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5화
소문은 빠르게 전파된다.
〔개인 방송 갤러리〕
―? 오정환<<답답해서 미치겠으면 개추 [215] +1063
―? 환빡이 6년 차인데 이건 절대 '방송'이 아님 [377] +674―? 가을 솔찌 땡 잡은 거 아님? [411] +597―? 철빡이에서 환빡이로 갈아타게 된. ssul [615] +1225.
.
.
간만의 대형 콘텐츠.
보라판에서 씨가 말라버린 대기업BJ의 합방이다.
―환빡이 6년 차인데 이건 절대 '방송'이 아님
다른 여캠이었다?
진작에 쿨하게 끝냈음
아니면 빌드업이라도 쌓았겠지
오정환이 한 여캠한테 집착하는 거 6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음└ㅇㄱㄹㅇ임
└하도 답답하니까 철벽좌가 정리하더라 ㅋㅋ
└이 새끼 방송인 척하면서 사심 채우는 중
└아니, 전 여친인데 좀 당당하게 꼬시라고 ㅋㅋㅋㅋㅋ
하물며 오정환.
그의 존재감은 거대하다.
보라판에서 수년간 탑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 만큼 팬들도 아는 바가 많다.
오정환이 어떤 사람인지 듣고 겪은 것이 한둘이 아니다.
―철빡이에서 환빡이로 갈아타게 된. ssul
때는 6년 전
[철꾸라지×오정환×리아 합방 캡처. jpg]
철꾸라지가 오정환 견제하려고 콘텐츠를 기획함
여캠 하나 두고 남비 둘이 꼬시는 흔한 내용이었는데
결론은 철꾸라지 승리 ㅇㅇ;
역시 우리 주인님! 뽕에 차려던 찰나
오정환식 보라 터지면서 리아가 오정환한테 넘어감
이때 딱 알겠더라
앞으로 보라 대세는 오정환이다
이후로도 여캠 합방 줄줄이 성공시키면서 환통령 시대 열었음그렇게 잘나가면 여친이든 썸이든 터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안 터지더라?
전 여친 순애 떡밥이길래 옛날 생각 나서 끄적여 봄
└철꾸라지 살아 계실 적ㅋㅋㅋㅋㅋㅋㅋㅋ
└저때 철통령 시대였고 오정환 준하꼬였음 아는 사람은 알지 ㄹㅇ└고자환 소리 듣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 감
└리아좌 합방 제발 유튜브에 올려줬으면
보라의 묘미는 과몰입.
오정환의 행동과 판단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맞을 수도 있다.
괜한 오지랖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화제로서는 의미를 가진다.
―가을 솔찌 땡 잡은 거 아님?
전 남친 존나 오랜만에 만났더니
성공한 BJ에 유튜버, 방송에까지 출연하면서 잘나감
그런데 심지어 아직도 자기 못 잊고 있음 ㄷㄷ
└응 가을좌가 더 아까워
└저 정도 외모에 스펙이면 재벌들이 모셔간다
└오정환 정도면 괜찮긴 함
└X생 갠방갤러들이 오정환 정도면 ㅇㅈㄹ하는 거 역겹누 ㅋㅋ
개인 방송 갤러리는 불타오르고 있다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두 사람에 대한 화제가 끊이지 않는다.
「인디매니아」
1일 전。
#가을#코노직촬
[노래 부르는 가을 직촬. avi]
BJ가을님 신곡(?) 떴어요
진짜 너무 좋아!
「코노왕」
1일 전。
#오정환#전 여친
[BJ가을 사진. jpg]
오정환 대학 시절 여친이라고 하는데 고우시다……
「손재연」
1일 전。
#코노직촬
[오정환 방송국 공지. jpg]
갑자기 방송 끄길래 뭔가 했는데
다시 합방 할 예정이라고 함 ㄷㄷ
.
.
.
그것은 SNS에서도 마찬가지.
오정환과 가을의 스토리텔링은 일반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아니, 유명해졌다.
본래부터 인지도가 있기는 했지만 유행이 퍼지게 된 게 결정적이었다.
〔대한민국의 트렌드〕
1. #경찰제복
2. #트친_동네_알아보기
3. #캐리비안의_해적
4. #필리_ 두테르테
5. #오정환식_고백법
둘의 합방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오정환의 인지도와 가을의 가창력.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퇴색시키기 마련이다.
