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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변경 군단의 기사-40화 (40/450)

40. 신화가 되어라

***

쩌억!

우르사가 아트라스 대검으로 스피노의 머리를 수박처럼 쪼갰다.

우르사는 커다란 몸뚱이를 뒤뚱뒤뚱 움직이며 얼른 옆으로 피했다.

돌진해 오던 대형 괴수 스피노가 관성으로 우르사 옆을 스쳐 지나가다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피에 젖은 풀잎과 흙이 튀어올라 우르사의 몸체에 지저분하게 달라붙었다.

이미 우르사 주변에는 많은 괴수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그러나 우르사는 쉴 여유가 없었다.

[루산, 에라스야!]

켐니츠의 고함에 우르사가 호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속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오며 집채만 한 파도를 일으켰다.

악어와 상어를 섞어 놓은 듯한 거대 괴수 에라스가 머리를 수면 위로 내밀고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촤아악-

에라스가 물을 뒤집으며 호수 가장자리로 접근하더니 그대로 성큼성큼 네 발을 움직여 피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사냥 현장으로 다가왔다.

워낙 덩치가 커서 몇 발짝 움직이지 않았는데 바로 눈앞이었다.

[물러나, 루산!]

그러나 루산은 말을 듣지 않았다.

“됐어요! 다들 피해 있어.”

마나 통신기로 소리친 루산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 - 어떻게든 손실을 만회해 보겠다는 절절한 눈빛으로 에라스를 향해 달려갔다.

체고가 멕 나이트보다 높은 에라스가 입을 쩍 벌리자 우르사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르사와 에라스가 점점 가까워졌다.

쿵쿵쿵쿵-

비장함 대신 웃음을 유발하는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열심히 달려간 우르사는 에라스가 자신을 삼키려고 거대한 입을 다무는 순간, 오른발로 바닥을 힘차게 찍고 왼쪽으로 피했다.

그런 뒤 에라스의 입 오른쪽으로 지나가며 아트라스 대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스릉-!

에라스의 턱관절이 금빛 칼날에 베여 나갔다. 입이 쫙 찢어진 것이다.

그러나 워낙 뼈가 크고 단단하여 완전히 베지는 못했다.

쿠아아아아-

처음 겪어 보는 고통에 에라스가 몸을 흔들며 울부짖었다.

우르사는 대형 짐승을 사냥하는 영리한 사냥꾼처럼 얼른 뒤로 물러났다. 옆에 있다가는 깔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에라스가 다시 입을 벌리려 할 때 이번에는 왼쪽 입을 베고 지나갔다.

쿠아아아아-

에라스가 죽는다고 몸을 비틀며 뒹굴었다.

육중한 몸집을 지닌 우르사가 자신보다 훨씬 큰 에라스의 몸부림을 피해 빠르게 움직이며 등을 찌르고 머리를 베며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후훙- 후훙- 후훙-

아트라스 엔진이 거칠게 날뛰었다.

다행히 분해 정비를 마친 뒤라 불안감보다는 강력한 파워가 느껴졌다.

우르사의 공격을 계속 당하던 에라스는 견디지 못하고 몸을 돌려 호수로 돌아가려 했다.

“잡아!”

루산이 마나 통신기로 소리치자 멕 나이트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에라스의 꼬리를 붙들었다.

에라스가 꼬리를 흔들자 켐니츠와 제프의 멕 나이트가 나가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케르펜의 멕이 에라스의 꼬리를 끝까지 끌어안고 몸을 뒤로 젖혀 발로 버텼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우르사가 대신전의 기둥처럼 굵은 에라스의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다리가 베인 에라스는 그대로 엎어져 몸을 뒤틀고 버둥거리다 우르사가 머리에 대검을 박으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갈대숲에 숨어 이 엄청난 대결을 지켜보던 지원 팀 요원들이 거대한 에라스와 우르사 간의 대결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저렇게 큰 걸 대체 어떻게 잡은 거야?”

“괴수가 저렇게 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

요원들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옆에 있는 멕 나이트들이 장난감처럼 보일 정도로 에라스의 몸뚱이는 그야말로 산더미 같았다.

“요새 캡틴이 돈독에 올랐다더니 와~! 저걸 잡아 버리네.”

