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88화 (788/846)

788화

성공적인 방송이다.

"와 진짜 대단하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아니, 나도 걔 알긴 알았는데 방송 딱 들어가니까 대놓고 꼽주더라고."

뒤풀이를 하고 있다.

남훈과 동료BJ들은 클럽의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술을 마신다.

"솔직히 빈정 상하잖아."

"그건 맞지."

"뭐 하꼬년이. 조명 오지게 튼 캠빨일 년이. 그런데 캠빨이 아니었네?"

""깔깔깔!""

자주 있는 모임이다.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고.

"오빠, 나랑 비교하면 어때?"

"뭐?"

"나도 한 미모 하지 않아? 딱 여캠감인데."

여자를 만나기도 쉽다.

아니, 만나고 싶어서 줄을 선다는 표현이 옳다.

동석한 여자들.

자기들 스스로 걸어온 것이다.

BJ라는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다.

"우습냐?"

"응?'

"BJ가 우스워? 니들 나 정도면 통하겠지 같은 생각하는 거면 빡치는데."

"아니야, 오빠. 그냥 물어본 거지;;"

"왜 이렇게 진지해~"

사회적 지위가 올랐다.

일부 BJ들이 공중파에 출연하고, 몇몇 사건들을 거치며 인식이 변화했다.

그 낙수 효과.

보라BJ들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젊은 층에게 영향력이 대단하다.

'폼 잡긴 병신이.'

그런 동료BJ들을 보며 남훈은 속으로 혀를 찬다.

사실 별거 하지도 않는 주제에.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다.

고생한다는, 전문성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야 가오가 산다.

"그래도 니들 정도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

"정말?"

""꺄아~!""

"오빠들이 하는 말인데 오죽하려고."

"그치, 그치!"

"오빠들 방송 잘나가잖아~ 나도 즐찾 했어!"

여자를 꼬시기도 쉽다.

예쁘고 반반한 년들.

그것밖에 없는 년들.

최근 여캠은 가장 핫한 직업이다.

누가 봐도 돈 버는 게 편해 보인다.

'실제로도 편하고.'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다.

저 멍청한 년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오빠 아앙~"

"맛있네."

"내 것두. 내 것두 먹어봐~"

"어딜? 입술?"

"아 모래!"

""꺄르륵!""

일반인들은 알 수 없다.

여캠들이 어떻게 방송을 하는지.

장비 세팅은 물론, 방송 노하우도 말이다.

'그걸 어찌저찌 알았다고 쳐도.'

이쪽 업계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그냥 생으로 시작하면 생으로 묻혀버리게 되어 있다.

아니, 애당초 고생이라는 걸 하기 싫다.

이 멍청한 년들은 남들이 해주길 바란다.

쭈웁! 쭈웁~

여기저기서 재미 보는 소리가 들린다.

BJ들에게 잘 보이지 못해서 안달이 난 년들이 많다.

"오빠."

"뭐."

"쟤넨 분위기 좋은데. 우리도 친해지자. 응?"

최근 더 많아졌다.

BJ들이 강남 야킹 방송을 자주 하다 보니, 관심이 생긴 애들도 덩달아 늘어난 것이다.

'수영이가 꽤 많이 도와주긴 했지.'

야외 부킹을 뜻한다.

길거리를 가다 반반한 년들 있으면 꼬시기.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보라 콘텐츠 중 하나다.

―요즘 야킹 방송이 존나 재밌음ㅋㅋ

닳고 닳은 여캠년들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게 ㄹㅇ

└킹반인은 ㅇㅈ이지

└여캠 합방 주작 냄새 나서 나도 별루

└핵구랑 우결 찍은 여캠 보도 출신이라몈ㅋㅋㅋㅋㅋㅋㅋㅋ└보라 좀 아는 애들은 야킹 보지 ㅇㅇ;

눈치 빠른 시청자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캠 합방.

대부분 콘텐츠나 사심 때문이 아닌, 이해타산을 기반으로 굴러간다.

'그게 그거란 것도 모르고.'

사실 야킹도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

강남 거리에서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것 같지만, 이쪽 세계도 알고 보면 굉장히 좁다.

"아악!"

"요란 떨지 마."

"나 수술한 거 알잖앙~ 터진단 말이야."

"아 이래서 짜가는."

예쁘고 반반한 년들.

그것도 강남에, 몇 시간씩 걸리는 메이크업을 하고 나오는 년들.