하물며 테라버닝 사태가 터졌다.
그러한 와중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번졌다.
"두 사랑? 그게 너의 대답이야?
"응!"
"하하, 너 바람 핀 거 맞구나. X발련."
노래를 주고받는다.
그 별거 없어 보이는 과정이 사실은 비밀 메시지 같은 것이었다.
코인 노래방은 10·20대의 놀이터.
어차피 부를 노래라면 더 재밌게 부르고 싶어진다.
"라면인 건가 라면인 건가 오 라면인 건가 야~!"
"배고프냐?"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볍게 써먹을 수 있다.
세상에 노래는 수도 없이 많다.
그 안에 담긴 의미도 써먹기 나름이다.
그런 재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야, 야. 지금 미쳤어."
"왜 또 얻어먹으려고?"
"아니~ 지금 우리가 있는 코노에 오정환 오고 있대!"
그 원판의 영향력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
오정환과 가을은 가장 핫한 화젯거리다.
최근 또다시 이루어진 합방은 기름을 붓고 있다.
꺼졌던 화제를 다시 불태우기 충분했다.
* * *
만나게 된 장소.
구태여 고민까지 할 것은 없었다.
'사실 어디서 만나든.'
이미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참이다.
그토록 두려웠던 부분은 다 해소됐다.
남은 것은 나의 마인드 문제.
그리고 과도한 정보량을 받아들일 시간이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븅신 오란다고 오네 ㅉㅉ
"응 니 엄마."
―정줄 놨누
―개청자랑 자강두천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어차피 올 거면서 ㅉㅉ
―또 도망만 가봐라
아직은 부족하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한순간에 휙휙 굳혀지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진심이 아니라서 그렇다.
겪어봐야 느끼는 일.
끼익―!
문이 열린다.
그 자체는 그럴 수 있다.
그도 그럴 게 이곳은 코인 노래방.
누구나 올 수 있는 대중적인 장소다.
유리문 바깥에만 해도 수십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그로가 좀 많이 끌렸더라고.'
아무래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 몇 시간 사이에 소문이 퍼지며 일이 좀 많이 커져 버린 모양이다.
올 때도 어지간히 인파가 많았다.
일일이 양해를 구하며 뚫고 오는 것은 여간 고생이 아니었다.
그것을 할 필요가 없다.
"아."
―졸라 예쁘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을좌 폼 미침 ㅋㅋㅋㅋㅋ
―지리는데 ㅎㄷㄷ;
―와 풀메 하고 온 거임?
걸으면 그곳에 길이 생긴다.
모세의 기적이라는 것은 현실에서도 분명 존재한다.
'아우라가 있지.'
범접하기 힘든 거리감.
연예인이 왜 연예인인지 구구절절한 설명을 생략하게 만드는 그것 말이다.
처음으로 느껴봤다.
그러한 진짜를 뼛속 깊이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다른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다.
"야."
"잠깐 화장실."
"도망가지 마라."
"……."
"또 도망가면 무릎 위에 앉힐 거야."
―무릎 위 ㅓㅜㅑ
―가을좌 화끈하누 ㅋㅋ
―눈나 나 이상해……
―도망가자
큰 키.
하이힐을 신지 않아도 나와 비슷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늘이 내린 듯한 체형과 후천적인 품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평소에는 힘을 빼고 다니지만,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움츠러들게 된다.
'너무 예쁘잖아.'
마음이 말이다.
착 붙어 앉아있다.
체온이 느껴지리만큼 가까운 거리다.
"왜 이렇게 쫄아. 부가티도 타고 다니는 잘나가는 오빠가."
"그냥."
"죽은 사람이라도 본 듯이 있으면 내가 기분이 어떻겠냐?"
그런 그녀를 마주 볼 용기.
이제는 있다고 생각하는 참이다.
내 턱을 만질 생각으로 뻗어오는 손에 마이크를 쥐어준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이 있다면, 인연이 깊었다면 많은 생각이 들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저도……, 그런 감이 있었고 말을 고르는 것이 힘들어서 방송인답지 않게 자리를 피하게 되었는데 걱정 안 하셔도 지금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오오
―가을 보고 말해봐
―정환이 가오 좀 세워주자 ㅇㅇ;
―그래서 이번엔 무슨 노래임?
