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80화 (780/846)

780화

<철벽녀>

사랑은 움직이는 법이다.

―초코먹는젖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하이볼로 떴는데 왜 소주 회사 광고를 찍는다고??

"니들 같으면 안 하냐?"

―이걸 강행 돌파한다고?

―돈 주면 ㅇㅈ이지

―할 말이 없음

―???: 거절하기엔 너무 많은 돈이었다

광고 모델.

철저하게 이해타산으로 굴러간다.

회사 쪽은 물론이고 나도 말이다.

'이런 기회 아니면 언제 또 하겠어.'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다.

특히 인지도가 있는 대기업의 얼굴이 되는 것.

그 의미는 단순히 돈 벌었다! 로 끝나지 않는다.

광고 업계에 얼굴을 각인시키다.

『오정환』 구독자 285만 명

「오정환. 주느님 강림 기념 소맥 한 잔 말아봅니다」 ― 조회수 250만 회 · 2일 전

그리고 인플루언서.

광고 효과가 쏠쏠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2차, 3차도 시간문제다.

"돈 문제를 떠나서 화이트진로의 주류를 전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 인연이 이어진 게 아닐까."

―크흠

―돈 문제 메모……

―라고 말하라고 시킴?

―???: 돈에 관심 없다는 사람은 돈에 미친 사람이에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어디 연예인이 몇억에 CF 계약!

하는 거 ㅈ도 없으면서 꽁돈 버는 거 같아도.

'연예인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

품위 유지비.

실제로 있는 개념이다.

정치인들은 품위 유지비 명목으로 매달 100만 원 이상 받는다.

어쩌다 코딱지라도 하나 잘못 파면 박제가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들도 많은 돈을 사용하고, 그렇기에 받는 정당한 대가다.

꼴꼴꼴~

물론 나는 그런 것이 없지만 일을 잘한다.

지금까지 괜히 방송에 나갔을 때 스폰서를 챙겨준 게 아니다.

"제가 생맥주는 맥스를 추천드렸는데, 소맥은 역시 하이트죠. 여기다 소주 한 잔 빠뜨리면 죽여줍니다."

―응 카스

―우웩 오줌

―하이볼을 죽인다 처음부터 그 생각뿐이었다

―돈이 좋긴 좋구만

일본에서 하이볼이 유행했다면, 한국에서는 소맥이 유행했다.

소맥의 역사는 의외로 매우 짧다.

'이것도 다 마케팅이지.'

IMF로 진로가 망하고 화이트에 합병이 되면서 시작되었다.

이전까지는 섞어 먹는 문화가 없었다.

맥소웰 혹은 통폐합주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소맥을 당연하게 마시지는 않았다 마케팅의 결과물.

따앙!

일본 하이볼의 유행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국 고유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제 막 스무 살이면 모를 수도 있는데 소맥은 이렇게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딱 치거든요? 소주와 맥주의 도수가 달라서 단순히 흔들기만 하면 잘 안 섞여서요."

―감성 아님?

―갓직히 소맥은 저거 하려고 먹는 건데 ㅋㅋ

―맛깔나게 말긴 하네

―하이볼이나 말지 ㅠㅠ

젓가락을 세워서 내려친다.

기포가 올라오며 아름답게 섞인다.

이런 기법은 해외에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젓가락을 안 쓰잖아.'

쓴다고 해도 나무젓가락을 쓴다.

안 그래도 쓰기 힘든 젓가락을 쇠로 만드는 건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쇠젓가락이 있기에 만들어진 기법.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괜히 음주 문화에 깜짝 놀라는 게 아니다.

―신라면블랙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소맥은 ㅇㅈ인데 소주는 너무 맛없음

"그것도 약간 오해가 있습니다."

소주는 정말 취하기 위한 술.

저질 알코올을 감미료로 먹을 만하게 만들었다.

그러한 시각도 일리는 있다.

'근데 술은 언제나 가격을 생각해야 돼.'

발렌타인 30년 맛있는 거 누가 모를까?

하지만 매일 먹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고, 구하기도 매우 힘들다.

그에 반해 소주.

어느 음식점에 가도 있다.

가격도 싸서 부담스럽지 않다.

"제가 하나 팁을 드리자면 이렇게 한 잔 따르고 병이 약간 비워진 상태에서 흔들면 공기가 잘 섞여서 맛이 부드러워져요. 이거는 참고로 칵테일 만들 때도 쓰는 기법입니다."

