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79화 (779/846)

779화

하이볼.

꼴꼴꼴~!

최소 본 적은 있는 메뉴다.

그 특징 있는 글라스는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다.

<사장님은 대략 이렇게 만드시죠?>

<네…….>

<저는 여기서 사소한 과정을 하나 추가하겠습니다.>

즉,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차별성을 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칵!

오정환이 가지고 온 아이스박스.

그 안에서 병이 하나 나온다.

이곳 술집에도 있는 것이다.

<병에 김 서린 거 보니까 위스키를 얼렸네!>

<네, 맞습니다.>

<위스키를……, 얼려요?>

<소주 같은 것도 얼려서 슬러시 해먹거든~ 근데 너무 오래 얼리면 병 깨지는데?>

<위스키는 도수가 높아서 액체 상태로 계속 유지가 됩니다.>

한 가지가 다르다.

온도가 매우 낮다.

냉동실에 꼬박 하루 동안 보관한 것.

꼴꼴꼴~!

도수가 40도이기 때문에 얼진 않지만 점도가 조금 진득하다.

그것을 하이볼잔에 따른다.

<평가단이 만들자마자 마신 게 아니기 때문에 살짝 녹았을 거예요 얼음이.>

<그렇겠네요!>

<근데 정환이 거는 맛이 살아있던데?>

<그래서 얼린 거예요.>

얼음이 늦게 녹는 효과가 있다.

오랫동안 맛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탄산.

쏴아―!

일반 탄산수보다 탄산 밀도가 높은 강탄산을 사용한다.

시간이 좀 지나도 탄산감이 유지된다.

〔시청자 게시판〕

―하이볼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가 보네요

―진짜 별걸 다 아네 ㄷㄷ

―산토리 하이볼 땡기네요 ㅎ

―현직 바텐더 입장에서 봤을 때……

오정환에 대한 의심.

인기를 얻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다.

대중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것을 시원하게 통과하는 순간이다.

―하이볼이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한가 보네요

이자카야 가면 별생각 없이 마셨던 건데

└보통 저렇게 복잡하게 만들진 않아요!

└모두가 다 하면 비법이겠습니까?

└손님을 향한 배려가 느껴지는 레시피인 듯

└생맥주는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봤는데 이건 정말 맛있어 보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는 많지만, 대중성을 가지는 건 별개의 일이다.

보편적인 분야를 심도 깊게 다뤄야 한다.

그러면서도 실용성이 있어야 관심이 생긴다.

―현직 바텐더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게 대단한 테크닉은 아닙니다만

실제 바에서도 사용하는 기법이고, 저 같은 경우 손님 취향에 따라 바리에이션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반인 레벨은 아니신 건 확실하네요

└바 어디인가요? 가서 소금 뿌리고 가고 싶네요

└뭐 이리 시비조인지……

└그럼 이자카야에서 칵테일 강의라도 해야 할까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직접 나가보심이 └사장도 말했죠. 알바가 따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TV에 여러 전문가들이 나옴에도 인지도가 생긴 사람은 극소수인 이유.

그 필요 조건을 충분히 만족했다.

오정환의 평가가 올라가는 계기가 된다.

<이 정도면 가게에서 쓰실 수 있으시죠? 위스키를 냉동하고, 탄산수만 강탄수로 바꾸시면 되는데.>

<아, 네…….>

<그리고 레몬 같은 경우도 매번 썰기 힘드시면 레몬즙으로 대체할 수 있어요.>

가시적인 결과도 한몫한다.

자존심 강하게 생긴 이자카야 사장이 말을 듣는다.

전형적인 이세계물 골목식당에서 빌런을 쓰러뜨리는 광경이다.

이종격투기 ― 「골목식당에 나온 하이볼 레시피. jpg」

樂 SOCCER ― 「오정환식 하이볼 만들어봤습니다」

도탁스(DOTAX) ― 「(데이터 주의) 골목식당 오정환 vs 이자카야 사장 하이볼 대결」

이러한 대결 구도.

골목식당 프로그램 특성상 종종 있었다.

