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화
오정환의 방송.
〔개인 방송 갤러리〕
─가을좌 연전연승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 개털리눜ㅋㅋㅋㅋㅋ
─오정환 방송 켬?
─오정환 가을 재결합각 섰냐??
.
.
.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파프리카TV는 그야말로 메말랐다.
─오정환 방송 켬?
밖에 나왔는데 하필 지급 ㅅㅂ
└ㅇㅇ
└나만 아니면 뒈에에에에엑~!
└또 오정환식 보라 중임 미쳤다 ㅋㅋ
글쓴이― 데이터 불사른다 ㅅㅂ
보라BJ들이 방송을 안 한다.
최근 떠들썩한 그 사건으로 인해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그러한 와중.
갑작스레 켜진 오정환의 합방은 개인 방송 갤러리를 불타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오정환 가을 재결합각 섰냐??
아니면 전 여친이라고 챙겨주는 거냐?
└후자로 보이는데
└뒤에서 만나고 대본 짠 게 100%
└오정환 이 새끼는 뭔 생각하는지 모르겠음 ㅋㅋㅋ
└기분 좋아 보이더라
두 사람의 스토리는 익히 알려진 바가 있다.
보라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파프리카TV 최고의 BJ.
오정환의 과거 인연으로 알려진 가을도 테라버닝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오늘 합방은 소프트한 데이트네
저번에 말도 안 하고 노래로만 대화하는 거 감성 지렸는데 └그 포맷을 또 써먹긴 좀 그렇겠지 └오늘 방송도 숨겨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아직까진 뭐 없음
└일단 노래방까진 가야 진짜지 ㅋㅋ
보라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그 어느 플랫폼과도 겹치지 않는 고유의 감성이다.
그것이 노래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전달된다.
일반 대중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유.
「신민희」
1시간 전。
#오정환#가을
오정환이랑 전 여친 또 방송하고 있어요!
「민트초코담당」
1시간 전。
#BJ가을
BJ가을 노래 다시 한번 듣고 싶다
최종적으로는 가수 데뷔했으면 ㅠㅠ
「손호준」
1시간 전。
#오정환#가을
님들 뭐 하세요!
오정환 레전드 합방 또 합니다 ㄱㄱㄱ
.
.
.
다시 진행된다는 소식에 SNS가 떠들썩해진다.
테라버닝 사태로 지쳤던 건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어둡고 삭막하다.
세상의 안 좋은 부분을 전부 봐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지친 몸과 정신.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치유하고 싶다.
오정환은 다시 주가가 올라가고 있다.
"오정환……?"
"네!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그러한 소식.
파프리카TV 직원들도 전해 듣는다.
일반적으로 BJ들의 방송을 일일이 신경 쓰진 않지만.
'오정환이라.'
대기업BJ의 경우 관리를 하는 일이 있다.
전체 시청자 수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영향력도 어마무시하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2차·3차로 퍼져나갈 우려가 생긴다.
"뭐 혹시 사고라도 터질 낌새야?"
"아니, 그런 건 아니죠."
"그럼?"
"오정환이 지금 콘텐츠를 하나 진행하고 있는데……."
보통은 나쁜 쪽이다.
생방송의 특성상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보라BJ들이 쳐온 사고가 한두세네 가지가 아니다.
뉴데일리― 「"미녀 섭외"…BJ박인호, 미성년자와 술먹방·맞담배 논란」
전자신문― 「BJ땡추, 지적장애 여성 벗방 논란에 파프리카TV 채널 영구 정지」
오마이뉴스TV― 「파프리카TV, '유관순 모욕 논란' BJ 조치 논의한다…제재 수위 '촉각'」
운영자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최대한 빠르게 대응한다.
사태가 커지기 전에 조기 진화를 하는 것이다.
"반응이 좋아?"
"좋은 정도가 아니죠. 유튜브에서도 완전히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없다.
특정BJ를 밀어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BJ의 창의적인 활동을 방해할 수도 있다.
라는 건 명분.
실상은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파프리카TV를 대표하는 인물로 내세우기 애매하다.
'드물게 괜찮은 친구긴 하지.'
철꾸라지, 남훈, 커맨더팡우 등.
