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3화
<최군대가라>
2017 LoL 챔피언컵.
<삼성이~ 결국은!>
<작년 롤드컵에서 패배했던 SKY T1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네요.>
그 최종 우승팀이 결정된다.
진용준 캐스터를 비롯한 해설진이 목청껏 소리친다.
롤드컵 우승팀을 스포트라이트 해주는 건 당연한 것이다.
카메라도 우승팀의 부스를 비추고 있다.
"와 우승이다 우승!"
"X바아아아알~~!!!"
삼선 갤럭시의 선수들.
서로를 부둥켜안고 방방 뛰고 있다.
프로게이머 인생 최대의 업적을 달성했다.
금일 결승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향러가 카메라를 본다.
주먹을 휘두르는 펀치 세레모니를 선보인다.
와아아아아아아~~!!
흥분한 관중들이 함성을 쏟아낸다.
지금 이 순간 5만 관중들이 바라보는 주인공은 삼선 갤럭시인데.
―진짜 울어?
―와 배앵 X새끼 때문에 지네
―헐
―테이커 운다
―트타가 방생 존나 해가지고……
―개ㅈ즙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테이커가 우는 걸 다 보네 ㄷㄷ
―무슨 계집애도 아니고 울고 있냐
SKY T1의 부스 안.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채팅창에서 팬들이 난리가 날 만도 하다.
테이커가 울고 있다.
'패배'가 뜬 모니터 화면을 메모장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리며 분을 삭힌다.
동정 어린 여론이 일 수밖에 없다.
강적 RNG를 꺾고 결승전에 올라온 건 그의 공로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즙 짜면서 무릎 꿇고 비는 중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살기 꺼냈눜ㅋㅋㅋㅋㅋㅋㅋ
―지가 바루스 궁 처맞고 왜 울지?
―아 그저 ^눈물샘촉촉^
.
.
.
동시각 커뮤니티에서는 다른 여론이 일어나고 있었다.
테이커를 향해 비난을 던진다.
―슼갈 : 배앵이 방생해서 졌다고요 빼애애애액!!!
----------------------------+
"제가 백인분 못해서 졌죠~"
배앵 결승전 인터뷰 中
+----------------------------
그렇다고 범인몰이 하는 게 맞는 거임?
배앵은 욕 먹고도 넉살스럽게 넘기는데
명색이 팀 에이스라는 새끼가 감정 조절을 못 함
악수하러 온 삼선 갤럭시 선수들은 얼마나 뻘쭘했을까 ㅉㅉ└슼갈은 사고방식이 다름
└정작 지도 바루스 궁 맞고 잘림 ㅋㅋ
└졌으면 얌전히 고개 숙이지 ㅈ밥이
└그 새끼는 팀원 못했다고 즙 짜고 있음 아 그저 ^즙^
인기와 안티는 비례한다.
롤판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테이커도 당연히 예외가 아니었다.
결승전에서 패배.
안티들에게 빌미를 주기 충분하다.
이때다 싶은 안티들이 물꼬를 트고 있다.
―테이커도 불쌍하네
대학도 못 나온 중졸 새끼가
운 좋게 게임 하나 잘해서 롤판 대스타가 되었는데
점점 나이 먹어가니까 속도를 못 따라가서 돌발행동 나오고 결국 눈물까지 질질……
자기 전성기 모습 생각하면 지금 자신이 얼마나 불쌍하게 느껴질까 에휴~└팩트) 니 애X가 더 불쌍하다
└미친놈이 선 씨게 넘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즙갈들 아직도 방 안 뺌?
└너무 그러지 마라. 즙 짜면서 느꼈을 거다 ㅋㅋ
'즙'이라는 은어.
눈물을 대신하는 단어로 감성팔이를 비꼬기 위해 사용된다.
테이커의 별명으로 자리 잡았다.
그가 결승전에서 흘린 눈물을 비웃는 것이다.
―테이커는 그냥 거품이 꺼진 거지……
15 때는 왕린 버스 타고
16 때는 오정환 버스 탔음
17 때는 혼자 증명하려니까 못 하는 거 ㅋㅋ
슼갈들 빼고 다 아는 사실임
└이게 마따
└테이커 자리에 폰 들어갔어도 우승 못 했을까? 난 아니라고 봄 └개ㅈ즙 버스 타는 거 슼갈들만 인정 안 함ㅋㅋㅋㅋㅋㅋ└물로켁 찌익~!
실력도 폄하된다.
선수의 평가는 절대적이지 않다.
