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95화 (795/846)

795화

가을의 방송.

「Talk) 여캠. 안녕」_ ?76, 973명 시청

마치 호스팅을 받은 것 같다.

파프리카TV에는 그런 기능이 없지만, 그 이상으로 자연스럽다.

─보라본방충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BJ님 본명이 정말 가을인가요??

"뭐, 맞는데."

―오 야발

―동명이인일 리가 없잖앜ㅋㅋㅋㅋㅋ

―우리 모두 오정환의 바이럴에 놀아났다

―봄이가 승리한 걸로

수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오정환의 방종곡.

시청자들로 하여금 두 사람의 관계를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개인 방송 갤러리〕

─철벽좌 본명 가을ㅋㅋㅋㅋㅋㅋㅋ

─그 가을 생방 7만 돌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왜 철벽좌갤 됐냐?

─오정환은 설계가 소름 돋게 지림 ㄷㄷ

팬들은 난리가 나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 당장 불타오른 게 아니다.

뿌리고 뿌린 떡밥을 회수하는 순간.

─오정환은 설계가 소름 돋게 지림 ㄷㄷ

야타부터 시작해서

노래방 보라

전 여친 떡밥

봄이를 이용한 언플까지 지렸다……

└X발 이걸 어떻게 과몰입을 안 하냐곸ㅋㅋㅋㅋㅋ

└아니라면서 은근슬쩍 떡밥 푸는 게 아침 드라마급임└가을 아니라면서 방종곡 벌써 가을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모든 게 오정환 설계임 그냥

자신들의 추측이 맞아떨어졌다.

마치 막장 드라마나 추리물을 볼 때처럼 희열이 차오르는 순간이다.

의도적인 설계.

오정환식 보라에 몰입시킨다.

오정환 본인이 방송을 끄자 가을의 방송으로 옮겨 붙는다.

'귀찮네.'

가을로서는 이러한 상황을 상정하고 저지른 일이 아니다.

그저 평소에 하던 것을 했을 뿐.

이제는 옛날이 돼버리기는 했다.

당시에는 그렇게 서로 떠보듯이 의미를 담아 장난을 쳤다.

"내 방송 재미없으니까 적당히 있다 나가."

―아닌데? 꿀잼인데?

―이 악물고 노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옛날에 어땠어요?

―썰 좀 풀어!

그러한 약은 수.

간파하는 재미가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는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없다.

'그냥 바보인데.'

자신도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할까.

어울려 놀다 보니 알게 되었다.

진심이라는 것은, 진심이기 때문에 전달되지 않는다.

─큰손받아라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심심하시면 노래 한 곡 불러주시면 안 될까요 ㅎㅎ

"불러줘?"

―ㅇㅇㅇㅇㅇㅇㅇ

―님아 젭라

―이걸 큰손이 캐리하넼ㅋㅋㅋㅋㅋㅋㅋㅋ

―옳게 된 큰손은 그런 거야

시청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가을은 딱히 알지 못하고, 알고 싶은 마음도 없다.

하지만 아니라고 할 이유도 찾지 못했다.

적어도 열혈들을 상대하는 일보다는 재미가 있다.

<♪♬♪∼♪∼♬♪♬∼♬♪∼♩♪∼♩♬♪∼>

반주가 깔린다.

전문 장비가 없다 보니 스피커를 크게 틀어 놓은 정도다.

마이크도 인터넷 방송용의 보급형에 지나지 않다.

그럼에도 생생하게 울린다.

노래란 깔끔한 음질과 좋은 장비가 있어야만 듣는 이들의 마음에 닿는 게 아니다.

─큰손받아라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추천곡 받나요?? 사랑 안 해<<<<

"불러보지 뭐."

―올

―사랑 안 해는 못 참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우신 분

―큰손 초이스 오지고 지리고 레리꼬

두 사람의 스토리텔링까지 고려된다.

보이는 라디오.

가수의 콘서트가 아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성도 있다.

"이제 다시, 사랑 안 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다신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음정을 높이는 타이밍.

힘을 주고 싶은 부분.

