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09화 (809/846)

809화

<강남 패권>

그냥녀의 방송.

삐익!

꾸준하게 방송을 하고 있다.

평소에는 심심하기 그지없는 아르바이트 일상이지만.

"미안한데 나 교통 카드 3만 원만 충전해줘."

"교통카드 충전은 선불로 받아요."

"그래서 미안하다고 하잖아! 나중에 줄 테니까 학생 돈으로 먼저 해줘~"

―???

―구걸충이었눜ㅋㅋㅋㅋㅋㅋㅋㅋ

―거 나이도 많으신 분이 점잖지 못하시네

―"해줘"

가끔씩 빌런들이 찾아온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접객업.

소위 '진상'이라 불리는 손님들이 오기 마련이다.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는 더 늘었다.

BJ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4차원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이거 뭐야? 또 이래 놨어……. 라면을 왜 자꾸 틈새에 넣어 놓는 거야."

―틈새라면이니까

―라면 빌런 또 왔네 ㅋㅋ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읍읍

―틈새라면이라고 틈새에 꽂아 놓는 거임? ㅋㅋㅋㅋㅋ

방송 콘텐츠가 된다.

도를 넘으면 민폐지만, 적당한 선 내에서는 웃어넘길 수 있다.

그럴 수 없는 일도 생긴다.

한 할아버지가 손주도 질색할 만한 걸 들고 들어온다.

"내가 잡은 건데 이걸로 에쎄라이트 퉁쳐줘~"

"……."

"에잉! 소주라도 내놔 그럼."

―테이머인가

―미친 비둘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설마 안주로 잡았나

―에쎄라이트 비둘기로 교환 가능?

그것이 실시간으로 방송된다.

일반 아르바이트생이라면 단순히 고생스러울 일이, BJ에게는 자신의 이름을 알릴 계기가 된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실시간 그냥녀 방송 레전드 진상. txt [252] +318

─? 편순이<<은근 극한직업 같으면 개추 ㅋㅋ [195] +417─? 닭둘기가 얼마나 더러운지 알아보자 [151] +272

─? 갠방갤 투표) 오정환 vs 남훈 [330] +609

여러 커뮤니티를 타고 퍼진다.

개인 방송 갤러리는 안 그래도 그녀에 대한 화제로 뜨거웠다.

─실시간 그냥녀 방송 레전드 진상. txt

[그냥녀 방송 캡처1.jpg]

[그냥녀 방송 캡처2.jpg]

할배가 비둘기로 트레이드 걸음

└바람의 나라 하냐 X발ㅋㅋㅋㅋㅋㅋㅋ

└물물교환 ㅆㅅㅌㅊ

└저 닭둘기 날개 속에 벼룩, 빈대, 기생충이 득식득실할 텐데 으……

└???: 저 새는 해로운 새다

남자가 하면 편돌이고, 여자가 하면 편순이.

같은 직업을 함에도 세간의 인식이 다르다.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시기의 요인이 되어 비아냥대는 글들이 올라왔다.

─편순이<<은근 극한직업 같으면 개추 ㅋㅋ

만만한 편순이 갈궈본 적 있으면 개추

└편순이가 직업이눜ㅋㅋㅋㅋㅋ

└응 군대 가서 쪼인트 까이는 거보다 200배 쉬움

└방송 보다 보니까 그런 새끼들 있긴 하더라

└개추 올라가는 속도 무엇? ㅋㅋ

남이 곤란을 겪는 것만큼 재밌는 게 없다.

완고했던 개인 방송 갤러리의 여론이 조금은 풀어진다.

그녀의 방송에 대한 관심은 배가 된다.

동정심을 이끌어내는 효과.

사건을 듣고 팬이 되는 이들도 생긴다.

─가끔 편순이 불쌍하다고 생각될 때 있음

집 근처에 CU가 생겼는데

초반에는 편순이가 엄청 살갑고 착하더니

어느 순간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고 무뚝뚝해짐

만만해 보인다고 막 대하는 진상들 ㅈㄴ 많은가 봄

└원래 편의점 하다 보면 별의별 진상 다 옴

└빌런 특징) 90%가 그 세대

└그런 건 딱하긴 하더라

└그냥녀는 풍으로 월 천씩 땡기는데?

BJ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인 일.

이미지도 좋아지고, 팬들도 더 생긴다.

무엇보다.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방송을 끝내고 자취방으로 돌아온 민지는 거울 앞에 선다.

