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05화 (805/846)

805화

오정환의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오정환 인지도 미쳤눜ㅋㅋㅋㅋㅋㅋㅋ

─와 다 알아보네

─인터넷 일찐 갠방갤러들 화들짝!

─남훈은 오정환한테 개길 클라스가 아니지

그의 보라판 복귀는 큰 환영을 받고 있다.

특히 강남에서 야킹을 한다는 것.

─오정환 인지도 미쳤눜ㅋㅋㅋㅋㅋㅋㅋ

모르는 사람이 없누

└오정환이라

└예능 안 보는 찐따가 강남이 있겠음?

└위대한 환츠비가 ㅈ으로 보이나

└안 그래도 유명한데 미오새랑 너혼산 출연하면서 요즘 미쳤음ㅋㅋ

큰 의미를 가진다.

그야말로 보라BJ들의 격전지라고 할 수 있는 장소다.

내로라하는 보라BJ들은 강남에 터를 잡았다.

신인BJ들도 영향을 받고 있는 추세인데.

─남훈은 오정환한테 개길 클라스가 아니지

파프리카: 오정환 승

유튜브: 오정환 압승

공중파: 오정환 부전승

└공중파는 부전승이눜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딜 BJ를 연예인한테 비벼

└야킹 가니까 오정환은 연예인 취급이긴 하더라

└애초에 클라스가 안 됨 ㅇㅇ;

오정환.

명실상부 파프리카 최고의 인기BJ다.

보라판에서의 영향력도 얼마 전 재확인했다.

그런 그가 강남에 왔다.

기존의 세력 판도를 뒤흔들 만한 대사건이 될 거라고 누구라도 예상한다.

「야외) 오정환. 강남 나왔습니다」_ ?36, 974명 시청

의외로 뜨뜻미지근했던 것이다.

반응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정환이 가진 기대치에 비하면.

─오정환 너무 씹선비 아님?

강남에 보도 뛰는 언냐들 얼마나 많은데

만만한 년들만 골라서 인터뷰 뛰더라

└그냥 수줍어 하는 거 같던데

└전 여친 때문이지 ㅋ

글쓴이― 가을? 아니면 봄?

└봄버지는 ㅇㅈ이지

담백한 맛이었다.

공중파 감성에서는 자극적일 수 있지만, 보라판 감성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평범.

어디에서나 있을 수 있는 방송이다.

게스트의 존재가 그러한 여론에 종지부를 찍고 있다.

─저 편순이 X발 힘든 척하는 거 ㅈ같네

누군 X발 편돌이 안 해봤나?

점장한테 욕 처들으면서 발주품 정리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ㄹㅇ 눈물 젖은 폐기 안 먹어본 알바가 어딨다고

└고생을 안 해봐서 그럼

└갠방갤 편돌이 대연합 ㅋㅋㅋㅋㅋㅋㅋ

└니가 폐급이라 그런 건 아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대한민국 어딜 가나 있다.

대학가에서는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有경험자가 숱하게 나온다.

이곳 강남에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다.

그러한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화려하고 감성 넘치는 장소인데.

─그냥 그 그냥녀가 문제였지

오정환은 적당히 얘기 들어주다 갈 생각이었는데

즙 짜면서 감성팔이 ㅈㄴ 해댐

토크도 못해서 말끝마다 그냥그냥

그냥이라고 할 때마다 패버려야 했음

└그냥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패도 무죄 ㅋㅋㅋㅋㅋ

└누가 보면 지만 고생하는 줄 ㅋㅋ

일부 시청자들에게 비아냥을 듣는다.

인기BJ의 방송에 출연한 여파는 작을 수가 없다.

그냥녀.

평범한 외모와 스펙, 말버릇이 합쳐지며 별명으로까지 자리 잡는다.

"그래?"

<시청자 반응도 평범하고 딱히 경계할 필요는 없어 보이던데요?>

그 소식은 남훈의 귀에도 들어간다.

그도 그럴 게 예의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합방으로 재미 좀 봤다고 나대더니 꼴좋다.'

오정환에게 패한 것.

한 번의 싸움으로 그치지 않을 거라는 건 남훈도 예상하고 있었다.

자신이 오정환을 의식하는 만큼, 오정환도 자신을 의식한다.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는 배길 수가 없다.

<아무래도 연예인이잖아요?>

"그런……, 가?"

<아 물론 남훈 형님이 훨씬 잘나가고 수익도 높으십니다. 근데 약간 셀럽 느낌. 제가 연예인이 뭔지 잘 몰라서 뭉뚱그려 말해 가지고 실례했습니다!>

"그건 됐어. 명칭 같은 건 착각할 수 있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다.

