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04화 (804/846)

804화

논현동.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이다.

전직 대통령, 연예인, 정재계 인사들이 거주하기로도 유명하다.

타악!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정반대의 장소.

아직 가벼운 청춘들이 모이는 음식점도 존재한다.

"여기가 추천하는 맛집이야?"

"맛집까진 아닌데……."

"단골집이냐?

"그냥 오는 곳……."

―그냥ㅋㅋ

―논현동 그냥녀

―진짜 존나 센스 없네

―정환이가 이렇게 밀어주는데 못 살기도 힘들다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싸다.

이렇게 싸나?

의문이 들 정도로 저렴한 음식점도 찾아보면 있다.

'사실이라는 게.'

아무리 왜곡해도 그 자리에는 존재한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왜냐?

매상으로 찍히기 때문이다.

강남 하면 잘나가는 애들도 많고, 고급스러운 부촌으로 알려져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가리려고 해봤자 숫자로 찍히는 매상은 속일 수가 없다.

"그냥 친구들끼리 와인 먹으러 온 거야?"

"평소에는 잘 안 와요."

"그냥?"

"그냥……, 급여 들어오는 날이라."

실상은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다.

아니, 더 없다,

외모를 꾸미는 비용에는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남 성괴.'

그 짓거리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전부 돈 많은 사람들이 아니다.

영끌.

잘생기기 위해서 지갑을 탈탈 터는 사람들의 비율이 훨씬 더 많다.

씀씀이는 가볍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값싼 가성비 술집을 찾는다.

음식점 매상만큼 확실한 지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음~ 확실히 그렇지."

"뭐가요?"

"오빠가 타이밍 잘 쟀네. 기분 안 내는 날이었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었겠네."

"하하……."

―컵라면ㅋㅋㅋㅋㅋㅋ

―라면 먹고 갈래?

―짠순이였누

―여기도 존나 싼 편 같은데 ㅋㅋ

동석해 온 음식점.

한량브루스라는 곳이다.

메뉴 자체는 일반 술집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꼴꼴꼴~

와인 바가 결합된 형태다.

글라스 와인.

가볍게 접근하는 손님도 부담스럽지 않게 주문할 수 있는 한 잔이다.

『5월의 와인』

하우스 와인 G/3.9

베린저 화이트 진판델 B/42.0

미스터 피레테 피노누아 B/42.0

콘운파 모나스트렐 B/36.0

페레즈 크루즈 리제르바 까베르네 소비뇽 B/39.0

이렇게 파는 곳도 있다.

강남의 상권이 어떠한지.

음식점 주인이 꽤 분석을 하고 들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젠지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저거 가격 비싼 거임?

"가격은 합리적이에요. 물론 와인샵보다는 비싸지만 마진이 터무니없는 정도는 아닙니다."

"으음……."

―무슨 와인인지 아나 보네

―와인 술집임?

―사스가 오정환!

―와인을 무슨 술안주랑 먹누 ㅋㅋ

물론 초이스에 관해서는 사장님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일해라절해라 할 부분은 아니다.

'근데 이 가격대 와인이라는 게.'

와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선택적으로 좋아하는 향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 맛이 있는지.

십중팔구는 아니다.

와인은 원래 맛이 없다.

아이스나 스파클링 종류를 제외하면 맛이 직관적이지 못하다.

그러면 마리아주에 의지해야 하는데 이 가게는 중구난방 술집 같은 안주다.

와인맛을 즐기는 게 불가능하다.

"시청자들 말하는 건 신경 꺼."

"그냥……."

"응?"

"맥주나 마실 걸 그랬던 것 같아요"

"맞아요. 와인이 생각처럼 맛있진 않네."

그럼 이 술집이 왜 있냐?

강남이다.

허영심에 찌든 애들이 길거리에 널려있다.

'그런 애들한테 영향을 받은 사람들도.'

와인 한 잔은 기분을 내기 좋다.

맛이 아닌 분위기와 인스타 감성을 판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럼 오빠가 가벼운 칵테일 하나 해줄까?"

"칵테일?!"

"저 봤어요. 골목식당에서 하이볼 하는 거!"

―오 술정환

―여자 꼬시는 데 술만 한 게 없지 ㅋ

―여기 위스키도 있음?

―쟤네 계탔네

이 가게의 가격을 고려한다면 그것이 최선이기도 하다.

하지만 스무 살.

이제 막 음주를 즐기는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일단 맥주를 주문해 볼까?"

"맥주요? 여기 카스 세 잔!"

