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KFC 변경 군단의 기사-52화 (52/450)

52. 친구가 필요해

***

아침식사를 하던 아이젠 자작이 눈살을 찌푸렸다.

딸이 이 시간에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비틀비틀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는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이젠 자작은 울화가 치미는 것을 꾹 눌러 참고 말했다.

“노바에 어제 도착한 것 아니었니?”

“맞아요.”

“그럼 집으로 올 것이지. 엄마 걱정하시잖니.”

“새삼스럽게······.”

살짝 혀가 꼬인 목소리로 귀찮다는 듯 대답하는 줄리아의 태도에 아이젠 자작은 다시 이마에 힘줄이 솟았으나 옆에서 말리는 부인의 간절한 표정을 보고 참았다.

아버지의 대응이 심심했는지 줄리아는 자신의 방으로 가려다 말고 식탁 끝 의자에 흐트러진 자세로 앉았다.

폭풍 전야.

전쟁 직전.

이미 무수히 경험한 하녀장은 식사 시중을 드는 하녀와 요리사를 서둘러 식당 밖으로 내보냈다.

“누구랑 마셨니? 다니엘이랑 마셨니?”

어머니의 조심스러운 질문에도 줄리아는 뇌까리듯 대답했다.

“헤어졌어요.”

“뭐?”

아이젠 자작 내외가 눈을 치켜떴다.

“아니, 이번에는 결혼한다며?”

“사람이 시시하더라고요. 돈 자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어······.”

자작 부인이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녀장이 급하게 달려와 부인을 부축해 데려갔다.

자작이 걱정하는 얼굴로 부인을 바라보다 부인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쓰며 줄리아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는 뭐가 문제니?”

“우리 집안에 문제가 또 있나요? 제가 문제지 누가 문제겠어요?”

“알긴 아는구나.”

“······.”

“······.”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니?”

갑자기 줄리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 사람을 봤어요.”

“그 사람이 누구냐?”

“루산. 루산 보름스요.”

줄리아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오랜만에 들어 보는 이름에 아이젠 자작도 깜짝 놀랐다.

아이젠 자작은 딸의 눈물을 보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살다 보면 만날 수도 있지.”

“그 사람한테, 다른, 다른, 다른 여자가 있더라고요!”

줄리아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오열했다.

“세월이 얼만데,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요! 아버지가, 아버지가, 아버지가··· 내 인생을 망쳤어요!”

이미 수없이 들은 이야기였지만, 도무지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

들을 때마다 아이젠 자작은 가슴이 찢어졌다.

그러나 절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인생은 그런 일로 망가지지 않아. 가서 쉬어라.”

바위처럼 끄떡하지 않는 아버지를 노려보던 줄리아는 벌떡 일어나 자기 방으로 갔다.

의자가 꽈당 넘어지고, 계단이 쿵쿵 울리고, 한참 후에 2층 방문이 쾅 닫혔다.

“하아!”

폭풍이 지나가고 홀로 남은 식당에서 아이젠 자작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루산을 봤구나.’

전선 기동 군단 전대장으로 근무하던 아이젠 자작은 제국 기사 아카데미 교수로 임명되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보직이었다.

학생들이 일단 뛰어나니 가르칠 맛이 나고, 장차 이 나라의 중추가 될 기사들을 가르치는 자리라 인맥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이 자리를 거치면 근위대나 수도 군단 기동 전단장으로 승진해 군단장과 그 이상까지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젠 자작도 물론 반가웠다.

승진은 군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명예로운 일이고, 오랫동안 전선에서 홀로 지내다 가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점도 무척 기뻤다.

루산 보름스는 제국 최고의 인재들 사이에서도 금방 눈에 띄었다.

열여섯 살 1학년 때 이미 선배들을 다 이기고 있었다. 검술로는 겨룰 사람이 거의 없었고, 힘과 경험 때문에 고학년들에게 살짝 밀리는 정도였다.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노력도 누구보다 많이 했다.

다 잠든 시간에 불이 켜진 도서관이나 훈련장에 가 보면 루산 보름스가 있었다.

