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5화
중국팀.
우지를 필두로 다섯 명의 올스타팀이 구성돼있다.
타 지역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진심'이다.
항상 국제전에서 아쉽게 미끄러진다.
올스타전에서라도 LCK를 무참히 밟아주고 싶다.
"……따라서 애코 서폿은 상당히 위협적인 픽이라고 보는 것이 분석관들의 공통된 평입니다."
분석관까지 쓰고 있다.
올스타 선수가 속한 프로팀들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감독은 단 한 명.
하지만 분석관을 쓰지 말라는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네?"
"해보고 말하는 건가? 탁상공론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분석관들은 일단……, 다이아1부터 지원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별개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코치진의 입김이 강하지 않다.
그보다 이하로 인식되는 분석관은 더더욱.
우지는 그들이 전해온 정보가 의심스럽다.
'ㅈ까.'
애코 서포터는 확실히 신기하다.
기존의 서포터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프로게이머인 자신들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고작해야 분석관인 네놈들이.
"진짜 웃기지 않아? 프로는커녕 챌린저도 아닌 놈들이."
"말 놓지 마."
"아악!"
"라고 했지?"
그러한 우지의 심정.
마따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판단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갈리기 마련이다.
'그렇게 열 낼 거 있나?'
LCK로 이적할 예정이기도 하다.
온갖 스타 선수들이 모여 대슈퍼팀, 약칭 대퍼팀이 돼버린 KTX 롤스터로 팀을 옮긴다.
LCK 올스타팀에도 같은 팀에 소속될 스맾과 코돈빈이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 만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분석관님 의견도 참고할 테지만, 저희가 연습에서 느낀 바로는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습니다."
"네……."
"상대팀의 대처가 미흡했고, 애코가 초반에 발이 풀린 것이 패인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네요."
무엇보다 사파픽.
롤드컵에서도 이랠리아가 무서웠다.
초반에 킬을 먹고 흥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그런 각 자체를 안 주면 돼.'
당시에는 대처할 시간이 없었다.
상대가 작정하고 조커픽으로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차이라의 카운터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있는 지금은 다르다.
"초반에 선 2레벨을 주지 않고, 라인전을 강하게 압박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픽의 의미도 퇴색될 겁니다."
"아……."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저희도 말씀해주신 부분을 중심으로 재고를 해보겠습니다."
앞서 보았다.
해보기까지 했다.
애코 서폿이 어떤 느낌이 대략적으로 안다.
'상대가 딴짓 할 턴만 안 주면.'
그러한 사파 서폿들이 안 쓰이는 이유가 있다.
상대가 실수를 안 해주면 할 게 없다.
자신감.
마따는 시즌4 롤드컵을 우승했으며, MVP로까지 선정됐다.
서포터 중 유일무이하다.
RNG에서 고생을 했던 것은 팀적인 문제 때문이다.
실력적인 것을 차치하고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
"잘 좀 하자."
"네, 형……."
피치 못하게 강압적인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
KTX 롤스터에 합류한 이후부터는 하지 않을 고민이니 상관없다.
'진짜 서포터가 뭔지 보여줘야지.'
매일라이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후로 세체폿 자리는 자신이 꿰차고 있다.
그러한 사실을 재확인할 자리.
와아아아아아아아~~~!!!
현장은 홈스테이지다.
LPL 올스타팀이 입장하자 노골적으로 큰 함성 소리가 들려온다.
반대로 LCK팀이 입장할 때는 고요하다.
지금 이곳이 어느 나라인지 싫어도 깨닫게 만든다.
<드디어 이 순간이 오고야 말았네요.>
<축구에 한일전이 있으면, 롤은 한중전 아니겠습니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거든요!>
―응 ㅈ밥
―롤드컵 ^무^
―우지 쟤는 테이커만 아니었으면 1번은 우승했을 텐데 ―와 마따도 있네
한국 해설진도 이전과는 긴장감이 다르다.
LMS가 LCK 킬러로 불리는 건 허를 찔리는 느낌이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독일 상대로 전적이 좋은 것과 마찬가지.
솔직하게 얕보고 있다.
하지만 LPL은 체급상 대등하다.
한국 선수가 많고, 중국 선수들도 피지컬적으로는 인정받는다.
