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8화
미스코리아.
한국 최고의 미인 선발 대회다.
과거보다 위상은 떨어졌지만 그 상징성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자 이제 두 분만이 남았습니다. 두 분 중에 한 분은 진, 나머지 한 분은 자동으로 선이 되시는데요~>
대한민국 최고의 미인으로 해석이 된다.
근본력이란 측면에서 더할 나위가 없는 커리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단순히 가장 예쁘다, 가 아니다.
외모만 반반한 애는 클럽이나 유흥업소 돌아다니면 꽤 많이 있다.
벌은 만큼 피부에 펴 바른다.
뷰티샵에 최소 백 단위, 많게는 천 단위를 다달이 박는다.
성형도 패시브다.
'강남성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외모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마지막으로 두 분의 소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널리고 널린 여자들과는 다르다.
외모뿐만 아니라 인성, 학력 등까지 평가의 대상이다.
참가하는 순간 프로필이 전 국민에게 공개된다.
미스코리아 출신은 확실한 신용을 얻는다.
<이 자리에 올라온 것이 정말 믿기지 않고, 다들 전부 대단하신 분들인데 제가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되어 너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것들이 '미스코리아'를 만든 것이다.
진선미에 뽑혔다고 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위치.
2017 미스코리아 진이 선발 중이다.
첫 번째 후보가 마이크를 쥔 손을 떨고 있다.
'쟤도 좀 예쁘네.'
미인 선발 대회답게 키도 크고 비율이 좋다.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미를 중요시하는 것이 미스코리아의 특징이다.
큰 키와 좋은 몸매에도 불구하고 소녀스러움이 있다.
자신의 첫사랑이 되어줬으면 하는 그런 이미지의 여자다.
'저런 애들이 또 침대에서는 순종적이거든.'
민솔이나 수빈이 같은 타입이다.
도도함을 조금 꺾어 놓으면 그다음부터는 남자에게 매달리다시피 한다.
그 시점부터 질리게 된다.
비슷한 타입을 가져봐서 그렇게 고프진 않다.
진짜 하고 싶은 건 다음 여자.
<자~ 자신이 진이 될 가능성을 몇 퍼센트라고 표현해 주실까요?>
색스럽다.
한 군데, 한 군데 따로 놓고 본다면 천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같은 여자가 본다면 특히 더 그럴 것이다.
'미스코리아 타입은 아니긴 하지.'
가슴도 크고, 허리도 얇고, 골반은 뭐가 그리 풍성한지 모르겠다.
따로 따로 사진을 찍으면 그냥 X감이다.
<저도, 혜진이도 최선을 다 해서 이 자리까지 왔기 때문에 50 대 50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외모라는 것은 전체를 봐야 한다.
과하게 섹시한 파트들이 어디 하나 돌출되지 않고 조화를 이루고 있다.
100을 넘어버린 여분.
고귀함이라는 형태로 흘러나온다.
아우라가 TV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50 대 50이요?>
<그래도 조금은 더 마음이 기우는 쪽이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외모만 보고 뽑는 대회가 아니다.
MC들이 얄궂은 질문은 던져온다.
의도적인 태클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가는 진행되고 있고, 대답 여하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저는 역시 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 그럴까요?>
<한국을 대표하는 미인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니까요.>
아마 여기였을 것이다.
이번 년도 미스코리아가 정해진 시점은 말이다.
'뭐, 그냥 내 뇌피셜로는.'
그전부터 심사위원들 간에 짝짜꿍이 맞았을 수도 있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일이다.
<2017 미스코리아 진! 참가 번호 20번 초가을 축하드립니다!>
상관없는 일이기도 하다.
올해의 미스코리아.
다른 사람들의 첫사랑은 전자일지 몰라도 나는 후자의 타입이었다.
"예쓰!"
결국 해내고야 말았다.
본선이 치러지는 회장에 응원하러 갔을 때 한 선언을 말이다.
건방지고 당당하다.
그 모습이 무례하게 느껴지기는커녕 대하드라마의 왕족처럼 당연해 보인다.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도 하다.
그녀는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연락한다며.'
그것이 엊그제.
방금 본 것은 녹화본이다.
벌써 몇 번이나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최고로 아름다워, 최고로 아름다운 자리에 오른 그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다.
한 마리의 암컷으로 타락시킨다.
팡! 팡!
애꿎은 침대와 씨름을 하고 있다.
차오른 흥분을 도저히 잠재울 수가 없다.
다른 여자로는 안 된다.
가을에게 이 흥분을 쏟아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씨X 졸라 하고 싶다.'
가는 목을 잡고 개처럼 핥고 싶다.
그대로 내려가 탐스러운 그곳에 이빨 자국을 내주고 싶다.
당황하는 그녀를 붙잡아 침대 위에 던져버리고, 두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싶다.
오아시스가 마를 때까지 탐하고 싶다.
긴 머리카락을 고삐처럼 잡은 채 가는 허리가 휠 정도로 하고 싶다.
그녀의 고통에 찬 비명이 나에게는 희열로 다가온다.
'근데 어디 갔냐고 X발!'
연락이 없다.
자존심이 있으니 먼저 말을 꺼내기도 뭣하고, 애타는 시간만 보내고 있다.
막상 미스코리아가 되니 고귀한 삶을 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찬스.
'재벌가 며느릿감 1순위겠지.'