사람마다, 경험마다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걍 존내 잘하네 ㅅㅂ……

―이거 내 인생곡인데

―칭찬일진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이별 노래랑 어울린다 ㄷㄷ―감성 돌았다

―왜 눈물이 나는 거야 ㅠㅠ

―고음부가 시원시원하게 뻗네

―원곡보다 좋은데 와

―미세하게 떨리는 바이브레이션이 진짜 사람 미치게 함

같은 노래라도 전혀 다르게 들릴 수 있다.

같은 이별이라도 결말과 과정이 전혀 다르듯이 말이다.

그것을 추측한다.

노래에 담긴 감성을 역산하여 두 사람의 관계를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것이다.

─오정환싸대기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개새끼면 오른쪽 눈을 깜빡여주세요

"몰라."

―이걸 해?

―앗 먼지가 들어가서 ㅋㅋ

―대체 뭘 했길래 철벽좌가 반응을……

―이젠 가을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님?

이른바 '과몰입'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이는 보이는 라디오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드라마.

아주머니들이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본다.

출연자의 사소한 행동에 의미 부여를 하게 된다.

'바보 같네.'

당사자가 된 가을로서는 여전히 떨떠름하다.

시청자들의 지나친 호응이 부담스럽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강제로 하게 됐던 개인 방송이 이처럼 즐거움을 줄 줄은 몰랐다.

『애청자 증가수』

1. 가을 ↑7

2. 오정환 ↑1

3. cGvMax ↑10

4. [NH남훈] ↓3

5. 꿀템은뒈졌다 ↑5

그러한 텐션의 변화.

방송의 재미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문을 두들기는 더 쉽게 된다.

그녀의 외모와 고압적인 태도는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였다.

열혈이면 모를까.

일반 시청자들은 편한 분위기를 원하기 마련이다.

'…….'

콘텐츠가 생겼다는 점도 크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기만 해도 스토리텔링이 절로 엮인다.

가을의 방송은 급부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심익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달랐다.

"가을 누님 방송이 너무 잘되는데요? 시청자들도 많고, 풍도 잘 들어오고."

"유튜브에서도 인기 뜨겁던데 유튜브 해도 되겠어요!"

"아가리 물어 다들."

""…….""

여캠판.

좁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너무 지나치게 큰 물은 파도가 칠지, 소용돌이가 휘몰아칠지 알 수가 없다.

'통제가 안 되잖아.'

열혈들에게 풍을 뜯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세간에 드러나면 곤란한 내용이다.

가끔씩 큰 사고가 터졌을 때는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반드시 막는다.

그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보는 눈이 많아질수록 시장은 음지에서 양지로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여캠 일을 하게 될 이유가 사라지잖아."

"아 그렇네요!"

"정환 형님이 워낙 잘 나가시니까……. 까놓고 말해서 취집만 해도 뭐."

가을과의 계약은 업계의 스탠다드와 다르다.

목줄도 없이 순수하게 방송을 하는 것만을 전제로 했다.

돈맛을 보게 하기 위함이다.

펑펑 터지는 별풍맛.

유흥업계가 으레 그렇듯 씀씀이가 한 번 커지면 못 돌아온다.

'정환이랑 인연이 있었다고?'

쫄딱 망한 집안.

부잣집 딸내미였다면 특히 더 그러하다.

돈을 펑펑 쓰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겠지.

실제로 그런 애들이 종종 들어온다.

배운 것도 많고, 귀티도 있어서 업계에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가을을 기를 쓰고 키우려고 했던 이유다.

이쪽 업계에 발을 들이기만 하면 어느 쪽으로든 돈이 된다.

상정하지 못한 복병이 있었다.

오정환과의 인연.

직원들이 하는 뻔한 이야기만이 문제가 아니다.

심익태는 오정환의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대기업BJ 하나 찍어내는 건 가뿐하다.

"참 정환 형님 요즘 섭섭하네요."

'맞아!"

"잘나가시면 상부상조 좀 하지. 가을 누님까지 데려가면 우리는 뭐 먹고 살라고."

"……."

지금의 상황 자체가 전부 오정환의 설계일지도 모른다.

과거 사귀었던 애인의 방송을 도와준다.

서로 안 좋게 헤어졌다면 모를까.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는 꼴을 보니 그런 건 아니어 보인다.

'여자한테 그렇게 관심 없는 듯이 굴더니.'

오정환에게 일을 맡겼던 시절이 있다.

