로 핑퐁이다.
피지컬을 믿고 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1킬을 먹은 순간 달라진다.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상대 원딜을 줘팰 수 있다.
빠악!
정말 무작정 말이다.
2단 대쉬가 이를 가능케 한다.
적 원딜의 코앞까지 붙어버리자.
터엉―!
타악!
레오네가 문다.
스턴을 걸며 점화.
청공의 검까지 나에게 꽂는다.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진다.
하지만 3초가 지나고 있다.
광역 스턴이 적들을 감싼다.
"애씨 10분 점멸. 레오네 7분 30초. 점화도 방금 빠졌어."
<바텀 왜 이겨?>
나는 패시브 이속으로 유유히 빠져 나온다.
바텀 딜교환을 일방적으로 승리한다.
하아!
적 리심의 갱각이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억지로 어떻게 음파각을 잘 노려오지만.
"나 점멸 썼어. 리심 바텀."
<헤헤.>
프로씬에서는 그것만으로도 이득이다.
초반에 반드시 갱각을 잡아야 하는 리심.
'턴 개념이 있기 때문에.'
바텀에 시간을 투자했다.
코돈빈이 적 레드 정글을 털며 해맑게 웃을 만도 하다.
게임은 유리하게 흘러간다.
라인별 CS도 앞서고 있고, 바텀은 반쯤 박살이 났다.
"애씨 스펠 돌아오기 전에 바텀 한 번 봐줬으면 좋겠는데."
<호응 돼?>
"애코 호응 겁나 좋아."
<잘은 모르겠는데……, 진짜 좋아.>
앞으로는 더 박살이 날 예정이다.
상대 정글이 턴을 썼다.
아군 정글의 턴이 있다.
'역갱을 맞아도 성장 차이가 나서 유리하게 싸울 수 있지.'
그런 고리타분한 프로씬 수 싸움까지 생각 안 해도 말이다.
애코는 원래 6레벨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