―알았어 형 이슬 하나 까볼게

―애쓴다 애써

―이건 꿀팁이긴 한 듯?

―칵테일 만드는 걸 소주에 ㅋㅋㅋㅋㅋ

맛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필리핀에서 탄두아이 같은 거 먹어보면 선녀 효과가 따로 없다.

'필리핀판 캪틴큐지.'

숙취가 장난이 아니다.

맛도 정말 음료수에 타서 겨우 마시는 수준이다.

그에 반해 소주.

그냥 마실 수 있다.

그 자체가 최소한의 퀄리티가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동남아 쪽에서 한국 소주가 잘 팔린다.

한류 열풍의 이유도 있지만, 맛 자체가 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음식에는 소주가 잘 어울립니다. 이건 제가 다음 주 화요미식회에서 말할 내용인데, 한국 음식이 맛이 복잡해서 혀를 씻어주는 소주랑 궁합이 잘 맞아요."

―한국 음식이 맛이 복잡해?

―허어

―대사 짜준 거 아님? ㅋㅋ

―얼마를 줬길래 소주 예찬론자가 돼버렸누

이러니저러니 욕은 먹어도 잘 팔리는 데는 당연히 이유가 따른다.

소주도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술이다.

'뭐, 돈 받으면 무슨 소리든 못 해 주겠어.'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것도 아니다.

최대한 좋은 부분을 조명해줄 뿐.

광고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 * *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간다.

―보라고인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별풍선 500만 개 터졌다고 함 ㄷㄷ

"뭐? 개소리하지 마. 그걸 누가 쏠 수 있는데."

―화이트진로가

―풍이 아니고 계좌 이체로 받음ㅋㅋㅋㅋㅋㅋ

―남훈이 정색하는 거 보소

―이이잉~ 기모링~!

BJ남훈.

평소처럼 방송을 진행 중이다.

갑자기 들려온 소식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일요신문― 「화이트진로, ’과일소주 4종’ 출시… CF모델로 오정환 발탁」

싫어도 믿게 된다.

다수의 시청자들이 얘기하고 있거니와, 뉴스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아니, 근데 뭐가 된다고 5억을 받아? 5억 얘기는 하나도 없는데."

―본인 오피셜

―손 쫙 폈다가 잠깐 닫음 ㅋㅋ

―환견들이 설레발 치는 거

―설마 오정환 따위한테 5억을 줬으려고?

정말로 5억인지, 아니면 5천인지, 시청자들이 설레발을 친 거지.

어느 쪽이든 남훈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X발 나한테도 광고 하나 안 들어오나?'

시기.

자신이 못 하는 걸 하고 있다.

오정환에 대한 경쟁 심리를 불태운다.

별풍선으로 환산하면 500만 개다.

심지어 수수료도 안 떼고, 바람잡이도 안 쓰니 고스란히 수익이 된다.

―[NH]샤이님, 별풍선 5959개 감사합니다!

뭔데 ㅋㅋ 남훈이가 훨 더 잘생김

―[NH]워닝♥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그런 애는 소주나 마시라 그래~ 누나랑 와인 따자♡

―크크루삥뽕님, 별풍선 12486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인상 쓰면 나 슬포 ㅠㅠ

순간 열이 뻗쳤던 남훈은 진정된다.

수많은 팬들이 즉시 금융 치료를 해줬다.

'그래, 니가 찍어봐야 한 편이지.'

자신의 수익.

적게는 3억, 많게는 한 달에 10억까지도 찍힌다.

필요 지출이 있기는 하지만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 정도다.

자신은 그만한 사람이다.

"어그로 그만 끌고. 남이 뭘 하던 뭔 상관인데. 니들 나 보러 온 거 아니야?"

―?

―BJ가 어그로 끌은 읍읍!

―우리 남훈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그렇다고 칩시다 ㅋㅋ

세상은 돈이 전부.

사람의 가치는 버는 수익에 의해 결정된다.

'대기업 이사도 나만큼은 못 벌어.'

열혈들이 쏴주는 수익만 해도 어지간한 기업을 뛰어넘는다.

진짜로 말이다.

글자 그대로 대기업BJ.

하지만 남훈은 그 이상의 지평선을 열고 싶다.

「캠방) BJ시아. 남훈 드디어 솔로 탈출인가^^ 이상형 찾았다」_ ?15, 073명 시청

보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유다.

보라판의 큰손들을 유입시킨다.

