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화
클럽 노래.
고막을 넘어 심장까지 울린다.
가만히 듣고 있기만 해도 흥분으로 몸이 달아오른다.
"양주 마셔본 적 없어?"
"네. 그때가 처음이라……."
"처음인 게 많네. 그러다 키스도 처음이겠다."
"아, 그게;;"
그러한 곳이다.
테이블을 잡았다.
둘이서 왔다 보니 빵댕이 흔들며 놀기도 뭣하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
이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다.
어색하게 앉아있는 민지를 대신해 술과 안주를 세팅한다.
헤네시 XO, 샴페인, 흑맥주.
클럽은 제대로 된 주류가 없기 때문에 알아서 잘 마셔야 한다.
"그래도 흑맥주는 마셔봤지?"
"네! 코젤 좋아해요."
"그럼 흑맥주를 이용한 칵테일 하나 해줄게."
술을 아예 못 마시는 편은 아니다.
일단 한두 잔 먹여서 힘을 빼둬야 일이 편해진다.
쏴아아─
샴페인잔.
흑맥주를 반쯤 따른다.
그 위로 샴페인을 마저 채워 넣는다.
"와……."
"마셔."
"이것도 있는 칵테일에요?"
"007 제임스 본드가 좋아하는 거야. 마셔봐."
"오~"
맥주 이상의 맥주, 샴페인 이상의 샴페인이라 불리는 블랙 벨벳이다.
처음 마시면 느끼기 어려운 샴페인의 맛을 쌉쌀한 흑맥주가 감싸준다.
'처음은 익숙한 것부터.'
마시기 편하다.
그러면서도 맥주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 칵테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꿀꺽! 꿀꺽!
도수가 8%대임에도 말이다.
입맛에 맞는지 마치 맥주 마시듯이 빠르게 비운다.
"한 잔 더?"
"아, 감사합니다……."
"마시면서 천천히 들어."
자연스럽게 취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칵테일의 목적은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알고 있으면 써먹을 일이 많다.
술을 즐기고 있는 민지에게 알고 싶었던 부분을 가르쳐준다.
"맞아. 인기라는 게 원래 반짝일 수 있어."
"네."
"그래서 실력이 필요한 거지.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해 나가는 능력."
"오~"
술을 마시면서 듣는다.
슬슬 블랙 벨벳은 물렸을 테니 다음 마실 것을 만들어준다.
'혀도 알딸딸해졌을 테니까.'
조금 더 독한 걸 마셔도 될 것이다.
헤네시를 잔에 따른다.
유명한 꼬냑이다.
"와 독할 거 같은데."
"그냥 마시면 독하지."
"이것도 칵테일로 만들어요?"
"그러기는 조금 아깝고."
"?"
브랜디 혹은 꼬냑.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술이다.
아버지 술장에 반드시 있는 컬렉션이다.
막상 어떻게 마시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데킬라는 커피, 소금, 라임이 상식으로 퍼져 있는데 반해 브랜디는 끽해야 소다 타는 정도다.
사라락~
브랜디는 레몬과 설탕이다.
슬라이스 레몬 위에 설탕 가루를 뿌린다.
그것을 반으로 꾹 접어서 시험을 보여준다.
"원래는 이렇게."
"아."
"입안에 넣고 원샷으로 먹는 건데 먹기 힘들면 조금씩 빨아 먹어."
신맛과 단맛이 밸런스를 잡아준다.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은 대부분 이 삼중주를 따른다.
'그만큼 잘 맞는다는 거지.'
칵테일을 만들어줄 수도 있지만 XO급이다.
기왕이면 꼬냑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꿀꺽!
조금 독했을까.
오만상을 찌푸린다.
그럼에도 양주를 그대로 먹이는 건.
'재밌잖아.'
신기한 경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비싼 양주를 마시고 있다는 것 말이다.
"시청자가 너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을 해야 돼."
"네!"
"너가 편순이에서 시작해서 성공해 나가는 것. 너의 생활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게 팬들은 재미가 있는 거야."
어떻게 들이키든 술은 취기를 만든다.
이미 고개를 까닥까닥 하는 게 제정신은 아니어 보인다.
'이제.'
작업을 걸어도 될 것 같다.
본인이 뱉은 것.
정신이 말똥말똥할 때는 하기 힘든 이야기를 물어본다.
"모든 게 처음이니까."
"말씀 들으니까 제가 뭘 해야 될지 알 것 같아요."
"정말 키스도 처음이야?"
"네??"
자연스럽게 말이다.
아까 했던 이야기인 만큼 꺼내는 것이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나, 남친은 있었는데."
"으음~"
"키스 하려는데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때 좀 깨고 공부도 해야 되다 보니 헤어져서……."
아직 파릇파릇한 모양이다.
엉덩이를 옮겨 딱 달라붙어 앉는다.
어깨에 손을 두르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인다.
'새삥도 가끔은 먹을 만하지.'
다소 귀찮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건 어떻게 잘 해보면 된다.
눈을 마주치자 작은 입술을 뻐끔뻐끔 벌린다.
"오빠 냄새나는지 확인할래?"
"아, 안 날 것 같은데."
"직접 맡아봐."
간을 살짝 본다.
바로 혀를 넣어 밀어젖힌다.
어색하게 굳어있긴 해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다.
'술맛 나네.'
이래서 양주를 좋아한다.
입안을 소독해주며 고급스러운 향도 난다.
무엇보다 맛이 있다.
쭈웁! 쭈웁!
애기라 그런지 아무 맛도 안 나는 침.
