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72화 (772/846)

772화

BJ시아의 방송.

―사랑한담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지금 주호가 여캠 모집한다고 난리 남 ㅋㅋ

"진짜요? 나도 한번 지원해볼까."

―올

―시아 클라스면 무조건 붙을 듯 ㅋㅋ

―남사단 가는 거임?

―남캠이랑 콘텐츠라……

보라판은 협업이 기본이다.

그 이전에 혼자서 방송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심심한 일이다.

'주호 오빠랑은 아는 사이니까.'

이제 막 여캠 흉내를 내고 있는 그녀에게는 진입 장벽이 낮다.

마치 대학교 동아리 느낌.

주호는 남훈의 생일 파티에 초대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아는 사이라서 말을 꺼내기 편했는데.

〔BJ주호 오빠〕

―오빠

―저 이번에 오빠가 콘텐츠 진행하는 거 신청했어요!

「어 그래」

잘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도 그럴 게 사석에서 만났을 때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내가 이 판 잘 아는데 너 정도면 무조건 떠.》

《오빠가 신경 써줄 테니까 오빠가 믿고 따라와라?》

보라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그런 이해도는 전혀 가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저 오빠랑 잘 지내면 방송도 잘 풀리겠구나.

학교에서도 믿고 따라갈 만한 선배가 한 명씩은 있다.

〔주호 오빠〕

―오빠 저 참가자 명단에 없는데요

―참가 신청했는데

「안 뽑혔나 보지」

그랬던 주호 오빠.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아볼 수밖에 없다.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거 맞지……?'

살면서 이런 취급을 당해본 적이 없다.

시아는 중학교, 고등학교 남녀 공학을 다녔으며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너무 놀림을 받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이내 깨닫게 된다.

예쁘게 태어나서 다행이다.

사랑받는 삶을 자라왔다.

주위에서 호의를 받는 게 당연했다.

그 당연함이 사라지게 되자.

「캠방) BJ시아. [수원 21살 신입여캠] 리액션혜자_소통맛집!」_ ?22명 시청

시청자 수가 급감한다.

알게 모르게 자신을 언급해주고 밀어주던 보라BJ들이 손절을 한 결과.

'…….'

시아로서는 영문도 모른다.

처음 여캠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러했다.

그냥 방송을 키고, 재미가 들려서 며칠 하다 보니 연락이 왔다.

주호 오빠.

그 외에도 몇 명 있다.

자신이 방송 재능이 있다며 일류 여캠감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방송 관련해서도 많이 도와줬다.

여캠은 어떻게 방송을 해야 하는지.

여캠이 잘만 정착하면 얼마나 돈이 되는지.

『카카오 토크』

〔BJ주호 오빠〕 ?

〔BJ운재 오빠〕 오빠 전에 말했던 거 있잖아요

〔BJ시원 오빠〕 바쁘세요……?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주호 오빠를 비롯해 다른 BJ 선배 오빠들도 말이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

'뭐야, 대체. 다 짜고 저러는 거야 설마?'

그들의 꼬임에 넘어가 휴학까지 저질렀다.

아니, 사실 BJ로 성공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었다.

1학년을 즐겁게 마치고 겨울 방학이 되자 생각이 많아졌다.

2학년부터는 마음 잡고 학점을 따야 한다.

3학년부터는 이제 취업 준비다.

잊고 지내던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선배들에게 여러 가지 듣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선물 받은 개수」

? 별풍선 : 301

여캠은 도피처였다.

확실히 수익도 괜찮고, 자리만 잡으면 대기업 직장인 뺨을 친다.

자신이 여캠 재능도 있다고 들었다.

앉아서 받는 별풍선의 맛에 빠져들었는데.

'이럴 거면 그냥 알바를 하고 말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고 나서야 조금씩 파악된다.

지금까지 번 건 자신의 재능이 아니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자 뭘 해야 될지 하나도 모르겠다.

열어보면 항상 한두 개씩 와있던 쪽지도.

『받은 편지함입니다. (읽지 않은 쪽지 1통)』

「안녕하세요 시아 님ㅎㅎ 혹시 페이만남 관심 있으신가요? 주 1회씩 용돈 벌어가신다고 생각하시고…….」

이상한 것 빼고는 오지 않는다.

