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7화
BJ그냥녀.
〔개인 방송 갤러리〕
─그냥녀 방송 ㅈㄴ 잘되눜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나도 똑같은 편돌이인데
─예쁜 편순이 기특하지 않음?
─편돌이, 편순이 선입견. ㅇㄱㄹㅇ
.
.
.
파프리카TV에서 이슈가 될 레벨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여캠이 많다.
반반하고 섹시한 여자들이 즐비한 플랫폼이다.
─편돌이, 편순이 선입견. ㅇㄱㄹㅇ
편순이=학생이 짬내서 기특하게 알바하네
편돌이=평생 편의점만 전전하다 뒤질 인생
└X발ㅋㅋㅋㅋㅋㅋ
└ㄹㅇ 그리 보임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성별 버프 뭔데?
└아니 학자금 마련하는 편돌이도 기특해 달라고 ㅠㅠ
그렇기에 더 신선하다.
편순이.
편의점 여자 아르바이트생을 부르는 은어다.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일상 속에 비일상이 숨어있는 것이다.
─예쁜 편순이 기특하지 않음?
양아치년들은 오피, 키스방에서 쉽게 돈 버는데
편의점에서 최저시급 받으며 열심히 살고 있는 게
내 주위에는 몸 팔던 년이 대학교에서 상담원 하고 있는 애도 있음 X발└걔네 투잡임 편의점 출근 전에 한탕씩 뛰고 옴
└투잡은 몰랐눜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당연한 건데
└하도 ㅄ 같은 년들이 많으니까 ㅍㅌ만 쳐도 개념녀 소리 듣네
예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찾아보면 있을 것 같으면서도 없는 희귀 생물이다.
더 쉽고, 간단하게 돈을 버는 유혹에 빠지는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집창촌을 철거하면서 120만 명의 매춘부가 확인되고, 여성가족부에게 위임된 후로는 정확한 통계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5~6명 중 한 명 꼴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니 나도 똑같은 편돌이인데
누군 기특하다고 별풍 받고
나는 점장한테 욕밖에 안 받네 ㅋㅋ
└꼬우면 알지?
└편순이라고 다 되겠냐 예쁘니까 가능하지
└어린데 장래 기대됨
└적어도 별창 보다는 낫짘ㅋㅋㅋㅋㅋ
예쁜 외모로 정직하게 일을 한다.
어쩌면 당연해야 할 것이 그녀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기현상.
오정환의 합방이라는 버프까지 받으며 순식간에 유명세를 탄다.
─그냥녀 업무 중에 방송해도 되는 거 맞음?
우리 편의점은 안 되는데
점장이나 본사에 신고 넣으면 방송 못 하게 할 수 있나?
└그냥녀한테 까이기라도 했눜ㅋㅋㅋㅋㅋㅋㅋ
└응 안 돼~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이 새끼는 ㄹㅇ 열등감임
└갠붕아……
'그냥녀'라는 애칭까지 붙게 되었다.
오래 활동해도 어려운 캐릭터가 며칠 만에 정착한 것이다.
시기하는 여론도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티가 생긴다는 건, 방송이 흥행한다는 확실한 방증이기도 하다.
─편의점샛별이님, 별풍선 500개 감사합니다!
음료수라도 하나 빨면서 하세요~
"샛별 님 500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손님 있어서 조그맣게 말하니까 양해해 주세요오……!"
―그럴게요오……!
―졸귀 ㅋㅋ
―500개면 음료수 두 박스 아님?
―오늘 일당 다 벌었누 ㅋㅋㅋ
민지의 방송.
콘텐츠는 별 게 아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초기에는 이러쿵저러쿵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점장에게 허락을 받고 방송도 적응을 하면서 정착했다.
대략적인 감을 잡았다.
'와 500개.'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하루 일당이 펑펑 터지고 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어도 되는 건지 의문스러울 지경.
삐익!
편의점에서 한 달 꼬박 일해야 벌리는 돈이 불과 이틀 만에 들어왔다.
정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자신의 돈이 된 것이다.
"저기요."
"봉투 드릴까요?"
"제가 방송 보고 왔는데 진짜 너무 이쁘시더라고요."
"그래서요?"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또 찐따 한 명 왔네
―"그냥"
―한심하다 진짜 ㅋㅋㅋㅋㅋ
―개청자 컷
물론 쉬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알바만 하던 때보다 귀찮은 일이 더 자주 생긴다.
