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15화 (815/846)

815화

이처럼 큰 수치를 느껴본 적이 없다.

―어그로끌러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이 부딪히면 파산이니까 조심하래요!

"……."

―캬 친절하네

―부가티 기스 내면 얼마 물어내야 함?

―남훈아 운전 살살해라~

―부딪히면 람보르기니에 부딪힌 티코처럼 인생 ㅈ망하는 거임 ㅋㅋ충신지빡이님이 강제퇴장 되었습니다!

아벤타도르.

람보르기니 중에서도 상위 모델이다.

일반인은 돈을 모은다 해도 탈 수 없다.

유지비 때문이다.

보험, 기름값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더하면 1년에 수천만 원도 족히 깨지는데.

빠앙!

부가티.

뒤에 있는 차량이 경적을 울린다.

그것이 어떤 브랜드인지에 대해서는 남훈도 들어본 적이 있다.

'확 멈춰서 박아버릴 수도 없고.'

수십억을 호가한다고 한다.

국내에 정식 수입도 안 돼서 구하기가 힘들다.

자신도 한번 알아봤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한 끝에 포기했다.

그 부가티를 오정환이 몰고 있다.

뒤에 바짝 붙어오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잘못 스쳤다가는 억 단위의 수리비가 나갈지도 모른다.

부우우웅~!

그런 남훈을 비웃기라도 하듯 따라온다.

자신이 속도를 내자 똑같이 엑셀을 밟는다.

바로 뒤에 딱 붙어서 주행을 방해하고 있다.

―돔 황 챠

―30억이 따라온닼ㅋㅋㅋㅋㅋ

―ㄹㅇ 호러인데;;

―스치면 노예계약이에요 힘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댈 땐 좋았지 ㅎ

―람보르기니 차주 정의구현. jpg 하고 올라올 듯

―사회적 거리두기 ON

남훈은 정색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채팅창 반응을 보고는 이를 아득 씹는다.

'이 새끼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거지?'

부딪힐 테면 부딪혀봐라.

거의 시위하는 수준이다.

평소였으면 정말 박았을 것이다.

제네시스, 그랜저는 따질 것도 없고 외제차라도 마찬가지다.

성깔 나게 만들면 절대 봐주지 않는다.

빠앙!

부가티 앞에서는 분노 조절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자신의 수입이 많아도 당장은 아니다.

"……."

―당신 도망치고 있습니다!

―돔황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걸 빼네

―쫄아서 차선 바꿨다 ㅇㅈ?

평소 씀씀이가 헤프다.

무리하게 구입한 집도 은행에 대출을 땡겼고, 지금 람보르기니도 일시불로 산 게 아니다.

이전 람보르기니도 처분한 게 돈이 들어와야 한다.

별풍선을 받은 게 있지만 그것도 월말이 돼야 환전이 가능하다.

까득!

지금은 분노를 곱씹으며 후퇴할 때다.

그것이 이성적인 판단.

30억짜리 차가 뒤에 있자 분노 조절이 절로 된다.

―러시아대게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오정환 차에 리아 타고 있던데 ㅋ

"뭐?"

―어그로 아니고?

―부가티에 뿅 갔더라

―리아좌 표정 관리 안 되는 거 처음 봄ㅋㅋㅋㅋㅋ

―진짜 지금 개레전드임

그 광경을 수많은 시청자.

아니, 리아까지 보고 있다.

남훈이 신경 쓰던 여자 중 하나다.

'그 콧대 높은 년이?'

자신이 람보르기니로 드라이브를 하자고 해도, 페이를 맞춰준다고 해도 합방을 거부하던 여캠이다.

그것도 삼고초려.

무려 자신이 자존심을 굽혔다.

다른 여캠들에게는 해본 적이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항상 튕기기만 하던 년이.

까득!

이를 간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가 없다.

일생일대 가장 큰 성공감을 맛보던 날이 엉망이 됐다.

〔개인 방송 갤러리〕

―남훈, 오정환 레이스 요약 ㅋㅋㅋㅋㅋ

―부가티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Araboza

―오정환 부가티 지가 산 거 맞음?

―부가티는 리아좌도 X픈 시키더라

엉망이 된 건 커뮤니티 여론도 마찬가지.

남훈이 새 차를 자랑하고 있을 때만 해도 찬양 일색이었다.

