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797화 (797/846)

797화

<위대한 개츠비>

어서 와~ Korea는 처음이지?

대표적인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비정상인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게 된 외국인이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저번 주 정말 재밌었죠."

"독다가 노잼 이미지라 친구들도 노잼이 아닐까 걱정했거든욥."

""하하하!""

뜰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오퍼를 받아들였다.

MC 중 한 명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주부터 또 어서 와~ Korea는 처음이지에 새로운 분들이 여행을 오게 되었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이번 호스트는 정말 섭외가 어려웠는데 정환 씨가 힘을 내주셨어요~"

"그래욥?"

"저는 그냥 물어봤을 뿐이죠."

그리고 이는 아나스타샤를 위함이기도 하다.

주목을 받고 있는 것과 별개로, 방송인으로서의 능력은 의심받는다.

"정환 씨가 잘 모르는 척하고 앉아있는데 두 분 사이가 각별하시잖아요?"

"인연이 있으시더라구욥!"

"조금 그렇습니다."

메인MC인 김준형 씨가 진도를 나간다.

오늘의 게스트.

아마 러시아에서 온 현실 엘프라는 자막으로 나갈 것이다.

'아무래도 프로그램 초기 단계라.'

처음부터 관심이 막 높았던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청률은 2회차, 3회차부터 쏟아졌지만 외국인 호스트 섭외는 별개.

대부분 비정상인회담 출신이 나왔다.

MC 중 한 명인 알베르트의 인맥이 활약했다.

이 부분에 있어 나도 한 명 도움을 줄 수 있다.

"두 분이 러시아에서 만나셨잖아욥! 유튜브 촬영 중에!"

"알베르트 씨도 아시네요?"

"같은 비정상인회담 동료라."

알베르트가 특유의 제스처로 아나스타샤와 자신을 왔다 갔다 가리킨다.

둘의 사이에도 안면이 있지만.

'나만큼 있지는 않지.'

프로그램의 특성에 걸맞게 점잖은 옷차림.

그 안에는 엊그제 내가 새겨준 표식들이 남아있다.

키스 마크는 갈색으로 변했을 것이다.

꽉 주무른 살들도 멍들었을 것이다.

"한국에 온 결정적 계기라고 들었는데 맞나욥?"

"그건 약간 과장된 소문 같아요."

"제가 직접 들었는데욥?"

"정환 씨 겸손까지~"

개인 방송에서도 꽤 재미가 있다.

내 여자를 자랑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TV는 더 보람이 넘친다.

아나스타샤에게 포커싱이 쏠리자 내가 괜히 으쓱하다.

"아무래도 얘가 그때 좀 어렸어서."

"애요~? 하하하!"

"아 방송에서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데 이거 편집 좀."

"왜욥? 친한다는 증거인데!"

오늘 방송을 계기로 더 그렇게 될 것이다.

러시아 편.

원래는 폭삭 망한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기대감은 엄청났지.'

그도 그럴 게 이 프로그램이 출시될 때부터 말이 나왔다.

러시아 김태희들이 한국에 오는 모습.

얼마나 재밌을지 상상이 안 간다.

특히 남성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거의 꿈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현시창.

비주얼이 기대치를 밑돌았다.

설상가상 싸움까지 해서 분위기가 개판이었다.

"원래 한국어과 전공이고."

""오~""

"원래 한국에 올 생각도 있었는데, 화제가 되면서 마음을 먹기 쉬워졌다고는 들었어요."

"사실 그게 중요한 거죠. 타국에 오는 것이 쉬운 결정이 아니잖아욥!"

아나스타샤는 비주얼이 받쳐준다.

여행도 재미있게 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얘도 좀 놀던 편이라.'

처음 만난 장소가 클럽이었다.

그 나이에 보드카를 마셔 대고 있었으니 평소의 행실이 대략 짐작 간다.

친구들도 마찬가지.

사진을 받아봤지만 다 반반하다.

