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00화 (800/846)

800화

인기 예능 '너 혼자 산다'.

"같이 활동하는 멤버들이 너무 뛰어납니다. 노래 잘하고, 춤도 잘 추고, 패션 센스도 뛰어나고."

"마지막은 GD 씨 이야기죠?"

"위너 씨가 빅뱅크의 인간미 캐릭터긴 해."

"꼭 그렇게 팩트로 말해야……."

""하하하하!""

위너가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풀고 있다.

그는 사업가이기 전에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다.

"말씀대로 저 빼고 다 잘난 형들이란 말이에요."

"에이~ 그런 말까진 아니었는데!"

"해놓고 뭐."

"그 형들을 이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이 형들이 외국어를 못해서 해외 나가면 바보가 돼요."

글로벌적인 인기를 구가한다.

특히 위너는 해외팬 비중이 높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하다는 장점을 백분 살리고 있다.

KBS― 「위너, 라멘집 52호점 오픈…… ”위대한 위츠비”」

MBC― 「아이돌서 사업가로… 빅뱅크 멤버 위너│가오리라멘 해외 투자까지 쾌속질주」

연합뉴스― 「빅뱅크 위너 운영 클럽에서 1억 원짜리 샴페인-양주세트 팔렸다」

이미 발을 넓혔다.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현지 팬들의 적극적인 호응에 힘입어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빅뱅크 팬카페 VVIP〕

―위너 솔로활동 아쉬웠어

―위너가 YK에서 진짜 푸쉬 못 받았지 ㅠㅠ

―너혼산 위너 직캠 두고 갑니다.

―☆☆☆ 11/22(목) 총공 일정 ☆☆☆

〔빅뱅크 갤러리〕

―너혼산 위너편 자체 최고 시청률!!

―위너 인별업

―위너 너혼자산다 멘트 정리 (스압주의)

―와 이 뱅갤러 진짜 계탔네 ㄷㄷㄷㄷㄷ 미쳤어 ㄷㄷ

〔빅뱅크 팬페이지〕

―위너 아리요시 반성회(일본예능) 기차 쪄봤어

―난 위너가 이런 표정 지으면

―형들 군대 간 사이에 좀 크자 위너야 ㅋㅋㅋㅋㅋ

―위너 세월 피해간 거 다들 봄? (+화보나온다던데. 인별)

한국팬들의 호응도 엄청나다.

어느 때 이상으로 관심이 집중돼 있다.

나머지 멤버들이 전부 군대에 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빅뱅크의 팬들이 위너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잘하기까지 하니 더 띄워주고 싶은 게 팬들의 심리다.

<갑자기 혼자가 되니까 더 적적하고 힘든 것 같아. 나만 빼고 다 어디 간 거야 형들~>

하지만 빈 자리는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빅뱅크를, 위너를 알고 있는 팬들일수록 더 공감대가 생긴다.

딩동♪

그것을 채워주고 있다.

집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위너에게 누군가가 찾아온다.

"정환 씨가 왔네요? 둘이 친한가 봐."

"어떻게 친분이 생겼지. 아이돌 쪽은 아닌데."

"아, 그게 처음에 제가 욕심이 좀 있어 가지고."

"역시 야망돌!"

그 녹화된 화면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본다.

너 혼자 산다는 그런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가오리라멘 맛이, 물론 저는 맛있다고 생각하지만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싶잖아요?"

"그래서!"

"정환 씨는 뭐 정평이 나 있으니까."

"그렇다고 제가 천종원 선생님한테 물어볼 수는 없잖아요. 저보다 더 바쁘고 저보다 더 큰 사업 하시는 분인데."

"약간 만만했나 보네."

"조금."

미운 오리 새끼에 이어 위너의 사업적 성공을 적극적으로 조명한다.

'위대한 위츠비'라는 젊은 사업가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의 지인들도 말이다.

본인이 잘나가는 만큼 인맥도 상당하다.

오정환은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다.

"농담 아니고 정환이가 사업 조언해준 이후에 순이익 비율이 5% 늘었어요."

"5%?"

"애걔~ 너무 적은데?"

"5%가 적어 보이죠? 계산기로 두들기면 대충 이 정도. 연매출이 500억이니까."

""500억!""

두 사람이 어째서 친하게 지내는지.

위너의 설명을 들어보자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오리라멘만 따진 액수.