동시에 위기의식을 느낀다.

자신이 재기할 수 있었던 건 강남 야킹 덕분이다.

'확실히 연예인이라는 인식이긴 하지.'

자신은 연예인과 친분이 생긴 정도지만, 오정환은 실질적인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TV 예능에서도 종종 나온다.

정면 대결로 갔을 때의 승산.

연예계 인맥의 수에서도, 질에서도 밀린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괜한 기우였던 모양이다.

"눈에 띄는 행동을 못 한다고? 그럼 무등 태웠던 건 뭔데?"

<그런 버라이어티한 요소는 상관이 없겠죠.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강남 야킹의 참맛이 뭔지.>

"참맛?"

사실 야킹은 어디에서든 할 수 있다.

홍대에서 하면 홍대 야킹이고, 서면에서 하면 서면 야킹이다.

그 많고 많은 장소 중에 강남.

수많은 BJ들이 상주하면서까지 방송을 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따른다.

'하기야.'

심익태의 직원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남훈도 이해하고 있다.

야킹은 강남에서 할 때 가장 맛이 살아난다.

예쁜 여자가 많다.

단순히 숫자와 질뿐만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도 강남만 한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 센 누님들 상대로 샤바샤바를 해야 맛이 살아나는데 공인이다 보니까 기어를 못 넣는 거죠.>

"그럴 수도 있겠네."

<아니면 그냥 방송 센스가 남훈 형님이 우월하다 보니까~>

그 근간.

오정환은 못 살리고 있다.

직원의 말대로 공인이 됐다 보니 언행을 사리는 것이다.

'상대를 안 해주는 걸 수도 있고.'

이곳 강남의 생태계가 어떠한지.

정말 모르고 방송을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

남훈으로서는 최고의 상황이다.

남훈에게 있어 강남은 홈 스테이지나 다름없다.

강남에서 하루 이틀 활동한 게 아니다.

강남 야킹은 물론, BJ 데뷔 전부터 유명했다.

한국 최고의 삐끼.

강남 클럽을 다니는 클러버들 사이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다.

<앞으로도 방송을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오픈빨이고.>

"그렇겠지."

<강남 야킹은 남훈 형님이 훨씬 우월하다고 확신합니다! 보라판 7년 차인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그 이점은 막대하다.

자신이 잘생겼다고, 훈남이라고 여자들이 인터뷰에 응하는 게 아니다.

끼리끼리 논다.

하나 건너, 둘 건너 접점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활개 치고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나와바리라고 할 수 있다.

오정환의 자만이 불러온 실수.

이번만큼은 절대 지지 않는다.

* * *

삐익!

손님이 물건을 계산하고, 봉투에 담아서 나간다.

"교대요~"

"민지야, 혹시 나한테 할 말 없니?"

"?"

논현동의 한 편의점.

직후 근무 교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점장의 말에 민솔은 고개를 갸우뚱하다.

'아.'

머리가 띵하다.

숙취.

어젯밤 보통 마셔 댄 게 아니다.

평소보다 훨씬 과하게 들이켰다.

와맥이라는 기괴한 걸 말이다.

맛은 깜짝 놀랄 정도였지만 후유증 탓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

"아니, 손님이 아까 와 가지고."

"네."

"혹시 너 방송 출연했냐고."

"……."

"너 맞냐고 물어보고 가더라."

그것을 마시게 된 이유.

갑자기 스까본능이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오정환이 만들어줬다.

다른 사람이라면 기괴해서라도 마시지 않았겠지만.

'…….'

TV에 출연할 만도 했다.

뿌해진 외관과 달리 맛은 신기할 정도로 괜찮았다.

주량 이상의 음주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취하다 보니 생각을 OFF하고 있었다.

"저 아닌데요."

"그래?"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뭐……, 알겠어. 수고하고. 아, 참! 이번 발주품 정리는 잘해 놨더라."

"네, 하란 대로 했어요."

"근데 귀찮아도 페이스업은 해놔야지. 내가 승훈이한테 들었잖아. 교대하자마자 페이스업 자기가 했다고. 그리고 담배 재고도 안 맞데? 아니, 쓰레기 같은 손님 있을 수 있어. 여자라고 얕보고 훔치는 놈팽이 있는 거 알지. 그런데 말이야……."

정신이 번쩍 든다.

점장의 말.

언제나처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에는 걸리는 바가 매우 많다.

'지랄은 조금 심했나?'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는 듣지 못한 모양이다.

만약 들었다면 저 지랄 맞은 점장이 저 정도만 떠들고 갈 리 없다.

