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6화
<完>
씨지맥의 폭탄 발언 이후 롤판은 한바탕 뒤집힌다.
하지만 여파는 끝나지 않았다.
「DRFGlobal」
1일
#씨드백
오늘 경기에 대한 감독님의 코멘트입니다.
"바텀의 주도권으로 시작은 좋았으나
퓨식이 정글 도는 법을 까먹어버려서
미드, 정글의 힘이 올라오지 못해
전령과 상체 주도권이 나가며
자연스럽게 패배했습니다.
경기력도 좋지 못했고
당연히 결과도 좋지 않았습니다."
프로게임단 DRF.
씨지맥이 새롭게 둥지를 튼 게임단이다.
이곳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싹트고 있었다.
〔로드 오브 레전드 갤러리〕
―오늘자 씨드백 떴다 ㅋㅋ
[DRF 트위터 글 캡처. jpg]
정글 도는 법을 까먹은 퓨식 패라고 대깨맥들한테 지령 내려짐└퓨식이 아무리 못했어도 격려로 끝내주지
└사탄: 아 이건 좀
└이걸 X발 SNS로 처올려서 이 새끼가 범인이에요 ㅋㅋ└자원 독식한 초비, 4연 솔킬 당한 두란은 두고 퓨식한테 뭐라 한다고??
피드백이 빡세기로 악명이 높다.
게임단 내부 분위기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건 감독의 성향.
씨지맥은 머릿속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말을 한다.
'이 새끼들이 내가 그렇게 잘 가르쳐 줬는데도 처발린다고?'
경기를 진 씨지맥은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SNS로 실컷 떠든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너희들의 그 쓰레기 같은 실력 때문에 초비 밴픽만 왜곡돼서 우리 더 망하겠다. 너희들 때문에 또 지는 거야."
""…….""
DRF의 숙소.
선수들을 집합시킨다.
피드백인지 샌드백인지 모를 상황이 연출된다.
"히익!"
팀의 정글러 퓨식을 흘겨본다.
겁에 질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깐다.
"네가 게임 패배에 몇 퍼센트 기여한 것 같아?"
"거의 제가 다 한 것 같아요……."
"4명 갱 당한 거 다 너 때문이야. 너무 끔찍해 지금!"
씨지맥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일반적인 프로팀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다.
'알면서 왜 이러는 거야? 날 화나게 만드려고 이러나?'
씨지맥은 모르고 있다.
평소에는 아무리 친하게 지내도 감독과 선수.
자신이 편하다고 선수까지 편한 건 아니다.
입장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트런들, 그라가스 2레벨 차이었어."
"네……."
"트런들이 갱 안 가도 이긴다니까? 상상 속의 트런들이 계속 갱을 해주고 있어."
이미 주눅이 들었다.
뭐라고 말을 해도 혼나는 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 나이대다.
어린 선수들.
덩치가 산만 한 씨지맥이 윽박지르자 머리가 새하얘지며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우드득!
우드득!
그런 사실을 모른다.
씨지맥은 손가락 관절을 꺾는다.
긴장한 퓨식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피드백을 예고한다.
"퓨식아, 상상 속의 트런들이 이해하기 힘들지?"
"네, 조금……."
"지금부터 현실 속의 트런들을 보여주마."
"허억!"
DRF의 일상.
선수들은 강도 높은 피드백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실력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다.
'대체 뭐가 문제지?'
씨지맥 본인도 말이다.
자신이 보기에는 100만큼 잘하는 선수들이 50, 70 정도밖에 기량이 안 나온다.
그 이유.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날까 봐 과감한 플레이를 못 하게 된다.
그렇게 실력이 안 나오자 더 윽박지른다.
더 주눅이 들고, 더 윽박지르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다.
"여보세요?"
씨지맥 스스로는 도저히 깨닫지 못한다.
이 답답함 마음을 토로할 사람도 없다.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
넓고 넓은 롤판을 통 틀어도 테이커 한 사람뿐이다.
