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화
<하이볼>
보라판.
〔개인 방송 갤러리〕
―진짜 월초는 보라BJ들 천국이네
―휴방하던 새끼들 기어 나오는 거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리 롤충들이 대가리 수 자랑해도 ―남훈 우결 보고 나서 다른 우결 눈에 들어오지도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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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비주류 문화다.
타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프리카TV만의 독특한 문화.
―휴방하던 새끼들 기어 나오는 거 실화냐ㅋㅋㅋㅋㅋㅋㅋㅋ월초의 마술은 진짜 전설이다……
└ㄹㅇㅋㅋ
└온갖 핑계로 휴방하던 새끼들도 기어 나오게 만드는 월초!
└월초에 뭐 있음?
└여캠련들 생일까지 거는 건 추잡하더라
방향성은 좋다.
실제 개인 방송과 비디오 플랫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방송에서 미친 짓을 하는 것.
아무리 세상이 넓고, 이상한 사람이 많아도 흔할 수가 없다.
<나에게만~ 준비된 선물 같아!>
먹방, 우결, 음방, 관찰 예능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콘텐츠가 파프리카TV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1부리그롤드컵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선물은 진짜 존나 잘 부르네
<월초인데 천 개밖에 안 줘? 내 방은 열혈들 클라스 왜 이러냐…… 진짜 방송할 맛 안 나네.>
―1000개가 뉘집 개 이름이야?
―창수랑 시청자 같은데 여기는 별로 안 터짐ㅋㅋ
―열혈들 풍 좀 쏴라
―땅 파면 1000개가 나오냐 ㅅㅂ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말이다.
인터넷 방송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아니, 월초에 뽕 좀 뽑아야 되는데.'
정작 파프리카TV는 자본주의에 물든 지 오래.
콘텐츠의 창의성보다는 별풍선을 받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애들아 월초다."
""네~!""
"요번 주에 할당량 채우면 한 달 꿀 빠는 거야."
보라판에서는 매우 당연하다.
대기업BJ들과 여캠들에게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매니저가 있다.
보라판에서 최소 수년은 굴렀다.
그런 인간들이 고용돼서 또 수년씩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댕댕이졸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옆 동네는 월초라 펑펑 터진다던데 ㅠㅠ
<진짜? 스트레스다……. 목청 터져라 불러도 이거밖에 안 터지면 나도 그냥 여캠 불러서 가슴이나 주무르지.>
―부를 여캠 있음?
―아ㅋㅋ X팔이는 ㅇㅈ이지
―하는 거에 비해 너무 못 받긴 함
―내가 돈만 있었으면 쐈는데……
중간중간 흐름을 타파해준다.
별풍선이 좀 터져줘야 하는 타이밍.
'하긴 월초인데 좀 안 터지고 있긴 하지.'
'창수가 그렇게 못 받나?'
'나는 돈 있으니까 쏴줘야겠다!'
흐름에 맞는 말을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촉진할 수 있다.
일부 열혈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냄뚜슬라임님, 별풍선 2000개 감사합니다!
충전하고 있었어 왜 삐졐ㅋㅋㅋㅋㅋㅋㅋㅋ
<냄뚜야 너밖에 없다! 그래도 알아주는 열혈이 있네.>
―하는 거에 비해 너무 못 받긴 함
―창수가 가수 데뷔했으면…… ㅎ
―슈스케 나가면 최소 데뷔각이지
―가자 세계로!
월초에 대체 왜 풍이 더 터져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자신이 열혈이라면 더더욱이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지갑을 선뜻 열게 된다.
―목도리도마뱀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초록병 따서 목 좀 풀자 ㄱㄱ
―물소음메에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슈스케 나갈 거임?
―진짜찐팬임님, 별풍선 892개 감사합니다!
형 방송 잘 보고 있어 계속 좋은 노래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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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풍선을 쏘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다.
시청자들의 머리 머리 꼭대기에 서있다.
"야 흐름 끊긴다. 500개로 이어!"
"전부터 생각했는데 수수료 좀 아깝지 않나요?"
"수수료가 왜 아까워! 그런 건 니가 신경 쓸 게 아니야."
별풍 흐름이 끊길 때.
직접 별풍선을 쏴서 장작을 넣는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게 다 방법이 있는 거지 새끼야.'
대리결제 사이트와 연결되어 있다.
본래라면 할인이 불가능한 별풍선을 7~10% 할인해주는 시스템.