식은땀이 주르륵 난다.

너무 취해서 뭐라고 떠들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욕을 엄청 했던 것만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삐익!

고민한다고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그냥저냥 넘어갈지도 모른다.

잊고서 일에 집중하려고 해도.

"어, 그냥녀 맞죠?"

"네?"

"그냥녀!"

"그냥녀?"

수상한 손님들이 찾아온다.

자신을 보면 히죽히죽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는 오타쿠들.

평소에도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다 보면 별의별 진상을 다 만난다.

그것과는 다른 부류가 아닌지.

'…….'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명백히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오정환의 방송에 출연한 것.

생각 이상으로 파장이 크다.

벌써부터 이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꿀꺽!

기억이 나지 않다 보니 더 두렵다.

그렇게 앞이 깜깜해져 고민의 늪에 빠져있던 민지에게.

"오랜만이네."

"어, 어?!'

오정환이 다시 찾아온다.

* * *

집단 지성.

특히 인터넷 방송의 효과는 나도 가끔 놀랄 지경이다.

〔오정환 님의 방송국〕

─어제 방송에 나온 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그냥녀 은근 귀엽지 않음?

─현직 논현동 사는 중 ㅋㅋ

─그냥녀 찾을 원정대 구함 (너만 오면 ㄱ)

인플루언서가 나오면 순식간에 찾아진다.

방송국이나 커뮤니티를 볼 것도 없이 실시간으로 말이다.

'일반인도.'

인플루언서보다는 좁겠지만 당연히 자신의 세상이 있다.

알아보는 사람이 생기는 건 드물긴 해도 없는 일이 아니다.

─어제 방송에 나온 분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지난주에 애플 스토어 가다가 담배 사냐고 들렸는데

알바가 예뻐서 기억에 남음

└논현동인데??

└알바는 신사동에서 할 수도 있지……

└ㅇㅇ 본판은 ㄱㅊ더라구요

└네 다음 입열구~

찾아보니 있었다.

신상을 털려고 하는 사람들.

혹은 악의가 없는 순수한 호기심.

어느 쪽이든 나오는 곳이 생긴다.

내 방송의 규모가 있다 보니 필연적이다.

'큰 반향이 없었다고 해도.'

기본 체급이라는 게 있다.

올라올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빠르게 반응해 정보를 수집했다.

나머지는 행동에 옮기는 것뿐.

직원들의 도움까지 받자 글자 그대로 시간문제였다.

"옷 갈아입고 잠깐 나와봐."

"네?"

"곤란하잖아. 알아보는 사람들 많아서."

"아……."

신사동과 논현동 사이의 편의점을 샅샅이 뒤졌다.

밤에 프리하다면 낮 시간 교대일 것이다.

그러한 생각.

나만 할 리가 없다.

앞으로 길게 잡아도 반나절 안에 신상이 유포될 것이다.

'잼민이들 신이 잔뜩 났겠지.'

개인 방송을 TV 보는 감각으로 보는 애들도 있다.

민폐라고 생각 못 하고 연예인 보는 감각으로 말을 건다.

그러한 사례가 이미 있었던 모양이다.

짐작 가는 게 있는 듯 떨떠름하게 굳어있다.

"그래도 저 아직 5시간은 더 남았는데."

"우리 직원이거든?"

"네?"

"얘가 대타 해줄 거야. 오빠랑 잠깐 어디 가자."

그런 민지를 데리고 나간다.

알바 시간이 남았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해서 직원을 대기시킨 게 정답이었다.

생각보다 고분고분하다.

어쩌면 본인도 할 이야기가 있을지 모른다.

아래에서 위까지 쓱 훑어본다.

'원판은 나름 괜찮네.'

신입생들은 대부분 겪는다.

촌티를 달고 살다가 여름방학 혹은 학년이 올라간 걸 계기로 달라지는 일.

지방에서 올라왔다면 더더욱이다.

자신을 민지라고 밝힌 이 아이도 나름대로 싹이 보인다.

내 눈은 일반인들의 눈과 다르다.

여캠들의 화장과 보정을 빼고 보는 것이 눈에 익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시청자들이 난리도 아니더라고."

"아……, 역시."

"짚이는 게 있어?"

"네. 조금 곤란할 것 같아요."

원석을 볼 때도 작동한다.

외모가 괜찮다.

관리 좀 하고, 화장 좀 하면 어디 가서 외모로 꿀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걸 좀 해주면.'

물론 엄청난 수준은 아니고, 그래서야 더 곤란하다.

풋풋한 느낌의 신데렐라가 필요했다.

그런 컨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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