“요 며칠 사냥한 걸로 지난 몇 달 사냥 못한 거 만회한 거 아니야?”

“모르지. 아, 부른다! 서두르자고!”

멕 나이트의 신호에 멕 워커를 비롯한 지원 팀 요원들이 장비를 챙겨 괴수 부산물 수거 작업을 시작했다.

호숫가에 작업할 물량이 어마어마했다.

피가 더 빠져나가기 전에 상처 부위에 용기를 받치고 몸통에 커다란 괴수용 채혈기를 꽂았다.

그런 뒤 이빨과 발톱을 뽑고, 가죽을 벗기고, 체내의 피를 모으고, 생명 구슬을 채취하고, 힘줄과 뼈를 거뒀다.

어마어마한 물량이라 본부 지원 팀까지 와서 쉴 새 없이 괴수 부산물을 실어 날랐다.

우르사는 아트라스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 호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위험 지역이기 때문에 수거 팀이 작업하는 동안 지켜야 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던 루산이 마나 통신기로 켐니츠에게 말했다.

“켐니츠.”

[응? 왜?]

켐니츠 역시 자신이 맡은 방위를 살피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답했다.

요 며칠 사냥을 많이 한 것은 좋지만 위험 지역이라 부산물 수거 작업을 하는 동안 괴수가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이다.

“내일 나 좀 쉴게요. 대신 맡아 줘요.”

[뭐? 왜? 어디 아파? 다친 거야?]

루산이 쉬겠다고 말하는 것을 처음 들어봤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루산은 휴가를 제외하고는 쉬는 날이 없었던 것이다.

“아픈 데 없어요.”

[아니, 그럼 왜?]

루산이 쭈뼛거리다 대답했다.

“···신전에 좀 가려고요.”

루산과 신전.

영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켐니츠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꼬치꼬치 캐묻지는 않았다.

[알았어. 걱정 말고 쉬어.]

***

“기사님, 오늘 신전 가신다면서요? 일어나셔야죠.”

클라크가 루산을 깨웠다.

아직까지 레인보우 시티에 괴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델타 기지 이전도 확정된 김에 며칠 전에 클라크를 불러오고 이사를 끝낸 것이다.

멕 나이트 파일럿을 위한 숙소 - 변경에서는 그나마 고급 저택 - 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어차피 예전에도 살림살이가 없어 큰 집이 휑했기 때문에 이주민 주택에 이삿짐을 옮기고도 두 사람이 지내기에 충분했다.

“아웅, 5분만 더 자고······.”

“밖에서 에밀리가 기다려요.”

“흐유······, 어쩔 수 없지.”

클라크가 이삿짐을 함께 정리하던 에밀리에게 “기사님, 내일 신전 가신대.”라고 하자, “정말? 나도 휴일마다 가는데. 같이 가면 좋겠다!” 해서 같이 가게 된 것이다.

루산은 할 수 없이 몸을 일으키고, 군복 아니면 작업복만 있는 단출한 옷장에서 그나마 깨끗한 옷을 골라 입고, 잼 바른 고기빵을 우유와 함께 얼른 먹은 뒤에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그래, 에밀리.”

함께 신전에 가는 게 그리도 좋을까 싶게 동생을 안은 에밀리는 환한 얼굴로 루산을 맞이했다.

“내가 안을게.”

“고마워, 오빠.”

친절한 클라크가 하루가 다르게 묵직해지는 에밀리의 동생을 안았다.

그래도 며칠 만났다고 낯을 가리지 않고 착 안겼다.

“어머니는 좀 어떠시니?”

“응, 많이 좋아지셨는데 그래도 쉬는 날에는 거의 누워 계셔.”

“걱정이다.”

“그래도 괜찮아.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까. 이제 일하는 시간도 한 시간 더 늘리셨어. 할 만하다고 하셔.”

“다행이네.”

“그치?”

“응.”

아기를 안은 클라크와 그 옆에서 나란히 걸어가는 에밀리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얘들 봐라?’

가기 싫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 몇 걸음 떨어져 걸어가던 루산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는, 어린 부부 같았다.

마음이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소년, 소녀, 아기의 뒤를 따라 신전으로 가서도 루산은 쉽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8년 만인가, 9년 만인가?’

기사 아카데미에 다니던 시절에 사기 사건이 터졌다.