고가 주류가 소비되는 클럽과 바까지 합치면 그 이상이다.

"그 정도예요?!"

"하긴 술 잘 안다고 유명하더라고."

"진짜 장난 아니에요. 얘가 방송에서 못 말하는 정보도 많더라고요."

"와, 그래?"

"진짜 전문가는 전문가인가 보네."

"연말정산 받고 정신 못 차리고 있었는데 정환이 덕분에 멘탈 회복했습니다."

""하하하하!""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위너 본인이 목이 터져라 오정환에 대해 극찬을 쏟아낸다.

위너의 방송 출연 분량.

위너가 유명해지는 만큼 오정환도 인지도도 올라가게 된다.

<너 나랑 그냥 사업 하면 안 되냐?>

<나도 바빠.>

<뭐가 그렇게 바쁜데?!>

<유튜브라는 게 그냥 영상 찍어서 올린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소규모 방송국 같은 거거든.>

오정환의 사생활도 자세히 알려진다.

방송인이기 전에 BJ와 유튜버로서의 인지도가 앞선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일반 시청자들은 잘 모른다.

위너와의 대화를 통해서 자연스레 공개된다.

"와 직원들이 있어요? 소규모 방송국이라 할 만하네."

"구독자 엄청 많던데……."

"대충 제 인스타 팔로워 절반 정도는 되더라고요."

"300만?"

"단위가 무슨 100만 단위야."

대단하다.

잘나간다.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 것이 개인 방송인과 유튜버라는 직업이다.

그것이 사업가라는 측면에서 조명된다.

돈을 많이 번다, 사람을 많이 쓴다.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이해시킨다.

"위츠비와 환츠비네!"

"잘나가는 애들은 잘나가는 애들끼리 논다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요?"

"시헌 씨!"

"아, 돈 잘 벌면 형이지."

""하하하하!""

푸쉬를 해준다.

예능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절대 우연이 없다.

시대가 자신을 선택하고 있고, 자신이 오정환을 선택하고 있다.

'이게 얼마나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인데.'

위너는 연예계 경력이 올해로 11년 차다.

꽃길만 걸어온 것도 아니다.

산전수전을 헤치며 악착같이 해왔다.

빅뱅크 내에서 가장 소외받았기 때문이다.

잘난 그룹에서 살아남는 것은 절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다.

밑바닥부터 커리어를 쌓았다.

어지간한 일은 스스로 해결했다.

그런 자신에게 처음 조명된 스포트라이트.

'나조차 10년이 걸렸다고.'

그만한 기회에 동석을 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기회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대단한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이 하려는 일을 조금만 도와 달라는 것뿐이었다.

〔오정환〕

「일?」

―어

―정환이 너 BJ잖아

「그렇지」

―인맥 많을 거 아니야? 특히 여캠들

아무에게나 말하는 건 아니다.

세간에 알려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소수의 이들만이 극비리에 공유하고 있다.

―걱정 안 해도 어디 새나갈 일 없어

「그래?」

―비밀 단톡방 있거든

―거기 유명한 사람 엄청 많아. 재미있는 사진도 많이 올라오고

그 멤버 중 하나로 참여시켜 주겠다.

클라스라는 면에서 아직 부족하지만, 자신이 인정한다면 문제는 없다.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클럽에서 face to face로 말을 하고, 카톡으로도 설득을 해봤지만 감감무소식.

「내가 사업적 조언을 해준 건 지인으로서의 오지랖이지, 같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은 아니라 마음만 받도록 할게」

결국 거절의 의사를 내비쳐 왔다.

그 자체는 그럴 수도 있다.

기회를 차버리는 멍청이.

연예계의 잔인함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목마름이 부족하다.

지레 겁을 먹고 발을 뺀 것이다.

'괘씸한데.'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이 치솟는다.

자신이 그토록 신경을 써줬는데 성의를 무시하다니.

무엇보다 오정환의 가치.

사실 처음 접근했을 때는 사업적인 조언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BJ라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 강남의 잘나가는 애들 사이에서 BJ의 영향력이 커져 가고 있다.

'인생 날먹 하고 싶은 연놈들이.'

그 이유에 대해서도 대충 안다.

연예인은 되는 것이 힘들다.

그렇게 노력하기도 싫다.

개인 방송이나 하면서 시시껄렁하게 인생을 보내고 싶은 것이다.