표면적으로는 상품권 결제를 표방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치의 할인율을 보인다.
『Koogle』-검색 결과 약 756, 000개 (0.29초)
파프리카TV 별풍선 10% 초특가 할인 (파프리카 별풍선/BJ후원……
파프리카TV 별풍선 7% 할인 <조빌페이> ― 네이버 블로그파프리카 별풍선 7% 할인 대리결제 둘리페이 파이페이 [구글기프트카드, 파프리카별풍선할인, 각종게임대리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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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신불자 카드, 카드깡 등의 불법적인 방법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같은 업체다 보니 커넥션이 얽혀있다.
유흥업계에서는 흔히 있는 시스템이다.
도박에서 진 도박꾼들은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큰 수수료를 마다하지 않는다.
검은 돈은 세탁할 장소가 필요하다.
파프리카TV는 그 창구로 쓰이고 있고, 파프리카TV 측도 암묵적으로 이를 용인한다.
〔월간 별풍선 랭킹〕
1. [NH남훈]
2. BJ리아★
3. 커맨더팡우
4. BJ금강
5. 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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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물.
보라BJ들의 수익 비결이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이러면 풍이 터지는데 내가 왜 열심히 해.'
업체들과의 협업은 보라BJ들의 수익을 증진시킨다.
하고 말고가 천지 차이일 정도로 조금 지나친 수준이다.
이는 나태함을 불러일으킨다.
BJ들이 본업보다는 별풍선을 더 받는 데만 혈안이 된다.
―아무리 롤충들이 대가리 수 자랑해도
[파프리카TV 별풍선 랭킹. jpg]
별풍 랭킹 다 보라BJ가 먹음
순위권에 겜비 1~2명 ㅋㅋ
└파프리카는 보라가 먹여살리지
└겜비들 청자 몇만씩 데리고 있어도 도움 1도 안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은 BJ가 버는데 개청자들이 왜 부심 부리냐?
└지들 주인이니까
그러한 썩은 물.
비정상적인 팬 문화를 낳는다.
워낙 돈이 되는 시장이다 보니 BJ들끼리 신경전이 치열하다.
팬들이 그 대리전을 펼친다.
X빡이, X견, X퀴, 가축 등으로 불리며 사생팬 이상의 집착과 맹목적인 충성심을 나타낸다.
"얘들아!"
"형님 오셨어요? 어, 근데 양손에 그거 다 뭐예요?"
"치킨 먹으면서 일해~"
""와아!!""
"잘 먹겠습니다 익태 형님!"
그 현상을 뒤에서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업체들은 팬덤 싸움과 여론 조작에 이골이 나있다.
"요즘 실적은 좀 괜찮나?"
"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음……."
"진짜 좋아요. 특히 남훈 형님이 하드 캐리해 주고 계셔서."
"캐리? 뭐 김캐리?"
다수의 직원들을 쓴다.
가장 큰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 수년간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
최근 심익태는 만족스럽다.
남훈이 제 역할을 너무나 잘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철꾸라지처럼 사고 치는 새끼도 아니고.'
오정환처럼 여캠의 포텐셜도 잘 이끌어낸다.
통장에 찍히는 수익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
연수익.
십억 대를 넘어 백억 대에 가까워지고 있다.
심지어 세금을 내지 않는 검은 돈으로 정산된다.
물론 그만큼 뿌려야 한다.
이 세계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요 지출량이 상당하다.
하지만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번 달도 수익 역대급 찍힐 것 같습니다!"
"음~"
"저……, 먹어도 되나요?"
"그래! 그래! 우리 귀여운 직원들 복지는 형이 신경 쓰지. 그치?"
""잘 먹겠습니다!""
어마어마한 수익.
그야말로 노다지다.
업소를 운영할 때처럼 경찰 눈치 볼 것도 없다.
'사료 좀 먹이고, 용돈 좀 챙겨주고, 기강 좀 잡아주면 절대 뒤통수 때릴 생각 못 하지.'
관계자 입조심이 조금 골치긴 하지만 다 관리가 된다.
이쪽 세계에서 수십 년간 뼈가 굵었다.
그런 심익태의 눈길을 받아낼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
사업은 그야말로 순풍을 타고 있다.
"먹으면서 들어."
"네~"
"이번에 또 남훈이한테 맡길 애가 있단 말이야."
"맡겨만 주십쇼."
"저희가 반드시 잘 보조하죠 헤헤."
"근데 걔가 의욕이 좀 없어."