―보라큰손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입열구 아니야? 맨날 이상형이래

"어디 속고만 살았나. 오늘은 진짜 어렵게 초대한 거예요."

―입열구 ㅋㅋ

―맨날 역대급 맨날 이상형

―너무 많이 써먹은 레퍼토리인데? ㅋㅋ

―이이잉~ 기모링~!

자신의 열혈만큼이나 풍력이 센 이들이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호락호락하게 주지 않는다.

'그냥 좀 바치지.'

여자 호구 만드는 것보다 수고 대비 별풍이 적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적당히 방송했다.

하지만 마인드가 바뀌었다.

돈을 벌고, 명품을 사고, 집까지 사며 점점 가지게 됐음에도 허전하다.

수익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남훈의 마음속 한구석에 싹텄다.

"아니, 얘들아 까놓고 말해서 나보다 여캠이랑 많이 합방한 사람 누구 있어? 김군 형님? 김군 형님은 리스펙트하지 근데 양보다 질적인 면으로 말이야."

―질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군 멸시 ㄷㄷ

―남피셜) 그 돼지는 나한테 안된다

―여질은 ㅇㅈ이지

자신이 어느 정도의 사람인지.

어째서 파프리카TV 별풍선 1위에 랭크되어 있는지.

보라판을 정복하는 것만큼 손쉬운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생 버러지 새끼들이 입은 겁나 싸가지고.'

여기저기 소문을 한순간에 퍼트린다.

그것이 지난 생파 사건 때는 안 좋게 흘러갔다.

양날의 검.

잘만 쓴다면 좋은 무기가 된다.

성공적인 방송으로 보라판의 민심을 휘어잡는다.

"오고 있어?"

<어.>

"어가 아니라 오빠."

<어…….>

―목소리는 예쁜데

―누구임??

―아니 X발 성의가 없잖앜ㅋㅋㅋㅋㅋㅋ

―숏 뛰러 출장 간 OP녀도 저것보다 의욕 있겠다

충신지빡이님이 채팅금지 1회가 되었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게스트를 데려왔다.

남훈도 그녀를 처음 봤을 때는 믿기지가 않았다.

'이 비주얼로 안 뜰 수가 있다고?'

하지만 이내 알게 된다.

여캠은 비주얼이 절반.

그 정도로 몸매와 얼굴이 중요하다고 해도 방송을 못해도 된다는 소리는 아니다.

차라리 못하는 거면 나았을 것이다.

하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물소들이 안 붙을 만도 하다.

―예지누나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일반인이면 몰라도 BJ면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몰라 ㅋㅋ

"좀 싸가지가 없긴 해. 근데 꼴에 비주얼은 좋더라고. 나는 당연히 누나 택하겠지만."

―여자 너무 싸가지 없는데

―아무리 예뻐도 흠……

―열혈들 질투 벌써부터 난리 났눜ㅋㅋㅋㅋㅋㅋㅋ

―여적여 ㄱㄱ?

익태 형님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이유도 알겠다.

남훈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원래 유흥 쪽 처음 일하면 그러는 애들 태반이야.'

특히 자존심 센 년들.

자신이 이런 일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주위의 년들이랑 비교한다.

나보다 안되는 거 같은데?

그런 애들도 돈을 다발로 긁어 모으고 있으니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이게 되어있다.

남자를 홀리는 건 외모는 물론이고 기교까지 필요하다.

띵♪ 디딩 띵디딩~♪ 띠디디디디디디딩♬

하지만 너무 예쁘다면 안 될 것도 없다.

세상에는 천외천의 예외가 존재한다.

대문의 벨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도착했나 보네요. 마중을 나가보겠습니다."

―얼마나 예쁘면 저 지랄인지 역으로 기대되네 ㅋㅋ

―보나 마나 했겠지 ㅋ

―흔녀면 각오해^^

―민심 이미 개ㅈ됐는데 감당 가능?

자신이 너무 잘생긴 것처럼 말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직감이 왔다.

'어지간한 년들은 끌리지도 않는데.'

이상형.

그런 명확한 기준을 충족시킨 게 아니다.

단순히 외모가 마음에 든 거라면 강남 거리에서 적당한 년 찾으면 된다.

옆에 두고 싶다, 손에 넣고 싶다는 원초적인 욕망이 끓어올랐다.

자신조차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니 여캠 가지고도 호들갑 떠는 시청자들은 더할 것이다.

끼익―!

방송도 성공하고 그녀도 얻는다.

자신감에 찬 남훈은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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