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자네의 바닥은 어디인가
***
아라드 왕국에 들어와 들으니 마리노 공화국이 동원한 멕 나이트는 전쟁 중에 계속 늘어나 300대가 넘었다.
반면 아라드 왕국은 노후 기체를 포함하여 53대, 아이젠 자작이 지휘하는 필센 제국군 77대, 루산 일행 4대. 모두 134대뿐이었다.
“아니, 그럼 아라드 왕국은 그동안 고작 50대로 300대를 막아냈다고요? 아라드 왕국 파일럿들의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요?”
“그럴 리가 있겠어? 멕 나이트가 부족하면 병사들이 죽어나는 거지. 산길에 구덩이를 파고, 바위로 막고, 골짜기를 더 깊게 깎고, 다리를 끊고······ 몸으로 때워서 적들의 진군을 저지한 거야.”
평지라면 어림도 없었다. 산악 지형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지형의 덕을 봤다 해도 아라드 왕국의 레인저와 병사들이 죽을 똥을 쌌다는 것은 틀림없었다.
구덩이를 판다?
말이 쉽지 멕 나이트가 빠져 기동이 불가능할 정도의 함정을 만들려면 단단한 암반을 깨고 깊게 파야 한다.
그런 함정을 2년 동안 수없이 파 왔던 것이다.
“그것도 한계지. 지금까지 버틴 게 대단해.”
“그렇네요.”
“지금은 수도 함락 직전이야. 수도로 들어오는 길목 다섯 개를 산길에서 틀어막고 있는데, 파일럿들과 기체의 피로도가 이미 감당 불가 상태였던 거야.”
“우리 제국군이 들어와도 멕 비율이 2 대 1이니까 이거···,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래서 작전을 짜는 거지.”
루산은 바이크, 모리츠, 파비안에게 아이젠 자작이 수립한 작전을 설명했다.
***
아라드 왕국 수도로 들어가는 다섯 개의 길목에는 50대 안팎의 마리노 측 멕 나이트들이 10여 대의 아라드 측 멕 나이트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면 금방 끝날 것 같지만, 좁은 산길인 데다 마리노 측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 지점에 아라드 측이 방어 진지를 구축하고 막고 있었기 때문에 좀처럼 뚫리지 않았다.
게다가 아라드 레인저들이 종종 산을 타고 마리노 진영 뒤로 돌아가 야간 기습을 감행하는 통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도대체 뭘 하는 거야? 이렇게나 병력 차이가 많이 나는데 언제까지 시간만 끌 거냐? 놈들이 늙어 죽기를 기다리는 거냐? 이 멍청이들, 그러고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
매일매일 전령을 보내 닦달하는 사령관과 아라드 레인저를 두려워하는 병사들의 충혈된 눈이 아니더라도 마리노 공화국 파일럿들은 이미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자, 오늘은 끝을 보자! 이 지긋지긋한 산골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 1전대부터 순차적으로 밀어붙여라! 다 죽여!]
[네, 전단장님!]
다섯 개의 길목 가운데 중앙 길목을 맡고 있는 1전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노 공화국의 멕 나이트 16대가 2열 종대로 비탈길을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장갑이 너덜너덜한 아라드 왕국의 멕 나이트들이 자리를 잡았다.
[버텨!]
[네!]
역시 두 대가 나란히 서고 나머지는 뒤에서 앞 기체들을 받쳤다.
이윽고 양쪽이 부딪쳤다.
콰쾅!
양측 선두의 멕 나이트 네 대가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방패를 들고 서로를 밀었다.
마나 진동 대검의 공격을 버텨 내기 위한 실전용 방패였다.
이 정도 두께면 어지간한 실력자가 아니고서는 베거나 찌를 수 없었다.
끄그극!
방패와 방패가 맞닿아 나는 금속 마찰음이 귀를 괴롭혔다.
깡깡!
넓고 두꺼운 방패 사이로 어떻게든 마나 진동 대검을 찔러 보려 했지만, 휘두를 공간이 없어 위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방패 두드리는 소리만 냈다.
마리노 측은 16대, 아라드 측은 10대밖에 되지 않았지만, 경사가 아라드 측에 유리해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밀어라!]
[버텨!]
제한된 전장에서 멕 나이트들의 무식한 힘겨루기가 계속되었다..
