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노동법은 어디에
67. 노동법은 어디에
루산이 이끄는 레오파드 전대가 마리노 공화국 원정군 사령부를 공격할 때 시에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래도 잠시나마 자신이 몸담았던 군대였기에 처참하게 짓밟히는 광경에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으나 단 네 대의 멕 나이트가 기지를 초토화시키는 모습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자신에게 진 꼬마 멕 나이트를 제외한 나머지 세 대는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던지!
그중에서도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는 날씬한 멕 나이트의 위용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미 마리노 공화국에 정나미가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도 조만간 저들 사이에 낄 수 있다 생각하니 분노와 슬픔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기지를 다 부순 멕 나이트들이 배를 부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수송선들이 부두에서 떠나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나 대형 수송선은 스스로 부두에서 이탈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의 다 당하고 말았다.
그때 소형 연락선 한 척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부두를 벗어나는 광경이 시에나의 눈에 들어왔다.
‘저걸 타야 해!’
저 연락선을 타지 못하면 이 항구에 오래 묶이게 되고 우르사의 주인에게 합류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순차적인 계산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관적으로 확 들었던 것이다.
다다다다!
시에나는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려 부두 끝에서 힘차게 점프했다.
“이얍!”
배는 멀어지고, 시에나는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으아아!”
그러다 겨우 배의 난간을 겨우 붙잡았다.
“후유~!”
시에나가 배를 향해 달려올 때부터 지켜보던 수병 하나가 깜짝 놀라 얼른 팔을 뻗었다.
시에나가 수병을 올려다보며 눈을 찡긋하고 말했다.
“고마워!”
“뭐, 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수병은 시에나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 채 힘껏 당겨 그녀를 끌어올려 주었다.
그렇게 연락선을 타고 마리노 공화국으로 돌아간 시에나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무단이탈하여 필센 제국으로 가는 화물선에 올라탔다.
공식적으로는 두 나라가 적대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입국하는 데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필센 제국 브레머 항에 도착한 뒤에는 무작정 사람들을 붙잡고 변경 8구역으로 가는 방법을 물었다.
“마나 열차를 타야지.”
다행히 누군가가 알려 주어 마나 열차를 탔다.
난생처음 마나 열차를 탄 시에나는 복선화 공사를 끝내고 재개통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브레머 - 노바 구간을 지나 제국 수도를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필센 제국의 수도 노바 시.
마리노 공화국도 자신의 고향에 비하면 엄청 발전했다고 생각했는데, 노바 시에 비하면 소도시에 불과했다.
높이 솟은 건물들, 수많은 마차와 자동 마차, 엄청난 인파.
동쪽 대륙에서 온 소녀는 낯설고 거대한 도시의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 동안 차창에 찰싹 달라붙어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다 노바 역에서 열차가 멈추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 소리에 몸을 돌려 바로 앉았다.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열차표는 내릴 때까지 가지고 계셔야 해요. 이 열차는 지금부터 3일, 그러니까 내일, 모레, 글피까지 달려 라돔 시에 도착할 겁니다. 식사는 식당 칸에서 하시고 잠은 불편하시더라도 의자에서 주무셔야 해요.”
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젊은 여자의 또랑또랑한 말에 사람들이 모두 경청했다.
“가시는 동안 나눠 드린 안내 책자를 잘 읽어 보세요. 무슨 직업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와 있어요. 무엇을 주의해야 하고 도움을 받으려면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도 실어 놓았으니 변경 생활에 충분히 도움이 될 거예요.”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는 작은 책자에 잠시 눈길을 돌렸다.
“도착하시면 라돔 역 밖에 있는 변경 투어로 가세요. 간판이 크니까 역에서 나가자마자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안내해 줄 겁니다. 부디 여러분의 삶에 주어진 새로운 기회를 잘 잡으셔서 모두 부자 되시고, 행복한 인생이 되시기를 빌어요.”
젊은 여자가 객차 복도로 지나가며 사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축복해 주었다.
얼떨결에 시에나도 그 여자와 눈인사를 하게 되었다.
‘뭐, 뭐지?’