워낙 신비주의고, 성격도 안 맞아 친분이 생기지 않는다.
그를 제외한다면.
<네, 전화 받았습니다..>
"정환 씨, 잠깐 물어볼 게 있는데……."
<휴가 중인데 왜 귀찮게 구는 거야.>
오정환.
은퇴한 지가 정말 옛적이다.
하지만 재능과 마인드 면에서 리스펙한다.
친분도 있다.
한때 팀을 이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우승만 쏙쏙 빼먹을 수 있는 거지?'
활동한 기간은 극히 짧다.
그럼에도 우승컵을 2개나 들었다.
자신과 딱 반대되는 인생을 살아온 사람.
<아~ 그거야 간단하죠.>
"이유를 알겠어요?"
<세상에 이유 없는 유관은 있지만, 이유 없는 무관은 없거든요.>
"……."
그라면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씨지맥의 능력.
그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결국 게임 외적인 부분인데.'
굉장히 논란이 많다.
일일이 이야기를 꺼내기도 뭣한 수준으로 말이다.
"1934년에 어떤 의학자가 실험용 쥐들로 연구를 하나 했어요."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님이 좋아하는 C소리로 설명해드리는 거예요."
<…….>
팬들 사이에서도 언쟁이 분분하다.
능력을 보고 써야 한다.
아니다, 언행이 가벼운 감독은 안된다.
"그런데 실험을 할 때마다 결과가 자꾸 다르게 나와. 이유가 뭐였을 것 같아요?"
<80년 전이니까 그 시대에 알려지지 않은 뭔가가 있었겠죠.>
"쥐들이 스트레스받아서."
<…….>
그 두 가지를 따로 볼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노벨의학상 수상자 한스 셀리에의 실험에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에는 스트레스라는 개념이 알려지지 않았거든.'
실험실 쥐를 아무렇게나 막 다뤘다.
그것이 실험 결과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학창 시절 키우던 햄스터.
귀엽다고 쓰다듬어주면 스트레스받았다고 죽는 게 그런 이유에서다.
<그건 쥐새끼고! 무슨 사람 이야기하는데…….>
"50%."
<네?>
"아군에게 폭언, 폭설을 들은 자는 능률이 약 50% 감소합니다."
<…….>
그리고 이는 현대 군사학, 스포츠 심리학 등에 접목되었다.
스트레스는 절대 과소평가할 영역이 아니다.
'옆에서 듣고 있기만 해도 능률이 약 20% 감소한다고 하지.'
걸어 다니는 디버프인 것이다.
씨지맥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팀에 악영향을 끼친 바가 크다.
"머호 씨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5인 이상의 단체에서는 아예 없는 편이 낫다는 거예요."
<아니, 애들도 아니고 겨우 욕 한두 마디 들은 걸로…….>
"그건 무관식 사고방식이고."
물론 인간.
한낱 쥐와 비교될 정신력이 아니다.
감소한 능률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시기에는 어쩔 건데.'
이를테면 결승전처럼 말이다.
평소에도 좋은 피드백 방식이 아니지만, 중요한 승부에서는 최악의 자충수다.
세상에 이유 없는 무관은 없다.
씨지맥처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증명이 된 사실이다.
<갈구면 더 잘해지는 애들도 있어요.>
"당연히 있겠죠.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도, 느낌도 다르니까."
스트레스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잠재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소위 명장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이것을 컨트롤할 줄 안다.
대표적인 예로 안정환을 길들인 히딩크가 있다.
'아니, 뭐 그런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선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애새끼마냥 자기 말이 맞다고 빽빽 우겨서 될 일이 있고, 안될 일이 있다.
애새끼맥.
그런 별명이 붙을 만도 하다.
그랬던 씨지맥의 귀에 경을 읽어온 보람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누구예요?"
"약간 애새끼 같은 사람 있어."
"누구?"
"닥치고 하기나 해."
"♡"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언젠가 씨지맥도 어른맥 소리 들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나스타샤가 그보다 먼저 어른이 되었다.
