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FC 변경 군단의 기사-43화 (43/450)

43. 맷집이 없으면 곤란해

***

레오파드에는 001, 002라는 숫자가 가슴과 어깨에 박혀 있었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첫 번째, 두 번째로 만든 멕 나이트라는 의미였다.

1, 2라고 해도 되고 01, 02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세 자릿수로 나타난 것은 가프 마법 연구소가 999대까지 생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루산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비웃음이라기보다는 멕 나이트를 처음 만드는 마법 연구소가 품고 있는 이상과 바로 눈앞에 나타난 현실의 불일치에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멕 나이트에는, 사람이 갑옷을 입듯, 몸체와 관절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을 씌우는데 001과 002는 이미 대부분의 장갑판들이 뜯어지거나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래도 그들은 악착같이 싸웠다.

싸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으니까.

우르사는 8족 반구형 산악 운반차 - 일명, 대형 거미 - 와 멕 워커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멀찍이 떨어져 레오파드 두 대와 거대한 바실리스크의 싸움을 구경했다.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겁니까?]

칼리슈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물었다.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멕 나이트가 고작 괴수를 상대로 맥을 못 추고 있는 광경에 불안과 초초가 엄습했던 것이다.

루산이 말했다.

“레오파드 파일럿이 괴수에 대해 잘 모르는군요.”

[으음, 아마 그럴 겁니다.]

가프 마법 연구소 파일럿들은 변경 출신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괴수에 대해 잘 몰랐다.

경력이 20년이 넘은 베테랑 파일럿들이고 변경 군단과 거래하는 마법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으니 그동안 들은 이야기가 있고 이곳에 오기 전에 따로 공부도 했지만, 괴수를 직접 겪어 본 적은 없었다.

마나 진동 대검도 잘 박히지 않는 단단하고 두꺼운 피부, 거대한 덩치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 강력한 꼬리 공격, 금속도 녹이는 침······.

‘직접 겪어 보니 끔찍하겠지.’

일단 상대가 나빴다.

성체 바실리스크는 변경의 베테랑 파일럿들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대형 괴수였다.

“그리고 파워가 부족하군요.”

[파워가 부족하다니요? 레오파드 엔진은 강력한 점화기를 사용해 순간 파워가 아이언 워리어의 두 배, 통상 출력도 1. 3배나 되는데!]

칼리슈가 발끈했다.

그는 엔진 제작에 깊이 관여했던 것이다.

아이언 워리어는 필센 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멕 나이트로 변경에서 사용하는 멕도 절반 이상이 아이언 워리어였다.

“그게 아니라 중량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아······!]

칼리슈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루산의 지적에 수긍했다.

루산은 지난 며칠 동안 레오파드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이 새로운 모델의 출시 의도를 대강 파악해 냈다.

오래된 모델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는 아이언 워리어를 기준으로 하면 엔진 출력을 높이고 무게를 줄였다.

그래서 레오파드라는 이름처럼 움직임이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웠다.

새로운 멕 나이트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이 든다.

망하기 위해 그 많은 돈을 쏟아붓지는 않았을 테니 이러한 모델을 개발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트라스.

50여 년 전에 등장했던 크고 강력한 멕 나이트.

그러나 너무나 비쌌던 아트라스는 같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평범한 멕 나이트 여러 대에 둘러싸여 하나둘씩 부서지다 전장에서 사라졌다.

아트라스의 몰락은 멕 나이트를 생산하던 마법 연구소들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아무리 강해도 쪽수를 이길 수는 없다!

멕 나이트 연구 방향이 파워를 높이는 쪽에서 비용을 절감하는 쪽으로 급격히 기운 것이다.

가프 마법 연구소는 보수적인 무기 시장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더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다.

그러면서 비용을 낮추기 위해 몸체의 무게를 줄였다.

강력한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더 비싸지 않은 멕 나이트라고 강조할 것이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야.’

루산은 그렇게 판단했다.

무게를 줄였다 해도 그것이 꼭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관절과 뼈대의 피로가 줄어들고 속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게가 줄어들었다 해도 20퍼센트 정도 줄어들 뿐이었다.

줄어든 무게는 방패나 장갑으로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해진 엔진이라는 장점을 충분히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단점이 있었다.

중량이 줄어들면 버티는 힘이 떨어지고 상대가 밀 때 밀릴 수밖에 없었다.