당황스러웠지만, 부자가 되는 것과 행복한 인생을 사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일이었기에 시에나도 같은 말로 축복해 주었다.
“당신도 부자 되시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시길 기도할게요.”
“고마워요.”
젊은 여자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았음에도 지적이고 예뻐 보였다.
그리고 진실 돼 보였다.
그때 뒤에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말했다.
“사장님, 열차 떠날 시간 다 됐습니다. 이제 내리셔야 해요.”
“알았어요.”
젊은 여자가 사람들을 보고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모두 좋은 소식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미스 고슬라! 당신의 응원을 잊지 않을게요!”
잠시 후 젊은 여자가 내리고, 열차가 움직였다.
젊은 여자는 플랫폼에 서서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이 객차에 탄 사람들도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무리 스스로 지원했다지만, 고향을 떠나 낯선 변경 땅으로 가는 사람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들의 울음을 듣고 있자니 시에나도 눈물이 났다.
고향에 있는 아버지, 어머니, 언니들, 조카들이 보고 싶어졌다.
어쩌다 보니 개척민 지원자 1진과 같은 객차를 타고 가게 된 시에나는 전쟁터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을 펑펑 흘렸다.
시에나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듣고 객차 안에 있는 사람들이 대성통곡했다.
시에나는 한바탕 울고 나니 속이 시원해졌다.
배도 고팠다.
그래서 얼른 식당 칸으로 가서 거기서 파는 음식을 다 시켜 먹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새 울음을 그쳤다.
울음바다가 된 것은 출발할 때로 끝.
나머지 시간은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는 사람들, 다투는 부부들로 인해 시끌벅적했다.
두려움 약간에 희망과 기대를 잔뜩 품은 개척민 지원자들, 그리고 또 다른 희망을 품은 시에나는 사흘 후에 변경 8구역의 라돔 시에 도착했다.
***
변경 투어의 사장 렌커는 귀족 사업가들을 위한 투어가 없는 날, 부업으로 개척민 지원자를 운반하게 되었다.
노느니 푼돈이라도 버는 것이 낫지만, 사실 돈을 보고 하는 일은 아니었다.
군단 본부 신사업부에서 운임을 지급한다 해도 변경 투어 수입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가 이 일을 기꺼이 맡은 이유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자식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들어온 부모님과 그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두려움에 떨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올 수밖에 없다면 굳이 그렇게 겁에 질릴 필요가 없었다.
변경은 무서운 곳이기는 하지만, 어린아이들에게 신기하고 재밌는 곳이었고 신사업부에서 내세우는 것처럼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는 곳이기도 했다.
개척지까지 이동하는 동안이나마 지원자들에게 그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그래서 부자 관광객들을 태우는 붐붐 수레를 동원했다.
붐붐-!
붐붐 수레를 처음 보는 노바 출신 지원자들과 아이들이 그 엄청난 크기에 깜짝 놀랐다.
“하하, 겁먹지 마세요. 이 녀석은 여러분보다 풀을 좋아하니까요.”
렌커가 지원자들의 명단을 확인하고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을 우선적으로 지붕 위에 태웠다.
그렇게 지원자들을 모두 태우고 나서, 명단에는 없지만, 우르사의 주인을 찾아왔다는 당돌한 아가씨를 2층에 태워 주었다.
라돔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면 고생께나 했을 것이다.
우르사의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대답해 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렌커는 시에나를 보고 운이 좋고 붙임성이 좋은 아가씨라고 생각했다.
“자, 출발합니다!”
붐붐-
시에나를 끝으로 개척민 지원자 1진을 모두 태운 붐붐 수레가 힘차게 움직였다.
탐탐-
경갑을 착용한 군단 본부 정찰병 여덟 명이 탐탐에 올라타 긴 삼지창을 든 늠름한 모습으로 붐붐 수레를 호위했다.
개척민 지원자들은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와아!”
높은 곳에서 나무와 풀이 짙게 우거진 변경 땅을 바라보며 이동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시에나도 아이처럼 좋아했다.
