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14화 (814/846)

814화

사치.

누구나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것이다.

'각 분야마다 하나씩 있잖아.'

차는 람보르기니.

시계는 롤렉스.

핸드백은 루이비통.

향수는 샤넬.

위스키는 맥캘란.

이런 식으로 하나씩 대표되는 것이 있다.

하지만 해당 분야를 아는 사람들은 사지 않는다.

인지도가 높다는 건 거품도 잔뜩 끼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가성비도, 품질도 애매한데?

―유희열라디오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남훈이 아벤타도르 뽑았음 ㅋㅋ

"그래요? 람보르기니는 실속이 너무 없던데."

―ㄹㅇ 그래서 아반떼 탐

―휴~ 6억 아꼈네

―차는 역시 독일제지 ㅋㅋ

―정환이는 무슨 차임?

그럼에도 팔린다.

그냥 팔리는 게 아니라 잘 팔린다.

없어서 못 판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지.'

업계 관계자들은 슬슬 망할 줄 알았다.

진짜로 망하진 않더라도 거품은 빠지겠지.

그도 그럴 게 경쟁사들에게 밀린다.

가격, 품질 심지어 희소성 측면에서도 말이다.

시장 논리에 의하면 당연히 쇠퇴해야 한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야외) 남훈. 새 '람보르기니'로 강남 드라이브~」_ ?36, 973명 시청「야외) 오정환. 받는 데 1년 걸리는 자동차」_ ?10, 892명 시청

명품 소비자들이 생각 이상으로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물건을 구입하는 데 품질과 가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람보르기니 내부가 거의 재래식이야.'

간지에 올인을 했다.

예열도 오래 걸리고, 의자도 안 젖혀지고, 에어컨 바람도 약한 등 구조적으로 문제가 많다.

편의성을 포기해야 한다.

까놓고 자랑하려고 타는 차다.

그런 재미도 하루 이틀이지 아무리 세컨카가 있어도 불편해서 현타가 온다.

―친절한봄이씨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람보르기니 타본 적 있나요??

"그냥 시승만 해봤죠."

하지만 산다.

그들에게 있어 람보르기니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자신의 성공을 상징하는 물건이다.

'어렸을 때부터 꿔오던 꿈을 산 거지.'

명품이란 것은 의외로 인지도가 높지 않다.

애초에 주고객 자체가 상류층을 타깃으로 한다.

고객층이 너무 넓으면 희소성이 떨어진다.

대량 생산은 품질 이슈로 이어져 가치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의 예측은 타당하다.

거품만 잔뜩 낀 가짜 명품들은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겠지.

머니투데이― 「여자는 샤넬백? 남자는 롤렉스!… "단박에 1천만 원 번다" 대란」

서울와이어― 「"아직도 코인 하니?” ‘신종 재테크’로 떠오르는 롤렉스·나이키」

YTN― 「[인터뷰투데이] 코인 열풍·명품 소비 주도하는 MZ세대」

한 가지 감안하지 못한 게 있었을 뿐이다.

인플루언서, 코인 등 운 좋게 돈을 번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렇게 쉽게 번 돈일수록.'

과시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 수익에 걸맞은 사회적 명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이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명품을 사게 되는 것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성공의 상징.

―오 옆에 페라리

―역시 강남 ㄷㄷ

―정환이도 스포츠카인 거 맞지?

―외관 좀 보여 달라고!

―내부 까리한 거 보면 뭐……

―뭐라 말 걸고 있는데

―스포츠카 오너인 거임ㅋㅋㅋㅋㅋ

―정환 님 창문 좀!

대중적인 명품이 엄청나게 팔리게 되는 뒷사정이다.

물건을 구입하는 이유부터가 단순히 자랑.

세세한 스펙을 따질 리가 없다.

애당초 사고 싶은 것은 명품이 아닌, 성공한 자신이었다.

"오우, 차 좋은 거 타시네."

"아, 네."

"저는 언제쯤 돼야 그런 거 탈까요? 아마 평생 못 타겠지요 허허!"

―??

―?

―타고 있지 않음?

―저거 페라리 488 같은데

남훈이 명품에 목을 매는 이유.

모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다 뻔할 뻔자다.