"어, 그래요?"
"왜지~?"
평소였으면 이 정도 선에서 만족을 할 것이다.
음지 사업은 만족을 알고 모르고가 중요하다.
'걸리면 그날로 풍비박산 나는 건데.'
그뿐이면 모를까.
아예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법의 감시망이 자신들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 심익태도 욕심이 생길 때가 있다.
그녀는 탑급 여캠이 될 거라고 본 순간부터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한 마디로 철벽이라는 거네요? 그런데 그런 애가 왜……."
"알 거 없고."
"아, 네! 일단 무슨 말씀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방송할 맛이 나게 판을 깔라는 거죠?"
"새끼 똘똘한 거 봐?"
"제가 한 똘똘 합니다. 이래 봬도 수능 5등급이었죠."
""오~!""
하지만 BJ는 입도 잘 털어야 한다.
시청자들의 비위 맞추는 법도, 바람잡이들과 협업하는 방법도 알아야 수익이 극대화된다.
비협조적이다.
하려는 의지도 없다.
일반BJ나 남캠이었다면 살리는 것이 힘들었을지 몰라도.
'어차피 여캠은 흐흐.'
다 이쪽의 세계가 구축되어 있다.
그것을 최대로 살려줄 삐끼.
대한민국 최고의 삐끼로 불리던 남훈의 손을 거친다면 따놓은 당상이다.
말 안 듣는 망아지는 엉덩이를 때려야 뛰어간다.
* * *
스케줄.
"이자카야 좋죠. 이자카야 맛있는데."
"여긴 맛없어."
"이젠 맛있습니다 선생님!"
골목식당을 찍고 있다.
일본식 술집 이자카야로 이미 1주 차에 좋은 소리는 듣지 못했다.
'근데 뭐 어떻게든 하겠지.'
천종원 선생님의 분야다.
나는 내 분야의 일을 착실하게 수행한다.
『주류 메뉴』
생맥주(아사히 슈퍼드라이, 코젤 다크) 0.69
카스/하이트 0.5
참이슬/처음처럼 0.4
사케잔술 0.7
산토리 하이볼 0.8
짐빔 하이볼 0.6
음료수(콜라, 사이다, 환타, 토닉워터, 진저엘) 0.2
메뉴판은 나름 합격점이다.
팔 건 다 팔고 있으며, 방향성도 예쁘게 잘 정했다.
"이자카야는 확실히 술 고르는 맛이 있죠."
"사케도 맛있고, 그리고 하이볼!"
"맥주랑은 또 다른 매력이 있어서 저도 좋아합니다."
메뉴판이 완전히 일색으로 물들어있다.
21세기의 이완용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런 매력이 있지.'
일반 술집과는 다르다.
메뉴판을 딱 펼쳤을 때부터 기대가 되는 무언가가 있다.
"메뉴판만 봤을 때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 보여요. 이자카야의 정석 같은 느낌?"
"아 감사합니다."
"물론 맛을 봐야 알겠죠."
이국적인 느낌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붙는다.
왠지 모르게 맛있게 느껴져.
'가끔 아사히 마시면서 국맥 무시하는 애들도 있잖아.'
국산 맥주는 일본 맥주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한국에 만든 맥주 공장이 시초이다.
따라서 맛이 비슷하다.
수준도 이제는 또이또이하다.
그럼에도 정말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음식 나왔습니다! 저희 집 시그니처 메뉴인 해물짬뽕나베랑 모듬 덴뿌라, 모듬 꼬치입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오~!"
"저번보다 확실히 낫네. 이렇게 해야지."
분위기가 만드는 마술이다.
어떤 음식점이든 아쉬운 점이 조금씩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가격이라든가.'
가격 대비 만족감.
일반 음식점에서는 당연히 신경을 쓴다.
사전 지식도 있고, 비교할 음식점도 많이 가봤다.
하지만 외국 음식점은 비교할 곳이 많지 않다.
사소한 불만점은 눈에 잘 안 띄고, 좋은 부분은 더 크게 다가온다.
꿀꺽! 꿀꺽!
주류 메뉴도 마찬가지.
특히 아사히는 한국 맥주와 결이 비슷해서 한국인들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생맥주는 관리를 잘하셨다는 게 느껴지네요."
"정말 철저하게 관리합니다 저희 집은."
"그러면 다음도 먹어볼까요?"
"네? 뭘……."
"역시 이자카야에 오면 하이볼을 마셔봐야겠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