범주를 좁히고 좁히면 생각보다 좁은 세계다.

'다 이렇게 먹어주길 바라는 년들이고.'

이런 년들도 누군가 말을 걸어 달라고 싸돌아다니는 것이다.

압구정 로데오가 길거리 캐스팅으로 유명하다면, 이곳 강남은 BJ들의 놀이터가 돼버린 지 오래다.

쭈웁! 쭈웁~

자신 같은 인기BJ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안달을 한다.

힘을 주면서 입술을 살살 빤다.

알아서 혀를 얽혀 온다.

남훈으로서는 딱히 어찌 돼도 상관없는 년이다.

"오빠♡ 내가 그 년보다 낫지 않아?"

"하도 많아서 누굴 말하는지 모르겠네."

"그 방송에 나온 년. 싸가지 없잖아. 나는 오빠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할 수 있는데."

이 정도의 여자.

글자 그대로 굴러다닌다.

강남에는 물론, 자신에게 반한 여캠들 중에서도 산처럼 쌓였다.

'마음대로 한다는 감각이.'

그래서 좋은 것이다.

채팅창에서 흑우짓을 하는 시청자들은 평생에 한 명도 안기 힘들겠지.

"오빠 자, 잠깐만요"

"싫어? 싫으면 말고."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여기서는 좀."

"오오~!"

"역시 남훈좌!"

자신은 장난감 가지고 놀듯이 할 수 있다.

홀복을 멋대로 들추어도 싫은 내색을 못 한다.

머릿속에서 저울질을 한다.

이내 수치심을 참고 몸을 맡긴다.

'이딴 싸구려로 만족할 수 있겠냐고.'

평소였다면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을 짓.

하지만 최근 드물게도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다.

벌써 네 차례나 합방을 했는데 가을은 넘어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소 세 번째에는 자빠뜨릴 생각이었다.

"오빠 아파요."

"근데?"

"저 부드러운 거 좋아해요 아앙~"

그 대리만족.

설설 기고 있는 여자를 보니 조금은 풀린다.

곧 그 여자도 이렇게 될 것이다.

'여자라는 생물은 아양을 떠는 모습이 어울리지.'

만족스럽다.

클럽의 VVIP석.

N빵을 해도 하룻밤 수백만이 날아가는 자리에서 정신이 나갈 듯이 논다.

그리고 안는다.

다음 날 일어난 남훈의 옆에 수영이 누워 있다.

술 때문에 기억이 흐릿하지만 대충 홈런까지 간 모양이다.

"오빠 깼어? 갈 거야?"

"어."

"같이 가면 안 돼? 나도 람보르기니 타고 드라이브 하고 싶은데~"

수치심은 있는지 이불을 껴안은 채 자신을 붙든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람보르기니라고. 어중간한 아우디나 벤츠 같은 게 아니라.'

슈퍼카다.

돈 많은 사람 많은 강남의 거리에서도 람보르기니급의 고급차는 이목을 모은다.

몇 대 다니지 않는다.

그마저도 나이 많은 아저씨, 혹은 허세를 위해 렌탈로 빌린 것이다.

자신처럼 자수성가한 케이스는 흔치 않다.

그것도 젊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는 말이다.

"씻고 와."

"야호! 오빠도 같이 씻을래?"

자고 싶으면 이런 남자.

골 빈 년들의 생각은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쏴아아아아아―

뜨거운 물을 맞으며 살갗을 만진다.

어젯밤 기억이 없다 보니 흥미롭게 느껴진다.

"오빠 끌려?"

"니가 비비잖아."

"이대로 함 할래요? 나 밖에만 하면 OK인데."

물기로 촉촉하게 젖은 피부.

미끄러지며 자연스럽게 골반이 잡힌다.

위쪽도 꽤 푸짐하다.

몸매는 상당히 괜찮은 년이다.

'그래 봤자 짜가이긴 한데.'

그럭저럭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하지만 부족하다.

"오빠, 물! 물!"

"물 달라고?"

"아니, 물 방향 좀 낮춰줘. 얼굴에 닿는단 말이야."

얼굴에 샤워 물이 닿지 않으려고 발악을 한다.

화장이 지워질까 봐 신경 쓰이는 것이다.

'떡칠을 안 하면 싸돌아다니지도 못하지.'

잠깐 쓰는 것일 뿐이다.

진정 자신이 안고 싶은 여자는 가짜가 아닌 진짜.