변경이라면 거대 괴수의 돌진에 휙휙 나가떨어진다.

실제로 바실리스크의 꼬리 공격에 정통으로 맞은 레오파드가 눈앞에서 허수아비처럼 날아갔다.

[으음······.]

칼리슈가 신음을 흘렸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베테랑들이라면서요? 적응하면 괴수한테 지지 않습니다. 멕 두 대가 괴수 한 마리한테 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죠.”

루산의 말이 칼리슈의 염장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결국 레오파드 두 대는 성체 바실리스크를 기어이 잡아냈다.

꼬리로 얻어맞은 부분의 장갑이 찌그러지고 이빨에 물린 부분의 장갑이 부식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지만, 결국은 이긴 것이다.

[하하하, 시간이 좀 걸렸군요. 어떻습니까?]

[대형 괴수라 해서 걱정했더니 별것 아니군요.]

느긋한 파일럿들의 말이 칼리슈의 속을 더욱 뒤집어 놓았다.

출력을 높여 속도를 빠르게 해 주었으면 그것을 이용해 쓱쓱 썰어 버려야 하는데 그리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후유······!”

칼리슈의 시름이 깊어졌다.

***

우오오오-

으허허헝-

퐁고들이 자신들의 터전으로 들어오는 강철 거인들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동족의 포효를 들은 퐁고들이 손에 커다란 뼈다귀를 들고 몰려왔다.

다 자란 퐁고는 키가 멕 나이트보다 약간 더 컸다.

원시의 숲속 퐁고 서식지로 들어가는 가프 마법 연구소 사람들은 사방에서 들려오는 퐁고의 괴성에 오금이 저렸다.

맨 앞에서 퐁고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는 레오파드 파일럿들도 마찬가지였다.

무기를 들고 자세를 낮추며 두 발로 걸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퐁고들.

마치 멕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이거 정말 괜찮은 것이오?]

레오파드 001의 파일럿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루산에게 물었다.

“걱정 마세요. 저 녀석들은 상대가 위축되는 것 같으면 더 날뜁니다. 과감하게 하세요, 과감하게.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마지막 말이 레오파드 파일럿들에게 더 공포감을 심어 주었다.

그러나 현역에서 오래전에 은퇴했다지만, 그들 또한 멕 나이트를 20년 동안 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금세 두려움을 떨쳐 내고 마나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킨 대검을 들고 맨 앞에 오는 퐁고에게 달려들었다.

7미터가 넘는 거체들의 격돌!

퐁고가 타르보의 넓적다리뼈로 만든 몽둥이를 휘둘렀다.

레오파드는 푸른빛을 뿜어내는 마나 진동 대검으로 거대한 뼈 몽둥이를 자르며 퐁고의 어깨를 깊이 파고들었다.

서걱!

으허허엉-!

퐁고가 고통에 찬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굵고 단단한 넓적다리뼈를 자르느라 힘이 빠진 대검은 퐁고의 가슴을 완전히 절단하지 못했다.

대검이 쇄골 깊숙이 박혀 얼른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다른 퐁고가 미커의 넓적다리뼈로 레오파드의 머리를 후려쳤다.

후웅-

레오파드는 얼른 그 공격을 피하고 발로 첫 번째 퐁고의 몸을 밀어 대검을 뽑아냈다.

그리고 뼈 몽둥이를 휘두르다 몸이 돌아간 퐁고의 목을 곧바로 쳐 버렸다.

서걱!

“오! 좋은 움직임이야!”

루산이 감탄했다.

지금은 비록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윤활유 시험, 부품 내구성 시험이나 하고 있지만, 20년 전에 전선에서 적의 멕 나이트를 상대로 무용을 뽐내던 파일럿이었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선에서 은퇴한 뒤 대우 좋고 편한 직장에 뽑힐 때에는 그만한 실력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레오파드 002는 방패로 뼈 몽둥이를 막고 마나 진동 대검으로 텅 빈 퐁고의 가슴을 찔렀다.

푹!

으허허헝-

고통에 찬 비명이 원시의 숲을 쩌렁쩌렁 울렸다.

스릉!

곧바로 대검을 뽑아내자 퐁고의 피가 사방에 흩뿌려졌다.