'그런 철없던 시절을 누군 안 겪어봤겠어.'

마음이 허전하고, 공허한 사람일수록 겉을 화려하게 포장하고 싶어한다.

한때 나도 그런 치기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곳 강남에서는 흔한 증상.

옆에서 말을 거는 페라리 오너도 그래 보인다.

얼핏 훑어본 손목의 시계와 체인 목걸이도 명품이다.

―좀날카로움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구글 검색 부가티 나오는데 맞나요??

"소박하게 차 한 대 뽑았습니다."

―부가티면 개비싼 하이퍼카 아님?

―???????

―킹글 검색은 ㅇㅈ이지

―어쩐지 페라리 오너가 박더라니……

그렇게 둘둘 두르고 다니는 건 오히려 촌스럽다.

자신이 벼락부자라고 광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없어 보이잖아.'

있는 사람 사이에서 말이다.

유명한 재벌들 중에 스포츠카를 평소에 타고 다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영끌까지 하며 명품을 사들이자, 역으로 부자들은 관심이 끊어진 것이다.

정말 꼭 사고 싶으면 '진짜 명품'을 산다.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도 힘든 듣도 보도 못한 것을 원한다.

"X발 부가티다!"

"세상에……."

"저거 한국에 있는 차였어? 진짜 맞아?"

"부가티 아시는구나!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해 드리자면 슈퍼카를 뛰어넘는 초고성능의 하이퍼카로 진·짜·겁·나·비·쌉·니·다."

혹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것.

창문을 열자 길거리 행인들의 소란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거.'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를 마티즈로 보이게 하는 가격으로 악명이 높다.

부가티는 '명품'이라는 두 글자로도 부족하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0개 감사합니다!

ㅁㅊ 부가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00개 감사합니다.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기회가 와서."

―오정환 스포츠카 안 사던 이유가 ㄷㄷ

―부가티 베이론이네

―한 대에 30억짜리 아님?

―이건 그냥 Flex의 레벨이 다른데;

그 가치에 대해 아는 사람도 있다.

일단 가격부터가 차원을 달리한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여기서 끝나면 콘텐츠라고 할 수 없지.'

그냥 돈 자랑이 돼버린다.

논현동 사는 누구는 그것에 목적이 있겠지만, 나는 BJ로서 콘텐츠에 의의를 두고 있다.

"근데 이게 정말 좋은 차라서 혼자 타기는 아깝거든요. 그래서 오늘 게스트 한 분을 섭외했습니다."

―오

―누구? 위너?

―여자 태워야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자가 타면 진짜 질질

강남 거리.

영향력 싸움이 한창이다.

시비를 건다면 받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어지간해서는 허세충으로만 보이니까.'

물론 아벤타도르 정도면 특별하다.

강남에 슈퍼카가 많다고 해도 대부분 보급형 아니면 중고차다.

허세를 부리기 위함.

강남에서 진짜 화제를 끌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끼익―!

차를 갓길에 댄다.

딱히 케케묵은 헌팅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미 스페셜 게스트가 대기하고 있다.

"오라버니 오셨다."

"아, 뭔데……."

"진짜라고 했지? 약속 지켜라."

그런 컨셉이다.

나와 리아의 사이.

대외적으로는 티격태격하는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여캠흑우남님, 별풍선 2828개 감사합니다!

리아좌가 나온다고???

"오늘 하루 내 여자 하기로 했습니다."

"진짜 살 줄은 몰랐지."

―이왜진?

―내 여자 ㅋㅋㅋㅋㅋㅋㅋㅋ

―호구 열혈들 오열ㅋㅋㅋㅋㅋㅋ

―둘이 내기했나 보네

그리고 여캠 원탑.

다른 4대 여캠들은 다 나가리가 되었다.

박이브, 움댕, 엣지 등은 어느덧 30대에 달한다.

외모 관리도 나사가 빠졌다.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화질을 낮추는 등 꼼수를 부려도 한계가 여실하다.

'리아는 여전히 반반하고.'

그에 반해 리아.

오히려 더 발전했다.

웬만한 연예인 이상으로 빡세게 관리를 받고 있다.

여성 호르몬도 풀풀 분비시키고 있다.

