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60화 (760/846)

760화

왕쓰총.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한 푸얼다이(재벌 2세)다.

프로게임단 IG를 이끌고 있다.

여러 연예인과 썸을 타는 등 스캔들도 났다.

'딱 거기까지지.'

그의 아버지가 회장인 본사가 큰 타격을 입고, 본인도 지나친 사치와 향락으로 사업을 말아 먹게 된다.

거지가 된 것까진 아니지만 왕년의 위세는 사라진다.

"내일이면 귀국한다고?"

"예."

"아쉽네~ 어째서? 내가 경비 댈 테니까 한 1주일 더 놀다 가. 평생 경험하지 못할 초호화 바캉스를 즐기게 해줄 테니까!"

아무리 중국이라도 바보 같은 돈지랄이 언제까지 가능할 리 없다.

그런 부분도 있거니와.

'애초에 나라가.'

많이 잘못됐다.

갑자기 급성장을 한 개발도상국에는 흔히 있는 패턴이다.

돈이 돈을 부른다.

돈을 많이 쓰면 더 큰 돈을 벌게 해줄 거라고 근거 없는 믿음이 퍼진다.

우리나라도 그랬다.

너도 나도 성공하니 투자하면 돈 버는구나.

유착 관계를 위해서 뇌물도 아낌없이 발랐다.

IMF가 터진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은 더 그런 감이 있고, 차후 부실 기업 사태로 연결된다.

"말씀은 고맙지만 스프링 준비를 해야 돼서."

"그래?"

"올스타전 자체가 굉장히 부담이 가는 스케줄이거든요. 다들 팀의 핵심인데 온 거라서 지금부터 합 맞추려면 고생깨나 해야 할 겁니다."

"그렇긴 하겠지."

그중 하나.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아무리 중국이 이해가 안 가는 나라라도 돈이 샘솟는 곳은 아니다.

'적당히 재미 보면 됐지.'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다.

왕쓰총을 매개로 계약을 하긴 했지만, 사업 파트너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장은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

상금 200만 위안.

더불어 좋은 술을 받을 수 있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는 프로 생활을 더 할 생각이 없어서."

"아, 그랬지. 아쉽네. 정환만 좋으면 우리 IG에서 어때?"

"본업이 있다 보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술은, 특히 중국 술은 돈이 있다고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짝퉁이 워낙 많아서 외지인은 사기가 힘들다.

달칵!

그 귀중한 한 병.

왕쓰총이 자신의 컬렉션을 가지고 왔다.

외관만 봐도 10년, 20년 된 수준은 아니어 보인다.

"이 마오타이가 언제 빚어진지 알아?"

"글쎄요……, 적어도 저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바로 맞췄어! 1955년에 빚어진 거야. 내가 3년 전에 경매장에서 90만 위안에 낙찰받은 거지 하하!"

마오타이는 위스키와 만드는 과정이 다르다.

여러 가지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오크통이 아닌 도자기 숙성이라는 부분이다.

'그래서 병에 담긴 후에 숙성된 것도 가치가 있다고 하지.'

위스키라면 12년은 평생 12년.

마오타이는 기준이 다르니 60년 이상 됐다고 쳐도 될 것이다.

그의 중국 내 입지와 꽌시를 생각하면 가짜일 가능성은 적다.

나도 중국 술은 많지 않으니 고맙게 받아 든다.

"이건 별건 아니지만."

"오, 뭐지? 한국의 술이야?"

"네. 금설차라고 하는 숨은 명주입니다."

"술? 차인데?"

받기만 해서는 빚이 커진다.

그것도 있고, 원래 인간 관계라는 게 주고받는 법이다.

'어차피 가격으로는 어필할 수 없으니까.'

스토리텔링.

한국에도 극히 소수지만 제대로 된 전통주의 명맥이 남아있다.

금설차는 그중 하나다.

"아시다시피 스님들은 술을 마시지 않죠."

"그렇지."

"그래서 이것은 차입니다."

"어?"

"차라고 생각하면서 빚은 술입니다."

"아하!"

지금이야 많이 풀린 것으로 안다.

과거에는 규율이 빡셌고, 특히 모범이 되어야 하는 노승들은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스님들도 사람이라는 거지.'

핑계를 만든 것이다.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꿀맛이라고 생각하며 마신 것처럼, 이 술도 차라고 생각하면서 마시면 그만이다.

