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화
<위너의 뒷수습>
가오리라멘.
한국 최초의 대형 라멘 프랜차이즈 회사다.
'본격적인 수준에서.'
시도는 당연히 옛날부터 있었다.
한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일본 기업들도 관심을 가졌다.
한국이라는 시장.
전 세계를 따져도 7개밖에 되지 않는 인구 5천만 이상의 선진국이다.
식문화도 비슷하다.
레드 오션이니 자리만 잡으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도깨비참수님, 별풍선 10개 감사합니다!
와 가오리라멘 아직도 있네 ㄷㄷ
"네, 몇몇 점포를 제외하면 정상 운영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오리라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안 간 지 오래됨
―우리 동네 지점 망했던데
―위너 때문에 절대 안 감^오^
현실은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김밥천국이라고 불리는 120년 전통의 덮밥집 ‘요시노야’가 있다.
'천종원 선생님이 롤모델로 삼은 식당이지.'
한국에 프랜차이즈를 냈다.
성공할 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요식업 노하우와 체계적인 유통 구조까지 가졌다.
그럼에도 참패를 맛본다.
한국 사람들이 덮밥을 위에서부터 떠먹지 않고, 비벼 먹은 것이다.
『가오리 라멘』
해외 음식은 맛과 가격도 중요하지만 시대도 잘 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위너는 운이 좋았다.
'이치란 라멘이 한창 유행하던 시기라.'
일본 여행 붐과 맞물렸다.
이치란 라멘이 확보한 인지도와 대중성 덕분에 가오리 라멘도 순풍을 탈 수 있었다.
그것은 현재도 적용되는 논리.
수요는 충분하고, 맛도 인정을 받았지만 오너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일단 라멘이 나왔으니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길 홍보해 주겠다고??
―지금 여론 진짜 안 좋은데
―형 얼마 받았어……
―맛은 둘째 치고 가격이 ㅄ이야
일반인들 입장에서 가기가 꺼려진다.
세상에 음식점이 얼마나 많은데 왜 문제 터진 곳을 가줘야 돼?
'그런데 점주분들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TV에 나오는 인기 좋고, 이미지 좋은 연예인의 프랜차이즈를 개점했다.
후루룩~!
음식도 맛있게 잘 만들고 있다.
이전에도 한번 먹어봤지만 그때와 감상이 달라지진 않았다.
"미오새에서 말씀드렸지만 잘 만들었어요. 한국에서 이거보다 더 맛있는 라멘 먹으려면 맛집 찾아가야 돼요."
―미오새 ㅋㅋ
―위너와 우정 출연했었지 ㅎ
―난 맛없던데
―???: 거절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었다
달라진 건 이미지뿐.
프리미엄은 확실히 꺼졌지만 가오리 라멘 자체의 경쟁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시 살릴 수 있는 여지는 있어.'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전 국민의 적이 돼버렸다.
채팅창 반응을 대충만 훑어봐도 좋지 않다.
─귀여운곰탱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ㄹㅇ 그거 까고 뒷광고 아님?
"리얼루요. 제가 방송에서 한 말이 있기 때문에 책임 의식을 느껴서 온 거예요."
―그거 까면 ㅇㅈ이지
―이걸 진짜 까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근데 그럴 수는 있겠다
―갓정환 인성 ㄷㄷ
나로서도 큰마음 먹고 진행하는 콘텐츠다.
자칫 잘못하면 역풍이 크게 불 수 있다.
'그렇게 리스크가 높은 만큼.'
리턴도 크게 올 수 있다.
가오리 라멘은 사실 더 이상 문제가 없는 음식점이다.
공지― 『가오리 라멘 네고하러 가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J오정환입니다
제가 '미운 오리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오리 라멘을 맛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일부 점주분들이 그 방송을 본 게 창업의 계기였다고 하소연을 하시더라고요.
더 이상 전 대표와 관계가 없다는 사실도 알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만약 맞다면 피해를 보신 점주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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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이 어렵다.
