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75화 (775/846)

775화

어그로는 양날의 검.

〔개인 방송 갤러리〕

―곤지암에서 오줌 싼 여캠ㅋㅋㅋㅋㅋㅋ

―이게 노이즈 마케팅이지 X발ㅋㅋㅋㅋㅋㅋ

―9시 뉴스에 곤지암 사건 나옴

―시아 개하꼬였을 때부터 봤는데

하지만 이용 여하에 따라서는 둘도 없는 무기가 된다.

시아의 방송은 급속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곤지암에서 오줌 싼 여캠ㅋㅋㅋㅋㅋㅋ

아 이건 못 참지

└영역 표시 ㅓㅜㅑ

└흉가에서 오줌 싸면 어떤 기분일까?

글쓴이― 뼛속까지 시원할 듯 ㅋㅋ

└이렇게 쓰고 보니 미친년이네

오정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BJ다.

그와 합방을 했으니 인지도 상승은 보장된다.

그 이상.

방송의 내용 자체가 크게 이슈가 되었다.

파프리카TV 내부가 아닌 전국구의 스케일이다.

―9시 뉴스에 곤지암 사건 나옴

[9시 뉴스 캡처1.jpg]

[9시 뉴스 캡처2.jpg]

오줌 싼 건 안 나옴 ㅋㅋ

└오줌은 왜 X발앜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라이트 놓쳤네

└어르신들 벌떡 설까 봐 PD가 뺀 듯

└백골 발견 ㄹㅈㄷ긴 함

뉴스를 타고 퍼진다.

고스란히 인지도로 쌓인다.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뜨기 위해서는 노이즈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는 시대다.

자신을 대표할 사건이 하나 생겼다.

「캠방) BJ시아. 혼자 흉가 와봤습니다 무서버……」_ ?5, 074명 시청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관심이라는 것은 사람을 상처 입힐 수도 있다.

받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주대마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여기서도 오줌 싸나요?

"안 싸요!"

―단호박

―싸줘

―몇 개 쏘면 쌈?

―아 성불시키자고 ㅋㅋ

채팅창이 혼잡하다.

평소와는 단위 수가 다른 시청자가 왔을 뿐만 아니라, 어그로성 발언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멘탈을 잡기가 쉽지 않다.

만약 혼자였다면 방송을 안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들은 바가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했지.'

기회의 여신은 뒷머리가 없다.

정환 오빠가 해준 말이니 확실하다.

정신적으로 힘들어도 멘탈을 부여잡아야 한다.

이곳이 흉가라 할지라도.

푸석!

딛고 있던 바닥.

나무판자가 갑자기 가라앉는다.

너무 오래된 탓에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엄마야!"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평범한 집이어도 까무러칠 지경인데 이곳은 흉가.

오줌을 지려도 이상하지 않다.

마음 같아서는 전속력으로 도망가고 싶지만.

위이잉~

진동이 느껴진다.

무기질의 물체가 끼어져 있다.

―보라판별사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이걸 참아? ㅋㅋ

"별사님 1000개 감사합니다……. 그, 그냥 나무가 오래된 것뿐이잖아요."

―지린 거 같은데?

―지렸으면 왼쪽 눈을 깜빡여 주세요

―뒤에 남자 누구죠 ㄷㄷ

―와 간이 좀 세지긴 했네

자신은 혼자가 아니다.

정환 오빠가 지켜봐 주고 있다.

좋은 타이밍의 진동 덕분에 참을 수 있었다.

'잘하면 또 해준다고 했으니까.'

아직도 욱신욱신하다.

아프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런데 그것이 싫지 않다.

〔정환 오빠♡♡〕

「오빠 저 저녁에 방송 끝나는데」

「시간 비세요?」

「(기대하는 이모티콘. jpg)」

―바빠

「(우는 이모티콘. jpg)」

「내일은요……?」

―ㅁㄹ

가슴이 아닌 뇌를 관통한다.

사랑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본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오정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한다.

난잡했던 마음을 다잡고 있다.

