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91화 (791/846)

791화

아름다운 멜로디.

<우리가 헤어진 이율 아나요. 눈물로 대신할 순 없겠죠.>

그보다 고막을 간지럽히는 건 가수의 목소리다.

수영은 최근 이 노래만 듣고 있다.

'아, 진짜 이 노래 없었으면 울었을 것 같아.'

고등학교 때부터 3년을 사귄 애인과 헤어졌다.

대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게 됐기 때문이다.

아니, 핑계.

유지를 하려면 방법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원거리 연애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수영아."

"……."

"수영아!"

"아, 미안 나 노래 듣고 있어서."

"또 전 남친 생각했지? 그만 잊으라니까. 너 보고 있으면 내가 다 힘들다."

합의하에 훈훈하게 헤어졌다.

그럼에도 마음의 상처는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책망.

"아니야. 요즘 안 해."

"정말? 그럼 왜 우울한 표정으로 있는 건데."

"들어봐."

"?"

자신이 더 잘했다면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 노래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오른쪽의 이어폰을 친구의 귀에 꽂아준다.

"와 좋다……. 이 가수 누구야? 나도 멜론에 담을래."

"가수 아니야."

"응?"

감성이 맞는 노래는 그 어떤 말보다 위안이 된다.

우리가 헤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듣고 나서 딱 한 번 울긴 했지.'

정말 펑펑 쏟았다.

온몸의 수분이 다 빠져 나가버린 듯한 기분.

그만큼 마음도 개운해졌다.

눈물을 쓱쓱 닦으며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BJ라고 하면……, 알아?"

"뭐 유튜버 같은 거?"

"비슷하긴 해 우웅."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다.

하지만 가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당시가 생각나며 가슴이 조금 아리다.

'하긴 BJ가 좀 비주류긴 하지.'

그럼에도 듣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자신의 추억을 담은 곡이 돼버렸고, 노래 자체도 너무 좋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

사실 가수가 아니다.

파프리카TV의 BJ다.

친구의 말대로 유튜버와 비슷하다.

인지도 면에서 비교적 덜 알려져 있다.

자신도 오정환이 아니었다면 파프리카TV를 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감사하고 있다.

"원곡도 들어볼까?"

"그럴래? 사실 난 들어봤는데……."

인디음악.

그렇게 유명한 노래는 아니다.

방송을 보고 자신도 한 번 들어보았다.

'다를걸?'

원곡도 충분히 훌륭하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에 와닿는 깊이감이 다르다.

클라이맥스에 갈수록 차이가 확연하다.

부른 사람이 어떤 감정을 담고 있는지.

"니가 이거 듣는 이유를 알겠다."

"응."

"내가 실연을 하진 않았지만, 만약 실연했으면 공감 많이 됐을 것 같아."

"그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자신은 더 와닿는다.

모르긴 몰라도 정말 전 남친 문제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해가 된다.

누군가 자신의 목에 폭탄 목걸이를 건다면 반드시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여캠님의 방송국〕

―혹시 오정환과는 합방 예정 없나요?

―언니 노래 진짜 매일 듣고 있어요 ㅠㅠ

―그 똥차 남친 새끼 잘 차신 거예요!

―뇌피셜 굴리면 안 되긴 하는데

수영과 같은 사람은 당연히 한둘이 아니다

철벽좌의 방송국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다.

'응?'

그리고 몇몇 이들은 눈치챈다.

그녀가 부른 얼마 되지 않는 노래를 수집하다 보면 싫어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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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에게 가고 싶어

2. 몰라 너 싫어

3. Timeless

4. 우리가 헤어진 이유

5. 잡지 않았어

+----------------------------

당시 불렀던 곡.

순서대로 나열을 하면 약간 어색한 대화처럼도 보인다.

"이거 뭔가 대화같이 보이지 않아?"

"응? 모르겠는데?"

"아니, 이게 봐봐……."

부외자에게는 아무것도 안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빠져버린 수영의 눈엔.

'헤어진 연인 카톡 같지 않나?'

머릿속에서 오버랩이 된다.