향수와 섞인 진한 페로몬이 남자를 흥분하게 만든다.

"시트 진짜 가죽인가 봐. 앉으니까 착 달라붙는다."

"니 엉덩이가 커서 그렇겠지."

"뭐 임마?"

"오빠라고 해."

"꺄아~!"

그런 여자를 태우고 다니는 것.

남자가 스포츠카를 사고 싶은 이유가 있다면 그 하나일 것이다.

뚜껑을 오픈한다.

도로를 주행한다.

속도를 조금 내자 엔진 소리가 귀에 쿵쿵 울린다.

'긴장감이 장난 아니지.'

오락실에서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느낌이다.

그것이 3D로, 현실에서 리얼하게 펼쳐져 있다.

처음 타면 반드시 의식할 수밖에 없다.

슈퍼카로 홈런 친다는 이야기가 괜히 생기는 건 아니다.

―승근오빠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이런 차 타는 남자면 넘어가나요??

"정환 오빠만 아니었으면……?"

―부가티는 ㅇㅈ이지

―방송 아니었으면 ㄹㅇㅋㅋ

―열혈들 분노의 부가티 예약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맛 거기가 떨려!

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여자는 분위기를 타는 생물이다.

그리고 가치를 매기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남자면 한 번 해도 되지 않을까.'

그 얘기만 쏙 빼면 친구들 사이에서 자랑거리다.

잘하면 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고 말이다.

"왜 그래, 슈퍼카 처음 타봐?"

"아니거든?"

"근데."

"이건 좀……, 많이 긴장되긴 하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야하게만 보인다.

상기된 피부.

리아답지 않은 당당하지 못한 태도.

사전에 말을 맞춰두긴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연기를 잘 소화하고 있다.

여캠으로 살아남은 건 외모 덕만이 아니다.

―내꿈은먹튀왕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리아좌 완전 찐텐 같은데? ㅋㅋ

"아 몰라 정말."

"모르긴 뭘 몰라. 오라버니 볼에 뽀뽀해 봐."

"미쳤어?"

"너 오늘 내 여자거든?"

―내 여자 선언ㅋㅋㅋㅋㅋ

―오우

―열혈들 NTR ㅓㅜㅑ

―여캠 원탑이 꼼짝을 못 하누 ㅋㅋ

밀당을 잘해야 한다.

도도한 타입.

절벽 위의 꽃처럼 고고하여 절대 꺾이지 않을 것만 같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인간이다.

그리고 오래 활동했다.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가끔은 혹하는 순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뭇 남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동하게 만든다.

쪼옥♡

볼에 입을 맞춘다.

연인 사이에서는 스킨십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한 행위.

얼음 여왕 같던 리아이기에 가치를 가진다.

살짝 풀린 표정이 자극을 더한다.

"열혈 오빠들 나 어떡해. 두근거림이 안 멈춰."

―이게 부가티다

―와 리아가 넘어가네 ㄷㄷ

―진심 위험한 거 아님? ㅋㅋㅋㅋㅋ

―방송 아니면 진짜 꼬셨겠는데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있다.

열혈 심리를 자극하는 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까놓고 말해서.'

파프리카TV의 큰손들.

제대로 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정상적인 연애를 못 해봤다.

인생을 지나고 보니 돈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매력적인 선택지다.

부우웅~!

물론 싸보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여캠이라는 건 유사 연애라는 환상을 파는 사업이다.

리아의 클라스를 감안해도 부가티라면 하고도 남는다.

한국에 4대밖에 없는 차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앞에 람보르기니 남훈임 ㅋㅋ

"그래요? 접촉 사고 안 나게 조심해야겠네. 그치?"

"아, 응."

"사고 나면 정말 몸을 팔아도 부족하거든."

"아아♡"

―람보르기니가 피해 가는 차 ㅋㅋㅋㅋㅋ

―부가티 수리비는 절대 감당 안 될 듯;;

―리아좌 표정 봐

―리아도 부가티에는 못 버티네

300대가 넘게 있는 람보르기니와는 격이 다르다.

그 사실을 본인이 더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아마 큰 자극이 되겠지.'

사치는 사람을 나락에 떨어뜨리는 가장 쉬운 기폭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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