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3화
<흉가 체험>
콰득!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무심코 내디딘 발걸음 위치에 상정하지 못한 물체가 있었다.
"꺄아아아!! 오빠, 여기 너무 무서워요 빨리 나가요 빨리!"
"니가 젤 무서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나무 같은데 ㅋㅋ
―엄살 개오진다 ㅇㅈ?
―아니 이게 방송 화면이라 그렇지 시아 시점에서 개무서움
손전등으로 바닥을 살펴보자 다 쓴 곽티슈였다.
분리수거 하기 좋게 꽉 눌러 밟았다.
'사람이 안 사는 집이라 망정이지.'
야외 콘텐츠.
최근에는 안 한 지 좀 됐다.
하지만 예전에는 간간이 진행했다.
시아와 함께 나왔다.
방구석에만 있으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별로 안 무섭잖아?"
"이게 안 무서워요? 미쳤어요? 진짜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은데 으흐흑……."
애가 좀 아파 보인다.
마음의 병도 병이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와보기로 했다.
―에비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 CNN 선정 세계 7대 괴기 장소 아님?
"맞습니다. 한국의 자랑이죠."
"거봐요 진짜 아악!"
―포브스 선정이 아니고?
―한국의 자랑ㅋㅋㅋㅋㅋㅋ
―이왜진……
―저기서 소리 지르는 깡다구가 더 놀라운데?
곤지암 정신병원.
불이 안 들어오고, 건물이 오래됐다는 단점은 있다.
"그래도 의사 선생님들도 있고, 간호사 선생님들도 있잖아."
"대체 어디요."
"안 보여? 저기도 계시고, 카운터에도 있고."
"아, 진짜 그러지 마요오!"
그리고 사소한 에피소드 하나.
병원 운영 당시 이유 없는 사고와 자살이 많았고, 의사들이 환자들로 실험을 했고, 폐원 후에도 종종 비명이 들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가끔씩 오면 기분 전환하기 좋지.'
방송 콘텐츠로도 안성맞춤이다.
흉가 체험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것 같으면서도 사실 대중적인 콘텐츠이기도 하다.
―미스테리덕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 환자들이랑 원장이 집단 자살했다고 함
"아아아아아~"
"그랬다고 하네요. 여기저기 머리카락이 많은 것 보니까 여성 환자분들이 많았나 봐요."
―안들리~
―오정환 왜캐 담담함ㅋㅋㅋㅋㅋ
―여기 진짜 유명한 곳인데
―여캠이랑 있어서 가오 잡는 거지 형?
심지어 터는 형무소였다고 한다.
사형이 집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원한이 서려있다.
'그런 거 재밌잖아.'
옛날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전설의 고향.
그 외에도 무속인이나 흉가 관련 방송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급속히 사그라든다.
사람들이 미신이라든가 초능력에 대해 관심이 없어진 것이다.
「야외) 오정환. 여캠이랑 흉가 왔습니다」_ ?60, 892명 시청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이다.
기성 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신세대 신선한 콘텐츠로 해석된다.
"여기 머리카락이 왜 있어요? 썩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진짜 저주 들렸어!"
"원래 머리카락은 잘 안 썩어."
오래된 미라 같은 걸 보면 백골과 함께 머리카락이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머리카락의 큐틸클층이 수분의 유입을 막아주기 때문이지만.
파삭!
이렇게 발로 살짝 차면 부스러진다.
형체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머리카락이 있는 이유는 나도 궁금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머리카락을 흘리고 다녔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쿠궁!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와 동시에 시아가 문밖으로 혼자 도망치려고 한다.
"진정해."
"진짜 오기 싫었는데……. 으흐흑."
―야 쟤 운다 ㅋㅋ
―진짜 우는데?
―헐 울림
―오정환 왜 이렇게 침착하누
단순히 나무 테이블이 부숴졌을 뿐이다.
오래되고 썩었다 보니 쿵쿵거리며 돌아다닌 충격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년이 지랄발광을 한 것도.'
이러한 역할도 필요하다.
리액셤 담당.
공포 예능이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런 년들이 제일 무섭다.
"보통 너 같은 애가 제일 먼저 죽지 않냐?"
"아뇨, 저 절대 안 죽을 건데요."
"그러는 애가 갑자기 하아!"
"아, 진짜 그러지 마요 제발 으흐흑……."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 계속 추임새를 넣고 있다.