―남훈, 오정환 레이스 요약 ㅋㅋㅋㅋㅋ

[런닝맨×오정환 합성짤. jpg]

오정환만 보면 튀어라 남훈런!

└진짜 튀어버리눜ㅋㅋㅋㅋㅋㅋㅋ

└기스 날까 봐 차선까지 바꾸더라

└개추했음

└돈 자랑 ㅈㄴ 하던 놈이 진짜 부자 만나니까 튀는 게 ㄹㅇ

람보르기니.

남자들의 로망과도 같은 차다.

그것을 타고 다니고, 더 좋은 걸로 거리낌 없이 업그레이드한다.

그 화려한 삶을 선망하게 된다.

남훈의 계산대로라면 강남과 개인 방송 갤러리의 민심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부가티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Araboza

출고가 17억

세금이랑 여러 가지 다 합치면 26억

1년 유지비 (보험, 부품, 기름 포함) 4~5억 추정

구입 과정도 굉장히 까다로워서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차로 유명함└전에 누가 람보르기니도 올렸는데 람보르기니는 1년에 3천이었음 ㅋㅋ└남훈이 발작할 만하네 └오정환 이거 사려고 원기옥 모으고 있었눜ㅋㅋㅋㅋㅋㅋㅋ└몇 년 전에 영동고속도로에서 봤는데 한 1km 앞뒤로 차가 없더라

오정환의 갑작스러운 방송.

온갖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가 구입한 차는 일반적인 스포츠카와 차원을 달리한다.

그래서 하이퍼카라고 불린다.

가격부터 단위가 다르고, 희소성 측면에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을 지경이다.

"어, 어떡하죠?"

"일단 여론 좀 돌려봐. 환기!"

"뭐 찌라시라도 한번 뿌려보겠습니다."

심익태의 직원들.

남훈이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공개하면, 그에 맞춰서 여론을 뜨겁게 달궈주려고 했다.

'올릴 글이랑 주작기까지 준비 다 했는데.'

오정환의 부가티로 인해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가격도, 이슈성도 급이 다르다고 봐도 과장이 아니다.

―오정환 부가티 지가 산 거 맞음?

어디 렌트한 거 아님?

어떻게 저런 걸 갑자기 끌고 나오지

└부가티 한국에 4대밖에 없고 그중 2대가 삼성일가 소유란다……

└부가티를 대체 어디서 빌려 ㅋㅋㅋㅋㅋ

└건희 형한테 빌리면 ㅇㅈ이지

└오정환 인맥이 삼성에까지 뻗쳤음? 캬~

어떻게든 여론을 돌려보려고 하지만 헛수고.

'부가티'라는 차량의 가진 가치는 어설픈 험담으로 희석되지 않는다.

추가적인 화제도 있다.

파프리카TV 최고의 여캠이자, 연차도 제법 쌓여 인지도도 높은 리아가 동석을 했다.

―부가티는 리아좌도 X픈 시키더라

여캠 별풍 1위

진짜 돈 걱정은 하나도 안 하고 살 텐데 신기함

└암만 많이 받아도 부가티는 급이 다름

└너 부가티가 뭔지 모르지?

글쓴이― 알면 뭐함 못 사는데 ㅄ아

└살 일도 볼 일도 없는 차긴 하지 ㅋㅋ

그런 그녀라 할지라도 놀랄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이 차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4명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사치의 끝판왕격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에 한 번 하기도 힘든 경험이다.

―오늘자 오정환♡리아 커플. jpg

[뽀뽀한 사진. jpg]

[어깨에 손 두른 사진. jpg]

[부가티에 뿅 가버린 얼굴. jpg]

반응 보면 진짜 사귀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ㅋㅋㅋㅋㅋ└진짜 반한 얼굴이긴 하더라 ㅋㅋ

└원래 서로 덕담 주고받는 사이인데

└아무리 내기 했다고 해도 진심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반응임└내 신부 삼아주려고 했는데 실망이네……

분위기를 중요시 하는 여자에게는 더 각별하다.

개인 방송 갤러리에 2차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부가티가 그렇게 좋단 말이지.'

남훈의 가슴에도 말이다.

자존심에 스크래치.

방송에서 한 번, 차주로서 한 번, 남자로서 한 번 더.

그렇게 당하기만 하고 넘어갈 만큼 호락호락한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되갚아줄 이유만 하나 늘어난 셈이다.

타닥, 탁!

바로 조사한다.

부가티의 구입 방법.