어찌어찌 주변의 도움으로 졸업은 했으나 휴일이나 방학 때마다 사기꾼들을 잡는다고 돌아다녀 신전을 찾아갈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있었더라도 물론 찾지 않았을 것이다.

신은 보름스 가문을 버렸으므로.

루산은 클라크와 에밀리를 먼저 들여보내고 오래 전에 가출했다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탕아처럼 신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다 오슬로 영감을 만났다.

“캡틴, 무슨 일이십니까?”

거수경례를 하며 큰 소리로 자신을 부르는 오슬로 영감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알아보고 고개를 조아렸다.

레인보우 시티 최고 권력자가 아닌가!

루산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태연한 척 말했다.

“신경 쓰지 말고 어서들 들어가서 은혜 받으세요.”

예배가 시작되고 루산은 나중에 들어가 맨 뒤 구석 자리에 앉았다.

하필 거기에 오슬로 영감이 있다가 루산을 위해 엉덩이를 안으로 밀며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만나니 더욱 반갑소이다, 캡틴. 같이 은혜 받으시지요.”

“···뭐, 그래요.”

루산은 오슬로 옆에 앉아 함께 설교를 듣고 영감이 보여준 찬송가집을 함께 보며 입을 벙긋벙긋했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워낙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실눈을 뜨고 앉아 있기만 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고 오직 신만 듣는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하는 일 모두 잘 되게 좀 해 주세요, 예? 그쯤 했으면 됐잖아요, 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혹시 내가 욕을 해서 앙갚음을 하려고 최근에 내게 시련을 주는 것이라면 마음 풀고 잊어버리세요. 신이잖아요. 헌금도 할 생각이에요.’

품위는 없었지만, 신이라면 이 정도 무례한 언사는 넘어가 주리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했다.

그래도 신에게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해진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신전에 오는 것이구나!’

앞으로 종종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루산은 주머니에 들어 있는 금화를 만지작거렸다.

개척촌 신도들이야 헌금을 안 하기도 하고 하더라도 당연히 동전을 내겠지만, 고민의 금전적 규모가 그들과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루산은 주머니에서 금화 하나, 둘, 셋. 세 개를 손에 쥐고 봉헌함에 넣었다.

속이 쓰렸지만, 신과 화해하고 사나운 일진을 풀기 위해서라면 적어도 3골드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은혜 많이 받으셨소이까, 캡틴?”

오슬로 영감이 예배가 끝나자마자 밖으로 나온 루산을 따라 나와 큰 소리로 인사했다.

루산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은혜 많이 받으세요, 훈련 교관.”

***

오로지 헌금을 하기 위해 휴일에 쉬겠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루산은 트리어와 함께 업체를 찾아갔다.

라돔 시까지 탐탐을 타고 가서 열차를 타고 코부스에서 내렸다.

코부스 지방은 변경 제7구역, 제8구역과 인접한 곳으로 변경에서 들어오는 괴수 부산물 가공 산업, 멕 나이트나 멕 워커 같은 마법 기계 산업, 원자재 가공 산업, 용병 산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루산과 트리어가 투자한 업체의 이름은 신화 공업사.

“어떻게 된 겁니까?”

오늘 설교 시간에 배운 이웃 간의 사랑에 대한 신의 말씀은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루산은 싸늘한 표정으로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미 연락을 받고 대기하고 있었지만, 멕 나이트 파일럿 두 사람이 내뿜는 기세는 무시무시하여 사장은 몸을 떨었다.

“그, 그것이······.”

“바쁜 사람들이에요. 폭력을 쓴 것도 아니잖아요. 얼른얼른 얘기합시다.”

사장은 얼른 얘기하지 않으면 폭력이 동반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하고 서둘러 말했다.

“3파전이라지만, 우리 신화 공업사가 기술력 면에서는 가장 낫고 생산 능력 면에서는 코부스 멕 바디라는 회사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죠.”

“그래서요?”

“그래서 저는 감사하게도 기사님들의 투자를 받아 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납품 업체 선정 심사 기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왜요?”

“코부스 멕 바디 놈들이 우리에게 증산 설비를 납품하기로 한 설비 업체에 웃돈을 주고 설비를 가로채 버렸거든요.”

루산이 인상을 팍 썼다.

