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61화 (761/846)

761화

<생맥주의 비밀>

귀국.

밀린 방송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아~ 게임 대회에 출전하셨군요!"

"예, 그런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밀린 것이 없었지만 생겼다.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그런 일도 있더라고.'

상당수의 연예인이 투잡을 뛴다.

한쪽에서만 활동하면 이미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 반대쪽.

드라마나 연극, 혹은 사업 쪽에서 잘된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난 또 은퇴한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시동 거신 거예요?"

"내버려두세요!"

야피투게더.

토크쇼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이전에 출연했던 네바퀴보다는 훨씬.

'잘나가는 프로그램이지.'

국민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손에 꼽힌다.

위상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복귀 방송으로는 호화로울 정도다.

"이런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면 우리 자리 다 뺏긴다니까?"

"아니, 참 거성 씨 말을 좀……."

"어?! 막말로 내 말이 틀렸어!"

연예계의 콩진호.

박거성 씨가 빡친 듯이 허리춤을 잡고 벌떡 일어선다.

그런 컨셉의 방송인이다.

"틀렸습니다. 자리에 앉으세요."

"네."

""깔깔깔!""

그리고 1인자인 유재식 씨가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고인물 중의 고인물 예능인이다 보니 방송 템포가 빠르다.

'복귀 방송이라고 얼타면.'

연예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바로 다음 화제.

나에게 이목이 쏠려온다.

"그래서 무슨 게임을 하신 거예요?"

"그거야 당연히 갤러그겠지!"

"박거성 씨, 가만히 좀 계세요! 내가 다 쪽팔리네."

"전국 아버님들의 추억을 무시해?"

공백 기간 무엇을 했는지.

간단하게 설명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게임 업계의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임요환 아침마당 시절이 아니니까.'

임요환도 부인과 간간이 방송에 나온다.

홍진호는 더 지니어스에서 우승까지 했다.

무엇보다 세상이 변했다.

만화를 보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하던 시대도 있었듯이 말이다.

"롤 아니에요?"

"네. 갤로그도 재밌고, 스타크래프트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다 롤이 대세죠."

"그거, 그거! 우리 애들도 롤인가 룰인가 하더라고!"

요즘은 만화가도 예능에 나온다.

가안84가 만들어준 돌파구로 본격적인 대화 템포를 올린다.

"거기서 맡은 역할이 서포터."

"RPG게임으로 따지면 힐러 같은 포지션입니다."

"그런데 힐러인데……, 제가 듣기로 사람을 패는 힐러라고 들었거든요?"

"사람을 패?"

국민 프로그램답게 시청 연령층이 높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어도 나이 드신 분들은 게임을 잘 모른다.

맞장구를 쳤던 박마선 씨처럼 애들이 하는 걸 본 정도.

대충 매체를 통해 접했다고 해도.

'기껏해야 와우나 디아겠지.'

그나마도 반지의 제왕 느낌으로 알지 모른다.

그러니까 그 눈높이에 맞춰서 설명을 준비해왔다.

"상대를 때리는 딜러랑 그걸 보조하는 힐러가 있는데. 딜러 입장에서 힐러가 약간 꿀 빠는 것 같거든요?"

"군대로 따지면 땡보직 느낌?"

"약간 그런 거죠."

"맞아. 군대에서도 삽 풀 때 행정병들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더라고!"

"박거성 씨 면제잖아요!"

"……무슨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하고 왔다더니 꿀 빨고 왔네!"

"선수한테 무슨 꿀을 빨아요!"

""깔깔깔!""

나이 드신 분들도 게임에 대해 관심이 있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식들이 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걸 듣고 그래서 너 힐러니, 딜러니 물으면 자식 입장에서 난감하긴 하겠지.'

세상 모든 일이라는 게 과도기가 존재한다.

만화도, BJ도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며 대중에게 접근했다.

내가 그 중간다리를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책임감이 무겁다.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설명을 해야 한다.

"그런데 각 팀마다 다 힐러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렇겠죠!"

"그래서 제가 공격적으로 딜러처럼 플레이를 했더니 그게 약간 이슈가 된 감이 있습니다."

"에이~ 약간이 아니던데!"

"중국에서 난리래요!"

"뭐, 한류 스타야?"

해외에서 유명하다.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현재 연예계에서는 중국 관련 이슈가 핫하다.

"참고로 상금도 엄청 많다고 들었거든요?"

"네, 좀 됩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나요?"

"2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걸로 알고 있어요."

"200만 원? 별거 아니네!"

"박거성 씨……, 200만 달러요."