부끄럼 가득한 하체.

자신이 생각해도 살이 붙었다.

보여주기 민망하다.

그날 안겼다면 좋은 추억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흑역사.

나중에 깨닫고 후회했을지 모른다.

'정환 오빠도 예쁜 애랑 하고 싶으시겠지.'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참이고, 한두 번 실패해본 게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의욕이 생겼다.

……!

애매하게 끝난 일도 말이다.

클럽에서 겪은 일을 떠올리면 몸이 이상할 정도로 뜨거워진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제대로 안아주셨으면……. 아!'

그 거친 손놀림의 기억이 남아있다.

다시 당하고 싶다는 욕망이 망상으로 변해 몸을 흥분시킨다.

"들었어?"

"완전 인생 역전이네."

민지의 방송적 성공.

좁은 강남거리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소식을 들은 강남의 잘나가는 언니들로서는.

'편순이나 하는 년이…….'

배가 아파서 죽을 지경이다.

하고 많은 도시들 중에 강남, 그것도 논현동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성공에 목이 말랐다.

화려한 삶을 살고 싶다.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일개 편순이가 이룬 것이다.

"오정환이 진짜 대단하긴 한가 봐."

"니들 몰라?"

"응?"

"원래 보라BJ 원탑이 오정환이었는데……."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

오정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아니, 제대로 된 정보가 알려지는 계기가 된다.

"남훈보다 더?"

"남훈이랑은 그냥 비교가 안 되지. 그러니까 공중파까지 나가게 된 거고."

"그렇겠네."

"아, 어쩐지 방송이 훨씬 느낌 있더라."

모든 것은 관심에서부터 시작한다.

TV에 나오는 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방송인으로만 부각되는 측면이 있었다.

남훈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보라BJ였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편순이도 띄워졌는데 나는 훨씬 쉽겠지?"

"글쎄, 나처럼 인스타 팔로워 1만 정도 되면 몰라도."

"뭐?"

편순이 사건은 도화선이 되기 충분하다.

강남에서 하류 인생 취급받는 편순이를 BJ로 데뷔시켰다.

강남 술집 이곳저곳에서 이야기가 되고 있다.

강남의 인싸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편순이 이야기 들었어?"

"나도 그 얘기하려고 왔는데."

"그럼 있잖아. 우리끼리 협력해서 오정환 찾으면……."

오정환의 가치.

그에게 잘 보이면 자신들도 BJ로 데뷔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 않는다.

솔직하게 만만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편순이도 데뷔시켰는데.'

외모도, 스펙도 훨씬 우위에 있다.

편순이 따위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여자가 성공.

그렇다면 자신들은 더 큰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

〔강남충 단톡방〕

「(길거리 사진. jpg)」

「여기 오정환 뜸!」

「헐 거기!」

「어딘데?」

「보고도 모르는 애들이 강남 산다고 하냐? ㅋㅋ」

오정환의 방송에 이목이 쏠린다.

* * *

강남.

이 거리의 매력은 한 가지 단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와 정환 오빠다!"

"어, 안녕."

"뭐 하세요?"

"인터뷰 하고 있지. 할래?"

"지금 클럽 가는 중이라~ 다음에 꼭 할게요!"

"그래, 잘 가."

허세와 성공, 젊음과 퇴폐, 낭만과 현실, 화려함과 추함.

양립할 수 없는 감성이 복잡하게 뒤얽혀있다.

─보라는재밌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좀 노는 언니인 듯 ㅎ

"아, 어림짐작하시면 안 됩니다. 공부하는 분일 수도 있어요."

―공부는 ㅅㅂㅋㅋㅋㅋㅋㅋㅋ

―실드 실패

―100개라 봐줬다

―이 날씨에 저러고 다녀?

그렇게 속을 알 수 없는 곳이기에 더 빠져드는 것이다.

예쁜 여성.

강남에서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재밌지.'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러하다.

BJ 입장에서는 호락호락한 장소가 아니다.

핫한 장소이기 때문에 제한되는 측면도 있다.

스포츠투데이― 「"찍지 마세요"… '야킹' '야방' BJ 막을 길 없나 [이슈+]」

셀럽미디어― 「카메라 들이대고 "못생겼다"… 막 나가는 '야방'」

오마이뉴스― 「'다짜고짜’ BJ 헌팅 방송 막으려 직접 나선 강남 상인들」

신고를 당할 수 있다.

촬영되는 여성들이 불만을 표시한다.