미세하게 섞인 술향이 오유와리를 마시는 것 같다.
"냄새나?"
"안 나요 딸꾹!"
"놀랐어? 미안하네 첫 키스인데."
"아니에요. 저 조, 좋았어요……."
붉게 달아오른 귀를 만지작거린다.
표정 변화를 즐기는 게 꽤 재미가 있다.
만약 싫어했어도 괜찮다.
클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분위기를 탔다는 것으로 무마할 수 있으니까.
'그럴 것 같지도 않고.'
골문이 열려있다는 걸 알고 들어간 것이다.
분위기가 만들어진 시점에서 100%다.
"그렇게 편순이 방송을 하다 보면."
"네, 네."
"넥스트 스탭을 밟을 때가 올 거야. 그 시기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느끼겠지."
"그렇군요."
"느껴?"
"네!"
귀를 살살 만진다.
보들보들해서 촉감이 좋다.
어느새 키스에 빠져든 듯 혀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차피 귀에 들어오지도 않겠지만.'
명분이라는 건 중요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며 재미는 재미대로 본다.
"기왕 클럽까지 왔는데 춤 춰볼래?"
"저 잘……."
"오빠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함 해봐."
엉덩이를 톡톡 쳐서 일어나게 만든다.
어색한 걸음으로 인파에 섞인다.
그리고 다시 쪼르르 달려온다.
"자, 잘 못하겠어요."
"잘했어. 오빠가 칭찬해줄게."
두 팔을 펼쳐 안는다.
그대로 허벅지 위에 마주 보는 자세로 올라탄다.
'심장 엄청 뛰네.'
목덜미가 뜨겁다.
쓰다듬자 어떻게든 해달라는 눈길로 바라본다.
흥분했을 것이다.
처음 와보는 클럽.
몸 안이 쿵쿵 울리는 사운드.
남자한테 키스까지 당했다.
인파에 섞여 춤까지 추자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오빠 너무 고마워요."
"뭐가?"
"오늘도 너무 재밌고, BJ 하게 해주신 것도."
"그래서?"
"꼭 보답해 드리고 싶어서……, 아!"
입을 맞추며 가까워진다.
워낙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서 아무도 듣지 않겠지만 그래도 기분 문제라는 게 있다.
귓속말을 속삭이게 해준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다.
취중진담이 시작된다.
"몸으로?"
"오빠만, 오빠만 좋으시면……."
"처음인데, 예쁜데 얼마짜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얼마라도 상관없어요."
바들바들 떨며 안겨있다.
잠시 후, 아쉽지만 적당한 선에서 끝낸다.
"아팠으면 미안해."
"괘, 괜찮아요."
"너무 신경 쓰진 마. 아직 처음이니까."
"네??"
안이든 밖이든 마지막까지 해야 끝이다.
"시청자가 물어보면 처음이라고 해."
"네! 네!"
옆자리에 앉히고 입술을 먹는다.
모르긴 몰라도 욱신대고 있을 아랫배를 엄지로 꾹꾹 눌러준다.
'살이 꽤 있네.'
일반인은 대개 손색이 있기 마련이다.
민지도 예외는 아니고,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해주길 바란다면 더 예뻐져야 한다.
쮸웁! 쮸왑!
본인이 더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익숙해진 혀를 움직이며, 안달 난 몸을 비비고 있다.
만져지고 싶은 모양이다.
"은근히 존나 밝히네?"
"그게, 그게 저."
"응?"
"애매하게 끝나서. 할 거면 확실하게."
"끝까지 하고 싶어?"
"네에!"
아양을 떤다.
하지만 내가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
"방송 열심히 잘하면 끝까지 해줄게."
"어, 얼마나요?"
"시청자도, 별풍도 늘어야지."
"풍 받는 거 다 드릴게요!"
"필요 없어. 니가 맛있어져야 돼."
편순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다.
여캠의 단점인 높은 진입 장벽이 완화된다.
'없다고는 말 못 하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니까 만만히 본다.
쉬운 여자라는 생각이, 나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든다.
그것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앳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만 연발하면 질리는 시점이 찾아온다.
질리지 않는 여자가 되는 것이 먼저.
"줄 듯 안 줄 듯 시청자 상대로 밀당을 해봐."
"네, 네."
"이렇게 대놓고 당기면 오빠가 별로 당겨지고 싶지가 않잖아."
"그, 그런……. 오옷!"
늦든 빠르든 여캠을 하다 보면 느끼게 될 날이 온다.
일반적인 세계와는 당연히 다르다.
특히 강남.
기 센 애들이 한둘이 아니다.
BJ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건·사고에 휘말릴 수 있다.
"하면, 하면."
"응?"
"해줄 거예요. 저?"
"해주는 것만이면."
"괘, 괜찮아요. 오빠 옆에 있을 수만 있으면."
그렇게 상처를 입고, 감정이 들쑥날쑥해지다 보면 컨디션 조절이 안 된다.
이는 당연히 방송 텐션과 외모에도 영향을 미친다.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거지.'
엄한 길로 빠뜨리는 감은 있지만, 방향성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
BJ는 향상성이 중요하다.
"섹시한 편순이 기대할게?"
"네!"
"오늘 있었던 일 어디 가서 말하지 말고?"
"다, 당연하죠. 오빠 저 입 무거워요. 무덤까지 가져갈 수 있어요 으히힛♡"
그 사실을 알아가면 좋을 것이다.
젖어있는 왼손을 휴지에 닦는다.
'아, 묻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