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7화
콸콸콸!
생맥주 따르는 법.
신경을 잘 안 쓰는 부분이다.
어떻게 따르던 결국 맛은 같은 게 아닌지.
"음식에 보면 플레이팅이라고 있잖아요? 모르시는 분들도 은연중에 분명 신경을 쓰셨을 텐데."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천종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더백코리아 소속 가맹점 사장 중 지원을 받았다.
타악!
왕도의 방법으로 따른 맥주를 테이블 위에 놓는다.
초등학생 때 빨던 맥주 사탕이 생각 나는 한 잔이다.
"음식을 담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맥주가 이렇게 예쁘게 올라오면 기대감이 생기게 되거든요."
""아~!""
플레이팅.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음식을 최대한 예쁘게 담는 방법이다.
'고급 레스토랑 가면 접시에 막 그림을 그려 놓잖아.'
그 정도까지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한다.
오징어덮밥도 처음부터 스까덮밥 형태로 내놓지 않는다.
마찬가지의 맥락.
생맥주도 예쁘게 서비스해야 한다.
술은 음식보다 한 차원 더 나가는 측면이 있다.
우우웅~!
그 맥주.
거품부터 잔에 채운다.
황금빛 액체를 아래에서부터 천천히 밀어 넣는다.
""오…….""
사장님들이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보신다.
화제의 푸어링을 배운다는 것과 버려지는 맥주.
"거품 흘리는 게 좀 아깝죠?"
"네, 솔직히……."
""하하하!""
한 사장님이 다른 사장님들을 대표해서 말씀하신다.
웃고 있는 사장님들도 사실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는 거야.'
칵테일 바.
가보면 돈 아깝다는 생각이 반드시 든다.
술에 대해 알고 있을수록 더더욱이다.
극소수의 몇몇 바를 빼면 기주가 대부분 싸다.
한 병에 5천 원~ 2만 원 정도의 술을 쓴다.
『칵테일 메뉴』
모히또 1.2
마가리타 1.1
야스 온 더 비치 1.1
깔루아 밀크 1.1
진토닉 1.0
그래서 나온 결과물이 한 잔에 최소 1만 원.
얼음 가격까지 따져도 원가율이 1~2할일 것이다.
"바 아시죠? 바텐더?"
""네~~!""
"바텐더들이 칵테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유가 크게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신뢰다.
이 술에 장난질을 치지 않았다.
음식으로 따지면 주방을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다.
'원산지까지.'
술은 라벨만 봐도 대략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사장님들이다 보니 단박에 이해를 하신다.
그리고 나머지 한 가지는.
우우웅~!
다시 한 잔을 따른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간다.
차를 안 가지고 온 사장님을 찾아서 드린다.
"맛이 어떠세요?"
"어……, 일단 들은 대로 거품이 부드럽고요."
"네."
"향도 뭔가 진한 것 같아요. 어, 확실히!"
맛있다고 느낀다.
이 맥주를 내가 엄청난 비법으로 따랐기 때문만이 아니다.
'봤잖아.'
어떻게 따르는지.
거기서부터 기대감이 싹튼 것이다.
맛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위스키나 와인도 라벨을 가리고 마시면 대부분 구별하지 못한다.
일반인은 물론 소믈리에조차 실수를 한다.
그만큼 기대감에서 기인하는 부분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사실 맛 차이가 버라이어티하게 나진 않아요."
"그, 그런가요?"
"근데 실제로 그렇게 느끼셨죠?"
"네……."
"앞서 따르는 과정을 보면서 기대감에 부푼 상태로 마셨기 때문에 더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거예요."
그것을 없앴다.
호프집이 저지른 가장 큰 미스다.
장난질을 쳤고 말고는 사실 두 번째로 차치한다.
'술 장사는 단순히 술을 파는 장사가 아니야.'
사실 술을 마실 거면 집에서도 충분히 마실 수 있다.
그럼에도 굳이 술집에 가는 건, 2차·3차 달리는 건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그 왁자지껄한 느낌이 좋다.
즉, 즐거움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신뢰와 즐거움, 양쪽 다 깎아 먹었다.
"만약 자신의 가게에서 이 맥주를 서비스하고 싶은 사장님이 계신다면 이 부분을 반드시 신경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네~!""