그것에 익숙해져서 마음을 놓았을 때.
―보라빅큰손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오늘 오정환 콘텐츠 대박이네 ㅋㅋ
"큰손 님 1만 개 감사합니다! 보라 방송도 가끔씩 진행을 해봐야겠네요."
―제발
―오정환식 보라는 ㅇㅈ이지
―진짜 왜 안 함?
―하기만 하면 진짜 캬
뭔가 터지는 재미가 있다.
어쩌면 그래서 짜증 나는 캐릭터를 넣는 걸지도 모른다.
'물론 가장 큰 건 시청자 때문이겠지만.'
공포 영화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침착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정말 정신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한테 맞는 캐릭터가 필요하다.
영화의 몰입감을 올려주는 요소일 것이다.
현재 방송도 그렇게 진행된다.
시끄러운 애를 데리고 병원 내부를 돌아다닌다.
"오빠가 먼저 가요."
"그럴까?"
"이상한 거 나오면 오빠 버려두고 도망갈 거예요."
"뒤돌아봤는데 너 사라져있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아앙~!"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빛이 안 통하기 때문에 완전히 으슥하다.
폭도 좁아서 한 명씩밖에 통과할 수 없다.
'탐험하는 재미가 있지.'
이런 흉가 콘텐츠.
처음 해보면 누구나 무섭다.
방송에서는 시청자가 떠들어도, 현실에서는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어디 이상한 소리 안 들려요?"
"그러게."
"아니, 왜 갑자기 침착한 척 안 해요?"
"물어봐서 대답한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맥이누
―여캠 반응 찐텐이라 졸라 재밌네 ㅋㅋ
여자랑 다니면 재밌는 감이 있다.
첫 데이트의 공식이 공포 영화일 만도 하다.
'무거워 죽겠네.'
하도 매달려서 조금 무겁기는 하다.
뭔 일이 있을 때마다 자꾸 팔을 잡는다.
보들보들하고 몰캉몰캉한 무언가.
대놓고 비비는 것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다.
"오래돼서 그런지 썩은 내도 좀 나고."
"엄마야!"
"물건들도 썩어서 잘 부숴지네. 아마 그런 소리겠지."
풋풋하다.
어린 애들과는 노는 것은 확실히 재미가 있다.
케케묵지 않은 신선한 반응.
'이런 게 터져주면 좋은데.'
그것이 쉬우면 모든 신인BJ들이 다 성공했다.
막상 방송에 나오면 입이 안 떼진다.
멘트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특히 여성 스트리머들이 수동적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보라판물소님, 별풍선 10002개 감사합니다!
시아님 정말 예쁘시네요 응원해요 ㅎㅎ
"감사합니다! 별풍선 와 만두 개……."
"내 돈이야."
―오
―내 돈 ㅇㅈㄹㅋㅋㅋㅋㅋㅋㅋ
―응 내 풍선이야~
―오정환 깝죽대는 거 킹받네 ㅋㅋㅋ
기껏해야 X팔이 방송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파프리카TV에서는 많이 보는 케이스다.
'그러면 안 되지.'
앉아서 편하게 별풍선 받기.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세계에는 당연히 이면이 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다 알면서도 가끔씩 망각한다.
그러한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진짜 무섭긴 한데 시청자분들 생각해서 용기 내볼게요."
"와악―!"
"지, 진짜 그러지 말라니까……."
"쭈구리네 쭈구리."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보람이 있고, 확실한 길이 없다.
내가 알려주고 싶은 건 그런 부분이다.
'날로 처먹으려고 하니까 체하는 거야.'
그런 심리를 이용하는 보라판의 인간들.
그 녀석들도 나쁘지만, 이용당하는 쪽도 문제가 있다.
끼익―!
화장실 문을 발로 민다.
나무도 삭았고, 경첩도 완전히 녹이 슬어서 쓸데없이 소리가 난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별거 아니다.
소름 끼친다고 단순히 의식이 될 뿐인데.
"오, 오빠 저 어떡하죠……?"
"엄살 작작 부리고 빨리 뛰어와."
"아니, 엄살이 아니라 저 화장실."
―아 ㅋㅋ
―오또케!
―마침 화장실이네 ㅎ
―진짜 싸면 별풍 쏜다 ㅋㅋㅋㅋㅋ
손전등을 비추자 허벅지를 꼼지람꼼지락 대고 있다.