도가 지나치는 경우 상인회까지 나서서 막기도 한다.

"오빠 하이!"

"어, 하이. 저번에 만났던가?"

"기억하시는구나! 그땐 정말 차가우셨는데."

―누군데

―오정환/논란

―오정환 아는 여자 많누

―또 전 여친 등장임? ㅋㅋ

이곳 강남에서 인정을 못 받으면 말이다.

못생기면 변태고, 잘생기면 로맨스가 되는 게 여자의 세계다.

'마찬가지로.'

BJ의 영향력에 따라서 천차만별이다.

내가 가진 가치.

편순이의 BJ 데뷔로 인정받자 알아서 말을 건다.

"그때 어디 가는 중이었거든. 급해 가지고."

"이해해요. 오빠 바쁘실 테니까. 오늘은 저 방송 출연시켜 주실 거죠?"

그것도 수준이 높은 애들.

방송 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자기들도 속셈이 있는 게 불 보듯 뻔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거지.'

강남은 원래 그런 곳이다.

허세에 찌들어 잘나가는 척, 하는 애들이 서로가 서로를 밟고 진짜가 되려고 한다.

그 방법.

편순이를 통해 제시한 참이다.

주도권이란 측면에서 고삐를 꽉 잡고 있다.

─흑우왔어요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와 여캠 하셔도 될 듯 ㄷㄷ

"천사 개 감사합니다. 덕분에 오빠가 별풍선 받네."

"진짜요? 여캠은 예뻐야 한다고 들었는데."

―충분히 됨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이 뭐예요?

―내가 보라 5년 차인데 여캠 씹가능한 외모임 ㅇㅇ;

―아가 ㅁ마통 ㅓㅜㅑ

BJ를 하고 싶다.

가능한 고생 없이.

인생 쉽게 살고 싶은 애들이 한가득인 장소다.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켜 줬다.

제2의 편순이가 되기 위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뭐 마스크는 괜찮네.'

성형은 두어곳 한 것 같다.

코는 거의 100%고, 이마와 앞트임도 조금 의심된다.

하지만 몸매는 괜찮다.

가슴이 트인 터틀넥이 볼륨감을 요란스럽게 강조한다.

"오빠, 저 오늘 한가한뎅~"

"오빤 바쁜데."

"아~! 저번에도 바빴잖아요. 이러기 있어요?"

팔을 잡고 흔드는 척 대놓고 비빈다.

남자를 한두 번 가지고 놀아본 솜씨가 아니다.

'이런 애들이랑 많이 하고 다녔지.'

빼는 척 잘 응해준다.

흔히 말하는 너는 안 되고, 나는 되는 타입이다.

─강남큰손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1차 가즈아!

"이뻐이뻐 개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야?"

"저 소율이요~ 율이라고 부르셔도 돼요."

―착한 큰손은 ㅇㅈ이지

―이름 예쁘네

―뜨밤각 ㅋㅋㅋㅋㅋㅋ

―고자환 오명 벗자 ㄱㄱ

만나봤던 애였다.

강남이 은근히 좁다 보니 과거 만났던 인연이 겹치기도 한다.

'육포도 머거본이 맛있긴 하지.'

깡통에 들어있는 것이 촉촉해서 육즙이 잘 나온다.

조금 비싸다는 단점은 있다.

오지게 비싼 척하는 애였던 걸로 기억한다.

과거에는 공을 꽤 들여서 했었다.

"어디 가는데? 평소 어디서 먹어?"

"저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요?"

"인스타에 올릴 수 있는 걸로 먹어 그럼."

"오빠 사진도!

현재는 딱히 생각이 없지만, 잠깐 쓰고 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비주얼은 받쳐준다.

'개구리처럼 울게 만드는 게 꽤 재밌었는데.'

그때의 모습이 개구리 같아서 개구리라고 불렀다.

그렇게 한 이후부터 말을 잘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여기."

"님들 별풍 좀 더 주세요. 저 오늘 적자입니다."

"아앙~ 한 번만 사주세요. 네?"

―개비싸 보인다

―김치녀였누 ㅋㅋ

―이사벨 더 부처 아시는구나! 신사동 스테이크 맛집으로 겁.나.맛.있.습.니.다.

―첫 대면에 스테이크를ㅋㅋㅋㅋㅋㅋㅋ 낯짝 개두껍네 ㅋㅋㅋㅋㅋ

돈으로 해결된다면 오히려 편하다.

강남에서 내 입지를 확대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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