여캠의 매력을 끌어내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여캠들도 오정환에게 관심을 가졌다.

보통 다른 보라BJ들 같으면 서로 껄떡대다가 사귀게 된다.

여캠이 괜히 여캠이 아니다.

젊고 예쁘기도 하고, 이성을 홀리는 여우 같은 년들이 득실댄다.

잘 나가는 보라BJ는 특히 더 대상이다.

작정하고 꼬시려고 하는데 안 넘어가기도 힘들다.

어째서 흔들리지조차 않았는지.

가을이 전 여친이었다면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될 지경이다.

'순순히 포기하기에는 배팅을 조금 세게 부른 게 아니라서.'

한두 해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다.

그렇기에 오정환의 입장도 이해해주고 있다.

하지만 투자.

가을과 얽힌 채무 관계는 작은 것이 아닌 큰 것의 단위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선심을 베풀었다.

그것을 생으로 잃기에는 역시 아쉽다.

"형님 너무 죽상인 거 아닙니까?"

"애들이 그래도 형님 좋아해서 왔는데 놀아 좀 주시죠!"

파장이 있는 건 남훈도 마찬가지.

벌써 일주일째 휴방을 하고 있다.

오정환과 가을이 과거에 인연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

그런 것이 돼버렸다.

그토록 열심히 공을 들였던 만큼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걔가 뭐 얼마나 예쁜데?"

"거기가 이만해!"

"나도 큰데?"

"넌 짜가잖아 이 년아."

"아 모래!"

""꺄르륵~!""

처음 며칠은 몽롱했다.

그냥 힘이 빠진 것처럼 기력이 없었다.

정신이 돌아올수록 짜증이 치솟는다.

오정환과 가을 둘 사이에서 놀아난 것이나 다름없다.

"야 와 봐."

"왜~?"

"오 형님!"

"테이블 좀 더 깔아봐. 형님 돌아오셨다!"

클럽에서 매일 놀고 있다.

평소 같았으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잊게 해주는 자극이다.

'이런 년들이랑.'

다 같잖아 보인다.

자신에게 아양을 떠는 후배들도, 가슴만 큰 골 빈 년들도 말이다.

"아앙 오빠~"

움켜쥔다.

야한 신음과 함께 눈웃음을 흘린다.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려는 건 덤이다.

여자를 정복하는 느낌.

더 이상 이런 걸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꺄아!"

"오빠 뭐 하는 거예요!"

"닥쳐."

"형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니들도 닥쳐."

자신의 아픈 살을 붙잡고 흐느낀다.

그런 여자의 뺨을 후려쳐 닥치게 만든다.

'싸구려는 싸구려대로 재미가 있긴 한데.'

순간 일었던 쾌감.

다시 또 허무하게 가라앉는다.

무엇보다 질이라는 면에서 충족이 안 된다.

더 화끈하고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

자신에게 창피를 준 가을 같은 년을 짓뭉개고 싶다.

"오~ 성깔 좀 있나 봐?"

"뭔데?"

"뭐야, 뭐야?"

"설마 저 사람……."

열이 머리 끝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클럽.

시끄럽고, 어둡고, 종업원들도 다 아는 사이다.

큰일이 안 되게 무마할 수 있다.

별 생각도 안 하고 있던 남훈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뭐지?'

처음 보는 얼굴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위너다 위너!"

"진짜 가수 위너라고?"

"와 실물 대박."

자신에게 힘이 있듯 눈앞의 남자도 마찬가지다.

남훈은 잊고 있던 사실 한 가지를 떠올렸다.

'여기가 위너가 운영하는 클럽이긴 했지.'

실물은 본 적이 없지만 이야기는 들었다.

이곳 테라버닝에 연예인이 자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장본인을 본 것은 처음이다.

급이 높은 연예인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니가 남훈이지? 이야기는 들었다."

"아……, 그게 싸운 게 아니라 그냥 잠깐 놀다가."

"됐고, 이 존만한 애들 다 물려봐."

"네?"

"꺼지게 만들라고."

괜히 연예인이 아닌지 자기들끼리만 논다.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자신조차 벽을 느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그것에 가까워지고 싶어 클럽의 VVIP가 된 것이기도 하다.

자극을 원하는 남훈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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