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화
<부가티>
위너의 야욕.
다 알고 있는 입장이다.
남훈의 방송에 출연한 이유까지도 말이다.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는데.'
자신의 사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그래서 꿩 대신 닭으로 남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주 잘나가는 모양이다.
연예인 인맥을 과시하며 최근 방송이 몰라볼 정도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오빠는 가만 있어도 괜찮아요?"
"너나 가만히 있어 베개가."
"아! 아!
유명해서 유명하다는 것은 진부하면서도 잘 먹히는 키워드다.
본질에 대해서는 신경 쓰는 사람은 적다.
'유행이 빠른 곳에서는 특히.'
남들이 하는 거.
잘나가 보이는 거.
그냥 대충 따라 하는 애들이 많다.
그것이 또 2차, 3차로 영향력을 미친다.
강남 거리에서는 흔하게 보이는 광경이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거품이 꺼지지만, 운 좋게 살아남는 부류도 있다.
남훈은 어떻게 될지.
"오빠 때문에 케겔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단 말이에요. 혼자 하는 것도……, 줄이고."
"안 하진 않는구나."
딱히 알 바는 아니다.
그보다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나는 오빠 때문에."
"응?"
"평생 평범한 성 취향은 가지지도 못하는데."
"왜?"
"이렇게 자꾸 가지고 노니까 끄힑!"
리아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좀 튕겼다.
괘씸하기도 하고, 여캠으로서의 성장성도 높았다.
그래서 공을 들여 개발을 했다.
입술을 먹으며 한바탕 놀아준다.
"평생 오빠 거잖아요."
"그래서 싫어?"
"싫은 건 아닌데……."
"아닌데?"
"맨날 베개 취급하고, 술잔 취급하고, 그것도 아니면 이렇게 가지고만 놀고."
"……."
나로서는 말이다.
리아로서는 다소 불만일 수도 있다.
아무리 여건상 야외 데이트가 제한된다고는 해도.
마음 같아서는 나도 해주고 싶다.
'예전에는 밖에서 다른 것도…….'
하지만 걸리면 보통 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보니 가끔 베란다 화분에 물을 주는 정도다.
"화분 물 줄래?"
"아! 오빠만 재밌는 거 말고요."
"역시 진짜 밖에서……."
"저도 그냥 데리고 나가 달란 말이에요. 보통 여자들처럼."
진짜 나무에 물을 주고 싶은 모양이다.
마음씨가 예뻐서 그런지 식물을 아낄 줄 안다.
"서은이처럼 해 줘?"
"그, 그건."
"민솔이처럼 때려줘?"
"그것도 재밌어 보이긴 하는데."
흥미는 있어 보이는 눈치다.
자극적인 플레이를 싫어할 리 없다.
"그래도……."
"응?"
"진짜 데이트도 하고 싶단 말이에요. 오빠랑."
"크흠."
가끔은 담백한 맛도 원한다.
야외 데이트.
싫어하는 여자는 본 적이 드물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쓸데없는 논란은 자중하고 싶다.
지금 같은 중요한 시기이기에 특히.
위이잉~
전화가 온다.
마침 기다렸던 것이다.
이 순간을 위해 무려 9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다.
"차라리 데리고 나가서 내 거라고 자랑을 하든가!"
"해 줘?"
"네?"
"인증 해주냐고."
"끄힉!"
리아의 몸.
다른 용도로만 쓰다 보니 과소평가되는 감이 있지만 몸매도 잘 빠졌다.
뺄 곳은 빼고, 붙일 곳은 풍성하게 붙였다.
아나운서형의 단정한 얼굴과 미스 매칭이라 더 색기가 넘친다.
"가자."
"어, 어딜요……."
"어디긴 인증이지."
"흐익!"
"장난인 줄 알았어? 원하는 대로 해준다니까?"
"진심이에요?"
"진심이지."
"그, 그러면 굉장히 큰일 날 거 같은데."
"그래서."
"오빠 명령이면 할게요♡"
아래를 보고 있으니 대답하는 것 같다.
어느 쪽이든 대답은 받았다.
* * *
지난 일주일간 받은 별풍선.
「선물 받은 개수」
? 별풍선 : 4, 569, 730
어지간히 별풍선을 쓸어 담아본 남훈조차 당황할 지경이다.
위너와 최정훈.
둘과의 합방은 상상 이상으로 금전적 이득이 되고 있다.
팬덤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룹의 인기까지 감안을 해야 한다.
빅뱅크와 FX아일랜드는 명실상부 최정상급 아이돌이다.
'위너형이 별풍선 됐다고 말만 안 했어도.'
이보다 더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남훈도 그 정도로 욕심이 있지는 않지만, 슬슬 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싶기 마련이다.
〔물주〕
「남훈군이라고 했죠?」
「캄솨합니다!」
「한국 마시써요~」
―맛있게 드셔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추가 수익까지 생겼다.
마지못해 응한 제안.
혹시 무슨 일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그것이 좋은 쪽으로 터지기도 했던 것이다.
「저희 사장님도 말했어요. very yummy」
「이것은 사장님의 Tip입니다」
―아니, 1억이요?!
―감사드립니다. 감사 인사 꼭 좀 전해주세요
「1개월 후에도 부탁합니돠 乃」
―very very yummy한 것으로 준비해보겠습니다^^
큰손.