변경의 산과 들, 강과 시내를 옆에 끼고 이동하면서 렌커는 간간이 이곳의 유래, 주의해야 할 몬스터와 독충, 변경에서 돈을 번 부자들 이야기를 해 주었다.
중간중간 개척촌을 만날 때마다 지원자들은 유심히 살펴보며 지나갔다. 자신들이 곧 저렇게 생긴 마을에서 살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렌커의 이야기를 듣고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상당히 지나 어느새 레인보우 시티에 도착했다.
레인보우 시티 입구에 멕 나이트 두 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꾸준히 소탕했다지만, 반달 호수 지역부터는 개척지 경계를 벗어나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개척민 지원자들을 호위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반갑습니다, 지원자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이 거주하게 될 레이크 시티에서 안전과 생활을 책임지게 된 루산 보름스입니다.
“와아!”
우렁찬 멕 나이트 외부 확성기 소리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살아오면서 멕 나이트를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기에 어른들도 깜짝 놀랐으나 아이들의 놀람과 기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멕 나이트는 꿈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 이미 충분히 숙지했겠지만, 우리가 지나게 될 반달 호수 지역은 위험 지역입니다. 그러나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 함부로 붐붐 수레를 벗어나지 말기 바랍니다.
그때 렌커가 고개를 쳐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우르사의 주인을 찾아왔다는 아가씨가 있습니다.”
그 말에 004가 머리를 움직여 붐붐 수레를 훑어보았다.
시에나를 발견한 루산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는걸?’
그렇잖아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에 쓸모 있는 인재가 찾아온 것이다.
루산은 기분이 무척 좋아서 붐붐 수레 지붕 옆으로 004의 손바닥을 갖다 댔다.
사람들은 물론 시에나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타라고요?”
- 그래. 올라와.
시에나가 깡충 뛰어 손바닥 위에 오르자 004는 자신의 어깨에 시에나를 올려 주었다.
“저도 태워 주세요!”
용기 있는 소년이 외쳤다.
루산은 소년이 기특했지만, 어깨에 태워 주지는 않았다.
- 이 누나는 멕 나이트 파일럿이야. 너희들도 나중에 멕 나이트 파일럿이 되면 태워 줄게. 지금은 위험해.
“여자래! 머리가 짧아 남잔 줄 알았어!”
“야! 가슴 나온 거 보면 모르냐? 우리 누나보다 훨씬 크네, 뭐. 당연히 여자지.”
“야! 엄마! 얘, 미쳤나 봐!”
“와! 여잔데 멕 나이트 파일럿이야? 대단하다!”
우렁우렁 울리는 멕 나이트의 목소리에 소년들이 재잘거리며 부러움에 가득 찬 눈으로 시에나를 쳐다보았다.
갑자기 그 강렬한 눈빛들을 한 몸에 받게 된 시에나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당황했지만, 가슴이 벅차올라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멕 나이트 파일럿이라는 소개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우러러보는 아이들의 눈빛.
너무 행복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시에나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
“꼬맹이들! 이 누나같이 되려면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운동 열심히 해야 해! 알았어!”
그 말에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새 새끼들처럼 고개를 쳐들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새로운 동네에 오자마자 놀라운 화젯거리를 접한 아이들은 붐붐 수레 위에서 저희들끼리 시끄럽게 떠들었다.
루산은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시에나를 부각시켜 변경 이주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라도 희석시키기로 하고 레인보우 시티 서쪽에 들어선 새로운 델타 기지로 갔다.
이곳으로 이주를 마친 델타 기지 정비소에 우르사가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루산은 시에나를 정비소 앞마당에 내려준 뒤 004의 조종실 문을 열고 나와 목에 걸고 있던 우르사의 시동 열쇠를 그녀에게 던졌다.
그리고 웅성웅성 시끄러운 소리에 무슨 일인가 하고 밖으로 나와 본 정비부장에게 소리쳤다.
“부장님! 이 녀석, 우르사에 타게 해 줘요.”
“어? 어!”
잠시 후 정비소 안에 들어갔던 단발 누나 대신 엄청나게 거대한 멕 나이트가 나오는 것을 보고 붐붐 수레에 탄 아이들이 자지러졌다.
