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5화
<거품맥주>
골목식당.
"다른 맥주 비법 없냐고요?"
"네! 포차집에서는 해주셨잖아요~ 저희 집도 부탁드려요!"
거의 반고정이 되어 출연하고 있다.
어느 지역이든 주류를 취급하는 매장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전까지는 크게 조명을 안 했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다.
골목식당도 1년이 다 되었고, 방송 패턴도 슬슬 정립이 되어 간다.
천종원 선생님 혼자 캐리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끔씩 바톤을 건네받고 있다.
"제가 진짜 대깨맥인데 시즌2부터 씨지맥 방송 봤는데 너무 아쉬워요."
"봉합을 좀 하셔야 될 것 같은데."
쉬운 일이 아니다.
음식과 달리 주류는, 일반 주류는 짜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제한돼있다.
그런 프로그램이 괜히 없었던 게 아니다.
'뭐, 똥꼬쇼 해야지.'
알아서 잘 만들어봐야 한다.
일반 호프집.
대깨맥처럼 시그니처 생맥주를 서비스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준다.
콸콸콸!
이것은 딱히 거추장한 기계가 필요 없다.
차이점을 보여주기 위해 평범한 푸어링으로 생맥주를 따른다.
'잔을 기울여서.'
거품을 최소화해 3/4 지점까지 따른다.
서서히 잔을 세우며 자연스럽게 거품층을 형성한다.
"보통 맥주를 이렇게 따르죠."
"오~!"
"진짜 잘 따르시네요. 이렇게 예쁘게 따르기 진짜 힘들던데."
원칙을 지켜서 따르면 잔에 예쁘게 담긴다.
누가 봐도 마심직스러운 맛있는 맥주.
'맥주는 따르는 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있어서.'
푸어링(pouring)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탭스터라는 직업이 존재한다.
맥주를 최상의 컨디션으로 서비스하기 위함이다.
난이도도 어렵고, 일단 나도 완벽하지 못하다.
무엇보다 방송용으로 적합하지 않다.
육안으로는 차이가 안 나니 시청자들이 심드렁할 것이다.
우우웅~!
중요한 건 임팩트.
맥주를 따른다.
탭 핸들을 밀어서 거품이 가득 나오게 만든다.
"이렇게."
"오!"
"아니, 맥주를 다 버리는데?"
"거품만 버리는 거라서 보기보다 많이 버려지는 건 아니에요."
조금 특별한 푸어링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방송적으로 예뻐 보일 만한 것을 골랐다.
'먼저 거품을 1/3 지점까지 채우고.'
맥주가 나오는 꼭지를 거품 아래에 박는다.
황금빛 액체가 서서히 올라온다.
거품은 잔 밖으로 밀려 나온다.
그대로 버려지는 것이다.
아무리 거품이라고 해도 아깝게 느껴질 만하다.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맥주를 맛있게 따르는 방법이 여러 가지 많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어떤 거지? 난 7대3 비율만 알고 있는데."
"네, 그것도 목적은 같아요."
술은 공기와 닿는 즉시 산화한다.
위스키나 와인의 에어링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신의 물방울에 나오는 디캔팅도 같은 원리고.'
오래 숙성된 좋은 와인은 그렇게 공기와 닿으면서 맛이 열린다.
하지만 맥주는?
일반 맥주는 숙성 기간이 거의 없다.
따라서 공기와 닿는 즉시 맛이 떨어진다.
꿀꺽! 꿀꺽!
그것을 막는 테크닉이다.
미리 받아둔 거품 아래로 맥주가 쌓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일단 거품이 부드러운데요? 크림처럼?"
"게거품이 일어난 건 버려졌고, 부드러운 거품만 위에 남았거든요."
"이거 재밌네!"
공기와 한 번도 닿은 적이 없다.
산화가 일어나지 않아서 향이 더 오래 지속된다.
'맥주에 거품층을 만드는 것도 그래서고.'
맥주와 거품이 7 대 3.
외관상으로도 예쁘지만, 거품이 공기를 차단해주는 역할도 있다.
라는 것이 이론.
실제로는 그렇게 버라이어티한 차이는 없다.
한 잔을 1시간씩 두고 마실 게 아닌 이상 말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로 두면 좋겠는데?"
"네, 그래서 했죠."
"그럴 수 있으면 저는 정말 좋죠!"