"나도 불교에 관심이 있는데 언제 이 술을 마시면서 깨달음을 얻어봐야겠군."

"차입니다."

"아, 차였지! 하하하!"

도수는 65도.

전나무 송진으로 만들어졌다.

스님들이 만들고, 소비하는 것이다 보니 아주 가끔만 세상에 나온다.

'진짜 개씹소리긴 해.'

스님들도 잔머리가 잘 굴러가신다.

소싯적 속세에서 양주 한 병 쌔려보신 걸지도 모르겠다.

꼴꼴꼴

술자리가 화기애애해진다.

60년된 마오타이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오래된 마오타이가 술상에 나왔다.

내 추측을 방증하듯 색깔이 누리끼리하다.

마오타이는 소주처럼 맑고 투명하지만, 오래된 것은 이처럼 색깔을 띤다.

"화아……, 정말 훌륭한 술이네요."

"그렇지. 나와 있으면 이런 걸 또 마실 수 있는데?"

"저는 스케줄이 비어서 중국에 조금 더 남아있을 생각입니다."

"하하하!"

마오타이.

위스키 이상으로 가격이 천정부지 오르는 술이다.

회사의 시가 총액이 삼선전자에 비견될 만큼 성장한다.

그 이유는 중국 문화에서 기인한다.

최고의 접대용 술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무리 비싸도 사는 것이다.

'그 정도로 맛있는 술은 아니지만.'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술답게 다른 나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애주가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 * *

오정환의 활약.

〔개인 방송 갤러리〕

―오피셜) 갓정환 롤드컵 우승

―20억 요우무가 개웃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롤드컵인가 상금 얼마 해?

―오정환은 ㄹㅇ 뭘 해도 잘 됐겠네

이슈가 되는 곳은 롤판만이 아니다.

그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보라판.

―오피셜) 갓정환 롤드컵 우승

[한국대 35회 동문 현수막. jpg]

권위 있는 세계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대회에서 우승했다고 함 ㅇㅇ;

└뭔데 이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배들이 장난친 듯?

└아 꼰대들 이렇게 안 쓰면 이해 못 한다고ㅋㅋㅋㅋㅋㅋㅋ└이왜진?

시청자층 대부분이 20~30대다.

LoL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느낌인지 대략적으로 안다.

대회의 위상도 말이다.

스타크래프트와 달리 글로벌 스케일을 가진 e스포츠다.

―저 대회 상금 얼마 해?

20억 드립하던데 ㄹㅇ임?

└ㅇㅇ 그래서 20억 요우무잖아

└정확히는 204만 달러 ㅋ 개지림

글쓴이― 뭔 게임 대회가 내 평생 월급보다 많누 ㄷㄷ└롤드컵이 ㅈ으로 보이냐??

상금부터가 어마무시하다.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는 건 명예와 상징성.

오래한다고, 열심히 한다고 이룰 수 있는 업적이 아니다.

심지어 잘해도 불가능하다.

―최종변기빵호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롤드컵 우승했대요 ㅋㅋ

<아니, 얼마 전까지 삽질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구 반대편까지 뚫었나 보네?>

―지구 반대편ㅋㅋㅋㅋㅋㅋ

―미국까지 뚫음

―허허 싹이 보이는 친구였어요

―슼갈이라는 악성 팬덤이 있는데 걔네들이 우겨서 못 나갔었음

프로 선수들이라면 알고 있다.

당대에 가장 실력적으로 뛰어난 선수와 우승하는 선수.

어느 정도 교집합이 형성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력뿐만 아니라 무언가가 받쳐줘야 한다.

<그 시즌에 우승하는 애들 보면 뭔가 달라 보이는? 약간 포스 같은 게 있거든?>

<얘는 평소에는 가벼운 날라리 느낌인데 게임 할 때는 진또배기지.>

<눈빛부터가 다르잖아! 정환이는 프로했으면 더 잘나갔을걸?>

단순한 운 이외의 무언가.

소위 말하는 기세가 다르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위압감이 전신을 타고 흐른다.

1대1의 승부를 펼치던 스타 선수들은 더 민감하게 느낀다.

