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3화
첫 방송의 실패.
―점프킹마스터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그년 또 온다고? ㅋㅋ
"나 남훈이야. 내가 못 꼬시는 여캠이 있을 것 같아?"
―여기가 어디라고
―남훈이 상처 받았나 봐 오또케 ㅠㅠ
―걔는 철벽 그 이상 같던데
―여자 열혈들 빡치겠눜ㅋㅋㅋㅋ 지들은 수십만 개 쏴도 안 만나주는데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생기는 스토리텔링도 있다.
보라판이라는 좁은 세계에 그녀의 이름이 알려진 것이다.
『애청자 증가수』
1. 여캠 ↑30 ↑2533
2. [NH남훈] ↑1
3. 오정환 ↓3
4. 빠꾸밍 ↑5
5. 뀨우웃 ―
노이즈 마케팅 효과.
여캠 본인은 물론 남훈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 외모 하나는 확실히 괜찮은 년이지.'
성의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방송 진행은 물론이고, BJ명조차 대충 지어 놨다.
하지만 여캠은 외모빨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워낙 싸가지가 없던 탓에 모으지 못했던 인지도.
지난 사건을 계기로 주목 받으면 급부상했다.
그토록 당한 자신도 끌리고 있으니 말 다했다.
띵♪ 디딩 띵디딩~♪ 띠디디디디디디딩♬
그렇다고 그 말이 매달리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울타리 밖 대문의 벨소리가 들린다.
"오늘 방송은 다를 거야. 일단 나가본다. 명운을 빌어줘라."
―남훈이가 긴장을 빠네
―명운까지 빌 거면 왜 불렀눜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털리지 말아라……
―그 년은 진짜 왜 방송하는 거임?
마중을 하러 나간다.
방송에서의 모습과 달리 남훈은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있다.
'니가 아무리 온갖 도도한 척 다 해봤자.'
그녀의 처지.
익태 형님에게 들어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모든 권한을 부여 받았다.
"너도 골 빈 년은 아닌 거 같으니 상황 파악하지? 그렇게 자꾸 방송 방해하면 재미없다는 거."
"……."
합방을 해주는 것은 공짜가 아니다.
금전적인 보상도 받지만, 가장 큰 것은 심익태를 뒷배로 둔다.
'뭔 사고가 생겨도 그 형이 다 처리해 주는데.'
그 철꾸라지조차 커버해줬을 정도다.
이쪽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서 아는 것도 많고, 인맥도 넓다.
이년이 말을 한사코 안 들으면 다 방법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해를 했는지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개인 방송 갤러리〕
―남훈좌 오늘 좀 치눜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심 ON
―비주얼만 보면 ㅈㄴ 선남선녀네
―철벽좌는 저 얼굴로 어떻게 묻혀 있었지?
.
.
.
그렇게 진행되는 두 번째 방송.
첫 방송 때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저세상 텐션이다.
남훈도 진행 능력이 썩 뛰어나지 않다.
비주얼빨이 90%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철벅좌는 저 얼굴로 어떻게 묻혀 있었지?
한 일주일만 방송해도 큰손 사이에서 소문 쫙 났을 거 같은데 └텐션 보면 모르냐 ㅄ아
└본인이 존나 의지가 없으니까
└몸매 ㅈ되긴 함ㅋㅋㅋㅋㅋ
└남훈이 발굴한 거지 ㄹㅇ
비주얼과 비주얼이 합쳐진다.
그냥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어도 그림이 되는 광경.
사정을 이해할 만한 스토리텔링도 있다.
지난 첫 방송을 통해 알려진 상태다.
―보라큰손님, 별풍선 10002개 감사합니다!
무슨 선 봄? 텐션 좀 올려 ^^ㅣX
"만두개 감사합니다! 큰손분들 오셔서 텐션 좀 올리고 싶은데 그녀가 허락을 안 해주네."
"……."
―존나 철벽 치네
―가드 내려 ^^ㅣX
―민심 감당 가능? 민심 감당 가능? 민심 감당 가능? 민심 감당 가능? 민심 감당 가능?
―큰손들이 분위기도 띄워주는데 ㅋㅋ
원래부터 그런 여자다.
무뚝뚝하기를 넘어 얼음장처럼 차갑고 냉소적이다.
사연이 있는 게 아닐까?
예쁜 여자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게 남자라는 생물이다.
〔큰손 단톡방〕
「남자한테 상처 좀 입었나 보죠?」
「그런 삘」
「저런 애들은 시간 들여서 살살 녹여야 되는데 남훈이가 너무 급하네」
「거 간 보지 말고 쏠 사람은 말 좀 합시다!」
「풍쌈 좀 해볼 텨?」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파프리카TV가 아무리 넓고, 여캠들이 많아도 탑급은 한 줌에 불과하다.
