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BJ로 산다는 것-841화 (841/846)

841화

소영은 학업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리에서 유튜브 영상 찍는다는데?"

"그래?"

"소영 너 방송 관련해서 잘 알지 않았어?"

3학년.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방송과 병행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학교도 아니다.

"이젠 아니야."

"응……, 그래도 과모임에는 참석할 거지?"

"응!"

하지만 의미가 없었던 건 또 아니다.

BJ 활동을 하면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익숙해졌다.

지금은 친구도 많이 생기고, 대학 생활도 즐겁게 보내고 있다.

인싸까지는 아니어도 말이다.

'BJ라.'

한때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이 BJ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것도 반짝.

봄이라는 슈퍼스타가 신입생으로 들어오며 자연스럽게 관심은 옅어졌다.

사각! 사각!

더 이상 BJ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가끔씩 떠오를 수밖에 없다.

'정환 오빠랑 가을 언니 잘 지내고 있으려나.'

오정환.

취미였던 방송을 중견 기업 수준까지 키워준 장본인이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일도 있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 기억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소중한 사람이다.

가을 언니와 연락을 취한 이유다.

여름 언니에게 대략적인 사정을 전해 들었다.

둘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그것이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최근 전해 들을 이야기에 의하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해피엔딩이라면 더 참견할 건 없을 것이다.

"어디 가?"

"화장실."

"응~ 빨리 와."

소영은 학교를 졸업하고, 무난한 취업 길을 알아볼 생각이다.

개인 방송은 물론 돈이 벌린다.

대학 생활 동안 쓸 용돈을 전부 벌어두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 ……!

하나만큼은 잊을 수가 없다.

화장실에 들어간 소영은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을 가진다.

"아, 아, 아……."

오정환과 만나기 전까지는 한 번도 하지 않은 행위.

그가 떠난 이후로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난다.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세 번.

최근에는 하루에 몇 번씩도 하고 있다.

"아, 우리도 내년이면 4학년이고 졸업해야 하는데."

"근데?"

"아니……, 그 이후에 미래라는 게 있잖아~"

소라는 만호와 다시 사귀고 있다.

전 남자친구인 그가 집요하게 대쉬해 왔다.

딱히 안 사귈 이유도 없었다.

오정환이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미래?"

"좀 생각을 해봐."

"니보단 생각 많은데?"

"아이 씨!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

여러 가지 조교.

그 자극적인 나날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인님보다 많이 시원찮긴 한데.'

만호도 나쁜 남자는 아니다.

사귄다는 선택지에 이른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커험! 직장도 구하고 그러면 우리도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하잖아."

"취업 정해졌어?

"날 뭘로 보고 진짜!"

하지만 대신이 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경제적인 능력은 둘째 치고 침대에서의 모습.

〔주인님♡〕

「그래?」

「잘 지내면 됐지」

―그래도 혹시 쓰고 싶을 때 연락 주세요♡♡

「쓸 여자 많아」

자극적인 플레이를 몸에 새겨주었다.

평생 하지 못할 짓은 몇 달만에 해버렸다.

아직도 연락은 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다.

그런 날이 올지.

「인생이 즐거워?」

―네

「그럼 된 거지」

「오빠도 그래」

지금으로서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와 만나게 된 계기는 인생이 너무 따분해서였다.

"흠! 흠! 나름 용기 내서 말한 건데."

"그래서 뭐?"

"아니, 좀 너도 진지하게 대답하라고! 나는 너와의 교제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현재는 재미있다.

답답하고 바보 같기만 하던 전 남친도 생각보다 활기가 넘치는 녀석이었다.

'바보.'

재결합하고 잘 안 될 줄 알았다.

헤어진 연인이 재결합해도 잘될 확률이 낮다고 들었다.

의외로 잘해주고 있다.

자신의 일도 말이다.

학점도 잘 따놨는지 취업 자리도 정해졌다.

―선물 하나 줄 수 있어요?

「아기씨 같은 이상한 소리 하는 거 아니지?」

―어케 알았어요?

―그건데

「왜 이렇게 미친년들이 많냐……」

그래도 여전히 괘씸한 부분이 있다.

자그마한 장난.

그것이 어떤 스노우볼루 굴러갈지는 모르겠지만 그편이 재밌을 것 같다.

삐익!

BJ그냥녀.

민지는 여전히 편순이를 하고 있다.

방송적 캐릭터를 아직 못 잡았기 때문이다.

"봉투 드릴까요?"

"당신의 마음도 담아줄 수 있나요?"

"……."

―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미친놈이누

―이걸실?

―저쯤 되면 컨셉 맞지……?

편의점 알바가 꽤 재미있기도 하다.

그냥 아르바이트로만 할 때는 짜증나기만 했던 부분이다.

'시청자들이 재밌어 하니까.'

가끔씩 오는 빌런.

방송의 콘텐츠가 되어주고 있다.

시청자들이 기대해주는 부분이다.

BJ로서 그 기대에 응답해줘야 한다.

사생팬 겸 빌런이 와준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빌런대마왕님, 별풍선 1004개 감사합니다!

저런 빌런만 있는 거 아니에요 힘내세요!

"빌런대마왕 님 감사합니다."

BJ로서의 일상.

그럭저럭 적응했다.

방송이라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만은 않다.

'방송 끝나지 뭐 하지.'

최근의 고민은 그 후.

BJ도 당연히 일상이라는 게 있다.

