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화
남훈의 방송.
"아니, 부가티 사려고 갔는데 직원 새끼가 존나 싸가지가 없는 거야. 지가 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 챘누
―남훈이 맘 상했겠다 ㅠㅠ
―지들이 돈 벌기 싫다는데 뭐 어떡해 ㅋㅋ
아무리 티격태격 댄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천상계 싸움이다.
지는 쪽도 가져가는 파이가 만만치 않다.
강남의 대세 중 하나.
고정 팬층도 탄탄하다.
동정심으로 받는 풍도 있다.
―[NH]쩐누나님, 별풍선 30000개 감사합니다!
남훈아 다른 차 사자 누나가 돈 보탤게♡
"벌써 10만 개인데 쩐 누나 좀 무리하는 거 아니야?"
―회장 클라스 ㄷㄷ
―와 10만 개
―남훈방은 진짜 차원이 다르네
―ㄹㅇ 세상에 부가티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남캠이기 때문이다.
약한 모습에 흔들리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남자들만이 아니다.
여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BJ들이 별풍선을 받는 방법 중 하나.
〔월간 별풍선 랭킹〕
1. [NH남훈]
2. BJ리아★
3. 오정환
4. 커맨더팡우
5. 가을
.
.
.
남훈의 위치는 고고하다.
남캠으로서도, 보라BJ로서도 탑 클래스다.
별풍선은 고정적으로 엄청나게 들어오고 있다.
'내 후원이 끊기긴 뭘 끊겨 이 X발 새끼가.'
영업직원이 했던 말.
남훈의 콤플렉스룰 제대로 긁었다.
평소 주위에서도, 커뮤니티에서도 듣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수익이 적은 하찮은 인생들이 열등감을 느껴 내뱉는 소리에 불과하다.
"아이고~ 차를 보러 오셨다구요!"
"뭐, 안 됩니까?"
"안 될 건 전혀 없죠~ 다만 실물 탑승은 이탈리아에 있는 본사까지 가셔야 돼서~"
콤플렉스를 돈으로 억누르고 있다.
그런 남훈에게 있어 사치와 명품으로 밀린다는 것은 자존심을 굽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가티 아니면 뭐 없을 줄 알고?'
수십억에 달하는 하이퍼카.
부가티를 제외해도 몇 곳 있었던 것이다.
남훈은 구입하기 위해 수입차 딜러를 찾았다.
"됐고, 계약이나 합시다."
"아시다시피 파가니가 가격이 조금 셉니다. 최상류층만을 위해서 수제로 제작되는 하이퍼카다 보니……."
"돈은 썩어 날 정도로 있어!"
"아이고~ 제가 귀빈을 몰라 뵀네요 흐흐."
부가티처럼 주제넘게 손님을 고르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부가티는 요즘 한물갔죠~"
"그렇죠?"
"좀 기고만장하잖아요? 막말로 지들이 뭔데 손님을 평가해."
"음, 음."
"그래서 실적도 안 나오고 폭스바겐 그룹에 빌붙어서 기생하는 회사입니다요~"
본래는 그렇게 해야 한다.
회사의 실적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안 그래도 적은 하이퍼카 구매 희망자를 심사까지 한다니?
폭스바겐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위함이다.
부가티로 인해 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이득이 된다.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러한 사정.
남훈은 모를 수밖에 없다.
수입차 딜러의 사탕발림에 살살 넘어간다.
'크~ 파가니라니. 간만에 호구 하나 제대로 물었는데.'
수입차 딜러로서는 신이 난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를 10대 팔아야 하는 금액이 단 한 건의 계약으로 오간다.
심지어 병행수입.
정식 수입과는 절차가 다르다.
잘 모르는 호구를 상대로 알차게 남겨 먹는 것이 가능하다.
진짜 슈퍼카 오너들은 깐깐하게 따지지만, 가끔씩 남훈처럼 운 좋게 돈을 번 사람들이 있다.
돈을 쓰고 싶어서 난리가 났다.
"근데 아시다시피 가격이 쪼오금 쎄요."
"다 알고 온 거라니까?"
"정식 수입이 안 되다 보니 직수입을 해야 하거든요~ 그 정도는 사장님께 문제도 아니겠지만 흐흐."
그 속사정이 어떠한지.
신경 쓸 만한 여유도 없다.
빨리 사고 싶은 마음뿐이다.
'너만 30억짜리 타고 다니는 줄 알아?'
얼마가 됐든 일단 산다.