사람은 가진 걸 잃었을 때 가장 힘든 법이다.

'나 어떡하지…….'

꿈이 사라졌다.

일장춘몽.

편하게 돈을 벌며 화려하게 소비한다.

맛있는 거 먹고, 예쁜 거 입고, 그것을 자랑하면 별풍선을 쏴준다.

인생의 선택지 중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아직 2월 말.

복학의 선택지가 남아있지만, 어떤 길인지 알고 있기에 마음이 무겁다.

털썩!

이미 극락을 맛봤다.

방송을 마친 시아는 침대에 주저앉는다.

생각 이상으로 힘이 풀린 탓에 엉덩이가 아플 지경이다.

평소였다면 깜짝 놀랐겠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그대로 누워서 너부러진 이불을 꼭 끌어안고 생각에 잠긴다.

'자고 일어나면 다 없던 일이 되어있으면 좋겠다.'

아직 이른 저녁.

그럼에도 피곤해진 정신이 지친 몸을 잠으로 인도한다.

그 오빠들이 아니어도 다른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시아?"

"완전히 찍혔더라 남훈한테."

"으음……."

당연하게도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보라판은 좁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 건너건너 전해 듣는다.

'그렇게 어리고 예쁜 년 드물긴 한데.'

BJ김진우는 얼마 전 남훈에게 반기를 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여러 BJ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하지만 적정선까지다.

아예 척을 지겠다는 것이 아니다.

보라판에는 영원한 아군도, 적도 없다.

"걔 약간 내 첫사랑 닮아서 설레더라. 내가 좀 구제해줄까?"

"아서라."

"뭐?"

맞은편.

최은호가 앉아있다.

그도 칠무해의 말석에 들 만큼 영향력 있는 BJ다.

자신이 한 소리 하자 인상을 팍 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는 입장이다.

'아니, 이 새끼가 은근히 기어오른단 말이야.'

이처럼 언제 또 사이가 틀어질지 모른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면 언제든 적과의 동침이 가능한 게 보라판이다.

"뺏어 먹겠다는 얘기가 아니잖아."

"아니, 뭐 꼭 그러겠다는 건 아니고……."

"생각을 해봐! 남훈이가 지 꼬붕까지 시켜서 견제를 하는데."

여자와의 동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 뭣 모르고 방송을 시작하는 신인 여캠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년들도 말고.'

세상 물정 모르는 파릇파릇한 년들은 꼬시기 쉽다.

띄워준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넘어온다.

"그렇긴 하겠네."

"딱 보면 알잖아. 오정환한테는 못 개기니까 걔한테 화풀이하는 거지."

"잘못 건들면 불똥 튀겠다."

그중에서도 예쁜 애들은 로또 같은 것이다.

시아의 존재를 뒤늦게 확인했을 때는 아차 싶었다.

'남훈한테 찍힌 애를 건들긴 좀 그렇지.'

그것도 이전까지의 일.

최근 보라판에서 위세가 등등한 남훈과 척질 일을 만들고 말았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마찬가지다.

이 좁은 보라판은 한 번 찍히면 살아남기 힘들다.

괜히 연관됐다가는 자신도 밉보일 수 있다.

남훈의 반발을 감수하고 자기 라인으로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

"간만의 대박 같았는데."

"조급할 거 있어? 세상에 널린 게 여잔데."

"그렇긴 하지."

제법 반반한 게 아깝기는 하지만 어차피 그런 년들은 계속 들어올 것이다.

개인 방송의 시장은 날이 갈수록 커간다.

'돈 쉽게 벌고 싶은 멍청한 년들도 날이 갈수록 많아지고.'

지금의 자리만 유지한다면 정말 몇 명이고 잘 수 있다.

보라BJ들의 가장 큰 낙.

째액! 째액!

그러한 보라판의 섭리를 알 리가 없는 시아가 일어난다.

일어나자 창문 밖이 밝다.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었다.

한나절을 넘게 곯아떨어져 잤던 것이다.

'…….'

그럼에도 몸이 찌뿌둥하다.

너무 많이 자면 오히려 그렇기도 하다.

단순히 컨디션 문제만이 아니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

잠을 자고 일어난다고 바뀌는 건 당연히 없다.

다른 구체적인 방법도 떠오르지 않는다.