""깔깔깔!""

13억 중국인에게 초코파이 하나씩만 팔아도 100억 원!

방송에서 대놓고 중국을 푸쉬해줬기 때문이다.

'이용할 건 이용해야지.'

유명해서 유명하다는 건 잘 먹히는 코드다.

일부 어정쩡한 스타들이 해외에서 공연을 했다며 월클 둔갑을 하기도 한다.

나는 거짓말이 아니다.

오히려 게임 분야가 평가를 못 받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복귀 신고를 제대로 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정환 씨 방송감 안 잃었네~ 조만간 여기저기서 보겠다."

"정말 그러면 바랄 것이 없죠."

첫 방송을 찍고 나온다.

박거성 씨가 이미지 관리를 한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사석에서는 좋은 분이다.

'여하튼.'

긴장이 되는 녹화였다.

TV에서는 친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들도 카메라 앞에서는 베테랑 냄새를 물씬 풍긴다.

나에게는 이른 자리.

게스트로 한 번 초청된 걸로 족하다.

그보다 익숙한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아 정환이!"

"오 정환 씨!"

"헐."

금일 두 번째 방송 스케줄이다.

골목식당.

반가운 목소리와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봄이!"

"남사스러워요!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ㅋㅋ

봄냄새가 코를 찌른다.

품속에서 쏙 들어오는 작은 몸을 껴안는다.

'따듯해.'

겨울이라 볼따구는 빨갛게 달아올랐다.

흰 피부와 대조적이라 인형처럼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작은 대가리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싶다.

"둘이 친남매야, 친남매."

"우애가 좋네요."

"진짜 너무 부끄러워요!"

""하하하!""

봄이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기획사에서 시키는 대로 스케줄을 소화한다.

'밥만 소화할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이다.

힘들더라도 맡은 바 역할을 착실하게 해낸다.

골목식당에서는 마스코트 및 짬통 역할을 하고 있다.

음식의 맛을 표정으로 표현할 줄 안다.

"내가 정환이한테 SOS를 왜 쳤냐면."

"무슨 일 있어요?"

"오늘 새로운 골목을 촬영 가는데 포차집이 하나 있거든."

"포차집 좋죠."

그런 봄이도 할 수 없는 게 있다.

꾸역꾸역 처먹는 것에는 알코올이 제외돼 있다.

'애가 아직 술맛을 몰라.'

언제가 잔뜩 취한 봄이와 놀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적어도 오늘은 내가 나서야 한다.

지난 막걸리편.

반응이 좋았고, 무엇보다 천종원 선생님도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

"할 수 있겠어?"

"물론이죠."

"저번에 전화로 한번 물어봤었잖아? 그래서 부탁했지. 정환이 방송 적응도 할 겸."

술은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아니, 모르는 게 날 지경이다.

'술이라는 게 반드시 세금과 얽혀있다 보니.'

불법적인 부분이 엄청나게 많다.

술 시장의 90%는 법을 등졌다고 봐도 과언은커녕 부족하다.

"어서 오세요! 어어?!"

"흐흐, 오랜만이에유."

"천 선생님, 말씀 좀 하고 오시지;;"

천종원 선생님이 말씀하신 포차집.

이미 한 번 방송 촬영을 진행했던 모양이다.

음식 실력은 문제가 없었다.

아주 가끔씩 있는 단순히 장사를 못하는 케이스다.

'가뭄에 콩 나듯이 있지.'

그래서 문제.

기왕 방송 촬영까지 왔다.

분량이 너무 없으면 섭한 노릇이다.

이곳만 없으면 모를까.

다른 집들도 스토리텔링 짜기가 좀 애매했던 모양이다.

"어때유? 장사는 좀 잘 돼유?"

"네, 선생님 덕분에 헤헤. 그런데 이쪽 분은……."

"정환 씨라고 오늘 헬프로 왔어. 술에 대해서는 나보다 잘 알거든~"

"어? 게임이 아니고요?"

어려운 퀘스트다.

단순히 포차집 사장에게 도움을 주라는 것만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뽑으라고.'

방송 분량 말이다.

음식이 아닌 술.

심지어 기성품.

지난 막걸리집과 달리 직접 만드는 곳도 아니다.

기존 골목식당 포맷에서는 힘들 만도 하다.

"게임이라니?"

"프로게이머 오정환 씨……, 맞죠?"

"프로게이머도 맞습니다."

"제가 SKY T1 광팬이거든요! 요번에 올스타전에서 활약하신 것도 진짜 하나도 안 빼고 다 봤어요!"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나오기도 한다.