그 상대법에 대해서도 요령이 붙었다.
찐따 같은 애들은 눈에 힘을 주면 쫄아서 도망간다.
'팬들도 착하고.'
버는 돈을 생각하면 별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여서 문제다.
─장사하는햄찌님, 별풍선 486개 감사합니다!
8시간이 후딱 지나가네 ㅠㅠ
"회장님 또 486개 감사합니다! 내일 또 방송 켤 테니까 와주세요."
―486개=사랑해개 ㅋㅋㅋㅋㅋ
―순수하네
―물류는 똑부러지게 잘하는데 BJ는 진짜 초보 ㅋㅋ
―ㄴㅇㅂㅈ
붕 떠있는 기분이다.
방송을 종료한 민지는 다음 타임 알바와 교대를 하고 사복 차림으로 갈아입는다.
딸랑♬
그리고 편의점 밖으로 나온다.
밖은 벌써 어둑어둑해져서 공기가 쌀쌀하다.
"으음~ 하!"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두 팔을 올리며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
주위에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위함이다.
진짜 이유는 발산이다.
'돈이 많이 생기긴 했는데.'
지방에서 올라왔다.
합격한 대학교가 서울에 있고, 서울에서 대학 생활을 보내고 싶었다.
문제는 돈.
물가가 생각보다 비싸다.
부모님이 보내주는 돈만으로는 생활이 안 된다.
편의점 알바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항상 돈이 아쉬웠는데 목돈이 생겼다.
꿀꺽!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다.
방송을 계속한다면 어지간한 직장인 이상의 수익이 보장될지도 모른다.
그런 행복한 미래.
동시에 불안이 싹튼다.
자신의 힘으로 이뤘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이잉~
고민에 찬 민지의 폰이 울린다.
전화가 온 대상.
불안하던 마음이 삽시간에 눈 녹듯 사라진다.
"아, 안녕하세요!"
<지금 전화 괜찮아?>
"네, 지금 밖이라 어수선하긴 한데 통화는 돼요."
오정환.
며칠 전, 친구와 술을 먹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났다.
얼떨결에 합석까지 하게 되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BJ로 데뷔할 수 있었다.
민지로서는 그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만나고 싶은데…….'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다.
방송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 투성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하다.
건실한 방송인인 그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방송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연락했지. 내가 괜히 등 떠민 걸 수도 있잖아.>
"아니에요! 저 재밌게 하고 있어요."
<그럼 다행이고.>
그런 직업적인 이유만이 아니다.
솔직하게 사심이 없다고는 말을 못 한다.
예능을 볼 때부터 호감이었다.
잘생기진 않았어도 훈훈한 외모, 잡다한 지식.
무엇보다 친해지기 쉬울 것 같다.
그런 이미지가 있다.
이렇게 통화까지 하는 사이가 되자.
"혹시, 혹시요……."
<그냥 말해.>
"시간 괜찮으시면 언제 한 번 뵐 수 있을까요!"
<왜?>
"아니, 그냥 감사 인사 드리고 싶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가 생긴다.
있는 그대로의 본심이기도 하다.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방송에 나왔던 것.
거기서 끝났다면 정말 곤란했겠지만, 이후 뒤처리를 성심성의껏 도와줬다.
'방송에서처럼 좋은 사람 같아.'
민지의 안에는 확고히 자리 잡았다.
* * *
강남 야킹.
예쁘고, 반반한 언니들을 꼬시는 재미에 보는 콘텐츠인 것은 사실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그런 애들이 바보가 아니다.
골이 비었다는 의미에서는 바보일 수 있지만, 아무나 상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돈 몇 푼에 자신의 몸을 팔 생각도 하는 연놈들이다.
인간관계를 이해타산으로 정리하는 데 도가 텄다.
"어, 오빠!"
"사람 잘못 보신 거 같은데."
"잘못 보긴요~ 정환 오빠 맞죠? 저 오빠 팬인데."
출세.
어울려 놀았을 때 득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따진다.
외모와 인기는 +요인일 수 있지만 절대적일 수는 없다.
'허세의 동네인데.'
강남에 쌔고 쌨기 때문이다.