실제로 만나보면 수준 미달.
하지만 아주 가끔씩 '진짜'라고 할 수 있는 여캠이 데뷔한다.
"별풍도 많이 받았는데 뭔가 보답을 해야겠지?"
"그러세요."
"승마 게임이라고 반응 제일 좋은 거 있는데 그거 한 번 가자."
그러한 원석을 누구보다 잘 구별하고, 캐치한다.
큰손들의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골반 ㅈ되눜ㅋㅋㅋㅋㅋㅋㅋㅋ
―요가복 ㅗㅜㅑ
―좀 쳐본 솜씨인데?
―원래 도도한 년들이 뒤에선 더 밝힘 ㅋ
―기승위 퍄퍄
―녹아버리겠다……
―^#$^#&! #&$*$*[email protected]%@#$%
―개꼴이네
일반 시청자들에게도 전달된다.
상렬쇼.
남훈이 가장 장기로 삼는 코너에게 반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각! 다각! 다각! 다각!
승마 머신.
정말 말을 타는 것처럼 손잡이를 잡고 하체를 움직이는 운동기구다.
기계가 계속 흔들리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뛰어나다.
적어도 지금은 운동이 메인이 아니다.
"오~? 잘하는데? 전 남친이 가르쳐준 거 아니지?"
"닥쳐."
"응?"
"……닥치고 이기면 뭐 해줄 건데?"
여캠의 허리놀림.
침대 위에서 어떤지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무뚝뚝하기만 했던 그녀가 격정적으로 골반을 튕긴다.
'주도권 넘어왔어 이년아.'
그리고 감정을 보인다.
정말 반응이라는 게 없나?
포기하고 싶던 참에 남훈은 미소를 짓는다.
「150」 vs 「90」
게임은 진다.
1분에 허리 튕긴 회수.
하지만 그 이상으로 얻은 것이 많은 게임이었다.
―섹드립마스터님, 별풍선 892개 감사합니다!
완전 분쇄기인데? ㅋㅋ
―여캠탐색중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운동 좀 하셨나 보네요. 어쩐지 몸매가 ㅎㅎ
―30대아재님, 별풍선 4424개 감사합니다!
웃으면 더 예쁠 텐데……
.
.
.
별풍선이 팡팡 터진다.
이러한 19금 게임.
여캠의 매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다.
"이건 나한테 쏘는 게 아니잖아! 너한테 쏘는 건데 리액션 해야지!"
"아 그래."
"너 진짜 설마 별풍선이 얼만지 모르는 거 아니야?"
―6년 전 하와와?
―봄이도 아니고 뭨ㅋㅋㅋㅋㅋㅋㅋㅋ
―모르진 않겠지
―금수저임? 돈 귀한 줄을 모르네
옷도 쫙 들러붙는 요가복을 입혔다.
여캠스럽지도 않은 평범한 코디를 벗기고 말이다.
'진짜 쥑이긴 하네.'
뭐라고 딱 잘라 표현은 못하겠지만 그냥 굴러다니는 애들과는 다르다.
예쁘고 섹시하기를 넘어 아름답다.
캠 넘어 시청자들도 느낄지언데 바로 앞에 있는 자신은 더하다.
아랫도리에 혈액 순환이 잘될 지경이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선 거 아님? ㅋㅋ
"아, 아니야! 그냥 바지 주름 잡힌 거지."
―툭튀 뭔데
―좀 많이 꼴리긴 했지 ㅎㅎ
―와 굵기가 무슨 뱀 수준이네
―부정하는 게 더 수상해~
우연이 아니다.
실수도 아니다.
은근슬쩍 과시하기 위함.
'딱 보니까 니도 알 거 다 아는 거 같은데.'
애초에 이런 여자를 주위에서 가만둘 리가 없다.
그리고 몸 좋은 사람들끼리는 통하기 마련이다.
여자도 성욕이 장난 아니라는 사실을 남훈은 아주 잘 알고 있다.
관심이 분명 생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긴 거 맞지? 집 가도 돼?"
"아니, 참나. 소원 걸고 한 거 아니잖아~ 대신 야식 선택권은 줄게."
"……적당히 먹고 싶은 거 시켜."
여전히 무표정하다.
자신이 이긴 이유가 집에 가기 위함이었다고 대놓고 말을 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가 넘칠 수 있는지 보자.'
이 정도 예측하지 못한 남훈이 아니다.
19금 게임까지 버틴 건 예상외이긴 해도 카드는 여러 장 있다.
띵♪ 디딩 띵디딩~♪ 띠디디디디디디딩♬
배달이 온다.
적당히 시키래서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족발이랑 초밥을 시킨다.