부가티에 준하는 차량이 있어야만 마음속 열등감이 해소된다.
〔개인 방송 갤러리〕
―남피셜 : 파가니 계약 마쳤다
―남훈도 오정환한테 오지게 지기 싫나 보네 ㅋㅋ
―BJ들 왜 이렇게 돈이 많은 거냐
―파가니가 뭐 하는 차임?
.
.
.
그리고 이는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
남훈의 소식.
개인 방송 갤러리를 다시 떠들썩하게 만든다.
―남피셜 : 파가니 계약 마쳤다
오정환이 부가티 산 거 보고
자기는 파가니 계약했다고 함
앞으로 차 급 딸린다는 소리 하지 마라네 ㅇㅇ;
└오 파가니
└왜 부가티 안 사고 파가니 삼?
글쓴이― 같은 차는 따라 사는 느낌 나서?
└파가니도 검색해 보니까 거의 30억 하나 봄 ㅎㄷㄷ
남훈의 파벌이 있다.
그의 개인적인 팬덤 외에도 오정환과 대척점에 존재하는 이들.
그들에게 좋은 방어 논리가 된다.
더 이상 부가티 때문에 기죽어있을 필요가 없다.
"새끼 능력 있네."
"제가 BJ들 수익 빠삭하게 체크해서 아는데 요즘 대세는 확실히 남훈 형입니다."
"니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부러워서 헤헤."
심익택의 직원들도 참전한다.
개인 방송 갤러리의 여론.
남훈에게 아쉬울 게 없도록 환기를 시킨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남훈 형이 뭐라도 하나 사주시겠지.'
남훈의 수익은 역대급을 갱신하고 있다.
유튜브의 성장도 날개가 달렸고, 아이돌 팬덤이 유입되며 풍력은 더 세졌다.
강남에서의 입지도 전과는 비교가 안 된다.
오정환이라는 대항마가 있을 뿐, 절대적인 영향력은 전보다 더 커진 것이다.
'…….'
하지만 실상.
빛 좋은 개살구조차 아니다.
여기저기 돈 나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람보르기니 처분됐다고 들었는데 대체 언제 들어오죠?"
<아, 이게 옥션 같은 시스템이다 보니까 이곳저곳 돈이 복잡하게 돌아가요~ 좀만 기다리고 계세요.>
돈 들어올 구석을 믿고 썼다.
생각과 달리 톱니바퀴처럼 탁탁 맞아서 돌아가지 않는다.
'다음 주까지 파가니 계약금 내야 하는데…….'
계약 시기를 미루거나, 아예 안 사면 된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닌 지출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자존심.
돈 없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반드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정 급하시면 10% 수수료 떼세요. 그럼 우리가 어떻게든 돈을 먼저 융통해 드릴 테니까.>
"그렇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말이다.
수천만 원보다 자존심 한 번이 지금의 남훈에게는 더 가치가 있다.
'어차피 돈은 또 들어오게 돼있어.'
충성스러운 시청자들이 상납을 해준다.
이제 자신이 버는 돈은 억 단위가 아니다.
<남훈아! 오늘 알지? 진짜 중요한 고객님 오시는 거.>
"당연하죠 형님. 확실하게 준비해 놓았습니다."
<일 잘하네. 믿고 있었어.>
어두운 돈.
위너의 사업을 도와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먹는 콩고물이 당뇨병에 걸릴 지경이다.
'위너 형도 나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잘될 것이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 세 번 해보면 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골 빈 년들.
강남에는 썩어 날 정도로 많다.
그들을 포섭할 인맥이 자신에게는 있다.
"근데 형."
<엉?>
"혹시 그……, 만약에 말인데요 만약에. 요즘 애들이 워낙 좀 골이 비었잖아요? 어디서 막 입 가벼운 짓 하고 다니면 어떡하죠?"
<남훈이가 간이 좀 작구나?>
"하하……, 죄송합니다."
물론 불안한 건 불안한 거다.
가끔씩 떠오른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보통 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 클럽 단골 리스트 보면 놀라 자빠질걸? 경찰총장님도 계시고, 회장님들도 한두 분이 아니지.>
"와……."
<원래 클럽이 바람 잘 날이 없는 곳이거든. 그런 형님들이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가능한 사업이고.>
그럴 걱정이 없다는 사실.
위너와 친분이 두터워지고, 다방면에서 협조를 하며 알아간다.