'몸매가 X발.'
입술이 두꺼워졌다.
키스를 부르는 그 섹시한 입술이다.
"착하지, 착해."
"오빠~"
"무너지지 않게 올라타."
프라이빗 비치.
플레이 겸 투자로 해외에 사둔 곳이다.
지금은 명백히 플레이 용도로 쓰고 있다.
아나스타사가 길쭉한 몸을 과시한다.
내가 누워있는 썬베드에 능숙하게 몸을 올린다.
찰싹! 찰싹!
찰진 몸이다.
원래는 부드러웠지만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인지 찰기 있게 변했다.
선탠을 한 황갈색의 피부도 잘 어울린다.
건강미와 함께 색기까지 배로 더해졌다.
"잘 썼어. 비켜."
"포옹해주세요."
"의자 무너진다니까 진짜."
그렇게 몸은 컸지만 성격은 그대로다.
그 야한 몸으로 애교를 부려온다.
"아샤는 남친 안 사귀어?"
"전 오빠밖에 없어요."
"오빠랑만 하기엔 너무 야하고 맛있는 몸인데."
내 취향으로 조교한 몸이다.
기특한 아나스타샤의 몸 이곳저곳에 자국을 새겨준다.
"오빠가 맛있게 먹어주세요."
"나야 좋지."
"그리고 아기 하나만 만들어주세요♡"
"……."
새기면 안 될 곳도 있다.
곧 그날인지 유난히 성적 어필이 강하다.
'뭐, 만들고 싶기는 한데.'
혼혈 아기도 한번 보고 싶다.
가능하면 예쁜 여자 아이가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나스타샤의 유전자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지금은 안 돼."
"잘 낳을 자신 있는데."
"앞으로 충실히 하면 생각해볼게."
"네!"
구두 약속만으로도 기쁘다는 듯 활짝 웃는다.
솔직함이 엿보인다.
'진짜 마음 같아서는.'
서양녀들로 몇 명 더 만들고 싶다.
내 유전자를 인종별로 낳게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잔혹하다.
아나스타샤가 힘써서 많이 낳아주면 좋겠다.
"오빠!"
"오빠~!"
"잠깐 한눈판 사이에 또!"
다른 애들도 있다.
리아가 시끄럽게 떽떽거리며 성큼성큼 모래밭을 걸어온다.
"오빠 전 먼저 가볼게요. 곧 비행기라."
"알았어. 잘 가.
"아기 약속 꼭 지키셔야 돼요♡"
휴가를 와서 한 명씩 부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다.
아나스타샤가 간다.
그리고 리아가 온다.
리아는 꽤 장기 체류 중이다.
"아빠가 또 바람 핀다. 그치, 애기야?"
"……소름 끼치는 소리하지 마."
"엄마 사랑해줘야 하는데~"
아기를 가졌다.
하도 만들어 달라고 눈 돌아갈 듯이 졸라대서 만들어줬다.
'휴식 기간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오래 활동했다.
1년 정도 쉬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복귀 후에는 SNS로 완전히 가닥을 잡을 것이다.
일단은 애기 엄마이니 말이다.
"자꾸 까불면 둘째 안 만들어준다?"
"아앙~ 농담이죠♡"
"그래."
"제 몸 누구 건지 아시잖아요♡♡"
안 그래도 큰 게 임신을 하더니 더 묵직해졌다.
곧 진짜로 그렇게 될 리아가 기대된다.
몸매가 야해지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그 부분도 염두에 두고 있다.
"낳으면 몸매 관리 잘해?"
"제가 언제 오빠 실망시킨 적 있나요."
시대가 시대다.
오또맘 등 맘스타도 인기가 있다.
리아도 적당한 때 체인지하면 될 것이다.
'경쟁력은 충분하지.'
처녀 때의 야한 몸을 아이를 가지고서도 유지한다면 말이다.
색기만 따지면 더할지도 모른다.
"오빠……, 저도."
"응?"
"가지고 놀아주세요."
나의 두 명의 첩이다.
