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FC 변경 군단의 기사-39화 (39/450)

39. 빌어먹을 변경 모기

***

“지금 상황에서 개척민을 모집하기 위해 굳이 신문 광고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아?”

단장의 말에 루산은 일부 동의했다.

“맞습니다. 지금은 그렇죠.”

광고비를 들여 개척민을 모집하는 일을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었다.

아라드 왕국의 피란민들이 여전히 국경을 넘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일이고, 변경에 대한 이미지 개선 작업은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효과가 일찍 나타나는 것이니 지금부터 하는 게 낫다는 것입니다.”

“으음.”

“이제 신문 연재소설 네 작품이 시작되었고, 변경 생활 수기도 한 편씩 꾸준히 신문에 실리고 있습니다. 변경 투어와 변경 사업 유치도 진행 중이죠.”

“그래서?”

“여기에 개척민 모집 광고로 사람들을 모집하고 경쟁 요소를 가미해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 발전하는 모습을 알려 나간다면 아주 흥미로울 겁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내용이 풍성하면 신문의 한 섹션을 아예 변경 소식으로 채워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와 관련해서 신문사와 접촉해 볼 수도 있습니다.”

“좋은데요?”

율리안이 맞장구를 치자 단장이 또 인상을 찌푸렸다.

“광고비가 아주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지금 시작한다고 해서 곧바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 것도 아니니 시작은 미리 해야지요.”

루산은 율리안이 자신을 지지해 주는 것이 기뻤다.

그럼에도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이 젊은 황족의 말에 살짝 딴지를 걸었다.

“어쩌면 사람이 많이 모일지도 모릅니다.”

“어떻게요?”

“이 좋은 정부 지원 정책을 다른 나라 피란민들이 누리고 있다! 이렇게 강조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

젊은 통치자의 눈이 크게 뜨였다.

“하하하, 보름스 부장님은 정말 대단하군요. 견제 심리, 보상 심리를 이용한다는 건가요? 대단하지 않습니까, 단장님?”

“흐음······.”

단장은 다른 것보다 율리안이 루산을 자꾸 띄워 주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러나 확실히 루산은 칭찬을 들을 만했다.

누가 아라드 왕국에서 흘러들어 온 피란민을 보고 필센 제국 국민의 견제 심리와 보상 심리를 이용해 변경으로 유인할 생각을 할 것인가?

‘난놈은 난놈이야. 역시 제국 기사 아카데미 출신인가?’

전쟁에서도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단장은 루산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제국 기사 아카데미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떠올렸든 아니면 그 최고의 아카데미에 들어갈 정도로 루산이 뛰어나든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선천적 요인이든 후천적 요인이든 이 둘이 결합된 것이든 뛰어난 녀석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보름스 부장이 변경 개척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 8구역은 피란민들이 들어오면 들어올수록 마이너스야. 이해하나?”

“네.”

제국 정부에서 변경 군단에 지원하는 자금은 이주민 한 사람당 20골드의 개척 장려금뿐이었다.

이 돈으로 군단 요원 급료를 주고, 멕 나이트와 멕 워커를 운용하고, 탐탐과 붐붐을 보살피고, 도로를 포장하고, 이주민에게 집을 지어 주고, 땅을 개척해 주고, 경작 도구와 가축을 나눠 주고, 일을 시키고 급료를 주고, 농사철이 오기 전까지 먹고살 수 있는 식량과 옷을 대 줄 수 있는가?

당연히 턱없이 불가능했다.

부족한 금액은, 개척민들이 정착하여 장차 거둬들일 세금 수익과 상환금을 보고 군단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여하튼 피란민이 많이 들어오면 나중에야 좋겠지만, 그 덕을 보는 것은 몇 년 후가 되는 것이고 당장은 목돈이 뭉텅이로 빠져 나가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해한다니 다행이군. 변경 투어나 변경 사업 유치는 8구역에 도움이 되는 거야. 자금이 들어오니까. 그런데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개척민 모집은 당장 돈이 나가는 사업이란 말이야. 피란민 정착 지원 사업은 황제 폐하의 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특별 지원금이 들어오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감당이 안 돼. 당장 수익 사업이 필요하단 말일세.”

율리안이 단장의 말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루산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변경 6년 차이며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변경 군단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 기본 시스템은 이미 알고 있었다.

개척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데는 많은 돈이 든다.

개척민으로부터 수익을 얻어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고, 괴수 부산물 수입이 그 시간을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루산은 8구역에 변경 투어와 변경 사업 유치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안겨 높은 사람들을 기쁘게 했다.

개척민 모집은, 아직 피란민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리 반갑지 않은 사업인 것이다.

‘위기가 기회지.’

루산은 순간적으로 고민하다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

“응? 어떤 방식 말인가?”

“이번에 레인보우 시티 개척단을 이끈 것처럼 광고로 모집한 개척민들은 제가 이끌어 보겠습니다. 정착에 들어가는 비용은 제가 감당하겠습니다. 그렇게 큰 규모가 아니니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흐음······.”

단장이 루산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말했다.

“말하자면 작은 전진 기지 대장 노릇을 하고 싶다는 뜻인가? 미리 비용을 대고 향후 5년에서 10년 정도 수입을 뽑고 말이야.”

적나라하기는 했지만, 루산의 의도가 그랬다.

“맞습니다.”

“기각이야.”

단장이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 단칼에 루산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렇게 단호하게 거부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루산은 당황했다.

“왜···죠?”

“하는 일이 너무 많아. 경험도 부족하고. 개척민 모집 광고 건은 좀 더 생각해 보고 여력이 생기면 실행하지. 그런 줄 알고 나가 봐.”

