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7화
<보이는 라디오>
대형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오정환 튀는 거 추했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338] +472―? 오늘자 철벽좌 미모 캡처. jpg [279] +564
―? 남훈 vs 오정환 한 짤 요약 [510] +602
―? 갠방갤 투표) 현재 대통령에 가장 가까운 BJ는? [651] +517.
.
.
남훈의 합방.
그 자체로도 이슈가 되고 있지만, 보라판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남훈 vs 오정환 한 짤 요약
[런닝맨×오정환 합성짤. jpg]
남훈만 보면 튀어라 정환런!
└캬 역시 공중파라 런닝맨 찍고 있누^^
└런정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과대평가 오지긴 함
└남훈한테 시청자 수 따이고 한물 갔네
경쟁 구도.
팬덤 간의 싸움은 보라판의 엔드 콘텐츠다.
그것은 대개 풍력과 시청자 수 차이로 결정된다.
남훈은 풍력으로는 앞서고 있었다.
남캠의 특성상 충성도 높은 열혈들이 별풍선을 어마무시하게 쏴준다.
―오정환 튀는 거 추했다고 생각하면 개추 ㅋㅋ
[오정환 웃긴 표정. jpg]
본인이 추하게 몸 비트는 환견이면 비추
└지가 생각해도 목 따일 거 같으니까 대가리 굴리더니 피곤하다고 방종ㅋㅋㅋㅋㅋㅋㅋ└일단 나부터 ㅋㅋ
└나 쿤견인데 오늘은 남훈 승리 ㅇㅈ함
└오정환 이 새끼는 자존심도 없나?
그런데 시청자까지 이겼다.
단 한 번, 그것도 합방의 어그로 덕을 받았다고 하지만 의미가 없을 수는 없다.
오정환은 상징적인 존재다.
단순히 인기BJ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그 이상의 지평선을 처음으로 개척했다.
썩은 물만 가득한 보라판에서는 가히 천외천이다.
그렇기에 시기하는 세력도 있을 수밖에 없다.
"김군 형님 들으셨습니까?"
"들었지."
"정환이 걔도 오래 해먹었죠~ 가끔은 나락 좀 가고 그래야지."
김군의 사무실.
보라판 이슈는 직원들의 화젯거리다.
주된 업무 내용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정환 그 새끼는…….'
굵직한 게 아니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심적인 피로감을 덜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만큼은 예외.
김군은 오정환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루고 있는 것은.
"요즘 TV 좀 나간다고 목이 뻣뻣하더라고요~"
"……."
"형님도 왕년에 많이 나갔잖아요? 형님 하는 거 똑같이 따라 하는 건데."
"싸물어."
"?"
자신의 지향점이었다.
그야말로 꿈만 과도 같은 일이다.
'고정이랑 게스트가 같냐!'
김군은 연예인 출신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일거리가 안 들어오는 안 나가는 개그맨.
KBS 출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KBS 공채 개그맨은 개그콘서트라는 확실한 출세 루트가 있다.
자신은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개그야'에서 방송을 했다.
그마저도 인기 순위가 항상 밀렸다.
"이번 기회에 교육을 시키는 게 낫겠죠? 여론 항상 좋은 거 꼴 보기 싫었는데."
"크흠……."
BJ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것 말고는 먹고 살 길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가 잘나서 방송 나가는 줄 안다니까? 내가 선구자로서 길을 다 닦아 놔서 지가 편하게 가는 것도 모르고.'
연예인 출신이다.
자신은 근본력이 있다.
비록 시청자 수나 풍력 같은 게 밀려도 자부심으로 삼았다.
그조차 오정환에게 내주게 된 것이다.
파프리카TV 출신 방송인이라고 하면 가장 첫 번째로 떠오른다.
정리글) 김군 이슈 타임라인 긁어옴. tx
2007년― 현역 입대했지만 정신질환으로 귀가 조치
2008년― 공익/방산업체 카페 가입 들킴
코미디 갤러리 하다가 들켰음
2012년― 발바닥TV 군필 구라 사건
박명수랑 방송 진행 중 군대 다녀왔다고 말함
2014년― 삼청교육대 발언
김군: 나 존나게 편하게 군생활 했다고? 다들 삼청교육대 갔다 오셨나 봐~ 2015년― 면제받았다고 언플하기 시작
미필인 거 들키니까 작전 변경한 듯
2016년― 병무청 3급 현역 판정에 소송 제기
알고 보니 면제도 아니었음
판단은 알아서 ㅋㅋ
└진짜 길기도 하다
└자아분열임? 군대를 지 맘대로 갔다 안 갔다 하네
└저 때 코갤이면 진짜 악질 중에서도 개씹악질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캬~ 디시 대선배를 몰라 뵀누
그리고 이미지.
