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화
이따금 있다.
―디아블로만렙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시체가 나왔다고??
"네, 안타까운 사고가 좀 있었습니다."
―그걸 못 봤네
―못 본 흑우 없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본인 줄 알았는데……
―왜 나만 못 봄!
진짜로 말이다.
흉가 탐험은 인기가 있는 콘텐츠다.
2017년 이후로는 활성화가 되어 유튜브 등에도 떠오른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스케일 중에서 리얼리티가 가장 살아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공포물은 매니아층이 탄탄하다.
여캠과 엮으면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도 잡을 수 있는데.
일요신문― 「흉가 체험 중 시체 발견한 오정환…… 백골이 덜컹!」
국민일보― 「흉가 체험 BJ 생방송 중 시체 발견…경찰 수사 진행」
잼민일보― 「"공포 체험" 흉가에 간 여성 BJ, 진짜 백골 시신 발견」
예기치 못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흉가에 간 스트리머들이 아주 가끔씩 찾는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
흉가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고 잊혀진 이들 말이다.
―남훈이의개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캠한테 해골 발견시키는 인성 보소
"……."
―오정환/논란
―나 지금 머리가 띵하고 부들부들 떨려 ㅠㅠ
―채팅창 혼세마왕 강림 ㄷㄷ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해명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OECD 자살 발생률 1위인 한국 사회의 이면을 보는 것 같아 찝찝하다.
'아니, 뭐 그런 걸 어떻게 예상하고 갔겠어.'
방송이라는 특성상 자극적으로 보인다.
그것도 하필 시아가 발견한 탓에 상황이 복잡하게 되었다.
「Talk) 오정환. 할 말이 있음」_ ?126, 974명 시청
수습을 안 할 수가 없다.
내 방송 문제를 떠나서 고인에게 실례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일단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시아는 청심환 먹여서 돌려보냈어요. 중간에 방송이 끊긴 건 사태 수습 때문이니 양해 바랍니다."
―헐
―경찰도 어이가 없겠다……
―아니 진짜 백골 옆에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캠 쉬야 관람하고 성불했을 듯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아무리 의도치 않았어도 말이다.
사건이 자극적일수록 감정론에 휩쓸리기 쉽다.
―호식이시켰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해골 영상 유튜브에 올릴 거임? 보고 싶은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제가 함부로 유포해선 안 되겠죠."
어그로도 많이 끌린다.
엎질러진 물.
상황이 벌어진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다.
'나야 딱히 상관이 없는데.'
일부 자극적인 기사가 뜰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우연히 벌어진 상황이니 책임 관계는 없다.
문제는 멘탈.
굉장히 힘들다.
그런 경험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다.
"몸 좀 어때?"
"방송……, 은요?"
"껐지."
"괜히 저 때문에."
"그런 거 아니니까 편하게 있어."
방송에서는 돌려보냈다고 했지만, 본인의 완강한 의사로 그러지 못했다.
혼자 있으면 어떻게 될 것 같다.
'그럴 수 있지.'
잠을 든다 해도 좋은 꿈을 꾸진 않을 것이다.
자취를 하고 있다고 하니 특히 더 무서울 수 있다.
내 방 침대에서 쉬게 두었다.
한숨 잤을 텐데도 여전히 낯빛이 어두운 게 초췌해 보인다.
"오빠는 괜찮아요?"
"난 딱히."
"오빠도 내색은 안 해도 놀라셨을 텐데 제가 야단법석 떨었죠. 방송에서도……."
"아냐, 잘했어."
물론 나도 처음 겪는 일이다.
흉가 체험은 해봤지만, 백골을 보는 일은 당연히 없었다.
'근데 개인 방송하다 보면 별별 일 다 겪어.'
그에 준하는 경험은 수없이 해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더한 사건도 간혹 생긴다.
그래서 멘탈이 중요하다.
원래 사람 상대하는 일이 가장 힘든 업종 중 하나다.
"오빠."
"응?"
"저 다른 의미가 아니라요."
"말해."
"한 번만 꼭 안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것도 수천수만 명.
수많은 시청자가 오고 가는 BJ의 특성상 감정이 갈려나가기 쉽다.
'혼자 살면 더 외로울 테고.'
단기간에 많은 일을 겪었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처럼 위태롭다.
꼭 안아준다.
미약한 땀 냄새와 함께 달달한 체향이 느껴진다.
거부감 없는 맛있는 냄새다.
"아아앙……."
품에서 훌쩍훌쩍대더니 결국은 울음을 터트린다.
참고로 여자가 우는 데는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즙 짜는 거지.'
실제로 도움이 된다.
마음이 복잡할 때.
한 번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조금은 후련해진다.