"오빠 나 마저 씻고 나갈게. 여자 오래 걸리는 거 알지?"

"어."

"꼭 기다려줘야 돼!"

현자 타임을 느끼며 샤워실 밖으로 나온다.

몸을 대충 수건으로 문지르고 핸드폰을 켠다.

톡! 톡!

어젯밤의 방송.

스스로 생각해도 훌륭했다.

그토록 단단하던 철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람보르기니 타고 50만 원짜리 코스 요리 먹으면 어떤 여자라도 다 가게 돼있지.'

처음으로 호감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공을 들인 보람이 드디어 싹튼 것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반응이 뜨거울 것이다.

남훈은 기대를 하며 커뮤니티 앱을 켰는데.

〔개인 방송 갤러리〕

―어제 2부가 그렇게 꿀잼이었음??

―장문) 개인적인 철벽좌 1부 vs 2부 비교. txt

―아직도 여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오정환은 그냥 보라의 신임ㅋㅋㅋㅋㅋㅋㅋㅋ

자신의 방송이 1부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 * *

강남.

그다지 오고 싶은 거리는 아니다.

'상징성이 있는 동네지.'

강남에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서울 하면, 잘 사는 동네 하면 강남이 최고인 줄 안다.

그 이미지가 만들어버린 문화.

허세와 욕망만이 가득한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려들었다.

―파랑남색보라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뜬금 야방 뭔뎈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그냥 드라이브가 하고 싶어져서 켰어요."

―우리야 땡큐지!

―남훈 방종하니까 귀신같이 돌아오누

―누구는 람보르기니 타던데 ㅎ

―남견 쳐내!

선망의 대상.

강남스타일의 영향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결정적인 건 2016년 이후로 활성화된 야킹이다.

'재미있는 콘텐츠이긴 하지.'

여느 업계가 그러하듯 그쪽만의 생태계가 구축돼있다.

이곳 강남의 거리도 외부 사람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끼익―!

그것을 모르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일반인을 꼬시는 느낌이 난다.

그래서 현재 보라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다.

"야, 타."

"……."

―야 타 시전 ㅋㅋㅋㅋㅋㅋㅋ

―그 발언

―이걸 X발 21세기에 하고 있넼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 누구임?

나도 한번 숟가락을 올려본다.

외로운 처자 한 명.

밤길을 배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차를 멈추고 창문을 쭉 내리며 말을 건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내가 왜?"

"……."

"내가 왜 그 차에 타야 되는데."

돌아본다.

나도 모르게 침이 삼켜진다.

완고하기를 넘어 고압적이기까지 한 태도.

―헐

―철벽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몰카임?

―뭔데

―개꿀잼 몰카각 ㄷㄷ

―남훈의 그녀를 스틸하누

―쌍욕 1초 전

―알고 하는 거임 뭐임??

채팅창도 난리가 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

"처자."

"뭐."

"우유통이 마음에 드오."

"뭐?"

―Tlqkf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개ㅈ됨

―싸대기 때릴 기세인데?

―아 우유통은 못 참지 ㅋㅋ

철벽좌라 불린다.

웬만한 여캠은 다 함락시켜 왔다고 하는 남훈이 유일하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뭐, 그렇다고 하지.'

그런 그녀를 낚아 챈다.

음식점에서 나와서 대충 이 길로 올 거라고 생각했다.

"배짱은 마음에 드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고 하니까 크흠."

"두 번 용기 있다간 한 대 맞겠어?"

"……."

나의 작업 멘트가 마음에 들었는지 조수석에 탑승한다.

싸늘한 밤공기와 함께 분위기까지 차가워진다.

―오정환열혈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철벽좌도 오정환은 알아보네 ㄷㄷ

"1만 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아니라 저라는 남자한테 끌린 거죠."

"……."

―개빡친 거 같은데

―아가리 1초 전

―이걸 참네

―때리려고 탄 게 아니었다고??

이 정도의 중압감.

이겨내지 못한다면 진정한 보라BJ라고 할 수 없다.

'좀 많이 빡세긴 한데.'

남훈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웬만한 남자라면 기가 죽어서 입도 뻥끗하기 힘들 것이다.

지구에서 산소가 모자라는 희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조차 그리웠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재밌는 곳."

"그럼 코인 노래방 출발하겠습니다."

"코노? 거기가 재밌어?"

"반드시 재밌을 겁니다."

수만 번은 더 상상해온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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