파프리카TV 전역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Talk) Flash이빵호. 오정환 롤드컵 같이 보기」_ ?20, 391명 시청「스타) SD이세동. 오정환 롤드컵 우승 축하해요」_ ?13, 525명 시청「스타) 용준성. 전프로가 말하는 스타와 롤 프로의 차이」_ ?1, 892명 시청

스타 프로게이머들.

파프리카TV에서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꾸리며 제2의 게이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철꾸라지라라는 기생충이 사라진 덕분에 클린한 방송이 가능하다.

골수 스타팬들로서는 바라지 마지않던 바다.

이에 절대적인 도움을 준 오정환은 특별하다.

과거 레전드 스타 선수들이 그의 롤드컵 우승을 축하해준다.

―스타 프로들도 오정환은 인정하네

롤프로들 은근히 ㅈ밥 취급하던데

오정환은 다르나 봄

└누가 ㅈ밥으로 봄?

└지들이 에이스일 때 꼴랑 1~2억 받다가 롤프로들은 10억, 20억 얘기 나오는데 배 아플 만하지 ㅋ└오정환은 파프리카 대빵인데 어케 깝침 ㅇㅅㅇ

└애초에 졸라 친하잖아 ㅄ아

파프리카TV 활동이 뜸해졌음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맥들에게서 꾸준하게 화제가 나오기 때문이다.

롤을 잘 모르는 시청자들.

듣고 또 들으니 적어도 대단하다는 사실은 알음알음 기억한다.

―오정환 도구라길래 버스 탄 줄 알았는데

테이커랑 1옵션 경쟁하고 있다네 ㄷㄷ

본래 주전이었던 울팍보다 잘하나 봄

└개ㅈ슼 털릴 때마다 나와서 구원 투수함ㅋㅋ

└그 정도로 잘함?

└올스타전에서도 미쳤지. 해외에서도 난리 났다더라

└국뽕튜브에도 나옴!

그러한 대중성.

롤판에서 유명하고, 잘하는 선수들도 많지만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테이커 정도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오정환은 조금 특이한 행보를 달리고 있다.

"……라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뇨, 계약 내용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중국이라고 해도 파트너BJ가 타 플랫폼에서 방송을 한다는 게……."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니가 걔보다 잘해?"

"……."

파프리카TV 본사.

일련의 정보가 알려진 지 오래다.

회사 입장에서는 이리도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BJ도 일종의 직원이다.

아니, 파트너BJ는 실제로 직원이다.

형식상이지만 매달 소량의 월급을 지불한다.

그렇기에 생기는 문제도 있다.

파프리카TV에 목줄을 잡힌다.

대외적인 활동이 제한되는데.

'사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원칙상으로는 그러하다.

파트너BJ마다 계약 내용이 상이하긴 해도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쳐져 있다.

오정환만은 예외.

거의 자유로운 수준이다.

사내에서 불만을 제기해도 남수길 대표이사에 의해 저지된다.

이병권 비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비서인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의견을 전하는 것 정도다.

'크흠, 정환 동생이 큰일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남수길은 오정환을 굉장히 특별하게 여기고 있다.

파프리카TV를 대표하는 BJ.

그 이전에 개인적인 관계 때문이다.

친분이 있거니와, 크게 한 건 해먹었기도 하다.

갓베누 사태.

검은 일에 얽혔다.

그로 얻은 수익이 상당히 달달하다.

BJ와 플랫폼 사장의 단순한 관계를 떠나 의형제를 맺었다.

적어도 남수길은 그렇게 생각한다.

〔홍 이사〕

「말씀은 드려보았는데요……」

「아무래도 개의치 않아 보이십니다」

「오정환도 딱히 플랫폼을 옮기려는 게 아니기도 하고」

그에 불만을 품은 세력도 존재한다.

연락을 전달받은 홍 이사는 인상을 찌푸린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파프리카TV의 대주주들을 포섭해 남수길에게서 경영권을 뺏어오려고 했다.

물론 강탈은 아니다.

힘의 과시.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엄포를 놓을 생각이었다.

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현재 자신은 무늬만 이사로, 사내의 실권에서 동떨어지게 되었다.

과거의 위세가 온데간데없어진 것이다.

사람은 한 번 가졌던 것을 결코 포기하지 못한다.

다시 올라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오정환, 그 자식이 가장 수상해. 그 녀석을 끌어내려야 돼.'

그 핵심.

오정환이 득세한 이후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가 사라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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