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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로 산다는 것-798화 (798/846)

798화

모를 수가 없는 이야기다.

"일단 골치 아픈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어."

"우리집 라멘부터 한번 먹어봐. 진짜 본고장 맛이야. 나는 맛없으면 돈 안 받아!"

가오리 라멘.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성공'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라멘이라는 게 일본에서 온 거거든요.'

어떤 일본인 맛칼럼니스트라면 그렇게 말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오기도 했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라멘 프랜차이즈가 없다.

차후에는 제법 생기지만 현재는 그러하다.

털컥!

그러한 와중에 치고 올라간 것이다.

이곳 가오리 라멘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라멘이 나온다.

젓가락으로 살짝 떠서 먹어본다.

제법 괜찮은 맛이 미각을 타고 흐른다.

"어때, 맛있지?"

"그렇게 말하면 내가 맛있다고밖에 말을 못 하지."

"그, 그래. 천천히 먹어봐! 진짜 자신 있어서 그래."

과장 없이 맛이 있다.

이 정도면 합격 수준이 아니라 본고장에서도 먹힐 만한 퀄리티다.

'당연하지. 이치란 라멘을 그대로 베껴온 건데.'

이치란 라멘.

한국에도 굉장히 유명한 일본의 라멘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일본에 여행 가면 반드시 먹어봐라!

관광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때문에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맛과 인테리어, 심지어 주문 방식까지 그대로 빼다 박았으니까.

"맛있네."

"그치?"

"거의 이치란 라멘 먹는 느낌인데? 그 일본에 있는 거."

"아~~~ 그런 소리 많이 듣지. 나도 초기에는 참고를 좀 했거든."

물론 이런 부분은 따라 할 수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효율적인 시스템은 자존심 접어두고 배워야 한다.

'그게 맞아.'

잘못된 것도 아니다.

벤치마킹.

잘나가는 기업의 제품, 기술, 경영 방식을 참고하는 건 스탠다드한 일이다.

특히 음식의 경우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리스펙이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 김치 주스 같은 게 팔리면 화나듯이 말이다.

"근데 어디까지나 참고고 이제는 오리지널리티를 갖췄지."

"오다가 보니까 캐릭터도 있더라고."

"봤구나! 아무래도 프랜차이즈니까, 본점만 운영하는 게 아니니까 그런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한테 컨설팅을 들었지."

그런 면에서 봤을 때 훌륭하다.

시작은 벤치마킹이었을지언정 현재는 가오리 라멘만의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우적!

문제는 그런 겉표면이 아니다.

토핑된 차슈.

한 입 베어 물자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게 제대로 만들었다.

'프랑스 음식의 프레 살레라는 기법을 쓴 건데.'

라멘집의 차슈는 스테이크나 수육처럼 단순히 먹기 위해 조리된 고기가 아니다.

국물이나 양념장을 우리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그 과정에서 맛이 빠진다.

토핑으로 올라갔을 때는 이미 육즙이 다 빠져 나가서 퍼석퍼석한 골판지처럼 변한다.

그러한 단점.

일본 라멘 장인들은 프레 살레로 극복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미리 소금에 절여서 육즙을 보존시킨다.

"차슈도 맛있네."

"이걸 알아봐 주네! 말도 마라, 내가 본고장 맛 재현하려고 돈 진짜 엄~청 썼다."

일본에서도 신경을 못 쓰는 집들이 많다.

위너가 신이 나서 자랑을 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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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계란밥』

따끈한 밥에 가오리만의 토핑과 계란을 올린 일본식 간장계란밥입니다.

매일 아침 양계장으로부터 직접 공수받는 계란을 사용하여 비리지 않고, '가오리 라멘'만의 차별화된 토핑으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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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란.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신선한 것을 쓰고 있다.

반숙 혹은 날계란을 사용하는 음식점은 중요한 부분이다.

'계란 비린내에 영향을 많이 미쳐서.'

일본 달걀은 낳은 지 얼마 안 된 것을 소포장하여 판매한다.

한국 달걀은 대량 납품을 하고, 크기가 큰 것들 위주로 판매된다.