커뮤니티를 대충 훑어보니 가격이 매우 비싸고, 차량을 받는 데 오래 걸린다고 한다.

'그거야 뭐 람보르기니도 마찬가지인데.'

먼저 서울에 있는 람보르기니 한국 지사로 간다.

그곳에서 딜러에게 상담을 받는다.

사고 싶은 모델을 고른다.

세부 디자인과 튜닝을 마치 PRG 게임 캐릭터처럼 커스터마이징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샘플이 람보르기니 본사로 보내진다.

최종적으로 조립된 차량이 배를 타고 건너온다.

지금 타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를 받은 과정이다.

그 비슷한 걸 하면 될 거라고 넌지시 생각했는데.

"안녕하세요! 전화 주신 김남훈 고객님 맞으실까요?"

"예, 제가 전화드린 김남훈 맞습니다."

바로 행동에 옮긴다.

폭스바겐 코리아.

부가티의 딜러를 이곳에서 만나기로 했다.

큰손을 알아보는지 반갑게 맞이한다.

아벤타도르를 타고 왔으니 자신의 재력은 간접적으로 어필됐을 것이다.

'차나 내놔.'

빨리 계약을 하고 싶다.

지금 당장은 돈이 없지만 인터넷에서 대략적인 구입 절차는 찾아봤다.

프랑스에 있는 본사로 가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본다고 한다.

마음에 들면 계약금을 지불하는 식.

"부가티 구입을 희망하신다고요?"

"네."

"지금 타고 계시는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도 뽑으신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저거 타보니까 별로 안 좋더라고요."

그전에 별풍선 환전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전 람보르기니를 처분한 돈도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매달 빠듯하게 모으면.'

30억.

실현 불가능한 금액이 아니다.

VIP 고객들 덕분에 엄청나게 늘어난 수입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저희 부가티 구입을 원하시는 김남훈 고객님의."

"네."

"심사를 간략하게 진행해도 될까요?"

"심…사?"

그것이 발목을 잡는다.

남훈이 벌은 돈.

당연하게도 떳떳하게 번 돈이 아니다.

검은 돈에 속한다.

자신의 수익이라는 것을 증명할 자료를 마련할 수 없다.

"고객님께서 구두로는 연 15억 이상의 수익이 있다고 하셨는데, 서류상에 기재된 것은 10억이 채 되지 않으시거든요?"

"……."

"아마 저희 차량을 구입하신다 하더라도 유지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입니다."

마련을 해도 문제다.

범죄 사실을 이실직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차팔이 주제에 뭘 안다고 따박따박 설명질이야.'

켕기는 게 있으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돈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너는 팔기나 하면 된다.

본사에 연락이나 때려라.

그런 남훈을 향해 영업사원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저희 차를 구입한 고객님들은 평균적으로 자동차 40대 이상, 항공기 2대 이상, 요트도 다수 보유하고 계십니다."

"……."

이외에 유명한 예술품이나 수집품, 그리고 부동산도 가지고 있으시고요. 혹시 고객님께서는 가지고 있으신지요?"

"……."

"제가 심사라는 형식으로 설명을 드렸지만, 사실 저희 고객이 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부가티가 명성을 떨치게 만드는 건 가격이 아니다.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회사가 고객을 선택한다.

총 7가지가 되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한 고객만이 구매가 가능하다.

남훈은 첫 번째에서 탈락했다.

"제가 고객님께 감히 말씀을 드리자면 BJ시잖아요?"

"그래서 뭐……?"

"수입의 상당 부분을 구걸, 아 실례했습니다! 후원에 의지하고 있다는 건 차량 유지에 큰 불안 요소로 비추어지거든요. 양해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

"부가티만큼은 아니지만 저희 폭스바겐의 다른 차량도 훌륭하니 이번 기회에 봐보시는 것도~"

사람 좋은 미소를 띠우며 전시장으로 유도하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몇 걸음 따라간 남훈은 뿌리친다.

황급히 밖으로 나와 람보르기니에 탑승한다.

부우우웅~!

도망을 치듯 아무 생각 없이 밟는다.

한참을 더 가다 신호등에 걸리고 나서야 정지되었던 생각이 되돌아온다.

'오정환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는데!'

핸들을 잡은 손잡이에 힘이 들어간다.

땀으로 인해 미끄러울 지경이지만 이 분노를 달랠 방법이 없다.

뿌직!

핸들에서 조금 이상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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