레오파드 002는 다가오는 퐁고들의 옆구리를 찍고, 목과 가슴을 베어 순식간에 세 마리를 쓰러뜨렸다.

오랫동안 멕 나이트를 상대하던 파일럿들이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상대했던 짐승형 괴수보다 인간형 괴수 퐁고를 상대하는 것이 더 수월해 보였다.

칼리슈의 얼굴에 처음으로 안도의 미소가 어렸다.

“드디어 우리 파일럿들이 몸이 풀렸나 봅니다.”

“그렇군요.”

그러나 루산은 현 상황을 결코 낙관하지 않았다.

파일럿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뛰어났다.

그러나 전선에서 멕을 상대하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변경에서도 필요에 따라 멕이 방패를 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방패는 보통 상대 멕 나이트의 마나 진동 대검 위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드는 것이다.

퐁고의 뼈 몽둥이는 마나 진동 대검처럼 금속을 베거나 찌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변경의 파일럿이라면 무거운 방패를 계속 사용하면서 힘을 빼기보다는 공격 일변도로 나가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퐁고를 다 해치우려 했을 것이다.

‘파일럿들이 먼저 지칠 거야.’

그리고 퐁고들의 공격성은 무시무시했다.

퐁고 무리는, 괴수 웨이브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될 정도로 대단한 몰이사냥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포위하고 몰이해 사냥하면서 결코 물러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퐁고는 순식간에 십여 마리가 쓰러졌음에도 동족의 사체를 타 넘어 계속 밀려왔다.

그러면서 어느새 포위망을 형성해 레오파드 001, 002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레오파드 001과 002의 손발이 금세 어지러워졌다.

으허허허허헝-

9미터는 족히 되는 듯한 퐁고 우두머리가 괴성을 지르자 원시의 숲이 퐁고들의 광기로 물들어 갔다.

더 난폭해진 퐁고들이 레오파드 001과 002를 둘러싸고 무작스럽게 두드려 패기 시작했다.

퐁고에 둘러싸인 신규 멕 나이트 두 대가 갈대처럼 흔들리며 오랜 세월 다른 괴수들의 살과 피로 얼룩진 거대한 뼈 몽둥이로 퉁퉁깡깡 얻어맞았다.

그래도 루산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

칼리슈는 차마 더 볼 수가 없었다.

[도와··· 주시오!]

노골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변경 파일럿이라고 은근히 루산을 무시하던 레오파드 001의 파일럿이 루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칼리슈가 소리쳤다.

[캡틴, 테스트 파일럿들을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그제야 우르사가 앞으로 나서면서 먼저 소음 발생기를 작동시켰다.

- 우르르르르르와아앙!

천둥 같은 괴물의 소리에 레오파드를 두드려 패던 퐁고들이 잠시 멈칫했다.

우르사는 퐁고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쿵쿵쿵쿵!

뒤뚱뒤뚱 달려오는 육중한 덩치를 보고 퐁고 몇 마리가 달려왔다.

쿵쿵쿵쿵!

우르사는 들고 있던 아트라스 대검의 마나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켜 퐁고를 향해 던졌다.

쐐애애액-

푹!

이마를 꿰뚫린 퐁고가 뒤로 그대로 넘어갔다.

우르사는 대형 철퇴를 두 손으로 잡고 휘둘렀다.

부우우웅-!

우르사를 향해 뼈 몽둥이를 휘두르던 퐁고의 대가리가 터졌다.

퍽!

우르사는 회전을 멈추지 않고 대형 철퇴를 그대로 돌렸다.

크허억-!

달려오던 다른 퐁고의 안면이 움푹 들어갔다.

새로운 적이 훨씬 위협적이라고 느낀 퐁고 우두머리가 우르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으허허허허헝-

퐁고들이 뼈 몽둥이를 질질 끌며 우르사를 향해 다가왔다.

우르사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대형 철퇴로 퐁고들의 대가리를 부수고 손잡이 부분의 창날로 가슴을 찌르며 퐁고 무리를 돌파해 키가 무려 9미터나 되는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우허허헝-

퐁고 우두머리는 가소롭다는 듯 괴성을 지르고는 멕 나이트 대검만 한 커다란 뼈 몽둥이를 휘둘렀다.

부웅-

우르사도 대형 철퇴를 휘둘렀다.