부족한 마디마디를 감성이 메꾸며 이해시킨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오정환×철벽좌 선곡 소름 돋는 사실 알아냄 [599] +1205―? 요약) 현재까지 갠방갤 수사대가 밝혀낸 내용 [387] +817―? 답답해서 Timeless 뜻 캡처 해옴ㅋㅋ [311] +692―? 빼박인 게 오정환이 별풍 리액션을 안 함 [286] +577.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있다.

방송에서 일어난 일에 너무 과몰입을 한 걸 수도 있다.

―답답해서 Timeless 뜻 캡처 해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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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less 미국·영국 [? ta? ml? s] 영국식

1.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유행을 타지 않는

2. 끝이 없는, 영원한

+----------------------------

나는 너 변하지 않고 좋아한다고

└대 정 환

└거를 타선이 하나 없었눜ㅋㅋㅋㅋㅋㅋㅋ

└와 X발 소름 쫙 돋았다

└환라마는 이 맛에 본다

그런 과몰입이 일상인 곳이다.

일부 시청자들에 의해 개인 방송 갤러리에도 전파가 된다.

떡밥이 뿌려지자 불타오르는 건 순식간이다.

그도 그럴 게 내용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니까.

―요약) 현재까지 갠방갤 수사대가 밝혀낸 내용

1. 철벽좌 전 남친 문제

2. 그 전 남친이 오정환ㄷㄷ

3. 합방 때 했던 선곡이 서로 메세지 주고받는 거였음

이거 맞냐?

└정리는 개추야

└전 남친 뭔 저런 한심한 새끼가 있냐고 존나 욕했는데 오정환이었네……

└이거 실화면 역대급 스캔들 아니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과몰입충들 실화냐? 그냥 남훈도 전 남친이라고 하지? 아침 드라마 찍게

보라판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전 남친, 전 여친 사이를 넘어 문란한 관계가 들통나기도 한다.

하지만 오정환.

그 험한 보라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현재는 공중파 방송에서까지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가 연관돼 있다니?

믿기지가 않을뿐더러,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확률이 너무 지극히 낮다.

―빼박인 게 오정환이 별풍 리액션을 안 함

[곡 추천 안 받습니다. 오늘은 몇 개를 쏘셔도 안 돼요. jpg]

큰손이 1만 개 쏘고 분위기 좀 띄워 달라는데

개무시하고 리액션도 안 함

남훈이면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오정환 방송 4년 보면서 리액션 안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음└보면서 왜 저러나 했는데 이게 이래서네 └오래 가는 BJ들은 이유가 있음. 절대 팬 함부로 안 대함└그냥 귀찮아서 무시한 거 아닐까?

└1만 개를 귀찮아서 무시하면 그게 사람 새끼냨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기에 더 불타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이면 사실인 데로 재미있고, 아니면 아닌 데로 떠드는 재미가 있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메인 화제가 되기에 차고 넘친다.

비슷한 방송을 누군가 해버렸기 때문이다.

―념글 사실이면 남훈은 개뻘짓 한 거네

서로 못 잊어서 감정 담아서 노래 부른 건데

그걸 똑같은 포맷으로 따라 하고

눈치 없이 꼬시려고 한 게 되어버림 ㅋ

└창의성 없이 방송 베낀 시점에서 이미 진 거지

└심지어 꼬시지도 못함 ㅋㅋ

└바이브 준다고 콧구멍 벌렁거리는 거 존다 꼴보기 싫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삐빅! 남견들이 이 악물고 달려올 게시글입니다

남훈.

오정환의 방송을 의식했다.

노래가 큰 이슈가 되자 방송 포맷을 그대로 따라 했다.

초기에는 꽤 반향이 있었다.

훨씬 더 잘 불러.

특유의 비주얼과 조화되자 시청자 반응이 상당했다.

―남훈×철벽좌 선곡에는 대화가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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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는 10가지 이유

후유증

한 남자

+----------------------------

응 없었음~

남훈 혼자 몰입해서 고백송만 존나게 부름

철벽좌는 한숨 푹 쉬고 그냥 아무거나 부름 ㅋㅋ

└어쩐지 환라마 같은 느낌이 안 나더라

└후유증도 뭔가 있는 거 아님?

└환라마 선곡은 말 나오는 이유가 있네

└철벽좌는 아직도 후유증에 빠져있는데……

한나절이 지나지 않아 여론이 반전된다.

여론이 기우는 정도가 아니다.

진짜와 가짜.