다른 마음이 들 만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모르긴 몰라도, 아니 알고 있지만 잘될 것이다.
대형 기획사가 총력을 다하고, 방송사가 밀어주는데 안 되는 게 더 이상하다.
이신형 선생님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게 뜨게 되면 승승장구.
방송가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게 된다.
스타급 반열에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다.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릴 수도 있다.
녹화한 미스코리아 영상이라도 보면서 위로라도 하려고 했는데.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나간다.
현관문을 열고 본 것은 나의 착각이 아니었다.
"왔어."
"……."
"아니~ 본선 끝나고 피곤해서 좀 쉬려니까 사람을 놔주지를 않더라."
가을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거실 쇼파에 앉는다.
그리고 쨍알쨍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대충 사정이 있었다는 이야기.
전후 상황을 고려하면 이해가 안 될 수가 없다.
그런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어서 문제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뻗치는데 여기저기 불러 다녀 가지고. 응? 듣고 있어?"
그녀가 눈앞에 있다.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아무 말도 않고 있자 고개를 올려다본다.
"야, 뭐 삐졌어?"
"어."
"유치하게 좀 늦었다고 삐지고 있냐. 사정 다 알면서."
"왜 유치하면 안 돼?"
그런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다.
긴장한 듯 고개를 조금 숙인다.
걱정 안 해도 목적은 하나다.
'하고 싶다.'
그대로 손을 내려 어깨를 잡는다.
힘을 주어 밀치자 쇼파 위에 꽤 간단히 넘어진다.
"야, 미쳤어?"
"하자."
"……뭐?"
"함 하자며."
"잠깐. 아니, 순서라는 게 있잖아. 응?"
이리도 손쉬운 것이었다.
그래 봤자 여자.
남자 위에 깔리면 벗어날 힘도 수단도 없다.
답지 않게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다.
볼 일이 있는 건 이 아래의 야한 몸이다.
'X발 우유통 봐.'
노출 한 점 없는 터틀넥이다.
가을이 입는 것만으로도 몸매를 드러내는 야한 옷이 돼버린다.
이 얇은 천 아래.
몇 번씩이나 돌려본 미스코리아 수상자의 큼지막한 살덩이가 있다.
"아, 이건 말해 봐야 소용없으려나."
"……."
"눈 맛 갔네."
손을 올리자 심장의 박동이 느껴진다.
천 아래로 두꺼운 속옷이 있어 만지는 건 아직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움켜쥔 채 목을 핥는다.
한 곳을 계속 핥자 우유맛이 난다.
"진짜 간지러워."
"……."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 진짜."
달달하고 향긋하다.
일반적인 형용사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성을 잃게 만드는 페로몬이다.
딸칵!
스르륵~
거친 숨소리를 흘리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입고 있는 청바지를 풀어준다.
다 알고 있음에도 멈출 수가 없다.
"하아, 하아, 하아……."
쏟아내자 조금 진정이 된다.
하반신으로만 생각하던 정신에 이성이 돌아온다.
시야에 가을의 얼굴이 보인다.
도저히 눈을 마주 볼 용기, 아니 염치가 안 난다.
'반항할 줄 알았는데.'
싫으면 싫다고 해올 줄 알았다.
무덤덤하게 당해버리자 뒷감당이 무서워진다.
싸늘하다.
뭐라도 해서 마음을 풀어주려던 찰나에 가을이 먼저 귓가에 속삭여온다.
"여전히 작네."
"……."
"크기 말고. 마음이 짜샤."
남자로서 민감한 부분이다.
아니, 어디 가서 크기로는 꿀려 본 적이 없다.
지금은 물론이고 과거에도 말이다.
쪼옥!
쭈웁~
입을 맞춰온다.
쇼파 위에서의 어색한 자세임에도 더 끈적해질지언정 떼어지지 않는다.
"커."
"뭐?"
"니 거 크다고. 진짜 찢어지는 줄 알았잖아 이 나쁜 놈아."
그리고 품어준다.
따듯하고 몽글몽글해 사람을 글러 먹게 만든다.
'……숨 막혀.'
안겨있자 아무 생각도 안 난다.
한참을 살덩이에 파묻혀 있다 일어난다.
"살살 해줘. 나 오랜만이란 말이야."
"언제부터?"
"언제였으면 좋겠는데?"
"……."
"걱정 안 해도 너밖에 없었어."
귓가에 속삭이는 그 요망한 목소리가 하반신에 다시 피가 쏠리게 만든다.
가을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말한다.
"안에 들어가서 하자. 나 허리 아파."
"……얼마나?"
"얼마든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
"……너는?"
"하고 싶어. 으아~~ 하고 싶다! 됐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을 터트린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너무 멋있어져서 다시 만나고 설렜잖아."
"너는?"
"나는 원래 예쁘고."
"정말 변하지를 않네."
전 여친.
서로 볼 장은 다 본 사이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조금 많이 흐르기는 했다.
"아깐 왜 이렇게 흥분했어? 아무리 누나가 섹시해도 그렇지."
"임신시키려고."
"안전한 날이라 니 맘대로는 안 될 걸?"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보면 알겠지."
하지만 마음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서로 더 섹시해지고 맛있어진 몸을 탐하고 있을 뿐이다.
"진짜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느긋하게 해줘."
"그래."
"어디 안 도망가니까."
가을을 번쩍 안고 침실로 들어간다.
확실히 상체가 조금 무겁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