<그러니까 새가슴 될 필요 없어. 막말로 사건 터지면 우리를 족치지 너한테 신경이나 쓰겠냐? 언론이?>
"그, 그렇긴 하겠네요. 제가 괜한 걸 물어봤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남훈이가 해줘야 할 일이 많은데 이제 알 건 알아야지.>
뒷배가 든든하다.
돈 벌 생각만 하면 된다.
아직 긴장의 고삐를 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좀 놓인다.
<♪♬♪∼♪∼♬♪♬∼♬♪∼♩♪∼♩♬♪∼>
조금 많이.
리미터가 풀어졌다는 느낌이다.
남훈은 스트레스도 풀 겸 클럽에 찾아온다.
"와 남훈 오빠!"
"아~ 참. 나는 평범하게 부킹도 못 하네."
"오빠 보려는 애들이 줄을 섰어요. 그런 걸 왜 해요."
그리고 탐색.
손님들이 만족을 해야 자신도 팁을 받을 수 있다.
안 그래도 최근 돈 쓸 일이 많다.
'뭐, 나름 나쁘진 않은데.'
성형한 티가 너무 난다.
중국 손님들은 그래서 더 좋아하지만, 이번에 오시는 분들은 태국 사장님이다.
청순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좋아한다.
동남아 지역의 한류 스타들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니들 친구 중에 귀여운 애 없냐? 청순한 타입."
"나 귀여운데."
"저희 청순하지 않아요?"
"니들은 기가 좀 세보이잖아."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니야 진짜."
어느 정도 후보는 있다.
알고 지내는 애들이 한둘이 아니고, 뭣하면 어떻게든 끼어 맞출 수 있다.
'팁을 좀 많이 받고 싶은데.'
최근 돈 나가는 곳이 많다.
자존심 굽힐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최대한 빨리, 많은 돈을 땡길 방법.
"너희는 다음에 놀아줄 테니까."
"아앙~"
"몰라요 진짜 미워. 갈 거야."
"잘 가고 MD 있으면 불러와 봐."
태국 사장님의 취향을 찾아야 한다.
팁을 주고 싶은 생각이 물씬 날 괜찮은 년으로 말이다.
"남훈 형님!"
"아, 그래 잘 왔다. 지금 부킹 되지?"
"바로 MD들한테 지시 돌리겠습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타입으로 물색 좀 해줘. 두 명, 세 명이어도 되니까."
"역시 남훈 형님!"
그런 여자.
당연히 흔할 리가 없다.
강남이 넓다고 해도 진짜배기는 소수에 불과하다.
'차라리 성괴 쪽은 널리고 널렸는데.'
테이블을 잡고 물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거다 촉이 오는 여자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는데.
"형님!"
MD가 헐레벌떡 달려온다.
데리고 있는 여자를 본 남훈은 쾌재를 부른다.
"오~ 딱 이런 타입. 너무 좋아.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어라."
"감사합니다! 발렌타인 30년은 사먹겠네 히히."
자신이 딱 원하는 타입을 찾아온다.
결코 크지 않은 키.
하지만 몸매와 얼굴, 그리고 스타일까지 마음에 쏙 든다.
"서있지 말고 앉아. 얘기 좀 하자."
"저 혹시 아세요?"
"?"
"전 오빠 아는데."
목소리도 연하 타입.
태국 사장님이 기립 박수를 칠 거라는 데 폭탄 목걸이를 걸 수 있다.
'날 안다고?'
싱글벙글하던 남훈이 조금 뒤늦게 떠올린다.
자신을 안다?
그거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강남에서 자신을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를 굳이 묻다니.
"아 방송을 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까 본 기억 있는 것도 같은데."
"코코망이."
"아! 기억 난다. 요즘 안 보인다 싶었더니 토이치TV 갔구나."
"네, 헤헤."
동업자였다.
남훈의 머릿속이 빨라진다.
아무리 뒷배가 있어도 위험할 수 있다.
'이 이상 가는 애는 못 찾을 거 같은데.'
찬밥 더운밥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당장 돈을 많이, 최대한 많이 땡기고 싶다.
그리고 BJ라면 오히려 더 쉬워지는 측면도 있다.
이쪽 생태계는 누구보다 빠삭하다.
얼굴이 알려져 있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그렇게 목이 묶인 여캠이 한두 명이 아니다.
"서은이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정말요?"
"오늘은 오빠가 좀 많이 바쁘거든. 이 날에 나와줄 수 있을까?"
"이틀 뒤면……."
"혹시 안 돼?"
"남훈 오빠 부탁이니까 시간 한번 맞춰볼게요."
이 여자도 아무 일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