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FC 변경 군단의 기사-31화 (31/450)

31. 하고 싶게 만들어

***

본부에서 수리를 끝내고 보내온 아트라스 대검의 위용은 엄청났다.

길이 7미터.

우르사의 키와 같았다.

길이가 긴 만큼 폭도 넓고 묵직했다.

루산은 이 무식한 무기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당장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우르사의 수리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캡틴, 최소 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해요. 주문 넣은 몸체 부분이 아직 완성도 안 됐어요. 중고 시장에서 내장 부품도 뒤져야 해요.”

“그럼 나는 두 달 이상 손가락 빨면서 있으라고요? 정말 군단 멕 남는 거 없어요? 원래 두세 대씩은 여분이 있었잖아요.”

장기 수리에 들어간 멕 나이트의 파일럿을 놀릴 수 없어 여분의 멕 나이트 두세 대는 늘 준비돼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피란민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던 거지. 파일럿 고용해서 다 태워 내보낸다잖아요.”

“그게 어디로 가는데요?”

“2전대로 세 대 다 보낸다던데?”

2전대는 트리어가 지휘하는 부대였다.

“거 참, 본부 개척 기지라고 너무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거 아니야? 지난번에 한 대 추가해 준다면서 더 줘?”

“그래도 어쩌겠어요? 어쨌든 2전대가 반달 호수 지역 괴수도 퇴치하고 본부 개척 기지도 지켜야 한다니, 밀어줄 수밖에.”

“쯧!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니까 그렇죠.”

바르통이 어쩌겠냐며 어깨를 으쓱했다.

정비소를 나온 루산은 곰곰이 생각했다.

‘세 대가 추가되면 2전대 멕 나이트가 16대나 되잖아! 이러면 안전이 확보된 개척지가 금방 늘면서 순식간에 따라잡히겠는데?’

루산의 마음속에 경쟁의 불꽃이 확 치솟았다.

트리어를 좋아하지만, 지고 싶지는 않았다.

<레인보우 시티>

멕 나이트 6대

멕 워커 8대

정찰병 30명

개척병 ······.

‘가만 있자. 개척병이 4차까지 들어와 200여 명이라고 했지, 아마?’

본부 개척 기지에는 없고 레인보우 시티에만 있는 병력 자원이었다.

그리고 이제 염소 알람병으로만 쓰기에는 아까웠다.

루산은 이 병력을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관리부를 찾아갔다.

“탐탐 여분 있나요?”

“탐탐은 긴급 연락용 2마리 말고는 여분이 없어요.”

“그럼 본부에는 있을까요?”

“있을 수도 있죠. 알아볼까요?”

관리부 요원이 지통부로 가서 본부에 확인하고 왔다.

“세 마리 여유가 있답니다.”

“그건 좀 부족한데······. 민간에서 사려면 얼마나 들어요?”

“150골드에서 300골드 정도 할걸요?

“왜 그리 비싸? 소보다 열 배는 비싼 거 아니에요?”

“빠르게 타고 다닐 수 있잖아요. 소는 느리고 겁도 많고.”

빠르게 타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비싸다.

“흐유~ 어쩔 수 없지. 일단 최대한 많이 구해 줄 수 있어요? 민간에서도. 비용은 개척 장려금으로 처리해 드릴게.”

“8구역 전체에서요?”

“네.”

“시간이 좀 걸릴 텐데······.”

“되는 대로 빨리 레인보우 시티로 보내 주세요.”

“그런데 생각하셔야 할 게, 관리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사람도 여럿 써야 해요.”

“그거야 레인보우 시티 요원들이 알아서 하겠죠.”

“그 말이 정답이네요.”

루산은 그다음으로 델타 기비 비축 무기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보았다.

정찰병들의 무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찰, 순찰 때는 가벼운 전투복에 삼지창이나 석궁을 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괴수 몰이나 소형 괴수 사냥에 참여할 때는 두툼한 누비옷 위에 가죽을 덧대고 그 위에 판금을 씌운 중갑을 착용한다.

그 위에 반짝임을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덮거나 풀잎을 붙이기도 한다.

기지를 지키고 치안을 유지하는 경비병 또한 마찬가지였다. 상황에 따라 무장 수준이 달랐다.

그리고 삼지창이나 작은 원형 방패 같은 기본 무장은 본부에서 제공해 주지만, 나머지는 자기 돈으로 구입해야 했다.