거의 30분 가까이 징징댄다.
따듯하고 부드럽긴 하지만 슬슬 질리는 시점이다.
"진정됐어?"
"네."
"화장 고치고 올래?"
"그, 그럴래요."
확실히 어린 애들은 어린 애들만의 매력이 있다.
썩어 문드러진 보라BJ들이 있을 만도 하다.
'아니, 그런 것은 서로 합의하에 하는 거지.'
선배의 권위를 이용해서 여자를 어찌 하는 짓.
그런 짓은 대학생 때 끝내야 할 치기다.
하물며 괴롭히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된다.
선배BJ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다.
"오빠, 저 어때요? 화장 이상하게 되지 않았나. 너무 빨리 해서."
"예뻐. 들어와."
"네!"
그래서 도움을 준 것이기도 하다.
알아서 자립할 수 있도록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
'물고기를 주면서 길들이는 게 아니라.'
물고기를 안 잡아주면 살 수 없도록 만든다.
그렇게 하면 정말 여자 하나 어찌 하는 건 일도 아니다.
"오빠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뭐가? 완전 고생만 시켰는데."
"아뇨, 방송 스트레스받아서 못 할 것 같았는데 정신없어서 오히려 괜찮았어요."
어려운 길.
원망 어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쉬운 길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보람이란 면에서.'
비할 바가 안 된다.
자신이 진짜 일을 했다는 기분과, 앉아서 별풍선만 받는 것은 성취감이 차원을 달리한다.
제대로 된 직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와 함께 했으니 분명히 더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오빠가."
"응?"
"저 신경 써주셔서 정말 기뻤어요."
수줍은 눈길로 바라본다.
부드럽고 촉촉하며 끈적하기까지 하다.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는 굳이 물어볼 것도 없다.
'합의하에 이뤄지는 건 괜찮지.'
그것은 사랑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방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다비치의 두 사랑.
자신이 양다리 걸친 것을 예쁜 목소리로 합리화하는 노래다.
"오빠, 저 어떻게 생각해요……?"
"귀엽지."
"그렇죠? 저 오빠만 괜찮으시면."
진심으로 대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가는 손가락으로 내 손끝을 톡 치더니 지긋이 바라본다.
그 마음.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있는 법이다.
"하고 싶어?"
"네."
"처음 아니야?"
"어떻게 알았어요?"
"보면 알지."
"키스는 경험 있어요."
조잘거리는 작은 입술이 가까워진다.
살짝 숙인 고개는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에 충분하다.
'가글도 했네.'
봄이가 쓰는 딸기맛.
청량한 향이 거슬리긴 한다.
오랫동안 입에 머금었는지 코가 살짝 아리다.
혀를 넣자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 든다.
마음의 거리와 함께 몸의 거리도 서서히 좁혀오고 있다.
작은 어깨.
꽉 잡으며 날개죽지까지 손을 내린다.
살살 쓰다듬으며 물어본다.
"이다음은 책임져줄 수 없는데?"
"괜찮아요."
"뭐가 괜찮은데?"
"이런 일 관심 있었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만나서."
"오빠는 적절해?"
"오빠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차려진 밥상을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얇은 면과 겹쳐있는 후크를 살짝 만져 푼다.
깜짝 놀란 듯하지만 기다려주지 않는다.
"오, 오빠 잠깐만요."
"싫은데?"
"거기는 그게 그……, 더러워서."
"여기?"
"아! 아아……."
치마는 반쯤 벗겨졌다.
무릎 위에 걸쳐져서 우스꽝스러운 상태다.
"아까 화장실에서……."
"가글할 때?"
"아뇨, 그보다 이전. 그러니까 병원에서요."
트라우마가 있다.
떠올리는 것이 힘든 듯 말끝을 흐린다.
"지렸어요 조금."
"뭘?"
"해골 보니까 너무 놀라서 조금 젖었어요."
"괜찮아."
이런 기회.
자주 있는 게 아니다.
이 귀여운 반응은 평생에 한 번 있다.
야한 거에 관심이 있다고 했으니 싫진 않을 것이다.
'개발시키면 겁나 재밌을 것 같아.'
160대 중반의 적당한 키.
나이대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피부.
만져도 만져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이 감촉은 이 나이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
"오빠~♡"
"응?"
"안아줘요. 빨랑."
눕히자 두 팔을 뻗으며 애교를 부린다.
거부할 이유가 없으니 무게를 실어 누른다.
새하얗고 가는 목.
한쪽 손으로 받으며 핥는다.
손톱으로 어깨를 긁어온다.
'이건 찐이네.'
보람이 있는 반응이다.
아기새 모이 주듯 매달리는 시아의 인생 앨범 한 카테고리를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