보통 익혀서 먹기 때문이다.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선도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일본식 라멘집을 모토로 한다면 달걀도 일본식으로 쓰는 게 옳다.

교이쿠상이 100점 만점을 줄 만한 음식점이다.

"계란밥도 진짜 맛있네."

"그치? 인정하지?"

"프랜차이즈 맛이 이 정도면 지역마다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 나도 주위에 있으면 1주일에 한 번은 갈 텐데."

"그치, 그치! 나도 그런 생각으로 가맹점을 넓히고 있긴 하거든~"

이렇게 디테일한 부분.

어지간히 연구하지 않는 이상 놓치게 된다.

음식점 운영이 쉬워 보이지만, 절대 다수가 실패하는 이유가 있다.

"근데 지점은 이 정도가 아니겠지?"

"그건……, 솔직히 맞아. 지점마다 차이가 있지. 나도 많이 듣는 이야기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 앞으로 차차 개선해 나갈 예정이야."

그럼에도 성공했다.

여러 가지 비판과 논쟁이 있긴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만 봤을 때는 승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말 승리했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잘나가고 있다.

글로벌 인기를 자랑하는 빅뱅크 그룹의 멤버가 운영하니 팬들이 몰려든다.

맛까지 받쳐주니 안 나가는 게 더 이상하다.

그런 성공이 우연도 노력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문제다.

"본점 맛은 문제없는 거 맞지? 인정하지?"

"인정."

"드링크 메뉴도 다양화하려고 하는데 네가 솔루션 좀 해줬으면 좋겠어. 진지한 부탁이야."

벤치마킹.

해외 기업이 설빙 같은 걸 만들어 팔 수는 있다.

하지만 설빙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다.

'그건 산업 스파이지.'

마찬가지의 이야기다.

가오리 라멘.

이치란 라멘의 레시피와 영업 노하우를 훔쳐왔다.

단순히 단골이라서 많이 아는 정도면 모를까.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카피하는 건 힘든 일이다.

KBS― 「빅뱅크 전 멤버 위너, '가오리 라멘' 사업체 일본인에게도 성매매 알선했다」

MBC― 「위너, 가오리 라멘 육수 비법 알려준 일본인에게 '성매매'로 보답했다」

연합뉴스― 「위너, 가오리 라멘 비법 전수한 日재벌에도 '성매매' 알선」

조력자가 있었다.

주는 걸 드시고 회춘이라도 하신 모양이다.

그 보답으로 자사의 비법을 여러 가지 알려줬다고 한다.

완벽하게 같다고는 할 수 없고, 완벽하게 같으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일 것이다.

적어도 가오리 라멘이 단기간에 성공한 이유에 대한 해답은 된다.

"이치란 라멘 같은 말차를 팔아보려고?"

"에이~ 나도 사업가야.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런 거 마시겠냐? 나도 안 마시는데. 현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건 알아."

더 성공하고 싶다.

데뷔 전부터 야망이 대단했다.

예명을 위너라고 지은 것도 그래서라고 한다.

'뭐, 성공을 하고 싶은 건 대견한 거지.'

연예계든, 사업이든 큰 발자취에는 큰 리스크가 따른다.

그것을 각오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성공의 유무와 관계없이 대단하다.

성공을 했고, 실력이 받쳐준다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하지만 불법적인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가게 홍보도 그룹의 인기에 편승했을 뿐이다.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게 하나 없다.

재벌 2세에게 감흥이 느껴지지 않듯, 위너의 성공도 본인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근데 지금 당장 하라는 거면 너무 뜬금없는데?"

"아……, 그렇지! 꼭 지금 해달라는 건 아니고 내가 이번에 미오새 촬영하거든~"

취해 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하는 일마다 다 잘된다.

스스로에게 도취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해가 된다.

내 손을 부여잡고 열심히 설득을 한다.

마음 같아서는 거절하고 싶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잘나가잖아.'

위너의 몰락.

그 사건이 괜히 크게 터진 것이 아니다.

그만큼 당시 연예계에서 위너를 엄청나게 띄워줬다.