“흐엑! 진짜 그 작은 누나가 저 무지무지 큰 걸 조종한다고?”
“나도 파일럿 할 거야!”
“나도!”
“나도, 나도!”
그 소리를 들은 루산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004 조종실로 들어갔다.
‘변경 아이들이라고 파일럿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개척민 이주 행렬은 다시 서쪽으로 이동했다.
레인보우 시티를 벗어나자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길옆으로 어른 키보다 높은 풀들이 빽빽하게 자라고 있었고,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숲은 어두침침하여 마귀가 나올 것 같았다.
간간이 들려오는 괴수의 울음소리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소문으로만 듣던, 위험한 변경에 드디어 도착했다는 실감이 났다.
그러나 거대한 붐붐 수레 옆에서 탐탐 정찰병들이 늠름하게 지켜 주고 있었고 앞뒤로는 세 대의 강철 거인들이 호위해 주었기에 아이들은 겁을 먹지 않았다.
“괴수가 나타나도 아까 그 누나가 다 해치울 수 있겠지?”
“아니야! 저 앞에 빼빼한 걸 타고 있는 아저씨가 더 세지 않을까?”
“내가 탔으면 다 이겨 버리는 건데!”
“피! 허풍쟁이!”
“뭐가 허풍이야! 두고 봐!”
“힝! 두고 보긴 뭘 두고 봐!”
아이들이 열띤 언쟁을 벌이는 동안에 붐붐 수레는 본부 개척 기지를 지나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레이크 시티로 다가갔다.
- 와아!
장력이 강한 우르사의 동화기를 움직이느라 땀을 뻘뻘 흘리던 시에나가 저도 모르게 멈춰 서서 탄성을 질렀다.
거대한 호수가 보였다.
그 호수 안에서 목이 긴 괴수들이 물을 뿜으며 무지개를 만들고, 호숫가에서는 수많은 괴수들이 뛰놀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특별히 투입된 1전대 멕 나이트들과 3전대 레오파드들이 괴수들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가프 마법 연구소에서 고용한 3백여 대의 멕 워커들이 긴 장벽을 건설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붐붐 수레에 타고 있던 개척민들도 입을 떡 벌렸다.
루산이 마나 통신기로 시에나에게 말했다.
[여기가 네 새로운 집이자 일터다.]
[······?]
[약속, 지켰다.]
멕 나이트 파일럿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말하는 것이다.
시에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곳에 도착한 당일에 멕 나이트를 타게 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네! 고맙습니다, 대장님!]
시에나가 들뜬 목소리로 소리쳤다.
[소리 빽빽 지르지 마. 귀 아프니까.]
루산은 시에나가 타고 있는 우르사의 뒤통수를 공연히 한 대 툭 치고 지나갔다.
[네, 대장님! 헤헤!]
시에나가 바보 같은 웃음을 흘리며 그 뒤를 따라가자 붐붐 수레가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가프 마법 연구소의 장벽 건설 현장은 괴수와 멕 나이트 사이에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주민들은 그보다 좀 더 남쪽에 지어져 있는 임시 주거 구역으로 들어갔다.
개척 행정 담당자에게 이주민들을 인계한 루산은 그대로 004를 타고 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해, 따라오지 않고?]
[네?]
시에나는 루산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가자, 일하러.]
[아······, 네.]
우르사는 004의 뒤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갑자기 괴수의 피를 뒤집어써 앞을 보지 못하고 괴수 꼬리에 강하게 맞아 쓰러지는 바람에 다른 파일럿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계약도 하기 전에, 업무 설명도 안 해 주고 이렇게 부려 먹어도 되는 거야?’
시에나는 변경 8구역 도착 당일에 계약도 하지 않은 채 멕 나이트를 타고 그로부터 몇 시간 뒤 현장에 바로 투입된 최초의 파일럿이 되었다.
[우르사! 괜한 짓 말고 옆에 있는 방패, 높이 들고 밀어!]
[네, 대장님! 으다다다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멕 나이트 파일럿이 되었으니까.