엔진이 후웅후웅, 관절이 끼이끼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선두의 멕 나이트가 들고 있는 방패가 긁히고, 전면 장갑이 어느새 뜯겨 나가고, 언제인지도 모르게 날아든 마나 진동 대검에 어깨 장갑에 살짝 흠집이 나기는 했으나 멕 나이트들은 크게 상하지 않았다.
파일럿들이 녹초가 되었을 뿐.
[1전대 내려오고, 2전대 준비!]
마리노 측 1전대가 내려오고 2전대가 올라갔다.
섣불리 추격하다 대열이 흐트러지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아라드 측은 제자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곧이어 마리노 측 2전대가 올라와 다시 힘겨루기를 했다.
쇠끼리 부딪치고 충돌하는 듣기 싫은 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지다 2전대가 물러가고, 이번에는 3전대가 올라와 투덕거렸다.
거대하고 육중한 산 덩어리 사이에 난 작은 길에서 벌어지는 멕 나이트들의 싸움은 멀리서 보면 장난감들의 전쟁놀이 같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박력이 무시무시했다.
밀리지 않기 위해 버티는 발에 바위와 자갈들이 무섭게 튀고, 수십 대의 멕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밀고 있어 정면으로 맞닿은 선두의 멕은 몸체에서 금속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양쪽 다 힘겨루기에 정신이 없는 사이, 마나 진동 대검이 방패 사이로 은밀하게 튀어나와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아라드 측 멕 나이트 한 대가 순식간에 가동을 멈추고 쓰러졌다.
그야말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
아라드 왕국의 멕 나이트 진형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리노 공화국 3전대장이 외쳤다.
[지금이다! 밀어라!]
투둥!
콰다당!
힘의 축이 비틀린 아라드 왕국의 멕 나이트들이 균형을 잃고 뒷걸음질을 치다 쓰러졌다.
[젠장! 후퇴한다!]
아라드 측 전대장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
원래 의도와는 다르게, 더없이 실감나게 작전을 이행하게 된 것이다.
맨 앞에서 적과 대치하다 옆구리를 찔린 멕 나이트, 그 옆과 뒤에서 발이 걸려 넘어진 두 대.
쓰러진 멕 나이트 세 대의 가슴팍에 마리나 공화국 파일럿들은 가차 없이 마나 진동 대검을 내리꽂았다.
파일럿들의 비명이 마나 통신기로 들려왔다.
[끄억!]
한때는 생명이었다는 절규가 아주 짧게 통신기로 전해지고, 그 소리를 들은 아라드 왕국 파일럿들의 눈에서 불통이 튀었다.
‘가만 안 두겠어! 다 죽일 것이다!’
아라드 왕국의 파일럿들은 동료의 비명에 이를 악 물고 복수를 기약하며 산길을 달렸다.
[지금이다! 뚫렸다! 1전단, 돌진! 우리가 가장 먼저 아라드 왕성을 짓밟는다!]
적의 대열이 무너지자 전단장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1전대, 2전대의 멕 나이트들이 비탈길을 올라 3전대 뒤를 따라 달렸다.
한참 동안 좁은 산길을 달리자 마침내 평지가 나타났다.
마침내 아라드 왕국의 수도에 들어선 것이다.
마리노 공화국 멕 나이트 파일럿들은 달아나는 적을 잡겠다는 욕심과 적의 수도에 첫발을 들였다는 기쁨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서 추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의 실수였다.
[먹이가 들어왔다. 하나도 놓치지 말고 다 잡도록!]
뱀처럼 길게 달리는 마리노 측 멕 나이트 좌우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멕 나이트 77대가 나타났다.
아무런 표시와 마크가 없는 아이언 워리어들은 힘겨루기와 산악 구보로 지쳐 있는 마리노의 멕들을 양쪽에서 덮쳐 토막 냈다.
마나 진동 대검을 강하게 휘두르기에 공간은 충분했고 푹 쉬어서 힘이 넘쳤다.
쓰렁!
마리노 공화국 멕 나이트의 팔이 떨어지고, 가슴이 쩍 벌어졌다.
[함정이다! 물러나라!]
경악한 마리노 공화국의 전단장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으나 이미 늦었다.
앞으로 달리고 있던 관성과 길게 늘어진 대열도 문제였지만, 원군의 존재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
마리노 측 멕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미끼 역할을 하던 아라드 왕국 멕 나이트 7대가 돌아와 동료를 죽인 적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박아 넣었다.