그 분기점이 된다.

대국민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미운 오리 새끼'에 위너가 젊은 사업가 컨셉으로 출연한다.

* * *

위대한 개츠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화려한 영상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주연으로 유명하다.

"제가 연예인이잖아요? 그래서 얼굴과 이름만 빌려주는 줄 아는데 저는 진짜로 합니다. 안 그러면 신뢰를 못 받아요. 가맹점주들이 다들 사업가이시기 때문에 굉장히 깐깐하고, 그분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직접 행동하는 수밖에 없어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디카프리오가 축배를 드는 장면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

<진짜 대단하네요.>

<마인드가 사업가야 사업가!>

<괜히 위대한 위츠비가 아니지~>

성공한 사업가.

그것도 젊은 사업가.

그런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다.

인기 아이돌 빅뱅크의 멤버 위너는 최근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위대한 위츠비'라는 별명까지 붙게 되었다.

<위너가 사업이 엄청 잘되나 봐.>

<그러게.>

<나는 까불대는 줄 알았지. 워낙 까불까불하게 생겨서.>

<<하하하하!>>

그것을 방송에서 조명해 준다.

하나의 캐릭터로 정착시킨다.

현재 '미운 오리 새끼'의 촬영이 진행 중이다.

스튜디오에서 위너의 시점을 보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진중하게 사업 내용을 토의한다.

<저게 본인 사무실인 거죠?>

<무슨 영화 같아…….>

<사업이 잘된다는 게 허풍은 아닌가 보네.>

진행자와 연예인들의 어머니들이 감탄을 한다.

위너의 성공이 대중들에게 각인되는 순간이다.

'홍보는 방송만 한 게 없지.'

그 파급 효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오리 라멘이 단기간에 가맹점 수를 늘린 건 팬들 덕분이다.

여기저기 알아서 입소문을 내준다.

다 좋은 쪽으로만 써주니 장사가 안되려야 안될 수가 없다.

예능에서 잘된다면 그 이상의 지평선이 열린다.

그야말로 전국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는 것이다.

"사장님 미팅 시간 다 됐습니다."

"아, 그래? 나갈 채비해야겠네 조 과장."

그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를 했다.

단순히 잘나가는 정도가 아닌, 사업가라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위대한 개츠비처럼 말이다.

'위대한 위츠비'라는 별명이 붙은 걸 정말 좋아하고 있다.

'주용이 형이 나를 비꼬려고 한 말이었는데.'

작년 말 '오디오 스타' 촬영 당시.

자신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화려하게 열었던 걸 그렇게 빗댔다.

조크인 척 포장을 했지만 속내는 비꼬는 것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 악착같이 하고 있다.

끼익―!

겉만 화려한 게 아닌 진짜.

성공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여기가 제가 대표를 맡고 있는 가오리 라멘의 본점입니다. 그렇지, 내 거 맞지?"

"아, 네."

"호응 좀 해줘! 나도 지금 가수로 나가는 게 아니라 어색해!"

쇼가 필요하다.

최대한 위트 있게 풀면서,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알린다.

필요한 건 두 가지.

사업이 잘 나고 있다는 사실과 거품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사업 미팅을 가고 있는 거죠?>

<으음~>

<이름만 빌려준 게 아니라고 말할 만하네. 그런데 누굴까요.>

쉽지 않은 일이다.

방송의 편집은 방송사 마음이고, 방송사는 그저 재미있는 캐릭터를 원할 뿐이다.

그럴듯한 전문가가 나온다고 화제가 되진 않는다.

분량도 짧게 편집될 거란 게 불 보듯 뻔하다.

10년 넘게 연예계에서 굴러먹은 위너는 잘 알고 있다.

형들한테 치이며 분량이 줄어들기 일쑤였다.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파티를 열어야지.'

그 형들이 없다.

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갔다.

빅뱅크라는 그룹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온전히 차지한다.

파티는 준비됐다.

사람들만 오면 된다.

각 분야에서 신뢰받는 이미지를 가진 지인들을 모았다.

그들의 박수를 받으며 축배를 들 일만 남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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