시간이 흐르며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결승전의 패배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이커의 안티들이 그를 깎아내리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요즘 들어 존나게 그리운 새끼……JPG
고전파
이름만 들어도 두려웠던 새끼
18살 급식이 본캐, 부캐로 밥 먹듯이 1, 2위 유지해서 꼬마가 제발 프로 좀 해달라고 빌어서 게임단 들어온 새끼 데뷔한 지 1년도 안 되서 롤판에 한 획을 그어버리고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 충격을 선사하고
LCK 볼 맛 나게 해준 새끼
괴물 같은 재능으로 남들이 쓰지도 않는 챔피언들 성능 극도로 끌어올려서 하는 챔마다 게임사가 팔다리 다 잘라버린 새끼
모든 프로팀의 교과서이자 분석 대상이던 새끼
고전파가 하는 것이 곧 메타고 이 미친놈을 막기 위해 메타를 바꾸어야 했던 새끼 없었으면 롤 발전 3년은 늦어졌을 새끼
죽기 전에 고전파를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개ㅈ즙 새끼야
└고전파는 ㅇㅈ이지
└막줄이 핵심이네 ㅋㅋ
└고전파도 참 안타깝지. 하필 17 롤드컵 결승 전날에 실종돼서 즙 짜는 새끼가 그의 업적과 명예에 먹칠을 하고 있음└고전파 몸에서 나가 개ㅈ즙!
하지만 테이커.
아무리 폄하하고, 깎아내려도 도저히 가릴 수가 없는 존재다.
진심으로 그를 싫어하는 롤팬은 없다.
슼갈들이 싫어서.
우승을 하지 못해서.
여러 이유를 붙이는 악성팬들도 한편으로는 그의 재기를 기대한다.
"아~ 이걸 지네 진짜."
"이기면 3연 우승이었던 거죠? 제가 더 잘해야 했는데."
"아니야. 다 한 끗씩 아쉬웠으니까 진 거지."
팀원들도 말이다.
SKY T1의 부스 안.
경기를 패배한 선수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승을 거머쥔 삼선 갤럭시는 무대 중앙에 섰다.
자신들은 씁쓸하게 장비를 정리하고 퇴장해야 한다.
'이 새끼 아직도 짜고 있네.'
패배의 최대 원인.
자신이라는 사실을 배앵도 안다.
오늘따라 딜 계산이 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만 못한 게 아니다.
낯간지러워서 아무 말 않고 있었더니 자신을 죽일 놈 만든다.
"내가 방생궁 한두 번 한 건……, 그래 미안해! 근데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
"솔직히 마지막에 너가 바루스궁 안 맞았으면 이긴 거잖아? 나 4/0/2로 캐리 중이었어."
SKY T1에 원투데이 있었던 게 아니다.
상혁이의 팬들이 자신을 죽일 놈 만들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너 때문에 내가 버스충 소리 듣고 얼마나 억울한데.'
롤드컵 결승전 범인으로 몰린다.
얼마나 쌍욕을 먹고 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무슨 남자 새끼가 게임 하나 졌다고 울고 그러냐."
"……."
"아 됐고, 울음 그치고 기분 풀자. 자자, 화이팅! 내년에 우승하면 되지."
상혁이 즙을 짠 탓에 말이다.
드라마 속 비운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감성팔이를 하고 있다.
"아우, 저 새끼 배그만 하더니……."
"진식이 형도 진심으로 한 소리는 아닐 거예요."
"다음에 진식이 빼고 스쿼드 가자."
짜증이 나서 먼저 나가버린다.
아직도 울고 있는 테이커를 팀원들이 둘러싸고 위로해준다.
향로 메타.
원딜 차이가 게임 승패의 90%를 가른다.
향로를 받고 날아다닌 향러에 반해, 배앵은 연습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승패는 게임 시작 전부터 정해져 있던 걸지도 모른다.
미드가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이 자리에 올라왔다.
그런 테이커의 심정을 팀원들도 백분 이해하고 있다.
'뭐지? 온몸에서 즙이 빠져나간다.'
당사자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방금 전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건 확실히 이 순간이었다.
* * *
테라버닝 사태.
〔개인 방송 갤러리〕
―? 그 새끼는 태생부터 양아치 쓰레기임. txt [384] +719―? 남훈 어떤 놈인지 딱 알려줌 [251] +505―? 남훈 최고 전성기 시절 보고 가라 ㅋㅋ [308] +812―? 갠방갤 투표) 남훈 복귀 된다 vs 안 된다 [230] +175.
.
.
그 여파는 파프리카TV도 뒤흔들어 놓았다.
한때 보라BJ들이 방송도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잊혀 가는 분위기다.
방송가에서도 관련 언급이 뜸해지고 있지만.