―시아 개하꼬였을 때부터 봤는데

어리고 예쁜 거 빼면 방송감도 없고 리액션도 ㅎㅌㅊ라 곧 접을 줄 알았더니 요즘 흉가도 가고 소통도 잘하네

└언데드 잡고 레벨업 좀 한 듯

글쓴이― 오 이 새끼 좀 치는데?

└사탄: 아 이건 좀

└아 그래서 템 뭐 떴냐고 ㅋㅋ

방송이 잘된다.

커뮤니티의 평도 좋다.

무엇보다 오정환과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

―진우의고양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요즘 시아 ㅆㅅㅌㅊ던데 어떰?

"시아 님 괜찮지. 근데 탐방 허락 설정을 해뒀는지 모르겠네."

―시아 요즘 개잘나감 ㅋㅋㅋㅋㅋ

―손절한 거 아니었음?

―태세 전환 우두루

―오정환한테 푸쉬받더니 고정 좀 모였음

그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보라판.

뒷배가 있고 말고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다.

'남훈이 지랄을 해도 오정환한테 하지 나한테는 안 하겠지.'

김진우를 비롯한 여러 BJ들은 그녀를 손절했다.

남훈에게 찍혔다.

그와 불협화음을 만들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정환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무슨 의도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 시아 님? 흉가 가서 고생 많이 했다더라.>

<진짜 나였으면 기절했다. 고추 새끼가 그걸 못 참냐고? 나도 못 참아 이 개청자 새끼들아!>

<언제 한번 시아 님 초대해서 이야기 좀 듣고 싶은데~>

보라판의 주요 콘텐츠.

그것은 화제가 되는 일에 숟가락을 얹는 것이다.

대부분의 보라BJ들이 그러하다.

자체적인 콘텐츠보다 세간의 이슈에 매달린다.

곤지암 사건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워낙 자극적이기도 하거니와, 시청자들이 좋아한다.

'…….'

보라BJ들이 시아에게 접촉한다.

남훈의 영향력이 유명무실화되었다.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날 수밖에 없다.

"오빠, 오빠 잠깐만!"

"뭔데 짖어."

"아프잖아. 좀만 살살해줘. 응? 살살."

짜증이 북받친다.

그럴 때는 한바탕 뒹구는 것만 한 게 없다.

술을 마시고 흠뻑 취한다.

그리고 여자와 잠을 잔다.

'존나 짜증나게 칭얼대네.'

그것도 젊고 예쁜 여자.

자신한테는 정말 줄을 섰다.

찰싹! 찰싹!

이깟 년 하나 어찌 되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은 그래도 되는 사람이니까.

"아파! 아파요! 아악!"

"아프든가 X년아."

여자가 비명을 질러도 사정없이 때린다.

손바닥이 얼얼하자 더 짜증이 치솟는다.

'내가 왜 이따위 꼴을 당해야 하는데.'

살면서 자신 마음대로 못 한 여자가 없다.

안 한 여자는 있어도 말이다.

시아.

제법 반반하다.

하지만 갖지 못 했다고 아쉬울 정도는 아니다.

"오빠, 민이 아팠어요……."

"귀찮게 앵겨 붙지 마."

"네. 그래도 좋았어요. 새로운 플레이죠?"

"그렇게 생각하든가."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술과 잠자리를 하고서도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 건 처음이다.

'하찮은 새끼들이 왜 이렇게 거슬려.'

기껏해야 하꼬 인생.

수익도, 인기도 변변찮다.

그런데 자신을 거슬리게 했으니 인과응보를 당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마음대로 안 된다.

그 정도를 넘어 아예 방송이 흥행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오빠 어때요? 괜찮으시면 한 번 더……."

"아, 짜증나게."

"으읍―!"

뒷머리를 한 손으로 꽉 잡는다.

'닥치고 있으라고.'

시끄럽다.

아둥바둥 살려고 하는 그 년도, 자신의 눈치를 보는 BJ들도, 그리고 오정환도 말이다.

오정환이 보라에서 멀어진 지 2년이 넘게 지났다.

그동안 자신은 영향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그럼에도 그의 행각 하나에 묻혀버렸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니 짜증이 다시 치솟는다.