하찮기 그지없는 인간들이다.

하지만 몸뚱이는 가치가 있다.

오정환의 입지를 활용하면 간단히 꼬드길 수 있을 텐데.

파악!

그 계획이 다 무위로 돌아갔다.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동댕이친다.

바닥에 슬라이딩을 하며 이곳저곳에 부딪힌다.

스스로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꽤나 다급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VVIP들 접대가 얼마 안 남았는데.'

자신이 쌓아 올린 것.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건 돈뿐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 돈은 오히려 사소한 부분이다.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 때문에 자신에게 큰돈을 투자하고 있고, 하지 못하면 자신의 입지가 위태해진다.

꿀꺽!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가능한 멍청해야 좋다.

오정환이란 선택지를 잃게 된 건 다시 생각해도.

위이잉~

한창 머릿속이 복잡하던 와중.

바닥에 스트라이크를 쳐버렸던 핸드폰이 울린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참에 진동하며 알아서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다.

한 걸음 내디뎌 잡는다.

클럽 매니저의 전화로 자신에게 보고가 올 건이라면.

"뭔 일 있어?"

<아 형님! 별건 아닙니다, 별건.>

"별 게 아닌데 전화를 해?"

<그, 그게…….>

보통은 VVIP 관련이다.

위너의 클럽에는 한국의 상류층은 물론, 해외에서도 특별한 손님이 자주 온다.

그런 곳이니 사고도 꽤 빈번하게 터진다.

사태가 커질 만한 사안은 즉각 자신에게 보고가 온다.

<형님! 저번에 BJ 하는 애들 관심 있으셨잖아요.>

"뭐, 그랬지."

<자주 오는 BJ 한 명 있거든요. 꽤 유명한 애고, 형님 마음에 들 것 같아서요.>

"흠?"

다행히 아니었다.

긴장을 풀은 위너는 통화를 끊으려고 했지만, 그 직전에 매니저가 한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BJ?'

오정환의 실용성.

당연히 사전 검토를 해봤다.

BJ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도 클럽 직원들에게 들은 것이다.

자신이 아는 BJ는 오정환밖에 없다.

그 외에는 애초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다른 BJ도 있을 만하다.

'오정환을 대체할 만한 카드라.'

꿩 대신 닭은 되어줄지 모른다.

* * *

열흘간의 휴방.

남훈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 게 말이 되냐고.'

폼생폼사.

가오에 살고 가오에 죽는다.

BJ라는 직업은 특히 그러한 측면이 있다.

민심이라는 것이 기운다.

어그로 종자들 때문에 방송 진행이 차질을 빚는다.

―잘나가는형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만 보면 튀어라 남훈 ^오^

"하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하다 추훈아

―매니저님 어그로 관리 좀요 ㅡㅡ

―오랜만에 남훈이 방송 켰는데 모래!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방송 시청자 수와 풍력에도 영향을 미치니 거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그건 내가 상정을 못 했어.'

지난번 오정환과의 대결.

결과적으로 자신이 지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정환과 가을에게 과거의 연이 존재했다.

두 사람의 스토리텔링이 조명되며 보라판에 큰 바람이 휘몰아쳤다.

"몸이 안 좋아서 쉰 거 가지고 시비 거는 새끼들은 야~ 니들은 취직도 못 했냐? 월급쟁이들도 연차는 써. BJ도 쉴 수 있는 거지."

―ㄹㅇㅋㅋ

―그냥 열등감 때문에 저러는 거니 무시해

―갠방갤 백수 새끼들은 그런 거 몰라요 ㅎㅎㅎㅎㅎ

―언냐들 무서워

하지만 그뿐이다.

이후로 오히려 잠잠하다.

표면적으로도 각자의 방송을 하고 있다.

'접촉도 없었다고 하고.'

익태 형님에게 들은 확실한 정보다.

둘이 만약 그렇게 애달팠다면 무언가 액션이 있었을 것이다.

없다.

가을은 그에게 별 미련을 가지지 않았다.

오정환 혼자 쇼를 했다는 게 남훈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싸움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여론을 역전시키고, 가을을 다시 빼앗을 것이다.

"월급쟁이들이 평생 모아도 못 사는 거. 이번에 손에 넣었는데 한번 볼래?"

그럴 만한 돈과 인맥을 손에 넣은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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