아이젠 자작은 욕심이 났다.

루산 자체도 욕심이 났고, 보름스 가문도 욕심이 났다.

아이젠 자작에게 약간 부족한 점이 있다면 지방 출신이고 노바 대학이나 제국 기사 아카데미를 나오지 않아 연줄이 없다는 것과 재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인데, 보름스 가문은 수도 귀족으로 인맥도 넓었고 재력도 상당하여 자신의 출세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누가 낚아채기 전에······!’

아이젠 자작은 루산보다 4살 어린 줄리아를 종종 아카데미에 데려갔고, 그때 우연인 듯 루산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 보충 지도를 하며 둘을 알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휴일에 함께 신전에 가서 기도를 하고,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루산이 20살, 줄리아가 16살이던 해에 약혼을 시켰다.

보름스 가문에서도 환영했다.

그동안 명예로운 길을 걸은 조상이 없다는 것이 보름스 가문의 가장 큰 부끄러움이었는데 군대에서 인정받는 사돈을 조금 밀어준다면 장차 루산이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활달하고 싹싹한 줄리아는 보름스 자작 부인의 큰 사랑을 받았다.

줄리아는 점점 미모가 물이 올랐고 루산은 갈수록 훤칠해져 누가 봐도 선남선녀였다.

모두가 아이젠 자작을 부러워했다.

평소 학생들 사이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아이젠 자작도 이 시절만큼은 얼굴에 웃음기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름스 가문에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네가 간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야. 내가 지원할 테니 어떻게든 졸업은 해.”

아이젠 자작은 휴일마다 집으로 가서 아버지와 함께 사기꾼을 잡으러 돌아다니다 축 처진 얼굴로 복귀하는 루산을 기어이 졸업시켰다.

그 사이 보름스 가문은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사돈 가문의 덕을 보겠다는 계획은 날아갔지만, 아이젠 자작은 루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혼을 시키면 루산의 누나 시댁처럼 큰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으나 그것까지 감당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루산이 너무나 아까웠고, 자신의 딸에게 ‘파혼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붙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 잊고 새로 시작하면 된다. 근위대에 들어가. 전공을 세우고 싶다면 전선으로 보내 주마.”

그러나 루산은 말을 듣지 않았다.

“변경으로 가겠습니다.”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센 루산은 아이젠 자작의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 사돈네에 진 빚을 갚고 가문을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아이젠 자작은 자신의 딸을 변경의 기사와 결혼시킬 수는 없었다.

변경의 기사는 기사가 아니므로.

결국 둘은 파혼했다.

그 이후 줄리아는 엇나가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의 유일한 짝이라고 생각한 루산과의 파혼은 더할 수 없이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사랑스러운 딸이 엇나가는 모습에 부인은 심장병을 얻었다.

아이젠 가문도 박살이 난 것이다.

아이젠 자작은 모든 것이 자신의 욕심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텅 빈 식당에서 식사를 마저 했다.

자신마저 무너질 수는 없어서 꾸역꾸역 다 먹고 일어섰다.

식사를 마친 뒤 그는 출근했다.

행선지는 수도 군단 사령부.

수도 군단 제3 기동 전단장이 그의 직함이었다.

수도 군단은 다른 군단보다 규모가 훨씬 커서 기동 전단이 무려 여섯 개나 되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극비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사령관이 주의를 주자 전단장들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자세를 바로 했다.

“아라드 전쟁에 우리 수도 군단이 참전하기로 결정됐소.”

“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라드 왕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남방군도 아니고, 주변의 다른 군단도 아니고, 왜 수도 군단이 아라드 전쟁에 뛰어든다는 말인가?

“알다시피 남방군 놈들은 믿을 수 없지 않소?”

아무리 비밀을 전제한 자리라지만, 사령관의 거침없는 이야기에 전단장들은 혹시 누가 들을까 무서워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차피 우리끼리 있는 자리요. 남방군에 맡겨 봐야 마리노 공화국에 비밀이 새 나가지 않으면 다행이지.”