민솔도 많이 가지고 놀았다.
'불장난을 좀 했지.'
처음 만났을 때는 예뻤다.
그렇게 완벽한 몸을 가지고 있으면 하나쯤 망가뜨려주고 싶은 게 사람 심리다.
"오빠 아파요."
"뭐, 어때 내 건데."
"그럼 괜찮아요♡"
이런 몸으로 어떻게 남자 만나냐고 즙을 짜댔다.
어쩔 수 없이 첩으로 거둬줬다.
'여배우니까 이미지 문제도 있고.'
뒷세계에 소문이라도 퍼지면 보통 큰일이 아니다.
전 남친 작품이 새겨졌다고 말이다.
그 전 남친이 누구인지.
이목이 모아진다면 나도 다른 사람 문제가 아니게 된다.
……! ……!
여배우라서 좋은 점도 있다.
휴식 텀이 상당히 길어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또 만들어줄 거예요?"
"미쳤어? 너 내일부터 촬영이잖아."
"4개월 후에 작품 끝나니까 괜찮아요. 충분히 속여 넘길 수 있어요."
아이를 가진다고 당장 티가 나는 게 아니다.
뱃속에 내 아이가 있는 채로 찍은 작품.
'이게 진짜 이스터 에그지.'
일반 관중들은 절대 느낄 수 없는 희열이 있다.
"안 돼 아직은."
"으힉!"
"다음 휴식 기간에 만들어줄게."
"♡"
본인도 이제는 즐기고 있다.
더 야하고 추잡해질수록 나의 손때가 탔다는 증거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은밀함.
여배우답지 않다는 배덕감이 싹튼다.
"오빠 저도 잊지 마요~"
"알았어."
"지금 가장 사랑을 받아야 하는 건 저라구요."
리아가 질투를 한다.
임신한 여자들은 외로움을 많이 탄다.
섭섭하지 않도록 놀아줘야 한다.
쭈왑!
민솔과는 입맞춤을 나눈다.
간만의 키스에 흥분되는 듯 혀를 부지런히 움직인다.
"이제 더 안 나오나?"
"네."
"아쉽네. 맛있었는데."
"또 만들어주시면 계속 뽑을 수 있어요."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는다.
산처럼 커졌던 배가 어느새 쏙 들어가 있다.
'지금은 더 키우기 부담되겠지.'
그렇게 낳은 아기.
본인이 키울 수는 없다.
들키면 연예계가 발칵 뒤집힐 것이다.
채이와 소희에게 맡겨뒀다.
토끼녀와 섹시쌤이라는 예명으로 데뷔시켜줬던 애들이다.
지금은 어엿한 강사가 되었다.
둘의 사이도 돈독해져 레즈 부부로 결혼까지 했다.
둘 다 여자이다 보니 아이를 가질 수 없다.
각자 한 명씩 사이 좋게 만들어줬다.
"내후년 정도가 적당하겠네."
"정말! 정말이죠?!"
"민영이나 신경 써줘."
"저도 보고 싶다고요~ 우리 애기 못 만나서 얼마나 서운한데."
그 대가로 다른 아이들도 키워주고 있다.
맞벌이고, 직업도 선생이다.
아이도 좋아하는 모양이다.
리아도 아기를 낳으면 맡기기로 하였다.
……! ……!
리아와 민솔과 함께 다시 한번 극락의 문을 두들기려던 찰나.
뚜벅뚜벅
지옥의 사신이 걸어온다.
가을이 한기가 어린 표정으로 나와 그녀들을 쳐다본다.
어찌나 놀랐는지 리아와 민솔도 입술을 떼고 눈치를 본다.
"왜 이렇게 저기압이야."
"살판나셨네."
"마님 화나셨다. 돌아가."
"네."
"네에……."
아무래도 기가 세다.
최근 잘나가기까지 한다.
가요계에서 작정하고 밀어주고 있다.
'노래도 좋은데 비주얼까지 장난 아니니까.'
카메라를 엄청 잘 받는다.