하지만 그럴듯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얀 거품이 버려지는 과정이 예뻐서 볼거리도 제공할 수 있다.
'천종원 레시피 달라는 거랑 비슷한 거지.'
지난 대깨맥 맥주.
SNS를 타고 화제가 되었다.
자신도 그 포차집처럼 빠르게 성공하고 싶다.
"근데 이게 앞서 말씀을 드렸다시피 버려지는 맥주가 상당해요."
"괜찮아요, 그 정도는!"
"원가 부담이 될 수 있고, 바쁠 때는 따르는 과정도 꽤 번거로울 거예요."
"괜찮다니까요?"
그것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사장님 손에 달렸다.
난 방송 분량을 뽑았으니 되었다.
* * *
호프집 편.
〔예능 갤러리〕
―맥주 다 버리눜ㅋㅋㅋㅋㅋㅋㅋ
―저러면 진짜 더 맛있음?
―맥주로 별걸 다 하네 ㄷㄷ
―오정환 천종원 비교 이거 맞냐?
.
.
.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처음 에피소드가 결정 났을 때부터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러면 진짜 더 맛있음?
짜고 치는 거 아니야?
└먹어봐
└가보면 알겠지
└약 파는 거 같긴 한데 설명 들어보면 그럴듯함
└맥주 매니아면 시도해보는 정도
맥주는 일반 시청자들도 잘 안다.
20세 이상 성인 남녀 중 맥주를 안 마셔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음료수 마시듯이 퍼마시는 사람도 흔하다.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니 차별점을 주기 힘든데.
와아아아~!
짝! 짝! 짝!
골목식당 호프집.
노란 조명 아래에 손님들이 각자의 테이블을 잡고 있다.
잡담을 떠드는 대신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로 맥주를 따르는 탭이다.
우우웅~!
거품이 잔 밖으로 밀려 나온다.
손으로 떠먹고 싶을 만큼 예쁜 거품이 아깝게 말이다.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다.
보는 재미가 생긴다.
먹는 재미도 한층.
"자~ 생맥주 시키신 분!"
""오오오~~!""
"저희도 시켰어요! 빨리 주세요!"
특별한 과정을 거쳤다.
맥주를 더 맛있게 먹는 법이라고 TV에서 나왔다.
"진짜 더 맛있는데?"
"맛이 훨씬 진한 것 같아."
"이게 뭐 공기랑 안 닿아서 그렇다며?"
실제로 맛 차이가 별로 없더라도,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착각만이 아니다.
우우웅~!
따르는 것을 보았다.
정성스레 만든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설득력을 얻게 된다.
'이거 그냥 별맛 차이 없는 거 같은데.'
호프집의 사장 백다훈은 골목식당 출연 이후 영업이 잘되고 있다.
손님이 너무 많다.
대기표를 뽑아야 할 정도다.
가게가 오픈하기도 전부터 줄이 길게 서있다.
"여기 치킨이랑 북어포 언제 나와요?"
"치킨 지금 튀기고 있어요! 북어포라도 먼저 갖다 드릴까요?"
"네……."
그렇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바빠도 너무 바쁘다.
짜증이 좀 난다.
'아니, 음식 만들기도 바빠 죽겠는데.'
생맥주를 따라야 한다.
그 과정이 평범하게 따르는 것보다 배는 힘들고 오래 걸린다.
그게 뭐 대수일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장사를 하면 할수록 피로함을 느낀다.
실질적인 사정도 있다.
"사장님, 저 가볼게요~"
"아니, 잠깐만."
"네?"
직원을 써야 한다.
다훈은 주방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는 알바생을 황급히 불러 세운다.
"기태 니가 모른다고 해서 탭 청소를 내가 하고 있는데, 사장이 하는 거 보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 네……."
"모르면 배워야지. 언제까지 안 하려고 할 거야?"
10평 남짓한 좁은 호프집이다.
치킨을 미리 초벌해두기 때문에 조리 과정은 지극히 간단하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맥주가, 그놈의 맥주가 너무 오래 걸린다.
'시켰더니 못 한다고 지랄 발광을 하고.'
심지어 가르쳐줘야 한다.
거품 맥주를 따르는 방법을 모르고, 어찌저찌 시켜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
그래서 자신이 주방과 홀을 왔다 갔다 하며 일하고 있다.
알바는 아주 편하게 안주만 만든다.
"놀러 온 게 아니잖아?"
"네……."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슬슬 감 잡을 때 됐잖아?"