고집불통 가게 사장의 고집을 꺾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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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튀김 17.03.15 15:30

사장 입장도 이해가 되는 게 나도 보면서 달라 봤자 뭐가 다르지 했음ㅋㅋ――――――――――――

지은이s 17.03.15 15:35

칵테일이 음식 이상으로 맛 차이 주기 힘든데 9 대 2로 이겨버리네 ――――――――――――

검은콩강정 17.03.15 15:50

이건 빌런이 약한 거냐 오정환이 강한 거냐 ㅋㅋㅋㅋㅋ――――――――――――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겨도 아주 큰 스코어 차이를 벌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가단이 미식가가 아닌 일반인.

사장님은 해당 메뉴만 수년 이상 만든 베테랑.

제아무리 천종원이라 하더라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매치업이다.

대부분 아슬아슬한 차이로 이긴다.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한 것은 의미가 크다.

시청자들에게 대결의 결과가 가시적으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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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ogle 트렌드』

검색어: 하이볼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대충 떡상하는 그래프. 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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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이볼.

맥주와 달리 대중적인 주류가 아니다.

이전 편에 비하면 절대적인 관심의 크기는 큰 건 아니지만.

"이번에 골목식당에서 하이볼이 나왔다고 합니다."

"어느 브랜드로?"

"이자카야다 보니 가쿠빈이 된 것 같은데요."

"아~ 정말 진짜."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있었다.

* * *

주류 시장.

요식업에 비하면 마이너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주와 맥주가 꽉 잡고 있다.

조금 기형적일 수준으로 치우쳐져 있다.

술 하면 그 두 종류만 떠오를 정도다.

시장의 크기도, 다양성도 제한되어 있는데.

"저희가 정환 씨를 캐스팅하려는 이유는 비단 최근의 이슈 때문만이 아니고요."

"네."

"술을 좋아하시는 것을 넘어 잘 아시잖아요? 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미팅을 하고 있다.

디아재오 코리아.

세계에서 가장 큰 글로벌 주류 회사의 한국 지사다.

"근데 유튜브 광고 정도면 미팅을 부르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 그렇죠! 굉장히 바쁘실 텐데."

"그렇게 바쁘진 않습니다.

"정환 씨께 어려운 걸음 부탁드린 것은 저희가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마케팅 때문인데……."

회사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도 술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윈저/조니워커 같은 유명 위스키는 물론, 기네스 맥주/스미노프/수정방도 디아재오 소속이다.

'그럼 포트 엘런 오피셜 시리즈나 한 병 주든가.'

지금은 사라진 전설적인 증류소 포트 엘런도 디아재오가 소유하고 있다.

주류 업계의 거대 공룡 격인 회사다.

그런 회사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

대략적으로 추측이 된다.

위스키와 하이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하이볼이 사실은 맥주만큼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주류거든요."

"그렇죠."

"역시 알고 계시네요! 근데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낮고, 제조법도 잘못 알려져 있죠. 저희가 이 부분을 시정하고 싶은 의지가 강하게 있습니다."

하이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다.

흔히 산토리라고 잘못 알려진 산토리사의 가쿠빈이라는 위스키 말이다.

'그것도 마케팅의 힘이지.'

역사적으로 증명이 된 기법이다.

위스키라는 술이 아재틱하고, 비싸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8~90년대 큰 부진을 겪었다.

포트엘런이 망한 시기이기도 하다.

위스키 회사들은 이미지 타파를 위해 '하이볼'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했다.

위스키 싫어하는 사람들도 하이볼은 마신다.

그렇게 첫 단추가 꿰이자 위스키 자체의 소비 증진으로 이어진다.

디아재오도 이쪽 분야에 잔뼈가 굵다.

조니워커가 세계 판매량 1위인 것도 이러한 마케팅이 성공했기 때문인데.

"정환 씨가 저희 디아재오와 함께 국내 하이볼 시장을 선도해 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겁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어떻게 되죠?"

"아! 저희가 일단 CF와 야외 행사, 그리고 모델 촬영까지는 확정 단계에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유행을 타지 않았다.

높은 주세 장벽과 국내 주류 회사의 끈질긴 훼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게 좀 심하긴 하지.'