"카스 안 돼. 무조건 하이트 시켜야 돼."

"?"

아무래도 클레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소주 광고의 계약이 파기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언행을 주의해 달라는 요청은 있었다.

타악!

맥주가 나온다.

생맥주가 아닌 병맥주.

이편이 칵테일을 만드는 데는 더 적합하다.

뽀옹!

쏴아아아─

맥주잔에 따른다.

시원한 소리를 내며 올라간다.

그 위에 토핑을 하듯 와인잔을 기울인다.

"뭐, 뭐 하시는 거예요?"

"와인……, 인데."

"와맥."

"와인에 맥주를 섞는다고요?!"

"와맥이 뭔가 좀 이상해 보이긴 하지. 무슨 씨맥도 아니고."

―그 맥ㅋㅋㅋㅋㅋㅋㅋㅋ

―와맥ㅋㅋㅋㅋㅋ

―맥주에 뭔 지랄이야……

―색이 이상한데?

정말 씨지맥이나 할 법한 기상천외한 4차원 짓이라고 보일 수도 있다.

색깔이 탁해지다 보니 미관상 좋지는 않다.

'근데 씨지맥만 해도.'

동네 바보형처럼 느껴진다.

저런 사람한테는 뭐 하나 믿고 맡길 수가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단들이 거절의 의사를 내비쳤다.

─진마갤이 평가한 씨지맥. jpg

----------------------------+

니들이 만약 슈퍼에 가서

평소 사 먹던 과자랑 새로 나온 먼가 희한한 과자 중에 하나를 택한다고 생각해 봐돈이 있으면 둘 다 사 먹든 희한한 과자 먹든 그러겠지 근데 돈이 없으면 무조건 안전빵 고르게 돼 있어

진에어 재정이 나빠서 씨지맥은 못 골랐음

+----------------------------

"희한한 과자."

└파프리카BJ가 와 가지고 "감독 시켜 주십시오. 월급 필요 없습니다. 롤드컵 가겠습니다." 하면 나라도 쫓아냄└너희 목에 폭탄 목걸이가 걸려있었어도 그 과자를 골랐을까?

└근데 이거 '강남 열대 과일 이야기'에서도 나오듯이 일리 있는 말임. 강남 사람들만큼 돈이 없으면 저렴하게 나와도 항상 하는 선택만 하고 도전할 엄두를 못 냄└???: 너희는 희한한 맛을 극복하지 못하는 열등한 인간인가?

하지만 맛이라는 것은 먹어봐야 아는 것이다.

이것이 어울릴 거라고는 나도 입에 대보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꿀꺽!

자신의 이름을 민지, 소라라고 밝힌 두 친구.

용기를 내서 마셔본다.

목에 넘기고 신기했는지 한 번 더 마셔본다.

"어?"

"맛이……."

"맛이 어떤데?"

"맛이 그냥 와인 같아요."

―?

―??

―거의 맥주 탄 거 아님?

―그냥 와인 ㅋㅋ

와인의 비율은 1~2할 정도다.

맥주가 대부분임에도 와인의 맛이 지배적인 기현상이 일어난다.

'아무래도 한국 맥주라.'

오줌맛, 아니 아무 맛도 안 난다.

대신 희석된 와인에서 숨어있던 향들이 피어오르게 된다.

"이거 맛있는 것 같아요."

"좀 특이하긴 한데!"

"그렇지? 맛있게 먹어."

익숙한 맛과 섞여서 마시기가 편하다.

그러면서도 와인 특유의 프루티한 맛이 확실히 난다.

꿀꺽! 꿀꺽!

여자들 입맛에 잘 맞는다.

안주로 시킨 국물 떡볶이와 감바스와 함께 게눈 감추듯 해치운다.

'일반인 합방이라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다.

일반인을 가장한 인플루언서나, 뜨고 싶어 환장한 년들이면 모른다.

순수 일반인은 카메라 앞에 서면 당연히 굳는다.

그러니까 일반인과 방송인이 구별되는 것이다.

"딸꾹!"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오빠는 방송하면 재밌어요?"

―취한 거 아님?

―혀 삐뚤어졌눜ㅋㅋㅋㅋㅋㅋㅋ

―술 좀 들어가니까 귀엽네

―ㅋㅋㅋㅋㅋ 이거 영상 남는데

와인 도수는 12~13도에 달한다.

그걸 섞은 와맥은 일반 맥주보다 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맛있으니까.'

꿀떡꿀떡 넘어간다.

취하는 것도 순식간.