사장은 움찔했지만, 일단 하던 이야기를 계속했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 부당함을 호소했지요. 그러나 그건 두 업체 사이의 일이라고 일축하더군요. 결국 우리는 며칠 뒤에 설비를 받아 증산 설비 구축을 완료했지만, 심사는 이미 끝나서 탈락하고 만 겁니다.”

“증거 있어요?”

“네?”

“아니, 코부스 멕 바디가 중간에서 한 일이 법적으로 불법인가요? 불법이라면 증거 있어요?”

“거래 업체 직원 이야기가······.”

“쯧쯧쯧.”

루산이 혀를 찼다.

이미 물 건너갔다.

코부스 멕 바디와 신화 공업사 간 경쟁은 증거도 없을 테고, 있다 해도 어차피 가프 마법 연구소의 납품 업체 선정은 끝이 났다.

소송으로 가 봐야 남는 건 변호사 비용뿐.

“공장 좀 봅시다.”

루산은 트리어와 함께 사장의 안내를 받아 공장을 확인했다.

증산 설비의 가격까지는 정확히 몰라도 최근에 설비를 추가한 것은 확실했다.

오래된 설비와 함께 최근에 증설을 마친, 반짝반짝 빛나는 기계들이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옛날 아버지와 함께 제철소 부지를 돌아보았을 때 껍데기만 남아 있던 폐공장과는 확실히 달랐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 온 공장으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루산이 물었다.

“한 달에 세 대 분량의 멕 몸체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죠?”

“맞습니다. 그게 선정 기준이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뭘 알겠다는 말인지 트리어나 사장은 알 수 없었다.

“사장님.”

“네, 기사님!”

신화 공업사의 사장이 잔뜩 긴장한 채 대답했다.

루산은 그의 긴장을 풀어 줄 생각이 없었다. 결국 제대로 살피지 않은 그의 책임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대로 설비를 되팔아 봐야 절반도 건지기 어려울 것이다.

“코부스 멕 바디랑 드잡이를 하든 소송을 하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어쨌든 나, 아니 우리는 결국 이익을 보려고 투자를 한 것이니 성과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단종된 멕 부품 주문 생산을 늘리든 다른 업체 멕 바디 파츠를 납품하든 방법은 사장님이 찾아야죠. 노력을 하시라는 겁니다.”

“그렇다는 말씀은······?”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일단 투자 회수는 안 하겠다는 겁니다. 이거 설비 팔아 봤자 고철 값이나 받겠어요?”

“그래도 그것보다는 더······.”

“쯧!”

루산이 혀를 차며 째려보자 사장은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우리도 좀 알아볼 테니까 열심히 뛰세요. 지켜볼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쩔쩔매며 인사하는 그를 뒤로하고 루산은 트리어와 함께 신화 공업사를 나왔다.

“회수 안 한다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건지는 게 낫지 않아?”

트리어가 루산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단종된 우르사 몸체 부품을 여기서 주문 제작 했다더라고요.”

“응? 응. 그런데 그게 왜?”

“괜찮아요. 훨씬 단단해진 느낌이에요. 전대장님이 얘기했잖아요. 여기 기술력 좋다고.”

“그랬지.”

“그런데 설비가 부족해 다 만드는 데 5개월이 걸리더라고요. 그러면 주문하기가 꺼려지죠.”

“음!”

“설비를 늘렸으니 처리 속도가 훨씬 빨라졌겠죠? 가프 마법 연구소가 아니더라도 통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나는 전대장님 안목을 믿어요.”

순간 트리어는 감동해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너, 정말······.”

루산은 트리어의 충혈된 눈을 보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가 온전히 트리어의 안목만 믿고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한 달에 세 대 분량이라고?’

가프 마법 연구소가 계획하고 있는 신규 멕 나이트 생산량은 한 달에 세 대.

신생 멕 나이트 생산 메이커로서는 적은 숫자가 아니지만, 한 군데만 잘 뚫으면 수십 대, 수백 대 납품도 가능하니 많은 것도 아니다.

‘한 달에 여섯 대를 생산하게 된다면 당장 신화 공업사도 납품을 할 수밖에 없지.’

최근 사업들이 연달아 성공해 간이 커진 루산은 우르사 몸체를 주문 생산한 신화 공업사를 신화로 만들어 볼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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