잘생긴 애들도, 인플루언서도, 하다못해 연예인도 찾아보면 반드시 나온다.
자신한테 도움이 안 될 뿐.
빌붙을 수 있는 것이 우선순위다.
그 강남충들의 네크워크에 소문이 퍼진다.
"고마워. 근데 내가 지금 급히 가는 중이라."
"같이 가면 안 돼요?"
"안 돼."
"오빠 사석에선 차갑구나. 농담이에요. 다음에 보면 꼭 말 걸어주세요!"
봄이로 1차, 편순이로 2차.
내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확인 도장을 찍어준다.
주위 눈치를 본다.
경쟁자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아는 체하는 애들이 부쩍 늘었다.
'그게 우연이 아니라는 거지.'
모르긴 몰라도 이미 파다하게 퍼졌을 것이다.
여기 오정환 떴다는데?
몇몇 단톡방에 말이다.
이러한 강남의 생태계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 차이다.
첫 번째 포석을 깔아두는 데 성공했다.
"아, 미안.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커피 있는 거 보면 오래 기다린 거 같은데?"
"조금……."
편순이의 BJ 데뷔.
이것을 본 강남충들은 배가 아플 것이다.
자신이 훨씬 잘 생기고, 잘나가는데.
'그러니까 편순이부터 작업 친 거지.'
그 본인도 열심이다.
나의 생각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앞으로도 해볼 생각이 있어 보이는 눈치다.
없었다면 적당히 쓰고 버려뒀을 것이다.
하지만 할 의지가 있다면 개발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앉아."
"네."
"무슨 일이야 그래서? 방송 잠깐 보니까 잘하고 있던데."
"아, 보셨어요?"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
주위 사람은 많은 편이 좋다.
다소곳하게 앉은 민지가 BJ를 하며 겪은 이야기를 설명한다.
'뭐, 뻔하지.'
갑작스러운 인기.
그로 인한 불안감.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이라도 한다면 대견하다.
자기가 정말 잘나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케이스도 많으니까.
"오빠한테 방송 컨설팅을 해달라고?"
"그냥 여쭤본 건데 그게 어려운 이야기……, 군요."
"아무래도 그렇지. BJ라는 게 쉬워 보여도 사실 그렇게 만만한 직업은 아니야."
"그런 것 같아요!"
조금만 힘들면 아빠 찬스 쓴다.
조금 반반한 애들은 '고임금 알바'로 스스럼없이 빠져든다.
그러다 뭐 하나 성공하면 지 잘난 줄만 안다.
강남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자애들 특징이다.
아직은 때가 묻지 않았다.
생각도 있어 보이는 타입이다.
일도, 방송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그런 애들일수록 더.'
빠뜨려서 노는 재미가 있다.
한 번 끌어들였을 때 절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공짜로는 안 되는데."
"저 알바비 모아둔 거랑 이번에 별풍선 받은 건 있어요."
"돈은 됐고, 오빠 술친구 좀 해줄래?"
"술친구요?"
술.
단어가 나오자마자 입꼬리가 부드러워진다.
입고 나온 코디부터가 잠깐 카페에 나오기 위한 차림은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속옷도 예쁜 것으로 깔맞춤했을 것이다.
딱히 예정은 없지만 그렇다는 이야기다.
"혹시 일찍 들어가야 돼?"
"아뇨, 딱히……."
"딱히?"
"늦게 들어가도 돼요. 어차피 저 자취하고."
상기된 볼과 가만두지 못하는 손가락.
테이블을 톡톡톡! 두들기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은 모르는 듯 보인다.
'이런 순수한 반응이 좋긴 하지.'
거의 해달라고 난리를 핀다.
대학가에 이런 신입생만 있다면 복학생들도 학교 다닐 맛이 날 것이다.
그런 수작질을 하려는 건 아니다.
여캠의 기초.
어떻게 방송을 해나가야 할지 업계 선배로서 몸에 익게 해준다.
"저, 여기는……."
"클럽 안 가봤어?"
"아직이요."
"경험 삼아라며? 클럽도 한 번 가보는 건 어때?"
"오빠랑 함께면 괜찮아요."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들어간다.
마주 잡은 손이 민지의 땀 때문에 미끄럽다.
'뭐, 경험이 좋다고 했으니까.'
하나쯤 애꿎은 게 쌓여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