주량이 약한 스무 살이다 보니 금세 취한다.

그래서 챙겨준 것이기도 하다.

원래 일반인 합방은 취하고부터가 가장 재미있는 기점이다.

"무슨 알바 해?"

"저 그냥 편의점……."

"친구는?"

"저는 딱히 안 해요."

"음~ 그래서 이야기가 나왔구나. 편의점 점장이 지랄했어?"

"네!!"

조절이 안 된다.

술이 안 들어갔을 때는 어색해서 말을 못하지만, 들어가 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말실수를 하게 된다.

'이 나이대 애들이 다 비슷하지.'

놀리는 재미가 있다.

물어보는 대로 술술 털어놓는다

그것이 어떠한 스노우볼로 굴러갈지도 모른 채.

"밥 먹고 있는데 지랄하잖아요!"

"밥 먹을 때 건들면 화나지. 국룰인데."

"식비도 안 주면서. 폐기 먹고 있는데 잔소리야."

―편순이였누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리는데 ㅋㅋㅋ

―와 식비 안 줌?

―폐기 먹고 있었네 불땅

사람이라는 게 항상 참고 산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는 사람은 없다.

'취중진담.'

취하면 말하게 되어 있다.

타인의 인생사라는 게 듣고 나면 대개 재미있다.

자신은 안 겪어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예쁜 여자의 것이라면 더더욱.

"오빠도 편의점 알바 해본 적 있거든."

"진짜요?'

"폐기로 끼니 때우는데 뭐라고 들었으니 서러웠겠다."

"그냥, 그냥……."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화장기가 없고, 젖살이 오른 볼살이 억울함을 강조한다.

─돈코츠라멘님, 별풍선 1472개 감사합니다!

울지 마! 울지 마!

"돈코츠 님 일사천리 개 감사합니다. 일사천리로 잘 풀리면 좋겠네요."

"아 운 거 아닌데."

"민지야 그 새끼 죽여버리자."

―오마에오 코로스 ㄷㄷ

―친구 성깔 있누

―우는 애특) 안 울었다고 함

―대환장 파티 ㅋㅋㅋㅋㅋ

시청자들의 동정심을 이끌어낸다.

선즙필승이라는 사자성어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사실 그냥 즙을 짤 뿐인데.'

눈물은 단순한 체액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자가 우는 이유의 80%는 본인도 잘 모른다.

질질 짠다면 한숨부터 푹 쉬는 게 올바른 수순이다.

방송적으로 버라이어티한 요소는 된다.

"사회생활이라는 게 원래 그래."

"진짜 자존감도 떨어지고……."

"니가 지금 편순이 하고 있지? 5년 후, 10년 후에 뭘 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예상 못 해. 따라서 그걸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어."

"오빠도 그랬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구나."

"누구나 올챙이적 시절이 있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없지만 말동무 정도는 가능하다.

본심을 살살 끌어내는 것.

'딱 그거면 족해.'

물론 단기적으로는 노는 애들이 좋다.

노는 애라고 무시할 수 있지만, 노는 애라서 노는 법을 안다.

시청자들 장단도 잘 맞춰준다.

성드립 같은 것도 흘려넘기고, 비주얼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역대급인섹킥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고민 상담이 돼버렸누 ㅋㅋ

"원래 사회생활 처음 하면 힘든 법이죠."

―마시면 우는 타입이네

―편순이 힘들어욧!

―오정환 여자 꼬시려다 호구 잡혔누 ㅋㅋㅋㅋㅋ

―그래도 물장사 하는 애들보다 훨씬 기특함

화장빨이라는 게 괜히 있는 소리가 아니니 말이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눈요기가 된다.

'그렇겠지.'

그에 반해 이 두 친구.

젊고 파릇파릇하긴 하지만 비주얼 면에서는 손색이 있다.

하는 일도 화려하지 않다.

유흥 업계처럼 여러 가지 썰 풀 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편의점 알바가 하는 일은 정해져 있다.

기껏해야 진상 손님이나 직원들 간의 트러블이다.

"마시면서 잊어."

"네……."

"오빠가 사줄 테니까."

"진짜요?"

"저 그럼 다른 거 시켜도 돼요?"

"방송 출연비라고 생각하고 마음껏 먹어."

""감사합니다~!""

반응도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다.

일반인이기 때문에 각 잡고 놀리기 힘든 부분은 있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거고.'

이곳 강남에서는 최하층으로 의식된다.

강남충들에게 얕보이는 편순이의 인생 역전 드라마를 써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