후웅-

뼈 몽둥이와 대형 철퇴가 허공에서 부딪치자 충격으로 둘 다 튕겨 나갔다.

우르사가 주의를 끌자 레오파드 001과 002가 자유로워졌고 그들이 퐁고들을 상대하는 동안 우르사는 우두머리와 육박전을 벌였다.

텅!

퐁고 우두머리의 주먹이 우르사의 머리를 강타하자 우르사가 뒤로 크게 젖혀졌다가 돌아왔다.

우르사는 퐁고 우두머리의 복부에 강철 주먹을 꽂아 넣었다.

퍽!

크허헝-

퐁고 우두머리가 비명을 지르더니 우르사를 껴안고 넘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우르사 역시 퐁고 우두머리의 허리춤을 잡고 버티고 서서 결코 넘어지지 않았다.

우르사는 퐁고 우두머리보다 작았지만, 몸집은 결코 작지 않아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

레오파드의 싸움보다 우르사의 싸움이 훨씬 흥미진진하여 칼리슈와 멕 워커 파일럿들은 어느새 손에 땀을 쥐며 우르사의 싸움을 관전하고 있었다.

우르사는 자신보다 머리가 두 개는 더 큰 퐁고 우두머리의 몸에 강철 주먹을 무수히 꽂아 넣다가 체중을 모두 실은 초강력 펀치로 턱을 쳐 올려 마침내 퐁고 우두머리를 쓰러뜨렸다.

“좋은 승부였다.”라고 말하며 쓰러진 상대의 손을 잡고 일으켜 주는 일 따위는 거친 원시의 숲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 숲의 우두머리를 쓰러뜨린 우르사는 떨어져 있던 대형 철퇴를 집어 들어 창날 부분으로 우두머리의 머리를 강하게 찍었다.

푹!

우두머리가 쓰러지자 퐁고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우르사는 첫 번째로 쓰러뜨린 퐁고의 이마에 꽂혀 있던 아트라스 대검을 뽑아 휘두르기 시작했다.

기다란 장검의 빠른 회전 속도를 이용한 날카로운 베기 앞에 퐁고들의 머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우허허허-

우두머리를 쓰러뜨린 괴물의 등장에 퐁고들이 마침내 달아나기 시작했다.

힘이 빠진 루산은 쫓지 않고 칼리슈에게 다가가 외부 확성기로 말했다.

- 알아보겠습니까?

우르사의 위용을 넋 놓고 보도 있던 칼리슈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무얼 알아봤냐는 말인가? 자신의 엄청난 실력? 아니면 저 무식한 조립 멕 나이트의 위력?’

- 알아보겠어요?

루산이 재차 물었다.

- 뭘 알아봤냐는 말입니까?

- 맷집이 없으면 범용 기체가 될 수 없어요.

- 아······!

무기 없이도 무시무시한 괴수 앞에 버티고 섰던 괴물 같은 우르사!

‘그래서 일부러 무기를 놓고 맨손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였단 말인가?’

칼리슈는 퐁고 무리를 상대하는 와중에도 자신에게 깨달음을 주기 위해 그런 여유를 부리는 루산의 실력과 배포에 놀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크게 낙담했다.

‘가격을 높이지 않기 위해 몸체 중량을 낮춘 것이 실수였다는 말인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개발한 가프 마법 연구소의 역작 레오파드.

출력을 높이고 중량을 낮춰 동일한 가격으로 아이언 워리어를 잡겠다는 야심작.

이것이 결국 실패라는 말인가?

그때 루산이 웃으며 말했다.

- 세상은 넓고 시장은 많다. 이반 황제의 말씀이죠.

- 네?

그러나 루산은 추가 설명을 하지 않았다.

느낌에 따라 멋진 말을 던지기는 했는데 다음에 할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로 신비감을 준 채 마무리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 일단 이동하죠. 시간이 지나면 또 몰려올 겁니다.

- 아! 알겠습니다.

우르사가 아트라스 대검과 대형 철퇴를 어깨에 걸치고 앞장서고, 대형 거미와 멕 워커들이 그 뒤를 따랐다.

맨 뒤에는 뼈 몽둥이로 매타작을 당해 장갑판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고 몸체가 우그러진 레오파드 두 대가 따라왔다.

외관이 그래서 그런지 무척 왜소하고 의기소침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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