의심이 불거진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설사 정말로 제대로 된 거품 맥주를 서비스했다고 해도 손님 입장에서 만족도가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사전 설명.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장사는 현실이기 때문에 타협을 하기 쉽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거지.'
대표적으로 거미새라면.
거제도 특산물인 흑새우를 사용한 얼큰하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사장 마음대로 값싼 분말새우로 대체했다.
더 많이 넣으면 손님들이 모르지 않을까?
설사 진짜 몰랐어도 문제다.
특산물을 뺀 특산물 라면을 팔고 앉았으니 망하는 건 당연하다.
우우웅~!
뭐든지 원리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변형을 하든, 원가 절감을 하든 할 수 있다.
그 점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느낌이 쎄하더라고.'
호프집 사장.
사고를 치면 사고를 치는 대로 콘텐츠로 뽑아낼 수 있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
SNS와 유튜브를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그것을 최종적으로 회수한다.
덕백코리아 가맹점들이 수혜를 본다.
"대강 어떻게 따르는지 아셨죠?"
""네~""
"한 분씩 나와서 해보실 거예요. 숙련된 조교분들이 맨투맨으로 가르쳐주실 겁니다."
가르쳐줬는데도 사고를 치면 기분이 찝찝하고 말이다.
물론 나도 수혜를 본다.
'당연히 공짜로 하는 게 아니지.'
소정의 수고비를 받는다.
진짜는 천종원 콘텐츠를 찐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
유튜브 어그로가 아닌 진짜 말이다.
* * *
큰 이슈가 된다.
<시청자 여러분 생맥주 좋아하시죠? 그런데 최근 용량을 속여 파는 양심 불량 가게들이 늘어나 화제입니다. 이민영 기자입니다.>
CBS 뉴스.
SNS를 중심으로 일어난 한 사건을 조명하고 있다.
〔소비자원 조사 결과 (강남역, 홍대역 등 서울 6개 지역 총 90곳)〕 500cc → 435cc
2000cc → 1544cc
3000cc → 2309cc
주문량보다 평균 13~23% 부족하다.
소비자들의 의혹이 정말로 사실이었다.
<서울 을지로의 일명 노가리 골목입니다. 기자가 직접 시킨 생맥주를 비커에 따르자 이렇게 500cc가 되지 않습니다.>
서민들이 분노할 만한 화제.
뉴스에서는 이렇게 조사를 하여 내보내기도 한다.
괜히 알면 찝찝하다.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서 생맥주를 시키는 게 불편해지는데.
우우웅~!
그렇지 않은 가게도 있었다.
한 호프집의 내부가 비춰진다.
직원이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어느 호프집에 가도 굉장히 흔하게 볼 수 있을 광경이다.
그런데 방법이 조금 특이하다.
<저희 CBS 골목식당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되었던 맥주입니다. 해당 레시피를 전수받았던 점주는 물의를 빚고 현재 잠정 휴업 중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설명을 한다.
시청자들이 웬만하면 다 알고 있을 프로그램이다.
골목식당은 전국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뒤따라올 수밖에 없다.
<천종원 대표는 책임감을 느끼고, 더백코리아의 가맹점에서 이 거품 맥주를 기존의 생맥주와 같은 가격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한발 빠르게 대처했다.
천종원을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CBS까지 지원 사격을 한다.
〔유튜브〕
「뿌슝빠슝TV. 천대표님 가게? 천스비어 방문해봤습니다(솔직 후기)」 ― 조회수 20만 회 · 1일 전 「맛상무. 화제의 거품 맥주! 이제 동네에서도 먹을 수 있네요」 ― 조회수 32만 회 · 2일 전 「병신TV. 거품 맥주, 진짜 거품입니다」 ― 조회수 5만 회 · 9시간 전 「이슈PD. 천종원 말 무시했던 골목식당 사장님들의 충격적인 근황 ㄷㄷ」 ― 조회수 51만 회 · 5일 전
그리고 유튜브.
골목식당은 2차 파급력이 매우 큰 프로그램이다.
먹방의 유행과도 맞물린다.
먹방 유튜버가 엄청나게 많이 생겼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는 어그로를 끌 수 없다.
때문에 골목식당은 인기가 있다.
방송에 나온 음식점들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콘텐츠가 된다.