한 번 더 이 제안의 타당성을 설명하려던 루산은 단장의 차가운 표정에서 이미 열차가 떠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술을 꾹 다물고 밖으로 나갔다.

율리안이 단장에게 물었다. 그 역시 루산처럼 놀랐던 것이다.

“아니, 왜 거절하셨어요? 비용 문제를 본인이 감당하겠다잖아요. 변경 이미지 개선 작업에 꼭 필요한 부분이고, 홍보 효과도 대단하고, 무엇보다 보름스 부장이 의욕을 가지고 진행하겠다는데, 왜 그 의지를 꺾는 겁니까?”

단장이 짧게 대답했다.

“변경 군단은 개인 욕심 채워 주는 데가 아니에요.”

“네? 욕심은 다들 부리잖아요.”

“주어진 자리에서 자기 욕심 채우는 건 상관없지만,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자리를 만들려는 것은 선을 넘는 겁니다. 허용하면 조직이 무너집니다.”

율리안은 일면 수긍했지만, 그래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능력이 되면 없는 자리라도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리고 저 녀석이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지요. 멕 나이트 캡틴에 신사업부 부장, 여기서 전진 기지 대장까지 한다? 그게 그렇게 만만한 자리가 아니에요. 늙은 여우들한테나 적당한 자리지 젊은 사람은 못합니다.”

역시 경험이 부족한 율리안은 단장의 말을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네.”

그러나 젊은이들이 보통 그러하듯 나이 많은 단장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

루산은 품위를 지키기 위해 씩씩거리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은 이미 활화산이었다.

탐탐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으로부터 자신의 탐탐을 인계받아 타고 라돔 시를 벗어나자마자 끓어오르는 화를 질주로 전환시켰다.

“이랴! 이랴!”

탐탐-

‘와! 달리기 놀이야? 재밌겠다!’

마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탐탐이 신이 나서 겅중겅중 뛰었다.

‘아니, 내가 잘하는 게 싫은 거야? 변경을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거야? 하여간 영감들은 변화를 두려워해서 안 되는 거야. 생긴 것부터가 속이 좁게 생겼어. 고약한 영감탱이!’

한참을 그렇게 험담을 하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니 화가 좀 식었다.

‘요새 왜 이리 일이 안 풀리지? 정말 오랜만에 신전에 가 봐?’

그 사건 이후 신은 원망의 대상으로 변해 다시는 찾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언제나 가까이 있었다.

변경 개척촌에도 신전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델타 기지는 물론이고 개척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레인보우 시티에도 들어와 있었다.

그러나 그저 답답해서 해 본 생각일 뿐 자신의 능력으로 삶을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믿는 루산은 단장의 어리석음을 비난했으면 비난했지 신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악재가 터졌다.

“뭐라고요!”

“그게··· 납품 업체 선정에서 떨어졌어.”

“허!”

아버지 사건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것 역시 암담하고 참혹하고 화가 났지만, 자신이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원망의 대상 또한 자신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일은, 자신이 결정한 것이다.

루산은 땅이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을 처음 느꼈다.

“장난··· 치지 말아요. 재미··· 없으니까.”

루산이 입으로는 웃으면서 눈으로 분노의 불길을 뿜어내며 말했다.

“미, 미, 미안하다.”

루산은 품위고 뭐고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오른손 주먹이 대기를 찢으며 번개처럼 날아갔다.

괴수의 두개골도 부술 만한 분노의 불 주먹!

트리어가 피하지 않고 체념한 듯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것은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원 같이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주먹이 날아가고, 트리어의 얼굴이 솜털 하나, 땀구멍 하나까지 낱낱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미안하다.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차라리 날 때려서 분이 풀릴 수 있다면 때려라.’

‘몸으로 때울 수 있으면 좋겠구나.’

당연히 몸으로 때우는 것으로 넘어가게 할 수는 없었다.

그 외에도 루산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 이 상황에서 흥미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까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 3만 골드라는 돈이 트리어와의 관계를 끊을 만큼 대단한 돈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이다.

3만 골드는 분명 엄청난 돈이지만, 군단 멕을 졸업하고 자신의 멕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작년만큼만 사냥하면 1년 안에 모을 수 있는 돈이었다.

또한 변경 투어 유료 관광객이 한 달에 한 번만 들어온다 해도 1년이면 1만 골드 이상, 유료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 1년에 6만 골드 이상도 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일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으나 절반, 아니 3분의 1수준으로만 잡아도 1년, 늦어도 2년 안에는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인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에게 변경 군단은, 1년에 3만 골드 정도는 충분히 보장해 주는 곳이다. 그리고 트리어는 이곳에서 인정받는 지휘관이면서 나의 든든한 선임이다. 함께 가야 한다!’

3만 골드로 연을 끊을 사이는 아닌 것이다.

놀랍게도 이 생각들이 찰나의 순간 이루어졌다.

팡!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루산의 주먹이 풍압을 일으키며 트리어의 얼굴 가까이 날아갔지만, 거기서 멈추었다.

바람 외에는 날아오는 것이 없자 트리어가 실눈을 살짝 떴다.

“왜······?”

“빌어먹을 변경 모기. 여름이 지나도 극성이네.”

루산의 주먹과 트리어의 얼굴 사이에 시커먼 변경 모기 한 마리가 찌그러져 있었다.

“설마 쫄았어요?”

“야이 씨, 쫄긴······.”

트리어가 멋쩍은 웃음을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나 웃을 상황이 아닌지라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루산이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얘기해 봐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