대표적으로 발포주.

국내 주세법상 맥아 함량 10% 미만은 발포주, 10% 이상은 맥주로 분류해 세금이 책정된다.

싼 해외 발포주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필라이트보다 훨씬 더 맛있는 것들이 해외에는 많다.

하지만 이 주세법에 가로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류 회사들은 로비를 통해 이 법이 유지되도록 한다.

위스키 업계의 사정도 비슷하다.

위스키가 유행한다는 건, 기존 소주와 맥주 시장의 점유율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기를 쓰고 막으려고 할 수밖에 없다.

"저도 애주가로서 취지는 정말 동의하는데."

"역시! 정환 씨라면 알아주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다른 주류 회사와도 미팅 예정이 있어서."

"……."

방송에 출연하는 내 입장에서 리스크가 있다.

광고계의 큰손인 국내 주류 회사에 찍히기라도 하면 골치가 아프다.

'여캠 회장님처럼 몇만 개 쏘는 곳이 아니라니까?'

정계에 영향력을 끼치려면 한두 푼으로는 어림없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주머니가 보통 두툼한 게 아니다.

나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가벼운 편은 아니다.

섭섭지 않은 액수를 약속해 줘야 나도 큰마음 먹을 수 있다.

* * *

국내 최대의 소주 회사.

"이번 주 발주량이 좀 미진한데?"

"좀 그런 감이 있습니다."

"원인이 뭐지? 최근에 뭐 신제품 출시된 게 있나?"

팀장급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회의의 내용은 최근 판매량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소주사별 국내 시장 점유율 (2017)〕

화이트진로― 50.11

꼴데주류― 17.55

무학― 12.74

금복주― 7.41

맥키스컴퍼니― 3.46

보해양조― 3.25

대선주조― 2.95

한라산― 1.39

충북소주― 1.14

점유율이 50%.

대한민국 국민 절반은 이슬을 적신다.

조금 줄어든다고 티가 나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소주 회사의 경쟁사는 다른 소주 회사만 있지 않다.

"소주 쪽에는 딱히 특별한 이벤트가 없었습니다."

"맥주는?"

"맥주 업계도 주시할 만한 사건은 없었고요. 굳이 하나 따진다면 위스키 쪽에……."

술과 음식이다.

음식의 종류가 바뀌듯 술의 종류도 당연히 바뀔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느 순간 소주와 맥주로 굳어지게 되었다.

'아니, 뭐 위스키가 팔려봐야 룸빵이지.'

그렇게 되기 위해서 다분한 노력을 쏟았다.

마케팅과 로비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퍼부은 결과.

"골목식당에서 하이볼이 화제가 되었는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걸 왜 이제 말해!"

국내 주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것은 잃고 싶지 않기 마련이다.

한 번 뺏긴 점유율은 되찾기 힘들다.

외국처럼 타 주류 회사들이 치고 올라오기 전에 싹을 잘라야 한다.

'오정환이라…….'

그 방법은 정말 여러 가지 있다.

경쟁사 비방이나 판매 방해 등 강압적인 수단도 사용하긴 하지만.

일요신문― 「화이트진로, ’과일소주 4종’ 출시… CF모델로 오정환 발탁」

국민일보― 「오정환, 주류 CF까지 꿰찼다… 소주 광고 모델 발탁 [공식입장]」

잼민일보― 「골목식당서 하이볼 말던 '오정환', 소주 광고는 왜?」

가장 많이 쓰는 건 광고.

그냥 돈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다.

오정환 때문에 떴다면 오정환을 뺏어오면 그만이다.

"본부장님 너무 파격적인 조건 아닌가요? 아직 신인이라 할 수 있는 연배인데……."

"그럼 뭐 어쩌라고."

그만큼 위기 의식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이볼로 시작한 해외 주류 시장이 어떻게 됐는지.

'일본 사케도 점유율 한 번 뺏기니까 답 없다고 곡소리 내는데 소주는 뭐 답이 있겠어?'

국내 주류 업계도 당연히 안다.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억 단위가 아닌 조 단위의 시장.

그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면 5억 원 정도는 가벼운 지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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