보라판 고정팬층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가시적으로 와닿는다.

'…….'

그 모든 상황.

남훈도 당연히 체크하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자신이 오정환을 꺾는다.

그런데 방송을 하지도 않은 오정환에게 아득히 추월당했다.

분노조차 치밀지 않는다.

'뭐지? 대체 뭐지?'

깨달았다고 생각했다.

오정환 특유의 방송 센스.

자신도 비슷한 걸 할 수 있게 되었다.

비주얼과 표현력까지 앞세운다.

그 이상의 지평선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까지 했다.

부끄러운 일이 돼버리고 말았다.

오정환을 따라잡기는커녕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것이다.

―보라보는곰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전 남친이 오정환이었어요? 정말루??

"님들 애인이나 신경 써."

―갑자기?

―일단 애인이 있었냐고 물어 봐주는 게 예의 아닌가요―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사과해!

―빨리 썰 풀어서 민심 잡아야겠다 ㅎ

가을의 방송도 잔잔할 수는 없다.

방송을 키자마자 물밀듯이 몰려온다.

최근 합방을 통해 관심이 치솟기는 했지만.

「Talk) 여캠. 안녕」_ ?31, 891명 시청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단위 수가 다른 시청자.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는 눈에 힘을 빼고 보면 재밌을 정도다.

'귀찮네.'

타인의 연애사.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그것이 정말이든 아니든 자신들한테는 상관없을 텐데 말이다.

―진짜큰손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소식 들었습니다 힘내세요 ㅠㅠ

"아 귀찮아."

―와 미친 큰손

―1만 개 리액션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오정환 여친 ㅋㅋ

―아니 물 들어올 때 노 좀 저어봐!

시시콜콜 참견을 한다.

일반 시청자들은 그렇다 치고, 열혈들은 어째서 화를 안 내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캠이라는 방송.

자신도 지난 한 달간 본 게 있다.

호구들 별풍선 뜯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안 쐈으면 싶은 건데.'

어차피 자신은 기간제다.

앞으로 한 달만 더 이러한 생활을 하면 심익태의 조건이 충족된다.

―철벽♡참치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은 괜찮은 친구지…… 서로 좋은 추억으로 남는 게 좋지 않을까

"아 신경 꺼요."

―3만 개 리액션 ㅓㅜㅑ

―회장님한테도 말 싸가짘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은 인정하네

―근데 연애 참견은 좀 그렇긴 함

최대한 쏘지 않도록 하려고 해봤지만 말짱 도루묵.

이쯤 되면 자신도 도저히 모르겠다.

가을의 생각은 분명 맞다.

BJ들 간의 스캔들은 치명적이다.

특히 여캠에게 큰 악영향을 미친다.

열혈들이 싫어한다.

전 남친은 옛날 이야기지만, BJ 간의 일은 최근의 이야기고 문란하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큰손 단톡방〕

「와 전 남친이 오정환이었다니……」

「사실일까요?」

「다른 남캠이면 짜고 쳤거나 여캠이 여캠했다고 할 텐데 오정환이랑 철벽좌라」

「너무 뜬금포라 아직도 현실감이 없음ㅋㅋ」

「님들 갠방갤 썰입니다 갠방갤」

「아직 확실한 건 아니긴 하지」

오정환에 한해서는 예외가 된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보라판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무시했다.

그런 그의 컨셉.

여자한테 의외로 관심이 없다.

고자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을 정도다.

「만약 정말로 철벽이랑 사귀었으면 이해가 되긴 해」

「ㄹㅇ루요」

「전 여친이 저 정도면 기준점이 많이 올라가긴 할 듯 ㅎㅎ」

큰손들은 다 알고 있다.

설사 당시에는 몰랐어도 알음알음 전해 듣는 게 생긴다.

훨씬 더 많은 정보.

그 모든 것을 통합하자 한 방향을 가리킨다.

신뢰성이 더 올라가게 된다.

〔오정환의 방송국〕

―주인장 문 열어!

―오정환 5년 봤는데 이건 진짜 우연이 아님

―개꿀캠 몰카각 ㅇㅈ? ㅇㅇㅈ

―철벽좌가 여친이었다니 개부럽다

이 모든 상황을 일으킨 당사자.

진짜 보라가 파프리카TV에 휘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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