30대 초반 정도.

사장님이 내 손을 꼭 부여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신다.

SKY T1이 워낙 유명하다.

롤드컵과 올스타전에서 활약한 것도 있다 보니 인지도가 생각 이상이다.

"감사합니다."

"무슨 소리야?"

"제가 권위 있는 세계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 대회에 나가 가지고."

"난 그렇게 안 해도 돼! 나도 게이머야. 늙다리 취급하면 섭해?"

나이 드신 분들은 모를 만도 하다.

하지만 천종원 선생님도 한때 와우저였던 걸로 알려져 있다.

'더러운 얼라였다고는 하는데.'

현재는 과거를 세탁하고 훌륭한 CEO 겸 방송인이다.

롤을 몰라도 대략적인 느낌은 아실 것이다.

설명을 한다.

프로게이머 활동을 했던 것.

흥미를 가지고 들으시기는 하지만.

"아~! 게임 대회에서!"

"심지어 롤드컵이에요 롤드컵! 상금 20억!"

"어, 진짜? 왜 안 말했어 그런 걸?"

"말할 타이밍이 없었어요."

이런 건 초반부 잠깐 빼고는 편집이 될 것이다.

골목식당이기 때문에 결국은 음식 이야기가 주가 된다.

'야피투게더처럼 잡담으로 때울 수 없다는 거지.'

식당을 대충 훑어본다.

천종원 선생님이 별소리 안 했다는 건, 음식의 질과 단가에서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는 소리다.

"혹시 괜찮으시면 대표 음식 몇 가지만 맛볼 수 있을까요?"

"당연히 괜찮죠! 근데 왜……."

"제가 술 쪽 페어링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국 술 쪽에서 찾아내야 한다.

벽에 걸려있는 메뉴판을 슬쩍 보자 문제점이 보인다.

『주류 메뉴』

참이슬 0.4

처음처럼 0.4

국산 맥주(카스, 하이트, 맥스) 0.4

수입 맥주(아사히, 호가든, 스텔라) 0.6

생맥주(하이트) 500cc 0.4

생맥주(블랑) 500cc 0.7

생맥주(기린) 500cc 0.7

청하 0.5

막걸리 0.4

매화수 0.4

음료수 0.2

쿨피스 0.2

너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ㅎㅎ 이런 느낌이다.

이런 선택장애 같은 메뉴판은 안된다.

"저도 약간 천종원 선생님 빙의해서 타노스 행세 좀 해도 될까요?"

"나 요즘 안 그래!"

음식과 술은 페어링이 중요하다.

서로 어울리는 상성이 있는 것이다.

'그걸 가게 주인이 추천을 해줘야지.'

이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 음식점이면 모를까.

술집은 특히 그렇다.

매출의 대부분이 주류에서 잡히기 때문이다.

술맛이 좋아야 더 많이 마시기 마련이다.

"아, 네……. 확실히 듣고 보니 메뉴판이 난잡하긴 하네요."

"나도 좀 뿌노스 마렵긴 해."

이렇게 눈 돌아가는 메뉴판에서는 시키기도 난감하다.

설사 시켰다고 해도 페어링이 맞아떨어질지.

'모른다는 거지.'

음식을 먹으면서 확인해볼 것이다.

음식 맛은 천종원 선생님이 보증해주셨으니 나는 술만 고르면 되는데.

"근데 이게 저도 대충 고른 게 아니라."

"그럼요?"

"추천을 받았거든요. 맥주 잘 아시는……."

"영업 사원이요?"

그것이 쉽지가 않다.

한국의 주류 업계.

굉장히 꼬이고 꼬여서 모르면 뒤통수 맞기 딱 좋다.

'엄밀히 따지면 불법인 게 대부분이지.'

관행화가 되었다.

우리 업계는 원래 이렇습니다만?

불법이라고 인식하지도 않고 있는 수준이다.

"네, 제가 생맥주 기계 들여올 때 많이 물어보고 골랐어요."

"아~ 이게 참."

"정환이 왜?"

"방송에서 말을 해도 될까 모르겠네요. 까딱 잘못하면 업계에서 찍힐 수도 있는데."

일반인들은 모르고 당해야 한다.

주류 쪽 전문가라고 하니 신뢰를 하고 구입하는 것이다.

'음식맛 까다로운 사람도, 술에 대해서는 허들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천종원 선생님만 해도 그러했다.

일반 자영업자들은 오죽하냐는 이야기다.

업계의 어두운 면을 조금만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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