원래의 역사에서 가오리 라멘은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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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봄이(rhflffk1231) · 2017―08―01
「BEST」 위너 완전히 손절한 거 맞는지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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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동그랑땡(znfh0703) · 2017―08―01
「BEST」 점주들 피해본 건 불쌍한데……
그에 대한 보상은 본사가 해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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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환의개(tkdgur1020) · 2017―08―01
「BEST」 난 이슈는 둘째 치고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안 갔음기존에 가던 애들도 인스타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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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초강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준비한 콘텐츠다.
"댓글에서 베플 달린 것 위주로 질문을 추려봤거든요? 그래도 맹점이 있을 수 있으니까 가는 길에도 의견 계속 받겠습니다."
―콘텐츠 의도는 좋네
―몰래 온 손님 위너 나오면 ㄹㅈㄷ
―근데 말한다고 들어줌?
―대답 못 하면 진짜 끝장 나겠네
네고왕.
출연자가 프랜차이즈 기업을 상대로 가격을 네고하는 웹예능이다.
'굉장히 파격적으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업과 소비자가 윈윈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었다.
할인 내용보다 할인율에만 초점이 맞춰지게 된 것이다.
끼익―!
적어도 첫 방송은 확실하게 성공시킬 수 있다.
해당 프랜차이즈가 협조한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안녕하세요. 전화로 이야기 나눴던 오정환입니다."
"아,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가오리라멘의 본사, 가오리에프앤비의 사무실이 있는 장소다.
대표이사실에 들어왔다.
처음 보는 아저씨가 살갑게 맞이해준다.
─라스트위치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위너 어디 감? 위너 어디 감? 위너 어디 감? 위너 어디 감? 위너 어디 감?
"시청자분들이 위너 어디 갔냐고 묻네요."
"그, 그게 그분은 이제 저희랑 상관이 없는데;;"
―말 더듬누 ㅋㅋㅋㅋㅋㅋㅋ
―이걸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방 갔다고 해
―그걸 우리가 어떻게 믿는데?
그만큼 필사적이다.
방송 촬영과 네고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사전 통화를 가졌을 때.
'급해 보이긴 했지.'
반색을 해왔다
회사의 상황이 힘들다.
개선해보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다.
"그분에 대해서는 볼드모트라고 단어를 대체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승리는 안 될까요?"
"볼트모트로 좀……."
위너 지우기.
말뿐이 아닌 행동에 나섰다.
위너가 가지고 있던 주식이 전량 소각되었다.
위너와 연관돼있던 회사의 지분도 매각해 전액 사회에 기부했다.
물론 순수하게 바라볼 일만은 아니다.
'기부라는 게 세금 감면 효과도 있어서.'
찍힌 이상 탈탈 털린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이상 국세청도 세무 조사에 나서게 된다.
그렇게 악행을 일삼던 이들.
탈세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갔을 거라는 게 불 보듯 뻔하다.
그것을 이미지 개선과 세금 감면에 이용한다.
장하다고 볼 일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주셨으면 하는 게."
"네?"
"저도 그렇고, 시청자분들도 그렇지만 이 회사를 살리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점주분들이 안타까워서 온 거예요."
"아, 네……. 그렇죠."
―정환이 말 잘하네
―ㄹㅇ 니들을 우리가 왜 도와줌
―진짜 딱 저 말 하고 싶었는뎈ㅋㅋㅋㅋㅋㅋㅋ
―점주 지원 "해줘"
아닐 수도 있지만 동정의 여지는 없다.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의 상황이다.
'바짝 엎드려야지.'
덩치가 커질 대로 커졌다.
가맹점 수만 50개.
이 정도 규모의 프랜차이즈는 유지비만 해도 엄청나다.
갑자기 매출이 반에 반토막이 났으니 경영 상황이 말이 아닐 것이다.
일단 회사에 피가 돌아야 한다.
"점주분들이 숨통이 트여야 가오리 라멘도 앞으로 정상화될 수 있는 거고."
"그렇죠, 그렇죠!"