같은 일을 하는 동업자들도 몇 명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로는 허전한 마음을 채울 수 없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대상은 한 명뿐이다.

정환 오빠를 생각하면 몸이 뜨거워진다.

엉덩이를 꾸욱 조이는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꺄아아아아아~~!!"

어두운 골목길.

한 여자가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 광경을 수천 명의 시청자들이 비웃는다.

―이제야 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야 쓰리런!

―진짜 개무섭겠다

―BJ님 뒤에 귀신 있어요

―이건 ㅇㅈ

―돔! 황! 챠!

―유튜브각 나왔누 ㅋㅋ

―진짜 볼 때마다 용함

시아도 방송을 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파프리카TV보다 유튜브가 메인이 되었다.

'유튜브각 나온 거 맞지?'

흉가 콘텐츠.

최근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장 선두에 있는 건 자신의 유튜브다.

일요신문― 「흉가 체험 중 시체 발견한 오정환…… 백골이 덜컹!」

국민일보― 「흉가 체험 BJ 생방송 중 시체 발견…경찰 수사 진행」

잼민일보― 「"공포 체험" 흉가에 간 여성 BJ, 진짜 백골 시신 발견」

인터넷 기사를 타고 퍼졌다.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이 되며 인지도를 급상승시켰다.

고인에게는 당연히 애도를 표하지만 자신에게는 좋은 일이다.

방송적으로 잘 풀리고 있다.

"하아……. 여기 오라고 한 새끼 누구야 진짜!"

―저요

―영구밴 씹가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넘모 무섭다……

―이쯤에서 도망 ㄱㄱ?

이후로도 흉가에 찾아온다.

당연히 맨날 하는 건 아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고대하는 콘텐츠이다 보니 하고 있다.

시아는 잘나가고 있다.

유튜브 성장도 흐름을 탄 만큼 걱정이랄 것은 당연히 없지만.

……! ……!

방송이 끝난 직후.

시아는 다시 흉가에 찾아왔다.

무서워했던 그곳에서 뜨거워진 몸을 푼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쯔쯧 요즘 것들을.'

'젊은 처자가 뭐 저렇게 밝히는지.'

'……나 살아있을 때나 올 것이지 X것.'

그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들이 관심을 가질 만도 하다.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이다.

소변까지 본다.

밤공기를 맞으며 흉가에서 보는 소변은 이루어 말할 수 없는 쾌감이다.

'헥헥헥……, 좋아.'

처음에는 무섭기만 하던 흉가.

그 무서움을 즐기는 게 페티쉬가 되었다.

당연히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오정환이 자주 놀아주지 않았다.

대체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어느 순간 이곳에서의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싹트게 되었다.

'저 이제 ㅈ밥년 아니에요. 이런 무서움 참으면서 할 수 있는데.'

다 마치고 나서야 오들오들 떨린다.

한기와 함께 이곳이 어떤 곳인지 기억난다.

서둘러 흉가에서 벗어난다.

아찔하지만 그렇기에 더 자극적인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저는 이 안건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아나스타샤는 비정상인회담에 출연하고 있다.

그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준 프로그램이다.

"자유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정의까지?"

"와~ 외국인들이 저보다 토론을 잘해요."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대표로 나온 아나스타샤가 강단 있게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나의 자유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자유도 있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는 순간 나의 자유도 끝난다고 봐요."

"음~~ 그렇긴 한데."

혐오 표현도 표현의 자유인가, 아닌가?

그 주제를 두고 타일러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평소였으면 시원하게 반박을 했을 그가 어물쩍거린다.

눈치를 챈 MC들이 끼어든다.

"아나스타샤의 100만 팔로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습니다."

"타일러 씨 지금 표현의 자유가 기다리고 있거든요?"

""하하하하!""

아나스타샤의 영향력.

어느새 비정상인회담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말을 잘한다.

공격적인 토론을 즐긴다.

비정상인회담에서 잘 먹히는 캐릭터이기도 하거니와.

『Анастасия』

게시물 1, 123 팔로워 1.2백만 팔로우 389

「경복궁 간 사진」

「신규 프로그램 영상」

「예술 같은 음식 사진」

대중적으로도 매우 잘나간다.

성공한 SNS 스타의 상징적인 숫자인 백만을 훌쩍 넘겼다.

"저는 반대의 입장이기 때문에 제 팔로워분들도 그렇게 생각을 해주실 테고……."

"장난이에요 장난!"

"난현무 씨 그런 걸로 장난 치면 안 되죠~"

"워낙 토론이 달궈지길래."

그녀의 지분이 높다.

비정상인회담도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그 외 프로그램도 다수 출연하며 잘 나가고 있다.

위이잉~

하지만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성공이 아니다.

촬영이 끝난 아나스타샤는 검은 SUV에 탑승한다.

자신의 차.

창문은 썬팅 처리가 되어있다.

이 안에서라면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

"아! 아! 아……."

다음 촬영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다.

정환 오빠가 최근 연락이 뜸하다.

그에게 텔레그램을 보낸다.

〔오정환〕

―(혼자 한 사진. jpg)

―오늘도 아샤 열심히 했어요!

「ㅇㅇ」

무성의한 단답이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메세지를 받은 아나스타샤는 밝게 웃는다.

'오빠가 봐주셨다♡"

오정환.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평생 러시아에서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 모른다.

몸도 평범하지 않게 바꾸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

자신의 몸으로 정환 오빠가 조금이라도 재밌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 ……!

다음 촬영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아나스타샤는 다시 야해진 자신의 몸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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