<올스타전은 팀워크보다는 각 선수의 개인기가 두드러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긴장을 해야겠습니다.>
<동의합니다.>
올스타전.
이긴다고 큰 기쁨이 드는 건 아니지만, 지면 왠지 찝찝한 이상한 대회다.
한국팬들은 당연히 승리를 바란다.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는 상관없어.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지.」
그럼에도 여전히 나오는 픽.
벌써 두 번이나 나왔음에도 적응이 되지 않는 오정환의 새로운 시그니처 챔피언이다.
「어떤 고통을 선사해 줄까?」
그런 것은 자신도 있다.
말하기라도 하듯 픽이 된다.
마따 하면 떠오르는 챔피언이거니와.
<나오네요. 나왔습니다.>
<마따 선수의 시그니처는 확실히 쓰렉귀죠. 파괴전차로 간접 버프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할 만한 기용 같습니다.>
―올
―개빡겜픽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텀 조졌다
―바텀이 진짜 핫플레이스겠네
LPL팀은 바텀이 매우 강하다.
우지의 실력은 한국에도 익히 알려졌고, 같은 팀인 만큼 합도 훨씬 좋을 수밖에 없다.
―소환자의 전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경기의 주요 포인트는 바텀.
시청자들도 그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은 더더욱이다.
"E 5초. 앞으로 두 발자국 와."
<네!>
"점멸 쓰면 바로 E 찍고 호응해."
라인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다.
루시얀&쓰렉귀.
라인전이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조합이다.
'무리는 안 하네.'
여차하면 선 2레벨을 찍자마자 앞점멸 EQ로 킬각을 잡을 생각이었다.
루시얀의 폭딜과 합쳐진다면 충분하다.
상대는 항상 선 2레벨을 욕심 내왔다.
애코 서포터의 약점을 가리기 위함이다.
아군을 지켜줄 수 있는 스킬이 하나도 없기 때문.
푸슝!
타, 탕!
이렇듯 압박을 하면 속수무책이다.
톱니바퀴를 던지며 응수하지만 사실상 딜교환이 안 되고 있다.
'정글만 의식해주면.'
다른 변수가 없다.
라인을 쥐어짜며 무난하게 리드할 수 있다.
그것이 마따가 생각하는 구도.
<이 새끼들 별거 없는데…요?>
"긴장 풀지 말고 압박해. 정글 오면 다이브각 잡을 거니까."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대로 눌러 놓기만 해도 최소 이전의 게임들처럼 애코가 난장판을 칠 수는 없는데.
「살금살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터져버린다.
* * *
애코 서포터.
당연하게도 기본적인 라인전 메커니즘은 있다.
'근데 그런 게.'
실전에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갱킹이나 실수 등 여러 가지 이유.
그 이전에 정상적인 서포터는 아니다.
교과서적인 운영은 불가능하다.
타, 탕!
파샹!
때문에 필요한 건 센스.
애코 자체가 그런 챔피언이다.
플레이어가 알아서 잘 변수를 창출한다.
없는 각을 만들어버린다.
「이리 오실까!」
바로 지금.
루시얀이 앞대쉬를 한다.
딜교환 욕심을 살짝 내왔다.
근거는 있다.
주도권을 잡고 있고, 여차할 때 쓰렉귀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빠악!
일반적인 서포터였다면 말이다.
무작정 들어간다.
쓰렉귀는 밀쳐내려 하지만.
'판정이.'
확정 타겟팅의 이동기다.
레오네가 들어오는 것처럼 막을 수 없다.
「까꿍! 숨어 있는지 몰랐지! 으하하하!」
그리고 아군의 호응.
은신을 했던 프라이의 토이치가 앞점멸로 냅다 박는다.
키잉―!
그 대가는 만만할 수가 없다.
쓰렉귀가 토이치에게 선고를 박는다.
옳은 판단이다.
잽싼 애코에게 맞히는 것이 쉽지 않거니와.
'원래 그래.'
아군 원딜이 대놓고 물렸을 때.
적 원딜을 같이 물어주는 것이 일류 서포터의 품격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서포터가 아니다.
루시얀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
원딜러의 호응까지.
―퍼스트 블러드!
적을 처치했습니다!
체력만 깎아주면 혼자서도 잡을 딜이 나온다.
다른 서포터와는 구도가 완전히 다르다.