몇몇 전단장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전단장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사령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래서 우리가 대놓고 갈 수가 없소. 남방군에 알려져도 안 되고, 마리노 놈들도 우리 정체를 알아서는 안 되오.”

아우로라 대륙과의 대전쟁을 피하기 위해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뜻.

그러나 오베론 지방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남쪽에 있는 아라드 왕국으로 들어간다는 말인가?

사령관이 탁자 위에 있는 지도를 지휘봉으로 짚으며 설명을 해 주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철도 옆에 주둔하고 있는 3전단 멕을 분해해 화물 열차에 실어서 변경 8구역까지 갈 것이오. 그곳에서 다시 조립해서 원시의 땅 깊숙이 들어간 뒤 남하해 아라드 왕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오.”

“음!”

아이젠 자작이 신음을 흘렸다.

“다시 말하지만, 비밀 유지가 핵심이니 아이젠 자작은 동원하는 병력과 장비에 부대 표시와 마크를 모두 제거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멕은 아이언 워리어만 동원할 것이니 각 전단은 보유하고 있는 아이언 워리어를 3전단의 다른 멕과 교환하도록 하시오.”

아이언 워리어는 필센 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많이 팔린 멕 나이트였다.

그만큼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한 작전인 것이다.

“황제 폐하의 명령이오. 조금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오.”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아이젠 자작은 다른 전단장들과 마찬가지로 절도 있게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심란했다.

전쟁 조짐이야 이미 알고 있었고, 군인이기에 언제든 전쟁터에 투입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문제는 변경 8구역.

아이젠 자작은 루산이 변경 몇 구역으로 갔는지 알고 있었다.

인연의 끈은 얼마나 질긴지 7년이 지났음에도 도무지 끊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

“미스 고슬라에게는 나중에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 마음 풀어.”

“······.”

“후유!”

루산은 열차를 타고 가는 3일 내내 말을 안 하는 클라크를 어떻게든 달래려 했지만, 클라크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감히 주인한테 반항해? 너, 집에 가! 해고야!’

화가 나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클라크처럼 똑똑하고 입이 무거운 아이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변경 첫해에 이미 겪어 보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오히려 언성을 높이고 약자를 괴롭히는 것은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루산은 풀 죽은 모습으로 솔직히 털어놓았다.

“나도 알아. 내가 큰 잘못을 했다는 걸.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는 곧 있으면 집에 도착할 테고, 다시 돌아가는 것은 어려워. 돌아간다 해도 뭘 어떡할 거야? 사귀기를 하겠어, 결혼을 하겠어? 나는 귀족이고 미스 고슬라는 평민이야. 나는 변경에 살고 미스 고슬라는 노바에 살아. 열차 시간만 꽉 채워 3일이야. 뭘 어떡해?”

“누가 결혼하래요?”

꽉 닫혔던 클라크의 입이 마침내 열렸다. 루산은 일단 그게 반가웠다.

“응?”

“결혼은······.”

‘내가 할 거예요!’

그러나 클라크는 그 말을 꾹 삼키고 현명하게 조언했다.

“결혼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 당시 그렇게 된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세요. 기사님의 재산을 관리해 주고 불려 주는 소중한 분인데, 그 정도의 솔직함도 없이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도착하자마자 편지를 쓰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다음 휴가를 잡아서 만난 뒤 정식으로 사과하세요. 그래야 할 것 같아요.”

“음! 맞는 말이야.”

루산은 클라크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평소보다 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렇다고 거짓 반응은 아니었다.

“돌아가자마자 정중하게, 충분히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쓸게. 그 전에 잠시 들렀다 가자.”

“어디를요?”

루산은 클라크를 데리고 코부스 지방에 내려 가프 마법 연구소를 방문했다.

마법 연구소가 으레 그렇듯 가프 마법 연구소도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지만, 루산 보름스가 칼리슈를 찾아왔다는 말에 잠시 후 안으로 안내되었다.

칼리슈는 오랜 기간 잠을 제대로 못 자 충혈된 눈을 하고서도 반갑게 달려왔다.