최군 김군의 위상은 위태위태하다.
작년부터 한 가지 사건에 얽혀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군대 가든 말든 니들이 뭔 상관이냐고.'
군대를 면제받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썼다.
돈과 인맥.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이다.
그사이에 자신이 내뱉은 말들의 업보가 쌓였다.
"여론을 돌리면 군대 얘기도 덜 나오겠지?"
"솔직히 그런 말 나오는 게 웃겨요. 까놓고 말해 대한민국에서 군대 가는 게 병신이지. 지들도 뺄 수 있으면 뺄 거면서."
"넌 갔냐?"
"전 정공입니다 헤헤."
그것이 모이고 모여 터진 것이다.
다른 업계였다면 잊혀졌을 수도 있는 사소한 발언이지만 이곳 보라판은 스토커 같은 놈들이 있다.
'…….'
그러한 업계의 생리.
알 리가 없는 가을은 그저 갑갑할 따름이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심이 하루 빨리 거둬졌으면 좋겠다.
―[NH]쌍욕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람보르기니로 드라이브 씹오지네 ㅋㅋ
"이번에 새로 뽑았는데 이름값 하더라고. 승차감이 나쁘진 않지?"
"그래."
―와 람보르기니
―벤츠나 BMW보다 훨씬 위급 아님?
―개부럽다……
―저거 타고 다니면 오픈시키고 다닐 텐뎈ㅋㅋㅋㅋㅋ
눈앞의 남자도 말이다.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
"아 잠깐!"
"……."
"기름이 다 달았네. 람보르기니가 다 좋은데 연비가 너무 나빠~ 리터당 1km밖에 못 간다니까?"
"너 같은 차네."
"응? 고마워."
종종 들러붙는다.
자신의 존재를 돈으로밖에 치환하지 못하는 재미없는 인간들.
'비싼데 쓸모는 없네.'
가을은 턱에 손을 괸 채 창문 밖을 바라본다.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다른 시선이 부딪혀 온다.
행인들이 자신을 바라본다.
아니, 차 때문일 것이다.
남훈도 자랑했듯 람보르기니는 비싼 차다.
하지만 실제로 타보면 이것만큼 안 좋은 차도 없다.
차체가 낮아서 도로의 진동이 몸을 타고 흐른다.
"18만 2천 원 나왔습니다 선생님. 어이구~ 젊으시네. 어이구~! 애인분도 정말 미인이시네!"
"아저씨 카드나 빨리 돌려줘요."
―아저씨 말 많네
―람보르기니 처음 봤눜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나이에 슈퍼카 타면 인생 성공한 거지
―진짜 좀 놀랍긴 하겠다 ㅋㅋ
자신의 재력을 자랑하기 위해서라는 하찮은 목적으로 돈을 뿌리는 남자.
빈 수레처럼 내용물이 없다는 건 경험으로도 알고 있다.
―[NH]야리님, 별풍선 5000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기름값♡
"바람 피고 있는데 야리 누나한테 용돈 받았네. 고마워."
"……."
그것만 가지고 재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겉에 드러난 외면만으로 타인을 판단하는 것이다.
똑! 똑!
정말 바보 같지 않은지.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보면 살아볼수록 잘못된 건 자신 같다.
반대쪽 창문에서 소리가 난다.
가슴만 크고 멍청하게 생긴 여자.
손등으로 창문을 격하게 두들긴다.
"아 뭐야. 수영이야?"
"모야~ 멋있는 남자 번따 하려고 했는데 오빠네."
"노란색 람보르기니 나인 거 알면서 튕기고 있네."
"헤헷!"
―람보르기니 타면 역번따 당한다더니 사실이었어??
―쟤도 이쁘네
―남훈이 인맥 보소 ㄷㄷ
―번따가 뭐임?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의 외면을 꾸미는 데 인생을 할애한 듯한 사람들 말이다.
"혹시 삐졌어? 삐진 거 같은데?"
"딱히."
"아니~ 여기 강남이잖아! 내가 강남 야킹 자주 나오거든. 아는 애들이 많아서 그래."