<맥주가……,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제가 웬만하면 맥주는 원샷 안 하는데 꿀떡꿀떡 넘어가네요!>
<뿌슝빠슝♬ (인트로 중)>
<솔직히 이게 6천 원이면 갸우뚱할 텐데 3천 원이에요. 천종원 대표님께 감사하면서 맛있게 사 마십시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다면 더더욱이다.
이미 수많은 유튜버들이 떡밥을 물었다.
그것이 고스란히 연결된다.
더백코리아의 가맹점에 방문하며 자발적으로 홍보를 해준다.
『오정환』 구독자 250만 명
「오정환. 천종원 제대로 하고 있나? 점검 나왔습니다」 ― 조회수 292만 회 · 5일 전
그중에서도 가장 어그로가 끌리는 곳.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인 오정환이었다.
〔예능 갤러리〕
―뭔 맥주 따르는 걸로 교육까지 함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은 골목식당으로 복귀 제대로 했네
―오정환, 천종원 비교 이거 맞냐?
―천가놈 또 방송 이용해 먹는 줄 알았는데
.
.
.
해당 에피소드.
솔루션을 맡은 건 천종원이 아닌 오정환이었기 때문이다.
화제가 뜨거워질수록 인지도가 상승한다.
―천가놈 또 방송 이용해 먹는 줄 알았는데
오정환이 가맹점 솔루션 해준 거였네
그럼 ㅇㅈ이지
└니가 뭔데 ㅇㅈ하고 말고임
└예붕아……
└그냥 했으면 욕먹을 만했지. 호프집 사업 아이템 뺏는 거니까. 근데 이번엔 호프집이 병크를 터트린 거라 └동네에 천신포차 있어서 잘 먹고 옴
실질적인 관계도 있다.
단순히 유명인을 이용해 어그로를 끌은 게 아니다.
방송적 친분.
사업적 연관성.
천종원과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자랑한다.
―뭔 맥주 따르는 걸로 교육까지 함ㅋㅋㅋㅋㅋㅋㅋ
하면서 들어갔는데 영상 보고 납득당함
└정론이더라
└호프집 왜 망했는지 저격하는 느낌이라 재밌었음ㅋㅋㅋㅋㅋ└골목식당에선 왜 안 말했을까?
글쓴이― 백날 말해도 망할 새끼는 망함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유명해서 유명한 유튜버들과 달리,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인지도다.
사실상 연예인 취급.
일반 인플루언서들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을 받지만.
―세미누나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오늘 기분 안 좋아? ㅠㅠ
"방금까지 안 좋았는데 세미 누나 덕분에 내가 산다. 나 조금만 더 우울해볼까?"
―아 모래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3만 개!
―남훈이 방에서 3만 개로 놀라는 애기도 있네 ㅎㅎ
―저렇게 쏴도 열혈 5위가 안 돼?
수익은 별개다.
연예계가 아무리 화려하고, 연예인들이 아무리 유명해도 소수의 스타를 빼면 수입이 불안정하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기 이름으로 사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에 반해 자신은.
'나도 연예인 친구 많은데.'
남훈은 파프리카TV 최고의 남캠으로 불리고 있다.
월 수익은 수억 원이며, 많을 때는 10억도 넘어간다.
주변 인맥도 화려하다.
클럽에서 종종 만나는 연예인 형·동생들에게 듣기로 그들의 생활은 상상과 다르다.
"나 이번에 람보르기니 하나 뽑았는데, 그거 다음 달에 오거든? 보조석에 한 명 태울 여자도 구해야겠다."
―갑자기?
―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나
―남훈이는 말하는 것마다 설렘ㅎㅎㅎㅎㅎ
―와 저번엔 아우디 타지 않음?
자신보다 못난 것이다.
세간에서 떠받들어줘 봤자 수입도 변변찮고, 스포츠카 한 대도 못 뽑는 하찮은 인생이다.
'그런데 대체 왜!'
그렇기에 불만이 쌓여갈 수밖에 없다.
파프리카TV 별풍선 랭킹 1등은 자신.
2위와의 격차는 하늘과 땅이다.
그럼에도 최고의 BJ를 거론할 때 자신의 이름이 들리지 않는다.
오정환.
남훈의 열등감은 터질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