“웨이브 대비용 기본 무장 세트 40벌이 있고 판매용 중갑 세트 20벌이 있는데, 갑자기 왜 찾는 거예요?”

“쓸 데가 있으니까 그러죠. 일단 싹 다 레인보우 시티로 옮겨 주세요. 중갑 세트는 총 100벌, 기본 무장 세트는 300벌 본부에 요청해 주세요. 그리고 방벽 위에 설치하는 발리스타 있지 않아요?”

웨이브 때 전진 기지나 개척촌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였다.

“몇 대 있기는 하죠.”

“그것도 레인보우 시티로 보내 줘요. 비용은 개척 장려금 나오는 대로 다 계산해 드릴 테니까.”

루산의 주문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 사이즈에 맞는 중갑 세트와 자신의 키만큼이나 큰 대형 장검을 주문했다.

오랫동안 우르사를 타지 못하더라도 아트라스 대검을 사용할 때 어색하지 않도록 훈련하려는 것이었다.

“전신을 가리는 대형 방패, 몰이용 악기들도 많이 보내 주세요.”

요원과의 대화를 듣고 있던 관리부장이 눈을 끔벅거리며 물었다.

“이걸 다 뭐 하시게?”

“전임 캡틴한테 질 수는 없죠.”

다음 날, 본부에서 탐탐 세 마리와 비축 무기들을 일단 보내 줬다.

루산은 그중에서 몸에 맞는 경갑 세트를 착용하고 석궁 한 벌과 삼지창 하나를 들고 탐탐에 올라탔다.

탐탐- 탐탐-

새로운 주인이 어색한지 탐탐이 자꾸 가슴을 두드리며 북소리를 냈다.

루산도 어색하기는 했지만, 예전에 장난삼아 몇 번 타 본 적이 있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게다가 멕 나이트 파일럿으로서 균형 감각이 뛰어났고 이미 말을 탈 줄 알았기 때문에 델타 기지를 한 바퀴 도는 동안 금세 적응했다.

“갑니다! 최대한 빨리 보내줘요!

관리부장이 손을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탐탐-

커다란 탐탐이 루산을 태우고 두 발로 겅중겅중 뛰기 시작했다.

루산은 오른손에 삼지창을, 왼손에 탐탐의 고삐를 쥐고 레인보우 시티가 있는 서쪽으로 달렸다.

***

켐니츠

하겐

제프

에센

케르펜

바이크

서열이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기는 해도 이것이 현재 레인보우 시티 멕 나이트 파일럿 서열이었다.

변경에서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능력.

케르펜이나 바이크도 경험을 쌓고 능력을 보이면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는 무시를 당하고 어떤 부당한 명령을 받아도 견뎌야 했다.

“케르펜과 바이크는 내일부터 탐탐 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축사 공사를 맡으세요.”

“추, 축사 공사를요?”

상식적으로 멕 나이트에게 축사 공사를 시키는 것은 자존심이 많이 상할 일이었다.

“다른 멕 워커들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 있잖아요. 거기서 빼오면 개척 건설에 연쇄적으로 충격이 오니까 곤란하죠. 두 사람이 멕 워커 일을 대신할래요?”

“아, 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정찰병 복장으로 탐탐을 타고 갑자기 나타난, 이상한 캡틴의 말에 한 번쯤 반항할 법도 한데 케르펜과 바이크는 전혀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그래서 루산은 살짝 실망했다.

나중에야 켐니츠가 기합을 단단히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를 몰랐더라도 신입들에게 큰 관심은 없었다.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는지 모르겠는데, 2전대의 멕 나이트가 16대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건 너무하는군!”

하겐이 평소보다 과하게 맞장구쳤다.

루산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중요하지 않아 넘어갔다.

“본부에서 마음먹고 지원했는데 고작 전진 기지 개척단에 질 수는 없다는 것이겠죠. 어쨌든 본부 개척 기지는 16대, 우리는 6대뿐이에요. 내 우르사는 정비소에서 나오려면 몇 달 걸릴 테고, 여분 멕은 2전대에 다 밀어주니 어쩔 수 없어요.”

파일럿들은 그제야 루산이 왜 멕 나이트를 타고 오지 않았는지 알았다.

“그런데 나는 본부 개척 기지에 지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질 것 같지도 않고. 왜냐하면 레인보우 시티 주변은 이제 중대형 괴수가 거의 없어서 멕 나이트는 원거리 정찰용으로 이용하고 있고, 또 우리에게는 본부 개척단에 없는 개척병들이 있잖아요. 이주민 수도 더 많으니 건설 속도는 우리가 훨씬 빠를 겁니다.”