높은 인지도에 비례해 사고 많이 쳤다.
사고를 쳐서 유명해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롤BJ들 중에는 클린한 방송인도 몇 명 있지만, 롤판은 애당초 파이가 정해져 있다.
간판이 되기에는 메이저하지 못하다.
"지상파에서도 잘나가고 있지?"
"아, 요즘 그 사건 때문에."
"그 사건."
"네, 불똥이 튀어서 활동을 쉬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혐의로 끝났으니 조만간 복귀하겠죠."
하지만 오정환.
파프리카TV의 여타 BJ들과 비교를 불허 할 정도로 잘 나간다.
유튜브는 물론 예능 출연작도 다수다.
'충성심도 높고.'
플랫폼을 옮긴 BJ하와와와 달리 여전히 파프리카TV에서 방송을 한다.
남수길 대표와 돈독한 사이라는 것은 내부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다.
파벌을 가리지 않고 고평가.
그런 오정환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파프리카TV의 여론을 단결시키는 일이 말이다.
"그 사건 때문에 뒤숭숭해진 여론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음,"
"저희 콘텐츠팀에서 밀어볼까 생각을 하고 있거든요. 이사님 의견을 여쭙고자 시간을 빼앗게 되었습니다."
비업체 파벌의 김동하 이사는 최근 머리가 아프다.
업체 쪽 파벌이 무너진 건 꼴 좋지만 그로 인한 여파가 만만치 않다.
내부 분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테라버닝 사태의 대응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사내 분위기가 개판이다.
"그러지 말고."
"아……, 그러지 말까요?"
"가용 가능한 모든 부서에서 대대적으로 추진해 봐. 여론 대응팀도 풀가동하고."
"네! 근데 그러면 예산이 만만치 않게 들 텐데……."
"예산 편성은 내가 어떻게든 해보지. 자네는 업무에 집중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오정환을 밀어준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양 파벌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인재고, 부하 직원의 말대로 여론의 관심을 돌릴 수 있다.
'잘된다면 말이지.'
일이 잘 풀린다는 전제.
밀어준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니다.
회사 사정으로 판은 벌려 놓았지만, 살리는 건 결국 오정환의 능력에 달렸다.
* * *
2차.
가게 되는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꺄아아아악~!!"
"오빠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방송 왜 안 나와요?!"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근처의 코인 노래방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기 무섭게 급·학식들의 인파에 둘러싸인다.
"너 인기 많나 보다."
"너 인기도 있을걸."
"나?"
―둘 인기임ㅋㅋ
―요즘 오정환식 고백법 핫한 거 모름?
―지가 저질러 놓고
―인싸 감성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모든 유행은 SNS부터 불이 번진다.
얼마 전 진행했던 가을과의 합방은 그 초기 단계라고 한다.
'따라 하는 게 재밌다고 하더라고.'
평소였으면 추가적인 콘텐츠를 노렸을 것이다.
'인싸픽'이 된다는 건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그런 계산을 하고 온 게 아니다.
이미 반쯤 알딸딸해서 제대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다.
─봄이봄이펀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광신도들 뭔데 ㅋㅋ
"심심한가 보죠."
―겁나 쿵쿵거리네
―코노룸 무너지는 거 아님?
―일찐 눈나들 무서버 ㄷㄷ
―학창시절 PTSD ON
룸을 잡고 들어와 앉는다.
세상과 단절된다는 느낌이 들어야 할 장소가 어지간한 백화점 수준으로 북적거린다.
불투명한 유리문에 손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다.
투명한 부분으로 내부를 훔쳐보는 눈까지 보인다.
"부르고 싶은 게 또 있나 보지?"
"있더라고."
"아직도?"
"들어보고 대답해 줘."
그런 장소라서 용기를 낼 수 있다.
나는 BJ.
시청자가 있기에 존재할 수 있는 직업이다.
―캬
―킷타ㅏㅏㅏㅏㅏㅏㅏㅏ
―너에게 쓰는 편지네
―띵곡 ㅇㅈ
―오정환 MC몽 은근 좋아함ㅋㅋ
―이 노래는 무슨 의미임?