내 손에도 쥔다.
어디 도망가지 않는다.
힘을 풀고 느슨하게 잡아도 마이크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몸에 들어간 긴장도 조금은 풀어진다.
입 밖으로 내뱉는 것으로 이리도 시원할 줄 알았으면 진즉에 말을 할 걸 그랬다.
상쾌한 기분이다.
"나 답답해. 니가 있어야 내가 살어. 너 아니면……, 나 죽어."
노래를 부른다.
가을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긴 했지만, 사실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남성 파트다.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하고 싶은 말.
요즘 유행한다는 제목 주고받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그런 걸 일으키고 싶은 게 아니야.'
수단은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노래를 부른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일치했다.
―또C몽 ㅋㅋㅋㅋㅋㅋㅋ
―So Fresh는 ㅇㅈ이지
―잘 부른다
―연습 존나 했나 본대?
―가사가 귀에 박히는 느낌
―좋아 좋아
―환츠비가 부르는 캣츠비네 ㅋㅋ
―가을이 바림 핌?
중요한 건 감정을 담는 것.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질 것이다.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이다.
"너 아니면~! 누구도 채울 수 없어. 평생을 비워뒀던 내 사랑이야……."
그녀를 똑바로 마주 보고 부른다.
평소와 같은 장난스러운 웃음기 하나 맺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온화하다.
그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 나의 마음을 왜 이렇게 안심시키는지 모르겠다.
"우린 둘인데 심장은 하나네."
"아 지랄 노."
"받아주는 흐름 아니었어……?"
―지랄 노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못 참지 ㅋㅋㅋㅋㅋ
―드라마 드립을 현실에서 치네
―형 까였구나?
웃는다.
새하얀 이가 드러나는 그 미소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목적을 이뤘다면 여한은 없다.
"그게 끝이야?"
"뭐가.'
"더 하고 싶은 말 없어? 정말로? 이게 끝일 수도 있는데."
"……."
지금까지는 그러했다.
애초에 이룰 수 없는 목적은, 목적이 아니라 꿈이라고 부른다.
그 꿈이 현실에서 이루어졌다.
장난기가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다.
<♪♬♪∼♪∼♬♪♬∼♬♪∼♩♪∼♩♬♪∼>
다시 만난다면 꼭 하고 싶은 말.
그것은 보고 싶었다도, 사랑한다도 어느 쪽도 아니다.
"I Love you , Oh Thank you. 고마워 사랑을 배웠어."
감사.
가을을 만나고 나는 달라졌다.
모르던 것을 알았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고, 할 수 없는 것조차 해내는 끈기가 생겼다.
한때나마 진심 어린 행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인생은 그녀 덕분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 무슨 의미임?
―뭔진 모르겠는데 좋다
―노래 잘해 ㅋㅋ
―I Love U, Oh Thank U
―오정환도 진짜 잘 부르긴 함
―철벽좌 얼굴 좀 비춰주세요!
―청자 수 실화냐
―그래서 오늘 고백하는 거 맞지??
반대로 그녀의 인생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무턱대고 여신처럼 추앙만 했을지 모른다.
그녀도 한 명의 사람.
진정한 의미로 마주 보는 것은 어쩌면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날 사랑했어?"
"사랑했어."
"나도 사랑했어."
"고마워."
―고백이야 뭐야
―왜 다 과거형임?
―아니 고백을 하라고 ㅋㅋ
―중대장은 오정환한테 실망했다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
앞으로의 미래는 정말 얼마든지 있으니 말이다.
"근데."
"응?"
"이런 말하기 좀 그런데."
"뭐가."
"MC몽 노래는 좀 그렇지 않나?"
"……."
이런 사소한 농담 따먹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녀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좀 그렇긴 하지.'
노래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불편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MC몽은 이가 허전한 사람이잖아."
"근데?"
"나는 너가 없으면 마음이 허전해."
―이걸 살린다고?
―애드립 뭔데 ㅋㅋㅋㅋㅋ
―진짜 환친 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정환식 보라는 전설이다…….
내 마음을 전하기에 이보다 더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잘 풀렸으니 되었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네.'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지.
잊고 있던 소중한 것들이 전부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