"와~ 궁궐에 무슨 왕자님이랑 공주님이 사시네. 무슨 재벌 2세예요?"
"재벌은 무슨. 여기 깔아 놓고 가세요."
―소리 들리는데?
―왕자님 공주님ㅋㅋㅋㅋㅋㅋㅋㅋ
―틀딱 감성 ㅆㅅㅌㅊ
―근데 진짜 모르고 오면 그렇게 보일 듯 ㅋㅋ
당연히 안주 메뉴다.
아무리 철벽인 여자도 술이 들어가면 틈을 보이게 되어있다.
뽀옹!
그리고 재력.
글자 그대로 돈을 마신다고 할 수 있는 술이다.
술장에서 과감하게 한 병 꺼낸다.
―철꾸라지난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재벌 2세 맞네 ^^ㅣX
"나도 이런 걸 맨날 까진 않지. 진짜 귀한 건데 큰마음 먹고 깐다는 걸 알아줄까 모르겠네."
"하아."
―와 맥캘란 30년
―한숨 쉬는데? ㅋㅋ
―저거 500만원 짜리 술이라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파 때도 안 까더니 잘 보이고 싶었나 보네
맥캘란 30년.
발렌타인 30년과는 비교가 안 된다.
글자 그대로 가격의 단위부터가 다른 술이다.
꼴꼴꼴~
얼음이 담긴 온더락 잔에 가득 따라준다.
자신이 얼마나 호쾌한 남자인지 알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걸 여기다?"
"그럼 뭐. 와인잔이라도 가지고 와줘?"
"그냥 따라. 먹고 죽지 뭐."
시큰둥하다.
이 맥캘란 30년이 얼마나 비싼지 모르는 모양이다.
남훈으로서는 속이 쓰리다.
'그래, 먹이기만 하면 됐지.'
이런 고급 술.
자신이 괜히 따는 것이 아니다.
소주나 보드카를 마실 때보다 훨씬 술술 넘어간다.
꿀꺽! 꿀꺽!
이렇듯 말이다.
독한 양주를 소맥 마시듯이 들이킨다.
금세 알딸딸한 듯 눈꺼풀이 감긴다.
"오빠가 너를 이렇게 이해해주려고 하는데. 너도 조금은 마음을 열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
―취했나 본데?
―벌써 300만 원 마셨어 ㅠㅠ
―애프터각이다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취하니까 귀엽긴 하네
말투도 부드러워진다.
여전히 말이 짧긴 하지만 싸가지가 없던 때보다는 확실히 낫다.
방송을 서둘러 종료한다.
여캠이 취했으니 방송 진행이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말이다.
"야 정신이 좀 드냐?"
"……뭐."
"한 잔 더 하자고. 자신 없어?"
표면적으로는 집에 보냈다고 말해두었다.
사실은 손님 방에 재워두고 있었고, 방송을 끝낸 후 찾아간다.
'이런 년은 억지로 뭐 하려고 하면 안 돼.'
딱히 자고 있는 사이에 원나잇이라도 치려는 게 아니다.
여자마다 다루는 방법이 다르다.
정도는 다르지만 완강한 타입도 적지 않게 상대해봤다.
요지는 한 번 이기는 것이다.
"혹시 술이 좀 약하나? 얼굴도 빨간 거 같고."
"아닌데?"
"그럼 마저 까자. 술 게임 하면서."
심리적 우위를 가진 상황에서 잘 대해주면 서서히 마음을 연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자존심이 좀 많이 센 편 같으니까.'
절대 지려고는 안 할 것이다.
예상대로 술 게임 제안을 받아들인다.
꿀꺽! 꿀꺽!
거부할 처지도 아니다.
그런 업체에 목줄을 잡혔다면 십중팔구 돈 문제.
"오빠한테 잘 보이면 그냥 팔자 풀리는 거야."
"그래."
"못 나가는 여캠들 알지? 걔네 어떤 취급당하는지 알아? 콜팝TV에서 벗방 해. 아니면 2차 뛰든가."
"잔 비었네."
그것을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다.
외모만 반반한 골 빈 년은 아닌 거 같으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니도 솔직히 나 좋잖아~ 딸꾹!'
돈 많이 버는 잘생긴 남자만큼 여자의 행복이 없다.
취집이라는 소리까지 있는 마당이다.
꿀꺽! 꿀꺽!
그렇게 술이 계속 들어간다.
당연하게도 마시는 것은 남훈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끝이야?"
"딸꾹!"
"조루 새끼였네."
살짝 취한 척 틈을 보여주니 좋아서 넘어온다.
가을은 남훈이 곯아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지긋지긋하기까지 한 생활이지만 앞으로 한 달이다.
딱 한 달만 꾹 참고 죽은 것처럼 버티면 된다.
"안녕."
밤의 거리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