"읍! 읍! ^@#^#$%!"

여자가 버둥댄다. 다급하게 침대 위를 팡팡 때리며 놓아 달라고 사정한다.

차려입었을 때는 남자깨나 홀렸을 법한 년이다.

그런 년을 이렇게 하찮게 취급하는 감각.

"진짜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그래서 뭐?"

"……저 갈게요."

그 모습이 워낙 가여워서 놓아줬다.

어릴 적 잡은 잠자리에 자비를 베푼 것처럼 말이다.

"야."

"……왜요."

"해."

"네?"

"하라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

벗었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려고 한다.

그런 여자를 향해 가리킨다.

이후에 취해야 할 행동도 알아들었을 것이다.

"저 그럴 기분 아니거든요."

"근데?"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또박또박 말을 해봐.

잠자리라고 해봤자 날개가 하나 뜯긴 놈이다.

노려보자 말을 흐린다.

자존심과 수치심을 저울질하고 있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어떻게 될지.

여자의 안에서 무언가 움직인 듯 표정을 환하게 푼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오빠, 쌓였으면 말을 하지~ 민이가 시원하게 해드릴게요?"

"시끄러워."

"꺄!"

이게 여자라는 생물이다.

'같잖은 연놈들은 그냥.'

파프리카TV는 정말 자신을 위한 장소다.

골 빈 년들을 꼬시기만 하면 돈이 된다.

클럽 삐끼처럼 천대받을 일도 없다.

BJ라는 걸출한 명함을 자랑할 수 있으니까.

"야."

"네, 오빠!"

"내일 시간 맞춰서 나와라. 방송 찍어야 하니까."

"당연하죠. 누구 말인데."

"헤픈 년인 거 티내지 말고."

"꺄악!"

약간의 수고만 하면 말이다.

가끔씩 여캠을 띄워줘야 할 일이 있다.

"정환이가?"

"네, 그렇습니다."

"음……, 보라의 보자도 꺼내지 않더니 어찌 된 일이지."

조금 잘생긴 삐끼에 지나지 않던 남훈이 탑급BJ가 될 수 있었던 연유.

심익태가 전력으로 밀어줬기 때문이다.

오정환이 공중파에 진출했다.

프로게이머 등 여러 가지 공적인 일도 하니 보라BJ 활동을 못 할 만도 하다.

'아니, 안 한다며.'

심익태 입장에서도 이해해줄 수밖에 없다.

말빨로 이길 수 없거니와, 자신이 생각해도 확실히 그러하다.

괜히 마찰을 빚을 바에야 인맥으로 남겨두는 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해야 될 정도로 거대한 존재가 되었다.

"남훈이 녀석한테 찍힌 여캠이었는데."

"어."

"정환이 형님이 합방 한 번 해주니까 여러 사건 일어나면서 한 번에 확! 떠버린 모양입니다."

"좀 더 잘 정리 못 해?"

"그게 됐으면 제가 여기서 일하겠습니까 헤헤."

그런 와중에 철꾸라지까지 나락을 갔다.

이제는 자신조차 연락이 안 닿을 지경이다.

'복귀도 아예 불가능하고.'

관심 밖.

이용 가치가 사라졌다.

때문에 심익태는 새로운 보라BJ를 물색했다.

그러한 와중에 눈에 띈 것이다.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클럽에서 삐끼 일을 하던 남훈.

"둘이 또 문제 생기는 거 아닐까요?"

"글쎄……."

"만약 그렇게 되면 형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신중히 고려를 해봐야겠지."

당시에도 꽤 인기가 많았다.

여자를 갖고 노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

'딱 보라BJ 감이었지.'

그도 BJ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푸쉬를 해주자 뜨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만한 인재.

다시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간적으로도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정환이 녀석이 좀 너무 크긴 했지.'

적어도 아무 일도 안 하는 오정환보다는 도움이 된다.

이용 가치 측면에서 비할 바가 안 된다.

만에 하나의 일이 일어나면 어떤 선택을 해야 될지.

심익태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불타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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