아나스타샤 정도는 아니어도 외모가 꽤 화려한 편이다.

"이전 에피소드들은 소위 아저씨 반열에 들어오는 친구들이었어요."

"아, 그랬죠."

"제 친구들이 가장 늙었어욥!"

"이제는 연령대가 완전히 10살 이상 뚝 떨어집니다. 굉장히 상큼하고 신선하고 발랄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되거든요?"

보는 것만으로도 최소 눈요기는 된다.

방송적으로 재미를 살릴 수 있을지는 여행을 어떻게 하냐에 달렸다.

"제 친구들이 성격이 좀 시크한 편이라."

""오~!""

"친구들도 아나스타샤 씨와 비슷한 타입인가 보죠?"

"저도 처음 한국 왔을 때는 많이 딱딱했거든요. 친구들도 걱정이 되는데 그래도 다들 한국을 좋아해서 재밌게 놀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아나스타샤의 러시아 친구들! 처음 한국 여행 어떻게 시작되는지 기대가 됩니다. 보시죠~!"

방송 촬영이 진행된다.

역시나 아직 어린 애들답게 그렇게 탄력 있는 여행이 되지는 못한다.

해외에 오면 얼타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주얼이 받쳐주고, 중간부터는 아나스타샤도 합류한다.

"잘했어."

"진짜 힘들었어요. 애들 다 자기 멋대로 다니려고 해서……."

나도 합류한다.

방송이 끝나고 집.

쪼르르 뒤쫓아온 아나스타샤를 안아준다.

'지리긴 하네.'

방금 전까지 스튜디오에 있던 여자.

그것도 MC들과 스태프들이 감탄하던 여자.

쮸우웁~!

찐한 키스부터 나눈다.

흥분한 듯 상당히 거칠게 입술을 부딪혀 온다.

같이 부딪히는 코가 좀 거슬린다.

짜증이 나니 입술 주위를 삼키듯 먹는다.

"왜 이렇게 까불어?"

"저 오늘 잘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또 해주세요."

"뭘?"

"몸에 이거."

아나스타샤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의를 풀어헤친다.

족히 열 개는 남겼던 키스 마크.

'거의 나았네.'

어려서 그런지, 서양인이라 그런지 회복이 빠르다.

아쉽게도 몸에 새긴 표식이 벌써 사라지려고 한다.

본인도 아쉬운 모양이다.

다시 새겨 달라며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두들긴다.

못된 버릇이다.

"잘한 거 있을 때 해줄게."

"오늘 잘했어요."

"이 정도로는 안 돼. 그리고 오빠 나가야 돼."

"나가요? 아샤랑 같이 있어요."

기특하니 머리칼을 쓰다듬어준다.

염색을 한 듯 보다 밝고 선명해진 금색이다.

"여러 명이랑 하고 싶어?"

"네??"

"한국어 모르지 않잖아. 왜 그래?"

"딸꾹!"

깜짝 놀랐는지 귀여운 소리를 낸다.

얼굴도 완전히 벙쪄서 가관이다.

순진무구한 반응이다.

귀여워서라도 조금 더 놀려보고 싶다.

"어때? 관심 있어?"

"오빠가 두 명이면……."

"그러면 만족해?"

"오빠는 괜찮아요."

가슴에서 두근거리는 게 느껴진다.

'시간만 있었으면 혼자서라도 오래 했겠지.'

선약이 있다.

연예계.

아무래도 나도 적응을 한 입장이다.

아니, 어느 정도 입지를 다졌다.

그렇다 보니 진짜 연예인들에게도 연락이 온다.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말이다.

그래서 아나스타샤를 데려갈 수 없다.

"그럼 오빠 나갈 거니까. 씻고 문단속하고 나가."

"네, 오빠."

볼에 입을 맞춰주고 나간다.

밤공기가 쌀쌀하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은 더더욱 말이다.

* * *

가오리 라멘.

