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92화 (792/846)

792화

<노래 부르는 방송>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쭈압! 쭈압!

민솔의 입술을 먹는다.

평소와 달리 입술 주위에 침까지 묻히며 삼킨다.

"오빠, 목."

"아파?"

"좀 더 세게 해도 돼요. 헤, 헤헤……."

여배우.

드라마에서는 연인과 사랑스러운 입맞춤을 나눈다.

그것도 딱 한 번 나와서 특정 화 수만 조회수가 높다.

'아무리 예뻐도 그래 봤자 결국 사람인데.'

민솔의 목을 조인다.

자국이 남지 않도록 균등하게 힘을 배분한다.

쭈압! 쭈왑!

그 상태에서 다시 입술을 먹는다.

상태에 완전히 적응된 듯 사랑스럽게 껴안아온다.

'얘도 슬슬 적응이 됐으니까.'

입술 사이로 조금씩 섞여서 넘어가는 산소가 쾌감 이상의 쾌감을 선사한다.

아니, 생존 본능.

산소가 부족한 몸은 필사적으로 꿀떡꿀떡 받아먹고 있다.

꿀떡! 꿀떡!

그 상태가 익숙해졌다.

본인이 위험한지 아닌지도 모르고 입맞춤만 탐해온다.

"숨 쉬어. 빨리."

"네? 아……."

"왜?"

"심장이 이상해요. 고장 난 것 같아. 하아, 하아, 하아……."

입을 떼고 심호흡을 하게 한다.

본인도 깜짝 놀랐는지 벅찬 가슴을 진정시킨다.

'심장이 벌렁벌렁하네.'

심장까지 벌렁벌렁해진 민솔을 꼭 끌어안는다.

내 거라는 낙인을 찍었다.

"오늘 어땠어?"

"좋았어요. 엄청."

"좀 심하다고 느끼진 않았어? 여러 가지 많이 했는데."

"그, 그랬어요. 특이한 경험."

착실하게 발전된 몸.

여배우의 사생활이 조금 문란하게 되었다.

"그래도 좋았어요."

"그래?"

본인이 만족한다.

떠올렸는지 숨소리가 거칠어지며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괜히 여배우가 아니다.

다른 것 없이 꼭 안고만 있어도 충만감을 준다.

'이렇게 전 남친 작품 새겨버리면.'

정복감이 확실히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상대 배우도 못 느껴볼 사치스러운 만족감.

"마약처럼 나쁜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지."

"저 오빠 좋아하고 있니까 괜찮죠? 그렇……, 죠?"

"그래."

눈을 마주치기 좀 곤란하다.

꼭 껴안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들긴다.

자주 찾지 못한다는 단점은 있다.

오후부터 스케줄이 꽤 빡빡하다고 한다.

"저 오빠랑 만난 이후로 일도 잘 풀리고."

"솔이가 잘해서 그런 거지."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도 뒤숭숭했는데 오빠 만나면 다 풀려요.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요."

인기 여배우이니 당연하다.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자 나이대에 걸맞은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반대로 오빠 없으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래."

"저 계속 사랑해주실 거죠?"

"너무 대놓고 흥분한 거 아니야?"

"꺄~♡"

같이 있을수록 더 흥분하기만 한다.

어쩔 수 없이 달래서 돌려보낸다.

'여자라.'

예쁜 여자.

어린 여자.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

교집합이 많을수록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민솔이 정도면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다.

팬들은 물론 상대 배우도 못 할 짓을 해버린다.

사치스러운 만족감이다.

이보다 더 만족을 느끼려면 민솔의 말대로 비합법적인 것을 찾아야 한다.

털썩!

쇼파에 앉는다.

녹차를 우리며 핸드폰을 켠다.

내 방송국과 커뮤니티, 그리고 직원들까지 아우성이다.

'뭐, 그렇겠지.'

보지 않아도 예상이 된다.

그러라고 뿌린 떡밥이기도 하다.

나의 보라는 당장의 자극보다 뒤로 이어지는 드라마를 신경 쓰는 편이다.

그 뼈대.

워낙 굵직하다.

살을 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고, 나라면 반드시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가지고 있었다.

〔직원〕

「형 바쁘신 와중에 죄송한데」

「일단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 상황만 요약해서 말씀드립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노래 제목들이 가진 의미.

과몰입 시청자들이 사후 해석을 붙이며 한 번 더 이슈화시킨다.

'가끔 써먹는 방법인데.'

리아 때도 비슷한 포맷을 사용한 적이 있다.

노래만큼 사람의 감정을 울리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을 연결하면 그럴듯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

왕년에도 나의 주력 콘텐츠 중 하나였다.

「갠방갤, 방송국 가리지 않고 시청자 반응은 폭발적이고요」

「보라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져서」

「뜨뜻미지근하게 넘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남훈 님과 철벽 님도 얽혀있는 사건이라……」

하지만 입장이 입장.

보라를 계속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되는 측면이 있다.

'보라 자체가 워낙 비주류이기도 하고.'

마이너한 감성이다.

내가 목표하고 있는 바도 보라를 메이저화하는 건 아니다.

이쪽 감성을 살리는 것.

비슷한 캐릭터가 없는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싸이트, 위키토리 같은 찌라시 미디어 외에도 언론사 인터뷰 요청이 있습니다」

「형이 일개 BJ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그런 방송인으로서의 모토를 처음부터 생각했을 리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했다.

'별생각이 있었겠어.'