"관심 없어."
스트리밍이라는 것을 하며 더 자주 만나고 있다.
남훈의 주위에는 온통 그런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환호를 받는다.
열혈이라고 불리는 돈이 썩어 나는 사람들도, 일반 시청자들도 좋아한다.
끼익―!
행인들 또한.
차에서 내리자 여기저기서 시선이 꽂힌다.
가을에게 있어 그렇게 드문 일은 아니지만.
"람보르기니 타고 가면 꼭 이래. 그래서 난 차 2대 몰거든. 애국도 할 겸 제네시스도 한 대 뽑았지."
"어, 그래."
―와 차가 두 대
―철벽좌는 아직도 표정이 무덤덤하네. 많이 타봤나?
―람보르기니 한 번만 타보고 싶다……
―진짜 타고 다니면 관심 장난 아닐 듯 ㅋㅋ
돈과 외모.
같은 선상일지도 모른다.
람보르기니를 탄다는 재력에 감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자랑스러운 듯 우쭐한다.
남훈의 태도와 주위의 반응이 가을에게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재미없는 인생이야. 저 녀석도 나도.'
자신도 결국 그 돈이라는 것 때문에 묶여있다.
빈 수레라고 씹었지만, 사실은 자신도 비슷한 부류.
적어도 타인의 시선에는 그렇게 비춰진다.
굉장히 우습고, 재미없고,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서 오세요! 노란색 람보르기니 세워지길래 딱 직감했죠. 남훈 형이구나."
"소란 떨지 말고 자리나 안내해."
"와아~ 진짜 이쁘시다! 제가 지금까지 본 여성분들 중에 연예인 포함해서도 제일 예쁘신 거 같아요!!"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야단법석을 떠는 웨이터에게 어깨에 걸쳐진 웃옷을 맡긴다.
"오~"
"뭐."
"보통 긴장하던데 이런 데 오면."
"남이사."
"이런 데 많이 와봤나? 전 남친이 사실 수십 명인 거 아니지?"
"착각 마. 아버지 사업 때문이니까."
―전 남친 수십 명ㅋㅋㅋㅋㅋㅋㅋ
―저건 빡칠 만하지 ㅋ
―아버님이 개인 사업하시나 보네
―어쩐지 귀티가 흐르더라
부모님.
누군가에게는 고맙고 감사한 존재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신은 이상하게도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아버지 친구가 가을이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해서 그러는데…….》
철이 들었을 때부터 불려 다녔다.
사업 파트너 아들과의 선.
정재계 유력자들이 모인 파티 참석.
당시의 자신은 몰랐지만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서로 혈연 관계를 만들고 싶어 한다.
서걱! 서걱!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그것 때문에 쌓아왔다.
"오~"
"뭘 봐."
"진짜 예쁘게 먹는다. 무슨 귀족인가 봐."
"너도 맛없게 먹든가."
"맛없어? 하긴 격식 차리면서 먹으면 좀 불편하긴 하지."
온갖 예법과 허례허식.
배우면서 느낀 것은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이다.
'바보 같아.'
자식을 이용했으면 성공이라도 하든가.
사업도 실패하고, 그 실패를 가리기 위해 헛돈까지 쓴다.
허무함만이 남는다.
세상 모든 것이 재미가 없다.
이 방송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나 간다."
"퇴근하냐? 뭐 그렇게 딱딱해."
"맛있었어. 다음에 또 기대할게."
"아 드디어 웃어주네. 그래! 오빠가 또 맛있는 거 먹여줄게. 살펴 가~"
―올
―철벽좌 웃는 거 처음 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있긴 했나 보네
―여기 디너 50만 원이라고 나옴 ㄷㄷ
지긋지긋하지만 그럭저럭 적응도 했다.
정말 외면밖에 보지 않는다.
가짜 미소를 지어주니 뭐가 그리 좋은지 손을 흔든다.
덕분에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피로하다.
육체는 아무렇지 않은데 정신은 왜 이리 따로 노는지 알 수가 없다.
'벌써 어둑어둑하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서울의 밤하늘.
조명 때문에 낮처럼 밝은 거리와는 대조적이다.
방금 전 겪은 사람들 같다.
밝아야 할 부분은 어둡고, 감춰도 될 부분은 지나치게 밝다.
끼익―!
그런 감성적인 생각이 든다.
전부 가짜투성이인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에도 단 한 명.
"야, 타."
재미있는 녀석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