불빛 탓에 피부가 더 하얘서 괜스레 에로하다.
쉬가 마려운 모양이다.
화장실에 들어오자 긴장이 풀리면서 방광이 이완돼버린 것 같다.
'몸은 꽤 좋아.'
중요한 요소다.
여캠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얼굴이 반반하고, 몸매가 좋으면 반 이상도 먹고 들어간다.
"밖으로 나가요. 빨리."
"왜? 여기가 화장실인데."
"아, 장난하지 말고요."
"장난 아닌데?"
하지만 망가질 줄 모른다.
파프리카TV에서 여캠 안 봐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함에도 대기업BJ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밖에서 싸게?"
"왜 밖이에요! 근처 어디라도 가서……."
"여기 첩첩산중이야. 밖에 국도밖에 없어. 우리 택시 타고 온 거 잊었어?"
"……."
―으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한테 별걸 다 시키네 ㅋㅋㅋ
―업계 포상 ㅇㅈ각
반대로 방송만 알면 충분히 가능하다.
2017년 이후로는 대기업 여성 스트리머도 꽤 다수 생긴다.
'내일모레 마흔에 로나로나땅~ 이러시는 분들도 생기는데.'
뜨고 싶으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
그런 것에 비하면 수치 플레이라고도 할 수 없다.
"오빠가 휴지는 있어."
"왜 이런 건 철저한데."
"혹시 몰라서 가져왔지. 자."
"진짜 소리 듣지 마요."
"귀 막고 있으면 귀신 나왔을 때 못 도와주는데?"
"아, 아 진짜……."
결국 타협을 한다.
눈치를 한참 보더니 못 참겠는지 결국 화장실 한 칸으로 들어간다.
핸드폰 라이트를 킨 듯 불빛이 새어 나온다.
―?
―??
―아 매너 ㅡㅡ
―소리 켜!
―방장 뭔데 X발
―이걸 못 살린다고?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 쉬야 ㅓㅜㅑ
방송 소리는 꺼놓는다.
시청자들이 항의가 빗발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야 한다.
'특등석이 아닌 게 아쉽긴 한데.'
그리고 나는 즐긴다.
BJ의 사소한 특권.
고요한 건물 내부에서 아주 시원한 폭포수가 울린다.
쉬이이이……
한참 동안 이어진다.
소리를 감추려는 듯 노래까지 켜지만 그런다고 안 들리는 건 아니다.
'여자들은 왜 이런 걸 신경 쓸까.'
정말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이곳 남양 신경정신병원처럼 말이다.
그렇다.
사실 이곳은 귀신이 나오는 흉가가 아니다.
그저 소문이 와전되었을 뿐.
"오, 오빠."
"다 쌌어? 많이도 싸네 참."
"오, 오빠……."
시아가 터벅터벅 걸어 나온다.
몸을 오들오들 떠는 게 추운 모양이다.
'원래 따듯한 액체가 빠져 나가면.'
체온이 떨어지게 돼있다.
내 웃옷을 어깨에 씌워주며 반전 이미지를 노리려고 했는데.
"안쪽에 사람 있어요 사람."
시아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화장실 옆칸을 가리킨다.
흉가 탐험은 의도치 않은 발견을 하기도 한다.
* * *
오정환의 흉가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오정환 인성 보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 울겠눜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보라지 ㄹㅇ
―저러다 고소 안 당하냐?
.
.
.
개인 방송 갤러리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왕년 보라판의 실세였기 때문.
―이게 보라지 ㄹㅇ
술 처먹고 가슴 팔면서 수금 방송만 하는 '그 새끼'랑 너무 다르자너~└아 그 새끼 ㅋㅋ
└남캠 출신 노근본 존나 티나긴 하지
└저러면서 은근히 썸각 보는 게 오정환식 보라임
글쓴이― 뭘 좀 아누
보라판 시청자들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다.
워낙 고인물이다 보니 상당수의 시청자가 오래전부터 방송을 봐왔다.
오정환의 포텐셜.
연예계로 진출한 게 자연스러울 만큼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의 보라 방송을 화제를 모을 만도 하다.
그 원초적인 재미에 보라판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었는데.
국민일보― 「"공포 체험" 흉가에 간 여성 BJ, 진짜 백골 시신 발견」
세간에서도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