대부분의 BJ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마음먹고 시작하지 않는다.

하다 보니 되었다.

재능이라는 건 남들이 붙여주는 평가에 불과하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광고 관련 문제도 있습니다」

「광고 업계에서 스캔들을 많이 민감해하더라고요」

「단순히 개인사라 하더라도 불확실성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나의 방송 포맷.

평소에 하던 짓이다.

환심을 사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했고, 그것을 방송용으로 개량한 것뿐이다.

'정말 미쳐서 살긴 했지.'

누구에게나 이상형은 있다.

그리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

나에게는 그녀가 처음 느끼는 운명이었다.

추억.

아름답지만, 동시에 잔인한 것이다.

수년이 지난 후에 다시 접하면 실망하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다시 맞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여자를 안으며 채워나갔다.

―광고사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 해줘

「그래도 될까요?」

「이거 근데 한두 푼도 아니고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데」

―그런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어

더 예쁜 여자.

더 어린 여자.

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자.

그 어떤 여자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조금 함부로도 다뤄보고, 여러 플레이를 해봐도 마찬가지.

'모르겠어.'

그럴수록 더 머릿속은 복잡해져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눈을 돌리는 것뿐이었다.

그러기를 수년.

하지만 결국 오고야 말았다.

다시 마주치게 되는 것은 숙명이었다.

그것은 내가 BJ를 하게 된 분기점이기도 했다.

* * *

오정환의 방송국.

공지― 『4월 20일에 뵙겠습니다』

SEE 2017. 04. 20 PM 10:00

올라온 공지 한 장은 파급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날의 방송 이후 두문불출을 하던 오정환이다.

――――――――――――

퀵뷰주세요(ddbs5141) · 2017―04―20

「BEST」 정환이도 은근 순정이네

여캠들이랑 합방해도 고자 소리 듣더니

전 여친 아직까지 못 잊은 거면 ㄹㅇ 소름이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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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방갤실세(Rkab1137) · 2017―04―20

「BEST」 한 줄 공지에 댓글 1000개 달린 거 실화냐?

환라마 2편 기다리기 존나 빡세다 ^^ㅣ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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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새(gkdhkdhk7722) · 2017―04―20

「BEST」 봄이가 숨겨진 딸 맞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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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애가 타던 팬들이 총집합하며 순식간에 화제가 된다.

"20일이라고 합니다."

"본인 연락은?"

"개인사라고 못을 박아서 더 캐내듯이 가면 마찰이 생길 것 같습니다."

"별일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이는 보라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정환의 이름값.

방송 업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골목식당도 그렇고 신규 프로그램에서도 정환이의 역할이 막중한데.'

CBS의 조현태PD.

한때 오정환을 무시했다.

한 번 이용하고 버리는 인터넷 스타에 불과하다.

'천종원의 로컬푸드'를 진행하며 생각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더 그를 고평가하고 있다.

"만에 하나 굉장히 큰 거면 어떡하죠?"

"그러지 않길 바라야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아시잖아요? 요즘 유튜버다 BJ다 근본 없는 애들 많은 거."

"말 함부로 하지 마. 니가 뭘 아는데?

"……."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대단히 크다.

불과 2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에 반해 써먹을 인재는 한없이 부족하다.

스태프의 말도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정환이는 그런 애들이랑 다르지.'

개인 방송이라는 자그마한 우물.

거기에서 벗어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애들투성이다.

조금 감이 있을랑 말랑 하면 개인사가 뭐 그리 더러운지 모르겠다.

오정환은 가뭄 속에 핀 꽃이다.

대체할 만한 인재가 없다.

최근에는 주류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여 가치가 더욱 올랐다.

―리아♡꾸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전 여친 나타났던데 봄??

"그냥 또 콘텐츠하는 거겠지. 그런 걸 왜 나한테 말해."

―ㄹㅇㅋㅋ

―오정환 그 새끼 하루이틀도 아니곸ㅋㅋㅋㅋㅋㅋㅋㅋ―요즘 잠잠하던데 ―리아도 옛날에 환라마 찍지 않았나?

지인들에게도 전해진다.

오정환.

오랫동안 방송을 해온 만큼 지인BJ도 한둘이 아니다.

'그래 봤자 옛날 일이야.'

신경 안 쓰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시청자들에게 보인 반응과 달리 속내는 복잡하다.

짚이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리아는 정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무언가 숨기는 게 있다.

등껍질 속에 숨은 거북이처럼 그것을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고 한다.

단순한 직감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여자의 감.

오랫동안 인연을 유지해오며 느껴온 것이다.

'이참에 케케묵은 인연은 그냥 확 정리해 버리지.'

그렇기에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자신이 더 잘난, 택하고 싶은 여자가 되려고 노력했다.

정환이 말한 대로 SNS도 잘 되고 있다.

PPL 수준도 올라갔고, 패션 업계 팔로워도 늘어났다.

그 여자가 아무리 반짝 이슈로 뜨고 있다고 한들.

이 격차는 쉽게 좁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인연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기다리는 것만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방장 문 열어!!

―이래 놓고 아무것도 안 하면……

―오정환은 진짜 전설이다

―섭외 실패한 거 아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잠도 안 자고 기다렸다 ㅅㅂ

―방제 실화냐

―이걸 또 뜸을 들이네

4월 20일.

그날이 오게 된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이 방송을 보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야외) 오정환. 노래 부르는 방송」_ ?50, 891명 시청

고작 노래만 부르는 방송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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