쓰릉!
[끄악!]
마리노 측 파일럿들에게는 이곳이 바로 지옥이었다.
[루산, 퇴로를 끊어라!]
[알겠습니다!]
003에 탄 루산은 냉철한 아이젠 자작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레오파드를 이끌고 산길 입구를 막았다.
후미에 있던 마리노의 멕들이 달아나기 위해 가장 먼저 달려왔다.
루산은 아트라스 대검을 들고 마주 달려갔다.
중량에서 밀리기 때문에 정면 대결은 어리석은 짓!
두 멕이 충돌하기 전, 003이 오른발을 박차고 왼쪽으로 튀어나가며 긴 아트라스 대검을 강하게 휘둘렀다.
후우웅-
마리노의 멕 나이트도 대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후우웅-
그러나 마리노의 멕이 휘두른 대검은 003에 닿지 않은 반면 003의 아트라스 대검은 바람을 가르며 마리노 측 멕의 오른 다리를 베고 지나갔다.
쓰릉!
대검 끝부분의 빠른 회전 속도를 이용한 깔끔한 공격이었다.
[멋진 베기!]
모리츠가 탄성을 질렀다.
관성으로 달려 나가던 멕이 균형을 잃고 우당탕 무너졌다.
- 이놈!
동료 멕이 쓰러지는 것을 본 두 번째 멕이 003을 향해 달려왔다.
003은 첫 번째 멕을 쓰러뜨리고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두 번째 멕을 향해 겅중겅중 달렸다.
전투 시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강력한 엔진 출력과 가벼운 중량 덕에 뿜어내는 놀라운 순간 가속!
마리노 측 파일럿은 처음 경험하는 003의 접근 속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적의 멕 나이트가 대검을 내려치기 전에 003의 긴 대검이 가슴을 가르고 지나갔다.
쓰릉!
동력 전달 시스템이 잘려 나가 오른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다음으로 달려오던 멕은 오른팔이 잘려 나갔다.
003은 빠른 속도와 강력한 엔진 출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세 대의 멕을 무력화시켰지만, 그런 움직임은 파일럿 또한 쉬이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003의 모습을 본 적들이 두려움에 빠져 섣불리 달려들지 않았다.
루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아트라스 대검의 길이를 최대한 활용해 적들을 저지해 나갔다.
003 옆에서 001, 002가 방패를 들고 능숙하게 적의 퇴로를 막았다.
뒤쪽 산길 중턱에 서 있는 스피디가 전투에 끼고 싶어 들썩들썩 하는 모습이 루산의 눈에 들어왔다.
[산길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야!]
‘괜히 끼어들어서 짐이나 되지 마!’
[알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전대장님!]
다행히 바이크도 나름 기사 아카데미 출신이라 전시 명령의 지엄함과 적의 후퇴를 저지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루산이 모리츠, 파비안과 함께 달아나려는 적의 멕 나이트를 막고 있을 때 앞쪽의 적을 모두 해치운 제국군 아이언 워리어들이 달려와 마리노 공화국 멕을 에워쌌다.
- 항복한다면 살려주겠지만, 저항하면 이 자리에서 다 죽이겠다.
외부 확성기로 울리는 아이젠 자작의 차가운 음성.
고작 10여 대 남은 마리노 공화국의 멕 나이트.
마리노 공화국 파일럿들은 갈등했으나 개죽음을 원하지는 않았다.
- 살려준다는 말을 어떻게 믿나?
- 믿지 못하면 어쩔 텐가?
마리노 공화국 파일럿들이 서로 등을 대고 둥그렇게 뭉쳤다.
최후의 항전을 불사한다는 각오를 보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아이젠 자작이 서둘러 말했다.
- 아라드 왕국군 사령관 니트라 장군의 이름을 걸고 너희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다.
니트라 장군이 과연 동의할지는 모르지만, 일단 아군의 피해 없이 적을 무력화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루산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당연하게도 적들은 웃지 않고 비장하게 말했다.
- 알았다. 약속을 지키기 바란다.
마리노 공화국 파일럿들이 항복했다.
단지 이번 싸움에서 불리하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아라드 왕국에 숨겨진 전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고, 이로 인해 아군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다섯 개 길목 가운데 한 곳의 적을 유인해 처리한 아이젠 자작은 적들이 원군의 존재를 눈치 채기 전에 이런 유인 작전을 최대한 많이 실행하려 했다.