여러 예능에도 출연하고 있고, 드라마와 영화로도 발을 넓혔다.
둘만 있게 된 넓은 해변.
어느새 해가 저물어 쌀쌀한 저녁 공기가 피부를 간지럽힌다.
"질투하는 거야? 귀엽네."
"아니거든."
"서방님 첩이니까 사이 좋게 좀 지내줘."
"내 맘이야."
여자들 간의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모양이다.
나도 아직 애를 먹고 있다.
'애는 만들어줬는데.'
가을의 부풀어 오른 배를 쓰다듬는다.
4개월쯤 되자 제법 둥그스름하다.
"아무리 까불어도 넌 내가 임신시킨 년인 걸 기억해."
"임신해준 거거든?"
"고마워."
리아와 민솔이 별장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자 조금은 풀어져서 허리를 숙인다.
쭈왑!
입술.
찐한 키스를 나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놀아준 지 좀 됐거든.'
아무래도 안정기를 가져야 한다.
슬슬 반응이 오는지 호흡과 심장의 맥박이 빨라진다.
"서방님 말 잘 들어야지."
"야옹."
"그렇지?"
"야옹♡"
스위치가 켜졌다.
평소에는 여전히 틱틱대지만 할 때는 다르다.
'내 전용이라니까.'
나만 볼 수 있는 얼굴이다.
정신을 Off한 가을과 한바탕 광란의 시간을 가진다.
가을이 몸을 부르르 떤다.
쌀쌀한 저녁 공기로 추워진 몸과 간 것의 이중 작용이다.
"잘 먹었습니다."
"이 나쁘노옴……!"
"임신시키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아, 이미 임신 중인가."
태아에 찬 바람은 안 좋다.
가을을 부축해서 별장으로 이동한다.
스위치가 다시 꺼졌다.
'약속을 한 거지.'
하고 싶을 때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낸다.
그 상태에서 일어난 일은 언급하지 않는다.
"옷 다 입었어?"
"보지 마."
"여긴 벗고 다녀도 상관없다니까."
"내가 짐승인 줄 알아?"
자존심 강한 가을로서는 도저히 인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스위치를 만들었다.
암묵적으로 정한 타협점이다.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놀고, 다 즐기면 꼬리를 뺀다.
"다른 애들은 다 괜찮다는데."
"그게 이상한 거야."
"그래?"
"오정환 피해자 모임이라도 만들어야지 정말."
"……."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다.
틱틱대는 가을도, 애완동물이 된 가을도 전부 좋아한다.
쪼옥!
평소에도 부끄러워할 뿐 스킨십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가볍게 입술을 맞추자 볼이 빨개진다.
'맨정신일 때 하는 플레이도 재밌어.'
부푼 배를 쓰다듬는다.
온갖 개발, 피어싱, 타투보다 내 여자가 됐다는 가장 확실한 증표다.
열애 사실은 이미 발표했다.
그쪽으로 스토리텔링이 연결돼 있다 보니 큰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단한 관심은 받고 있다.
팬덤도 확고하고, 요즘은 예쁜 엄마라는 캐릭터가 방송가에서 잘 먹힌다.
"아빠, 엄마 사이 좋게 안 지내면 우리 겨울이 섭섭해."
"이럴 때만 아기 핑계 대지?"
"사랑해."
"첫 남자가 왜 하필 이런 변태인 거야."
"……."
최고로 예쁜 엄마로 만든다.
튼살과 몸매 관리는 이미 하고 있고, 출산 후에도 변함없는 체형을 유지할 것이다.
'그거는 어쩔 수 없겠지만.'
한 명 낳고, 두 명 낳고, 세 명 낳고 점점 변해가는 가을을 즐긴다.
그 굳센 자존심이 어떻게 반응할지 벌써부터 오싹오싹하다.
"내가 서방님일 때가 좋아, 주인님일 때가 좋아?"
"몰라."
"응? 응?"
"……둘 다."
나의 사랑이 조금 무겁기는 하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