누가 상전인지 모르겠다.
사장인 자신이 일을 더 열심히 한다.
월급을 꼬박꼬박 줘야 하는 주제에 말이다.
우우웅~!
결국 연습을 시킨다.
알바를 홀에 세워두고 자신은 편하게 재벌 치킨을 튀긴다.
"여기 생맥주 2잔이요!"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장사는 더 잘되고 있다.
단골도 제법 생겼고, SNS 파급력은 생각 이상이다.
「김인싸」
1일 전。
#골목식당#호프집#거품맥주
[술자리 인증. jpg]
알바생이 맥주를 내려주네요
그래서 약간 서툰 느낌?
사장님은 주방에서 요리하나 봐요 ㅎㅎ
―헐 그럼 맛은 어때요?
「김인싸」― 맛은 지장이 없어요~ 확실히 진하고 탄산도 오래 가네요! 근데 버려지는 맥주가 아까운 느낌?
―거기 궁금했는데 나도 담에 가봐야겠다 ㅋㅋ
―사장 대깨맥 맞음?
처음 보는 손님들은 대개 맥주를 기대하고 왔다.
골목식당 이후에도 2차, 3차로 퍼져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다.
'일단 가게 확장은 반드시 해야겠는데.'
그래서 더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원가 계산.
천종원이 뿌노스와 함께 항상 신경 쓰는 부분이다.
우우웅~!
알바생이 따르는 맥주.
자신이 따를 때보다 많은 양이 버려진다.
자기 가게 아니라고 함부로 하는 것이다.
'가격을 올릴 수도 없고.'
다른 골목식당 가게들도 그러했다.
방송을 탄 대신에 시청자들의 감시를 심하게 받는다.
가격이 조금만 올라가도 지랄발광을 한다.
그러한 전례를 봤으니 신중하게 된다.
'알바도 더 써야 할 테고, 체인점까지 내면.'
실제로 문의가 온다.
가게 이름만 빌려주면 자신들이 어떻게 해보겠다.
사업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천종원이 어째서 그렇게 원가에 목을 매는지 알겠다.
자신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 * *
소문이 난다.
「007골든핑거」
1일 전。
#골목식당#호프집#거품맥주
[호프집 공사. jpg]
호프집 장사 잘되나 보네요~
옆가게 인수해서 확장시킨 듯?
―갈 때마다 좁아서 답답했는데 오 ㅎㅎ
―이제 줄 안 서도 되나요?
―여기 확실히 맛있음. 생맥주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달라요―오픈 이벤트도 한다던데 사장님 마인드가 좋음!
골목식당에 나오는 가게.
해당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에도 세간의 관심을 꾸준하게 받는다.
잘하는지, 못하는지.
못하는 집이 압도적으로 많다.
잘하는 집이 이목을 독차지하는데.
웅성웅성
5시에 오픈하는 호프집.
가게 안을 두 번 채우고도 남을 만큼 길게 줄이 서있다.
"오래 기다리셨죠? 지금부터 영업 시작하겠습니다!"
""오오오~!!""
평소에도 인기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금일 오픈 기념으로 하는 이벤트 때문.
「거품맥주」
1일 전。
#골목식당#거품맥주#오픈이벤트
안녕하세요 거품맥주입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드디어 가게 확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ㅎㅎ기다리시는 손님분들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는데 이제는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자 합니다~
.
.
.
세상에 공짜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그것이 큰 화제가 되었던 맥주 때문이니 더더욱.
"맥주 무한 리필 가능해요 정말?"
"저 3잔 먹을 건데!"
"난 5잔!"
"사장님 안 남으시는 거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남습니다."
""오오!!""
타 가게 대비 비싸다.
여러 잔 흠뻑 취하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런데 무한 리필 이벤트.
무려 1주일간 진행한다고 한다.
생각만 있던 손님들도 이번 기회에 찾아온다.
"어?"
"왜?"
"맥주 따르는 거 보고 싶었는데…… 주방에서 가지고 오나 보네."
"그러게. 보고 싶었는데."
TV에서, SNS에서 핫했던 맛집.
선망하게 되는 건 단순히 맛이 궁금해서가 아니다.
특유의 감성이 있다.
인스타 감성이라는 소리가 생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방 구조도 효율적이고, 맥주도 대충 따라도 되고 얼마나 좋아.'
그것을 무시한 가게 설계.
소문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