―그 새끼는 태생부터 양아치 쓰레기임. txt
1. 사적인 일을 방송까지 끌고 옴
2. 지 맘충 관리 못 해서 타BJ 피해줌
3. 양아치 남캠 습성이 몸에 배어있음
4. 직원은 나의 아래라는 꼰대 사상
5. 자기보다 센 사람한테는 굽신거림
이걸 본인도 알고 절제하는데 못 숨기고 가끔씩 ㅈ같은 인성 튀어나옴나락 간 건 우연이 아니다 ㅇㅇ
└그냥 태생이지
└5번은 사회생활 패시브 아니냐?
└웃긴 건 이 새끼가 남캠 평균이라는 거 ㅋㅋㅋㅋㅋㅋㅋ└원래 ㅄ이긴 했네
한 명만큼은 예외일 수밖에 없다.
남훈.
사건에 직적접으로 연관돼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예인이 아니다.
단순히 소개시켜 줬을 뿐이다.
죄질이라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는 있다.
―남훈 어떤 놈인지 딱 알려줌
어려서부터 삐끼짓 전전함
남캠으로 데뷔해서 바로 잘 나감
별풍만 따지면 파프리카TV에서 1위급
근데 남은 돈은 하나도 없음
돈 관리 하나도 안 됨
걍 뇌가 호두 수준
└호두 뭔데 X발 ㅋㅋ
└쉽게 번 돈은 쉽게 쓴다…… 이 새끼 보면 ㄹㅇ인 듯싶다 └남훈 인생 요약 잘했네
└이 새끼 100% 돈 남은 거 없음 ㅋㅋㅋㅋㅋㅋ
법적인 잣대로 따진다면 그러하다.
연예계처럼 방송사 차원에서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개인 방송도 만만하지 않다.
특히 보라판.
알력 다툼이 끊임없이 오가는 곳이다.
"남훈?"
"그 새끼가 여기가 어딘지 알고……."
"이미지 확실하게 조져버려!"
보라BJ들.
남훈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한동안 보라 방송을 하지도 못했다.
갑질 당한 것도 투성이다.
남훈이 형량을 마치고 돌아온다고 해도 발 뻗을 장소는 없다.
―남훈 최고 전성기 시절 보고 가라 ㅋㅋ
[나이트 삐끼 시절 사진. jpg]
거의 10년 전 사진임
나이트 삐끼 하던 새끼라 그런지 X팔이는 잘하더라~
└얼굴 풋풋한 거 봐라 ㅋㅋㅋ
└저 때도 월천 벌었으면 BJ 안 해도 살 만했을 텐데 사람 욕심이라는 게 참 └딱 여기서 끝났어야 할 새끼인데
└남상렬 X팔이는 ㅇㅈ이지
모든 보라BJ들에게 찍혔다는 건, 모든 팬덤에게 찍혔다의 동의어다.
받쳐줄 사람이 없자 이미지가 맨틀까지 처박힌다.
'…….'
그러한 소식.
남훈의 귀에도 들어간다.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사건은 이미 터졌다.
주워 담을 수 없는 물이다.
그렇다면 수습이라도 최대한 해야 한다.
전보단 못 벌더라도 방송을 다시 하고 싶다.
여론을 보며 복귀각을 엿보고 있었다.
'X발 새끼들 이때다 하고 물어뜯네.'
그것이 힘들어 보인다.
자존심이 상해서라도 저 욕을 들으면서 복귀하기 싫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다.
한 번 커진 씀씀이는 다시 줄어들지 않는다.
쉽게 돈 벌 방법이 필요하다.
남훈의 소식은 뚝 끊긴다.
다시 삐끼 일을 하고 있다거나, 호스트로 보았다는 등 소문이 들린다.
혹은 팝콘TV로 복귀한다는 찌라시도 돈다.
무엇 하나 확인되지 않은 채 세간의 관심은 식어간다.
'…….'
남훈이 골로 갔다는 소식.
김군도 전해 듣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신경 쓰고 있던 대상이다.
"그 새끼는 좀 너무 나댔죠."
"시청자 수 좀 앞선다고 형님한테 개기기나 하고 위아래가 없다니까요?"
보라판에서는 항상 있는 일이다.
대기업BJ들 간의 팬덤 싸움이 생기는 건 말이다.
남훈은 상도덕이 없었다.
지가 좀 잘 나가자 다른 BJ들을 무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가장 선두에 서서 조졌을 것이다.
하이에나 짓을 하는 것만큼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이 없다.
'아니, X발.'
자신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문제다.
어떻게든 틀어막으려고 기를 쓰던 것이 결국 화두에 올랐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민감한 군대 문제.
김군은 군대에 갈지 말지 인생의 기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