"점주분들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으로 해주셨으면 하는 게 저와 시청자분들, 그리고 국민분들도 원하시는 바라고 생각해요."
"본사가 허리띠를 동여매서라도 점주분들께 확실한 지원책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기존의 주주들.
마음 같아서는 어디 매각 하고 싶다.
하지만 상장된 주식도 아니니 쉽지가 않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사모 펀드에 팔리는데.'
사모 펀드가 회사를 정상화시킨 다음에 어디 대기업 같은 데 파는 식이다.
그것도 웬만큼 안 좋은 기업이나 가능하다.
전 국민한테 미운털이 박혔다.
아무리 헐값에 내놔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을 사고 싶은 투자자는 없는 법이다.
"피해를 보신 점주분들께."
"모든 점주분들께."
"아, 네. 가맹비 3천만 원을 전부 돌려드리는 것으로 임원진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오오
―와 통 크네 ㄷㄷ
―점포 수십 개던데 10억 넘게 나가는 거 아님?
―3천만은 ㅇㅈ이지
경영이 가능한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現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진의 생각일 것이다.
'이렇게 출혈 서비스하는 경우 흔해.'
겉보기만 그럴듯하게 만든다.
반짝 효과를 노려서 좋은 값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함이다.
즉,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생은 아니다.
점주들은 최소 억 단위의 손해를 안고 있다.
3천만 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느 분이라고는 말씀드릴 수 없는데."
"네?"
"점주분이 저한테 말하시기로 로열티가 너무 높아서 가격도 비싸다는데요?"
"……."
원래 받아내야 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업인과 대화를 할 때는 많은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속는지도 모르고 속을 수 있어서.'
업계 인맥에게 상담을 받고 갔다.
실제 점주분이 도움을 주셨다 보니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충신지빡이님, 별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라멘 한 그릇에 1만 원은 에바참치짘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분들이 소비자거든요? 화가 난 소비자들에게도 네고를 해주셔야 합니다."
"……."
―기대해도 돼?
―화가 많이 났음ㅋㅋㅋㅋㅋ
―아무튼 화남 ㅋㅋ
―4딸라!
네고왕이 인기를 끈 이유.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역시 할인율이다.
'물론 본말전도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
할인 내용도 중요하다.
단순히 가격을 내리면 점주들만 손해를 볼 수 있다.
모든 비용은 본사가 부담한다.
기본 조약을 토대로 더 많은 네고를 이끌어낸다.
"그럼 저희가 가격을 만 원에서 8천 원으로……."
"제가 들은 게 있어서 그래요. 로열티만 업계 평균 수준으로 줄어들면 기본가 8천 원 해도 된다고 들었거든요?"
"……."
정말 방송이었다면 유쾌하게 진행하겠지만 상대가 상대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권선징악.
'엿 좀 처먹으라고.'
적절한 합의점을 찾는 본래의 네고왕과는 다르다.
기업이 일방적인 손해를 봐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의 윈윈이 아닌, 점주와 소비자만 윈윈.
그래야 비로소 대중도 귀를 연다.
"저희가 프랜차이즈라서 아예 없앨 수는 없지만, 큰 폭으로 로열티를 줄이고 기본가도 낮춰보겠습니다."
"또."
"네?"
"그건 기본가고 네고는 이제부터 시작이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들 이미지 생각 안 함?
―진짜 반값은 해야 사먹지 ㄹㅇ
―4딸라! 4딸라! 4딸라! 4딸라! 4딸라! 4딸라! 4딸라!
그를 위해 큰 지출을 해도 결코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정상화되기 위한 투자.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겠지.'
상담을 받았던 대로 흘러간다.
대표도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것이다.
"저희가 그럼 2천 원을 더 깎아서 4천 원으로."
"4딸라."
"원가의 절반인 5천 원으로."
"4딸라."
"……알겠습니다."
일단 살려 놔야 팔아먹을 수도 있다.
못 이기는 척 받아들여서 이미지 쇄신부터 노리자.
'나 없이는 못 굴러가게 만들어야지.'
큰 그림은 이미 그려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