"두, 두 명이요."

"네~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일본식 라멘 체인점이다.

두 명의 손님이 계산대 앞 직원의 말을 듣고 안쪽으로 들어간다.

노래가 흘러나온다.

유명 보이그룹 빅뱅크의 히트곡.

식당에서 BGM이 깔리는 것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지만.

"나 진짜 어떡해……."

"나도 긴장돼. 여기 위너 오빠 가게잖아!"

그 노래를 부른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멤버 중 하나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룹에서 2번째로 인기 있는 멤버.

위너의 가게라는 소식을 들은 팬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후루룩!

물론 스타가 운영하는 가게는 많다.

거의 과반수의 연예인이 식당을 하거나, 한 적이 있다.

그런 집들을 가면 대개 실망한다.

맛이 별로거나, 가격이 비싸거나 최소 둘 중 하나는 해당되기 때문인데.

"너무 맛있지 않아 진짜?"

"웅! 웅!"

"팬심 빼고도 라면 먹고 싶으면 여기 또 올 것 같아. 아, 라멘이지……."

가오리 라멘은 호평을 받고 있다.

위너 본인의 인기를 차치해도 가볼 만한 음식점이란 소리를 듣는다.

아니, 그 이상.

맛집이란 평가를 받는다.

유튜버들이 앞다투어 가게를 홍보까지 해준다.

〔유튜브〕

「맛상무. 빅뱅크 위너 라멘집 가오리라멘 리뷰. 맛상무. 대전 둔치동. ramen」 ― 조회수 25만회 · 1달 전

「예솔이SOLI. [먹방] 줄 서서 먹는다는 가오리라멘 먹고 왔어요!! + 연어사시미」 ― 조회수 17만회 · 1주 전

「CBS Entertainment. 이승민, 대박 난 위너 사업에 충격 “성공했구나” 미운 오리 새끼」 ― 조회수 5만회 · 5시간 전

「라멘충. 위너가 운영하는 가오리라멘 저가 먹어봤습니다!! [라멘충솔직후기]」 ― 조회수 10만회 · 3달 전

연예인이 차린 음식점은 대개 초반만 반짝한다.

누구누구가 차린 가게라고?

가면 연예인 볼 수 있다고?

시간이 지나면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음식점이라는 건 한두 명 손님 받아서 굴러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와 위너다 위너!"

""꺄아아아아악~!!""

"진짜 오나 봐. 자기 가게라."

"대박이다 오빠 저 팬이에요오~!"

위너의 가오리 라멘은 예외.

맛이 상당할뿐더러, 가격도 살짝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연예인의 가게라는 점도 적극 활용한다.

가끔씩 본인 가게에 들르며 이슈를 메이킹하고 있다.

"여러분, 찾아와 주신 건 고마운데. 이렇게 소란 피시면 저 자주 못 옵니다? 아시죠?"

""네에~~!!"

가게가 잘될 수밖에 없는 이유.

본점뿐만 아니라 가맹점까지 손님이 몰려든다.

그 소문을 들은 점주들이 줄을 잇는다.

전국 이곳저곳에서 지점들을 오픈하고 난리가 났다.

"내 가게라 더 자주 오고 싶은데 올 때마다 직원들한테 미안해 가지고."

"그럴 수 있지. 인기가 워낙 많으니까."

"일본 팬분들도 많이 와주시거든. 정환이 너도 아직 이런 정도는 느껴본 적 없지?"

그런 위너에게도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일단 첫 번째는 수익에 음식 판매 비중이 90%라는 것이다.

본점처럼 잘되는 곳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체인점을 만들려면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

"너는 모르겠지만 일본에서는 라멘집이 술집도 겸하거든."

"아~"

"그래서 니가 우리 가게 드링크 메뉴 좀 한번 봐줬으면 좋겠다. 보수는 섭섭지 않게 할게."

그리고 두 번째.

믿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

오정환의 직업과 특기는 탐이 나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