“어이쿠! 이게 누구십니까? 기사님, 그렇잖아도 할 말이 많아요.”

“하하하! 숨 좀 돌리세요. 이쪽은 마법사 칼리슈 님, 이쪽은 내 집사 클라크예요.”

잠시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기를 기다렸다가 루산은 바로 용건에 들어갔다.

“혹시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제철 공정 효율화 같은 분야도 다루시나요?”

파워 아머 이야기를 먼저 꺼낼 줄 알았던 칼리슈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우리 분야가 아니죠.”

“그렇다면 마법 연구소끼리는 교류합니까?”

“경우에 따라서 교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워낙 폐쇄성이 강해서 흔한 일은 아니에요.”

루산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 효율화된 제철 공정 설비 견본이나 설명서가 있으면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도 설비 제작이 가능할까요?”

칼리슈도 진지해졌다.

“연구해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마법 연구소에서도 해 낸 것을 가프 마법 연구소가 하지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마법 연구소 건데······.”

“훔친 건가요?”

“훔쳤다기보다는··· 그놈들이 나쁜 짓을 하다가 놓고 간 건데, 파워 아머처럼.”

“아! 흐음······.”

칼리슈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미소를 지었다.

루산은 파워 아머를 돌려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이 제철 공정도 가질 생각인 것이다.

칼리슈가 말했다.

“5 대 5.”

루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8 대 2. 내가 구한 거잖아요.”

“에헤이! 그건 아니죠. 마법사들을 너무 하찮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6 대 4. 기사님이 6. 싫으시면 직접 연구해 보시든가요.”

“7 대 3. 가프 마법 연구소에 없던 엄청난 연구 자료를 가져다 줬는데, 그 공을 너무 작게 보시는 것 아닌가요? 다른 마법 연구소로 가죠, 뭐.”

“그게 온전한 건지 알맹이가 빠진 쭉정이인 건지 모르잖습니까?”

“그렇죠.”

루산이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자 칼리슈는 맥이 빠졌다.

“그리고 다른 마법 연구소는 아는 데가 없어요. 마법사 친구는 칼리슈 님뿐입니다.”

갑작스러운 솔직함에 칼리슈는 당황했지만, 친구라는 말이 듣기에 좋았다.

“연구를 하다 제철 공정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이라면 나중에 피닉스 제철에 설치할 때 원가만 받아 주세요. 다른 제철소에 설비를 공급할 때는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알아서 하시고요.”

“피닉스 제철?”

“있어요. 그런 곳이.”

“아, 네.”

“그리고 파워 아머는 칼리슈 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네? 선물로 주신다고요?”

“덕분에 흉수를 추적할 수 있게 됐거든요.”

“으음······.”

“그럼 열차 시간 때문에 이만 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변경 멕 나이트 시제기가 나오면 그때 뵙죠. 나오지 마세요, 바쁘실 텐데.”

“아······!”

루산은 고뇌에 빠진 칼리슈를 두고 가프 마법 연구소를 벗어났다.

클라크가 중얼거렸다.

“뭔지 몰라도 기사님이 귀한 것을 공짜로 준다고 하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이 녀석이! 날 어떻게 보는 거야?”

“그야······.”

클라크가 입을 다물었다.

루산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공짜가 아니야. 그러니 칼리슈 님도 고민하는 거지.”

“네?”

“나는 친구가 필요해. 함께 싸워 주고 지켜 줄 친구가. 그러니 너도 화 풀고 나를 지켜 주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잖니.”

루산이 클라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클라크가 루산을 올려다보았다.

기분 탓인지 외롭고 고단해 보였다.

“편지 꼭 쓰세요.”

‘그럼 언제나 기사님의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알았다니까!”

루산과 클라크는 티격태격하며 코부스 역까지 마차를 타고 갔다.

코부스 역에서 고기 빵과 채소 빵, 우유와 잼을 많이 샀다.

그렇게 잔뜩 싸 들고 익숙한 8구역에 도착하니 둘은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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