“음!”

“레인보우 시티 외곽 개척촌 건설에 들어갈 겁니다. 개척병들 무장시켜 소형 괴수들을 소탕할 거예요.”

평소 개척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중대형 괴수가 아니다.

그것들은 덩치가 큰 만큼 눈에 잘 띄어 정찰병에 의해 발견되는 즉시 멕 나이트가 출동해 처리하고는 했다.

수도 많고 숲과 초원으로 숨어들면 잡기 어려운 소형 괴수들이 훨씬 까다로웠다.

말이 소형이지 다 자라면 중송아지만 했기 때문에 개척민들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전진 기지가 한 장소에서 5년에서 10년가량 머물러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소형 괴수들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멕 나이트 대여섯 대, 정찰병 30여 명으로 전진 기지 주변의 광활한 땅을 다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간간이 웨이브가 일어나면 이 작업을 다시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병력을 더 고용하면 수지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전진 기지는 오랜 경험으로 도출된, 이 병력 규모를 유지해 왔다.

다행히 레인보우 시티 주위는 이미 2전대 병력이 중대형 괴수를 꽤 많이 처리하고 서쪽으로 이동해 괴수 빈도가 낮았고 자발적으로 지원한 개척병이 200여 명이나 되기 때문에 루산은 5년에서 10년 걸리는 안정화 작업을 즉시 진행하려는 것이다.

“이겨 보죠! 레인보우 시티 주변에 빨주노초파남보, 여러 개척촌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봅시다. 까짓 수만 명을 받아서 성과 보상금으로 배가 터지게 잔치를 벌여 보자고요!”

켐니츠는 자신과 루산의 차이를 확실히 깨달았다.

‘하고 싶게 만들어!’

이 자리에 있는 모든 파일럿들의 얼굴에 들뜬 열의가 떠올랐다.

실제 일의 난이도는 둘째 치고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켐니츠는 루산이 없는 동안 자신이 레인보우 시티의 규율을 잡고 잘 다스려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루산이 갑자기 돌아왔을 때 자기 자리를 빼앗기는 것 같아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깨끗이 털어 버렸다.

‘잘 왔어, 캡틴!’

켐니츠가 루산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아저씨, 왜 이래? 징그럽게.’

그러나 루산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레인보우 시티에 복귀한 날, 루산은 과감한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

스텐커는 무척 바빴다.

그는 평소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아 주는 일부터 배우자의 외도 현장을 잡아내는 일을 주로 해 왔다.

간간이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해 진범을 찾아달라는 의뢰도 들어오고 소액 사기 피해자의 범인 추적 의뢰도 받았지만, 이처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사건은 처음이었다.

사건 액수와 용의자로 짐작된 상대를 알고 나서 두려움과 부담감이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벅차고 두근거렸다.

한번 경찰 - 그만둔 지 오래지만 - 일에 발을 담갔으면 이 정도 사건은 해결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한 달에 30골드면 적지 않은 수입이기는 하지만, 직원 두 명과 함께 전국 각지를 돌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5만 골드라는 성과 보상금, 그리고 큰 사건을 맡았다는 자부심이 약간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았기에 그는 오늘도 이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오늘 관찰하는 상대는 드디어 파악해 낸 공업 은행 관계자.

5년 전 군수 산업 박람회 때는 공업 은행 지점들 가운데 한 곳의 지점장이었는데 얼마 뒤 본점 지점장으로 승진했고 최근에는 은행장이 되었다.

이름은 안스탈.

그가 들어간 고급 술집에 잠시 후 고풍스러운 마차가 멈추더니 오베론 가문의 둘째 아들이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스텐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로부터 잠시 후 다시 마차 한 대가 멈추고 한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자다!’

느낌이 팍 왔다.

마법사.

마법사라고 해서 특별한 옷을 입고 이상하게 생긴 것은 아니지만, 수십 년 간 사람을 추적해 온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정적이고 자기중심적이고 한 곳으로만 파고드는 사람들 특유의 행동 양식을 보였던 것이다.

한 시간 정도 마차에서 기다리니 마침내 사람들이 나왔다.

가장 먼저 오베론 가문의 둘째 아들이 떠나고, 그다음으로 마법사로 짐작되는 사람이 떠났다.

스텐커는 조수에게 신호를 했다.

‘저 마차를 따라가.’

조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차를 천천히 출발시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