―감성 돌았다
―이것도 잘 부르니까 가능하짘ㅋㅋㅋㅋㅋ
채팅창에서도, 유리문 바깥에서 봐주고 있다.
짜낼 수 있는 용기가 무한히 샘솟는다.
"난 네가 아니면 사랑에 목말라. 난 네가 아니면 기쁨에 목말라."
일반인이 부르기엔 빠른 템포.
간신히 소화하며 숨을 고른다.
나도 모르게 눈을 꾹 감는다.
"문득 너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해."
―오 듀엣
―X발 느낌 봐 ㅋㅋㅋㅋㅋㅋㅋ
―뭘 불러도 잘 부르네
―시작 좋은데?
믿을 수 없는 일이 펼쳐진다.
여성 파트.
부르지 않고 지나치려고 했다.
그것이 몹시 두려웠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으며 모든 것이 끝날 것만 같아서 말이다.
<♪♬♪∼♪∼♬♪♬∼♬♪∼♩♪∼♩♬♪∼>
그 공백이 채워져 간다.
그녀의 목소리에 내가 답하며 거짓말처럼 현실이 이어진다.
─닥치고가져가님, 별풍선 11010개 감사합니다!
진짜 존나 잘 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흥 개 감사합니다. 제가 좀 잘 부르긴 하죠."
"흥?"
―너 말고
―폰으로 찍고 난리 났네
―가을좌 몰라서 어리둥절 ㅋㅋ
―11010 돌려서 보면 흥임ㅋㅋㅋㅋ
유리문이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가 될 만큼 쿵쿵거린다.
채팅창을 3D로 표현하면 저런 느낌일 것이다.
내 가슴도 멈추지 않는다.
무선 마이크를 쥐고 있는 그녀가 어떤 대답을 들려줄지.
"부르고 싶다는 게 이거야?'
"그래."
"흐흥, 네가 헤어질 때 보냈던 편지도 엄청 재밌었는데."
"……."
그렇게 진지해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사귀었던 시절에도 그런 포지션이었다.
─이맛에보라봄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무슨 편지를 보냄??
"영상으로 된 거였는데 이승기 삭제 나오고……."
"방송과 무관한 발언 다 강퇴해 주세요."
―영상으로 편지를 만들었다고? ㅋㅋ
―응 해봐 무빙으로 다 피함
―아니 뭔지 알 거 같은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관귀신이 또
항상 진지한 건 나였고, 그녀는 오히려 장난스러웠다.
이미지와 달리 말이다.
'얼마나 진지하게 열심히 만든 거였는데.'
결과를 놓고 보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은 장난이 아니었다.
<♪♬♪∼♪∼♬♪♬∼♬♪∼♩♪∼♩♬♪∼>
그녀도 그랬다는 사실.
뭐라고 말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믿지 못한다.
그 시절의 나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스스로도 볼품이 없어서 언제나 숨고, 도망가고 싶었다.
"먼저 불러."
"내가?"
"부르면 알게 될 거야."
―이것도 듀엣곡이네
―사랑 노래 같은 이별 노래 ㅋㅋ
―오정환 차려고 빌드업 쌓는다 ㅇㅈ?
―우리 그만하자
그런 나를 정말로 좋아할 리 없다.
머릿속 한구석에 그러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색한 대화를 계속 나눌 땐, 이별을 예상했었지~"
BJ로 성공하고, 사업도 하고 자리를 잡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두려웠다.
BJ를 하게 된 계기.
그 첫 단추부터 모조리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게 말이다.
―와……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
―감성 미쳐버려따
―진짜 그냥 가수 데뷔하면 안 됨??
―이게 킹반인임 ㅋㅋ
―원래도 잘 부르는데 이건 소름이 돋는다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오정환?
―마치 오정환이 찬 것 같은 노래네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이 들려온다.
노래에는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설득력이 담긴다.
하지만 사람은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싶기 마련이다.
그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
내가 이 순간 느끼는 것.
머릿속에서 멋대로 유리하게 변형시킨 정보일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만큼 과분한 행복이다.
"난 아직 너를 사랑해. 널 많이 사랑해. 나는 여기 그대로 서있는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다.
그 애처로운 발성은 만들어 내고자 한다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