털썩!

이불을 다시 덮는다.

어차피 변하는 게 없다면 잠이라도 더 잘 생각이었는데.

'아니, 솔직히 내 잘못도 아니고…….'

도저히 잠이 안 온다.

이미 13시간이 넘게 숙면을 취했기 때문.

그것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볼수록 억울하다.

시아도 대략적인 사정은 파악했다.

'뭔가 시기하는 느낌이던데.'

오정환에 대해서는 모를 리가 없다.

파프리카TV 하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르는 BJ다.

예능에서도 상당히 좋아했다.

엄청 대단한 BJ 선배구나.

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생일 파티에서 거리감이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도 먼저 선뜻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데 자신이 이야기를 나눴다.

그 내용을 방송에서 말까지 했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그것 때문이 아닐지.

"아!"

그렇다면 더 억울한 노릇이다.

짜증이 북받친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소리친다.

자신의 잘못일 수 있다.

주위의 분위기를 제때 읽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좀 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원망 어린 마음이 안 들 수가 없다.

이 모든 사태의 장본인.

다름 아닌 오정환이다.

까톡!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시아는 그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 * *

필연적인 일이다.

'보라판 애들이 얼마나 찌질한데.'

방송이라는 특성상 수많은 시청자가 본다.

자존심이 상했을 때 타격이 더 크다.

그것을 참지 못한다.

뇌가 고등학생에서 멈춘 애들이 솔직하게 대부분이다.

"아, 그런 일이 있었네요."

"네……."

"일단 들어와요."

반드시 표면으로 드러난다.

표정 관리가 안 되는 건 기본이고, 손절을 하거나 앞담을 까는 일도 흔하다.

'너무 흔해.'

정치라고 해봤자 수준 낮은 것이다.

머리만 조금 커진 애들 싸움이라고 보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름 어른.

개기면 어떻게 되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나를 대신해 화풀이를 했다.

또르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꺾인 당사자.

시아가 그렇게 되리라는 것은 예상이랄 것도 없었다.

'차라리 예상이 틀렸으면 했지.'

보라판이 조금 더 성숙해졌다는 방증이었을 테니 말이다.

차를 한 잔 내려준다.

"입맛에 좀 맞아요?"

"네, 맛있어요."

"다행이네."

"아!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연상이시니까."

싱숭생숭한 기분을 달래기에는 차만 한 것이 없다.

좋은 성분이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뜨겁다.

차를 식히면서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진중해진다.

어두웠던 표정에 생기가 돌아온다.

'이런 애들이 참.'

사실 보라판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아치들 모인 곳에서 여자들이 어떻게 취급되는지.

요즘은 X이버 웹툰만 봐도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방송이 갑자기 힘들어졌어?"

"네, 그게 좀 기분이 탓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네?"

"오빠가 뭐 어떻게 해달라고?"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제대로 된 업계다.

개인 방송이 워낙 시대적 흐름을 잘 탔기도 하다.

'돈 쉽게 버는 줄 알고 오는 애들은 계속 있어.'

공을 좀 들이면 거의 반드시 할 수 있다.

그 맛에 보라BJ를 하는 애들도 상당히 많다.

"그러니까 그냥……."

"그냥 뭐?"

"아니, 그게……."

"똑바로 말을 안 하면 몰라."

"후우……. 제가 잘 알고 하는 말은 아닌데요. 뭔가 남훈 님 그룹에 미움을 받은 것 같아서."

그런 애들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말 천인공노할 쓰레기들이 아닐 수가 없다.

'사람이 책임도 못질 짓을 하면 안 되지.'

이렇게 순진한 애들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겨우 BB크림 하나 발랐을 텐데도 피부가 뽀얗다.

"확실한 건 아니고 그냥 추측인데."

"그럴 수 있지."

"그, 그래요?"

쭈뼛쭈뼛대며 자기 원하는 건 다 말한다.

요약을 하자면 "해줘".

'해줘의 세대긴 하지.'

대학교 신입생 여자애들이 많이 보이는 표정을 짓는다.

자기는 잘 모르겠으니까 어떻게든 해달라.

"도와줄 수는 있는데?"

"진짜요? 아 감사합니다!"

"대신 오빠 말대로 해야 돼."

"?"

못된 버릇을 조금 고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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