[루산, 나는 두 번째 적을 처리하러 갈 테니 다음 일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전단장님!]
루산은 미리 정해진 작전대로 레오파드 네 대를 데리고 마리노 1전단과 아라드 왕국 멕 나이트 10대가 대치하던 산길을 넘어갔다.
본격적으로 산악 특임 기동 전대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
아라드 왕국 수도로 들어오는 다섯 개의 길목을 공격하던 마리노 공화국의 다섯 전단.
그중 1전단은 완전히 분쇄되었고, 2전단은 유인 작전에 넘어가기는 했지만 후퇴가 빨라 절반의 병력은 건질 수 있었다.
어쨌든 마리노 공화국은 아라드 왕국에 새로운 병력이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멕 나이트 수는 마리노 공화국 측이 훨씬 더 많았다.
루산이 이끄는 레오파드 전대는 그 수적 우위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수도로 가는 길목에 대치하고 있던 마리노 공화국 병력의 배후를 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장 7미터짜리 강철 괴수의 습격에 병사들은 대항할 방법이 없었다.
병사들을 쫓아 버리고 나면 레오파드들은 식량과 각종 보급품을 털어 절벽과 골짜기에 버리고 달아났다.
아무리 강한 무기로 무장해도 먹지 않고 싸울 수는 없었고, 세계 최강의 멕 나이트도 연료 없이는 움직이지 못했다.
마리노 측 멕 나이트들이 전대 단위로 추격하면 레오파드들은 싸우지 않고 달아났다. 워낙 빨라 잡히지 않았다.
그러다 마리노 측 멕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순간을 귀신 같이 포착하고는 몸을 돌려 마나 진동 대검으로 가차 없이 베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라드 왕국 레인저들의 협조로 적의 위치, 숙영지, 보급 기지 같은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이게 이렇게나 쉽다고?”
바이크는 전쟁이라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당하고 있던 아라드 왕국군이 우스워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적의 보급대가 나타났다.
멕 나이트 다섯 대와 멕 워커 스무 대로 이루어진, 전적으로 루산의 교란 부대를 의식하고 편성된 보급 부대였다.
그러나 아무리 수가 많아도 작정하고 치려는 쪽을 막지는 못했다.
멕 나이트가 다섯 대라도 멕 워커 스무 대를 지키기 위해서는 길게 흩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흩어져 있는 멕 나이트는 레오파드 전대의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다섯 대 중에 세 대가 쓰러지자 나머지 두 대의 멕 나이트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짐을 잔뜩 지고 있던 멕 워커들도 달아났다.
- 헤헤, 어딜 도망가?
멕 나이트들끼리 싸우는 중에는 멀찍이 떨어져 방해하지 말라는 엄명을 받은 바이크가 달아나는 멕 워커를 잡기 위해 겅중겅중 달렸다.
그런데 다른 멕 워커들이 달아나는 와중에도 멕 워커 한 대는, 달려오는 스피디를 보고도 왼발을 살짝 앞으로 내민 채 두 팔을 앞으로 들고 그대로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덤빌 테면 덤비라는 듯이.
그 도발적인 자세에 바이크는 열이 확 받았다.
- 이게!
스피디는 겅중겅중 달려 마나 진동 삼지창으로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멕 워커의 가슴팍을 가차 없이 찔러 갔다.
그때 멕 워커가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왼팔로 창대를 밖으로 밀고 왼발로 스피디의 발을 걸었다.
스피디가 앞으로 꽈당 넘어졌다.
얼마나 소리가 큰지 산사태가 난 것 같았다.
[오!]
[세상에!]
모리츠와 파비안이 탄성을 질렀다.
멕 나이트도 아니고 멕 워커로 격투기를 펼치는 상대에 대한 감탄이면서 멕 워커에 당해 넘어지는 바이크에 대한 감탄이기도 했다.
‘자네의 바닥은 대체 어디인가?’
- 너, 뒈졌어!
바이크가 얼른 스피디를 일으키고 재차 달려들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빨개졌는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헹! 덤벼 봐라. 멕 워커를 찌르려는 잔인한 놈아!
멕 워커 손가락을 까딱하며 도발하는 멕 워커 파일럿의 앳된 목소리.
[잉? 여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루산도 갑자기 펼쳐진 이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화가 난 바이크가 침착한 멕 워커를 향해 겅중겅중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