'그때그때 달라.'
본인의 판단력.
글자 그대로 알아서 잘 한다.
방금은 루시얀을 마무리할 각이 나왔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토이치도 죽는다.
하지만 점멸로 억지로 쫓아간 것.
체력이 깎인 쓰렉귀는 애코와 1대1이 된다.
「조심해!」
콰락!
3타를 터트린다.
빠른 이동 속도로 쓰렉귀의 앞을 잡으며 평타를 살살 발라 마무리한다.
<난 어시만 먹을게. 어시만 먹어도 개이득이야~ 고귀하신 애코님 템포에 맞춰드려야지.>
"하하."
난전에서 빛을 발하는 챔피언.
점사의 우선 순위도 그때그때 달라진다.
'본인 센스 믿고 하는 챔피언이지.'
상대도 알아서 잘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점사 대상이 갈리고 말았다.
파락!
파라락!
라인이 조금 망가져 있다.
어쩔 수 없이 미니언을 먹고 귀환한다.
<아니, 좀 처먹지마! 으아아아악~~!!>
"이건 밀어 넣어야지."
아이템이 나온다.
라인 상황을 훑어보니 상체도 게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찰칵!
기동력의 신발을 산다.
로밍을 가기에 가히 적절한 상황이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탑라인.
아군이 힘겹게 싸우고 있다.
적 미드까지 로밍을 와 2대3으로 불리하다.
―적 더블 킬!
클리어러브의 이블퀸이 싹 쓸어간다.
코돈빈이 해맑게 웃고 있지 않을 만도 하다.
「조심해!」
빠르게 달려가 덮친다.
붙어버린 시점에서 절대 떼어낼 수 없는 기동력을 자랑한다.
―KR 정환님이 학살 중입니다!
3타를 터트리고 쫓아가서 마무리.
유유히 거리를 벌리며 다시 한번 진입각을 잡는다.
슈우웅……!
부활한 스맾이 텔레포트를 탄다.
강가 부쉬의 와드에 기둥이 솟아 오르자 추적해오던 상대는 당황한다.
「안면 폭발 광선!」
빠악!
꼬리 자르기를 할 수밖에 없다.
선두에서 쫓아오던 뽀피를 노린다.
W를 켜지만 애코는 아랑곳하지 않고 붙을 수 있다.
람블과 함께 잡아낸다.
<서포터가 또 먹어?>
"양보할 상황이 아니었어."
<저거 서포터 아니야. 판사님 제가 증인이에요!>
<헤헤.>
코돈빈도 다시 해맑게 웃는다.
안타깝게도 바텀 쪽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우리 서포터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괜찮아."
<안 괜찮을지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마따가 거세게 압박한다.
아군 포탄 앞에서 포지셔닝을 딱 잡고 CS 하나 허락하지 않는다.
만에 하나 모습을 드러내면 랜턴 킬각을 잡을 기세다.
다소의 CS를 흘릴 수밖에 없지만.
'이득이지.'
대부분의 사파픽이 그러하듯 자기 위주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픽의 의미가 산다.
「잡아 보시지!」
특히 애코.
진입각이 중요하다.
상대가 방심을 하고 있을 때 하이 리턴의 일격을 먹일 수 있다.
빠악!
위에서 나타난다.
스턴 범위 끄트머리에 쓰렉귀가 걸린다.
아군 포탑 미니언도 슬슬 탈 시점.
―KR 정환님을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포탑딜 한 방과 함께 잡아낸다.
애코의 스턴은 적중시키기만 하면 대박이다.
<나 한입, 나 한입! 그걸 또 처먹네 슈벌탱!>
"아니, 패시브 때문에. 패시브가 킬을 계속 먹어."
개판일수록 더 그런 각이 나온다.
완전히 내 템포대로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다.
'숟가락은 역시 좋은 걸 써야지.'
프라이는 캐리력면에서 배앵보다 아래라는 평가를 받지만, 개인 센스와 라인전 능력은 윗급이라는 게 세간의 정설이다.
템포에 잘 맞춰주고 있다.
찰칵!
그렇게 흥해버린 애코.
훨씬 많은 걸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서포터와는 종자부터가 다르다.
'서포터로 쓰이는 챔피언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할 수 있는 것도 생기는 법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서포터 캐리를 실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