파프리카TV에서 보는 정도가 아니다.
씀씀이가 스케일이 달라서 같은 세상 사람이 맞나 싶다.
'위너 형이 돈 잘 버는 이유가 있었어.'
테라버닝 클럽에는 만수르 세트라는 것이 있다.
저걸 과연 시키는 사람이 있나?
그냥 재미 삼아 만든 건가?
『테라버닝 VVIP 프리미엄 메뉴』
만수르 세트(1억): 아르망디 브리냑12ℓ+루이 13세+ 르망디 브리냑 750㎖ 10병 욕조 세트(5천) : 엔젤 브뤼 20병+엔젤 로제 20병
천상 세트(1천) : 루이 13세+돔 페리뇽 4병
전부터 궁금했는데 해외에서 온 사장님들이 시켜준다고 한다.
돈 세탁의 일환이었다.
'이게 진짜 사업이란 거구나.'
위너 형의 수완에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 단물을 조금 빤 것만으로도 당뇨병에 걸릴 지경이다.
─보라충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오늘 차가 좀 다른 거 같은데?
"눈깔 달려있으면 알겠지."
―내부가 좀 바뀐 듯?
―나 알겠다 ㅋㅋㅋㅋㅋㅋㅋ
―신차 뽑았나 보네
―무르시엘라고 미쳣다 ㄷㄷ
연예인들, 해외 갑부들.
그들과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그래, 인생은 Flex 하는 맛에 사는 거지.'
바로 차부터 뽑았다.
이전에 쓰던 차도 좋다.
아우디에서 람보르기니로 바꾼 지 얼마 안 됐다.
하지만 진짜가 아니다.
슈퍼카를 타는 사람들은 최소 이거 이상은 타야 그 브랜드라고 인정을 해준다.
빠앙!
A클래스 몰면서 벤츠 탄다고 하지 않듯이 말이다.
무르시엘라고의 후속작인 아벤타도르를 뽑았다.
"람보르기티 나면 좋은 게 뭔지 알아? 경적이 필요 없어. 재미 삼아 눌러봤는데 안 눌러도 알아서들 피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도 비싸서;;
―접촉 사고 나면 노예각서 아님?
―차 모는데 옆에 있으면 살 떨리겠다……
6억 원대를 호가한다.
기름값과 유지비까지 생각하면 일반인은 절대 못 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스치기만 해도 감당이 안 될 텐데.'
타는 것은 그야말로 꿈의 영역.
그것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인생에서 최고로 짜릿한 순간이다.
부우우웅~!
엔진 소리가 고막을 울린다.
700마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괴력을 자랑하는 엔진 때문이다.
슈퍼카를 탄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전에 타던 두 차량도 모나지 않았지만 아벤타도르는 그 이상이다.
─미아누나님, 별풍선 10000개 감사합니다!
개쩐당♡ 남훈이랑 드라이브 해보고 싶당
"미아누나 만 개 고마워. 열혈 감사 이벤트로 한 번 기획해볼까?"
―오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여자들 꿈임 람보르기니 타는 남자 만나는 거
―남훈이가 타서 더 멋있음♡♡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시청자 반응도, 거리 시민들의 시선도 자신에게 날아와 꽂히는 듯하다.
세상의 주인공이 돼버린 느낌이다.
처음 강남에 상경했을 때가 오버랩된다.
'부럽기만 한 동네였는데.'
남훈도 처음부터 한국 №1 삐끼였던 게 아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도 있었다.
화려한 외모.
값비싼 명품.
강남이란 동네는 지금까지 살아본 어떤 곳과도 달랐다.
선망하게 되었다.
특히 가끔씩 보이는 슈퍼카는 대체 어떤 사람이 타고 다니나 궁금할 지경이었다.
부우우웅~!
그것이 자신이 된 것이다.
성공.
카푸어 같은 애매한 게 아닌, 진짜 성공을 손에 넣은 위너다.
"와 남훈 오빠다!"
"오빠 차 바꿨어요?"
"대박이다…… 더 비싼 거죠?"
"오빠잖아."
"저희 태워주면 안 돼요!"
"태워줘요 오빠!"
"응 안 돼~"
위너의 라인을 탄다면 성공한 삶을 즐길 수 있다.
일반인들을 한없이 내려본다.
'난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족이라는 게 있다면 바로 지금이다.
사업체 굴리면서 사장님 노릇까지는 맞지 않는다.
강남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싶다.
위너 형에게 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생각이다.
─고소한참기름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도 차 뽑았음ㅋㅋㅋㅋㅋ
"그래? 아우디나 포르쉐 정도 샀나."
―오정환은 포르쉐 잘 어울릴 듯ㅋㅋ
―람보르기니 vs 포르쉐 뭐가 더 낳음?
―의식 좀 하나 보네
―남훈이는 아벤타도르인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도 차를 한 대 뽑았다고 한다.
강남에서 구질구질한 국산 차 타고 다니기 쪽팔렸던 모양이다.
하지만 클라스 차이.
무지한 시청자들은 모를 수 있지만 슈퍼카 사이에서도 격이 갈린다.
자신의 아벤타도르는 람보르기니 중의 람보르기니다.
오정환은 끽해야 포르쉐911 정도라고 봤는데.
'부가……, 뭐라고?'
채팅창을 바라보던 남훈의 표정이 얼어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